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세대에 무엇을 상속할까

남경아 <50플러스 세대> 저자

작년 말 ‘상속·증여세법’이 개정되었다. 올해부터 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원의 추가 비과세 증여를 할 수 있는 법이다. 부부합산 최대 3억원까지 양가로부터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제적 지원을 받아 혼인이 늘면 저출생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3600조원에 달하는 고령층의 막대한 자산이 젊은층으로 이동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억대의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청년은 제한적일 터라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몇몇 지인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마당발로 유명한 대학 동기의 한마디가 조금 충격이었다. “그동안 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었지. 야, 우리가 평생 회사와 조직에 충성하며 얼마나 뼈빠지게 일했냐? 그렇게 모은 돈을 자식들에게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니? 사람들은 이미 예전부터 법의 선을 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식들한테 야금야금 돈을 물려주고 있다고. 이게 특별한 부자들만 그러는 게 아니야.” 그동안 소득과 자산 가격,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상속·증여세가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았다. 그래서 친구의 이야기에 수긍이 되면서도 ‘그럼 부모로부터 자본을 이전받지 못하는 청년들은 어떡하지?’ 하는 양가감정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의 중장년은 사회의 주류이자 상대적으로 괜찮은 삶을 살아왔을 확률이 가장 높은 세대라고 한다. 퇴직과 은퇴를 계기로 새로운 노년의 삶을 만들기 위해 다시 열심히 배우고 활동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자녀 세대 중에는 다양한 삶의 가능성에 도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다. “요즘 청년들은 부모보다 훨씬 가난해지는 세대라고 하는데 모든 청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중장년 세대 중 상당수는 경제적 자본 혹은 꼭 돈이 아니더라도 관계망이나 지식 같은 무형의 자본을 자녀와 나눌 것이다. 그런데 하위 몇십 퍼센트의 청년은 가족 안에서 그 어떤 자본도 전혀 상속받을 수 없다.” 중장년 세대들이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던 사단법인 씨즈 이은애 이사장의 말이다.

변화의 움직임이 없진 않다. ‘세대 연대 기금’ 또는 ‘세대 승계 기금’ 등을 만들어 청년 세대가 쓸 재원을 확보해주거나, 부의 대물림을 완화하고 청년들의 출발선을 조금이나마 고르게 만들어주기 위한 ‘사회적 상속’ 같은 의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를 현실화시키는 방안들 중 몇가지가 눈에 띈다. 약 10조원에 달하는 상속·증여세를 목적세로 전환해 그 일부를 사회적 상속분으로 조성하는 방법, 지방으로 귀환하는 베이비부머에게 증여세를 감면해주는 방법 등이다. 조세 저항도 피하고 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그 무엇이 되었든 이제는 인생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중장년 당사자들 안에서도 이런 의제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세대 연대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선거철마다 날아오는 공보물 속 허울 좋은 공약들이 폭탄처럼 느껴지는 요즘, 분열과 갈등이 팽배한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성장시킬 기회로서 사회적 상속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정치권에서도 더 이상 초벌적 검토에만 머무르지 말고, 속도를 내기를 촉구한다.

남경아 <50플러스 세대> 저자

남경아 <50플러스 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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