남경아
<50플러스 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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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코로나의 시간 코로나19 얘기를 해야겠다. 새로운 바이러스와 공존한 지 2년여 시간. 나는 우리 생애 처음 마주한 이 기간 동안 개인의 삶과 인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코로나19는 나와 지인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강제 멈춤이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K는 백신 1차 접종 직후부터 심근염 증상이 나타났다. 검사상으로는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았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심장 조임, 숨 가쁨으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느라 꽤 오랫동안 그녀의 몸과 마음은 무너졌다. 만성질환자인 Y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까지 하며 고생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각이 완전히 돌아오질 않았다. 후각이 무뎌지니 미각뿐 아니라 몸의 감각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나도 갱년기에 코로나 블루까지 겹쳐 무기력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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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퇴직을 했다 2주 전 퇴사를 했다. 사표를 쓴 날, 아들에게서 꽃다발과 한우세트를 선물받았다. ‘내 걱정은 마시고, 열심히 달려온 만큼 적극적 쉼을 가지시길’이라는 짧은 카드와 함께. 뭐든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가 신조인 아들은 엄마가 재미없게 회사를 다니는 걸 지켜보며 혹여 그게 자식 때문이라면 아예 그런 생각은 접으시라고, 위로인지 격려인지 툭툭 던지곤 했다. 아무튼 난생처음으로 아들에게 받은 꽃다발이 퇴사 기념이라니. 흔히 말하는 정년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을 다니고 있던 나의 퇴사에 지인들은 놀랐고, 극과 극 반응을 보였다. “대충 버티지. 후회 안 하겠어?”라며 나보다 더 안타까워했고, “좀 경솔한 거 아니야? 먹고살 만큼 모았나보네”라는 놀란 말투 속 구석에 이런 행간이 읽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생기 잃은 꽃처럼 시들시들 속앓이를 하는 나를 지켜보던 친구들은 ‘잘했다 남경아!’ 응원의 플래카드와 꽃과 케이크, 영상 편지로 깜짝 퇴사 파티를 열어주었다. 주변의 다양한 반응과 무관하게 나는 진심으로 담담하다. 지난 8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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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50플러스 인턴 15년 전쯤 우연히 ‘앙코르 펠로십’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미국 사회혁신 기관인 앙코르닷 오르그(Encore.org)에서 IBM,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퇴직(예정)자들이 비영리기관, 사회적기업에서 일정 기간 업무를 경험한 후 자연스럽게 이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였다. 국내 중장년 사업 모델이 전무했던 당시 나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됐다. 이후 국내 기업 두세 곳에 제안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인턴십’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모델이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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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50플러스 시민으로 살기 바야흐로 정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칼럼이 게재되는 날이면 빨강, 파랑으로 대비되는 각종 그래프가 온 언론 매체에 도배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권력이 승리하더라도 후유증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이뿐인가? 바이러스, 전쟁, 미사일 등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사건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길고 지루하고 뿌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조금 식상한 얘기지만, 한국 사회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이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은 시니어 세대에게는 최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규모가 커진다고 반드시 개인의 삶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각종 통계들이 보여주는 차가운 데이터보다는 시민으로서 개인의 행동양식과 변화에 더 관심이 많다. 단단한 하루하루가 쌓여 삶이 되듯이 성숙한 개개인이 모여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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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른의 덕질 두 달 전 유튜브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음악과 영상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고백하건대, 나는 요즘 BTS에 빠졌다. 우연히 작년 9월 BTS의 유엔총회 연설과 유엔회의장을 배경으로 한 ‘퍼미션 투 댄스’를 보았다. 그 자체로도 대단했지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세대 간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기성세대가 ‘BTS 대단하네’라고 했다면, MZ세대는 ‘유엔 대단한걸?’이 압도적이었다. 무척 흥미로웠고 처음으로 그들이 궁금해졌다. ‘덕질’, ‘덕후’ 등 MZ세대에게 익숙한 이런 말들은 이제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 질문으로도 등장했다. 세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와 장르 구별 없이 덕질이 일상화된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지행 중앙대 교수는 과거 세대에게 삶의 인식과 동질감을 형성하게 한 요소가 ‘신념’이었다면, 최근에는 ‘취향’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세계에 대한 인식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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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간과의 대화 얼마 전 믹서를 씻다가 뚜껑 안쪽에 희뿌연 때가 잔뜩 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 눈이 더 침침해진 탓이다. 순간 아버지 집에 갈 때마다 그릇 좀 깨끗하게 닦으시라고 잔소리했던 게 떠올라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니 팔순을 훌쩍 넘긴 아버지 눈에는 그 찌꺼기들이 잘 안 보인 거였다. 울컥했다. 백세시대라지만 노안, 난청, 흰머리 등 노화 증상까지 늦춰진 건 아니다. 어찌 보면 노화된 몸으로 길게 살아야 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인구 변화를 예측할 때, 203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늙는다는 것, ‘노화(Aging)’라는 말은 왠지 노인 문제, 고령화 문제와 동격으로 인식되고, 무언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만 여겨진다. ‘노화’의 부정적 느낌과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거부하고,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있다. 독일 안드레아스 하이네케의 전시 ‘시간과의 대화(Dialogue with time)’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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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60플러스 위한 소소한 작당 미세먼지 가득했던 11월 어느 주말. 반경 5㎞ 안에 모여 살게 된 덕분에 주말 브런치가 일상이 된 친구들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만났다. 날씨 탓이었을까? 이번 대화는 조금 무겁다. ‘퇴직, 60 이후 뭘 하고 살까?’ 노후준비라는 게 정해진 시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정년 5년 전부터가 적기라고들 하니 딱 우리가 거기에 해당된 거다. 주된 일자리 퇴직이 평균 49.3세(통계청)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운이 좋다. 하지만 한 해가 다르게 정신적·체력적 한계에 부닥치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만성질환을 하나씩 달고 산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의 어려움도 이슈였는데, 최근 사내게시판에 50대 팀장급들을 향한 독설 가득한 글이 쏟아져 충격을 받았다는 친구의 말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때 한 친구가 씩씩하게 자기는 운전을 잘하고 좋아하니 조금 일찍 퇴직해서 대리기사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는 전국 곳곳을 여행하겠노라고 했다. 이어 다른 친구는 서울 근교에서 북스테이를 하며, 통번역 프리랜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집으로 오는 길, 나의 퇴직, 60플러스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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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세대공감, 교류 넘어 교감으로 “교류는 있으나, 교감은 없다.” 몇 년 전 서울시 청년지원 기관 대표는 요즘 세대공감 현실에 대해 한마디로 딱 잘라 이렇게 평가했다. 이어서 ‘교류’는 인적·물적 네트워크, 멘토링같이 유·무형 자원을 나눠주는 방식이라면, ‘교감’은 그 세대만의 문화가 있는지, 그 문화가 본받을 만한 것인지 등 문화적 접근임을 강조했다. 짧지만 단호했던 그의 발언은 나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흔히 50플러스를 샌드위치 세대라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부모세대의 아픔, 자식세대의 불안을 모두 이해하는 유일한 세대다. 특히 다수의 50플러스는 N포세대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청년세대의 좌절감을 보면서 미안함을 넘어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회학자인 송호근 교수가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인생과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으며, 빈약한 복지제도와 젊은 세대의 사회적 진입 비용을 한없이 올려놓았다고 비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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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슬기로운 디지털 일상 한 달 전 갱년기 관절통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아들이 최신형 로봇청소기를 선물했다. 아들은 로봇청소기가 얼마나 똘똘하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지, 이걸 제대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앱을 깔아야 하며, 수동으로 쓰는 건 오히려 돈을 낭비한 게 되는 거라는 둥 긴 훈계가 이어졌다. 이전부터 엄마가 TV며 휴대폰이며 최신 기기를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던 아들이 기회를 잡은 거다. 고마운 것도 잠시, ‘급피곤’해졌다. 한때는 X세대라 불렸던 50플러스 세대. 아래아한글 태동과 PC 통신의 진화, 컴퓨터의 대중화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경험한 세대였건만 스마트폰, 키오스크, QR코드, 모바일뱅크, 디지털 페이, 온라인 회의 등 빠르게 진화하는 세상에서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친구들 모임에서 키오스크 주문 실패담은 이어지고, 이 모든 건 노안 때문이라고 적당한 핑계도 덧붙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일상에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50플러스, 시니어들의 불편이 가중되었고 아예 서비스 이용을 포기해버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