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교류 넘어 교감으로

“교류는 있으나, 교감은 없다.” 몇 년 전 서울시 청년지원 기관 대표는 요즘 세대공감 현실에 대해 한마디로 딱 잘라 이렇게 평가했다. 이어서 ‘교류’는 인적·물적 네트워크, 멘토링같이 유·무형 자원을 나눠주는 방식이라면, ‘교감’은 그 세대만의 문화가 있는지, 그 문화가 본받을 만한 것인지 등 문화적 접근임을 강조했다. 짧지만 단호했던 그의 발언은 나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흔히 50플러스를 샌드위치 세대라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부모세대의 아픔, 자식세대의 불안을 모두 이해하는 유일한 세대다. 특히 다수의 50플러스는 N포세대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청년세대의 좌절감을 보면서 미안함을 넘어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회학자인 송호근 교수가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인생과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으며, 빈약한 복지제도와 젊은 세대의 사회적 진입 비용을 한없이 올려놓았다고 비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대공감’은 단편적 자원 교류와 몇 시간의 박제된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성세대의 성찰,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구체적 목표와 실천 등 관점의 전환이 중요하다. 세대통합과 관련해 미국의 사회혁신 기관인 앙코르닷 오르그(Encore.org)에서 추진한 ‘제너레이션 투 제너레이션’(Generation to Generation) 캠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2017년 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분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규모와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제너레이션 투 제너레이션’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라는 뜻처럼 미국 50플러스 세대가 앞장서 100만명의 젊은 세대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캠페인으로 2016년부터 5년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단순히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교육 기회 평등을 위해 모든 아동들이 3학년이 될 때까지 읽고 쓸 수 있도록 하자’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또한 16만명의 조력자와 2000여개의 협력기관들이 탄탄한 지역사회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50플러스 세대들이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청소년 단체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실천적 세대공감 사업들이 늘어나 고무적이다. ‘터무늬 있는 집’은 새로운 주거운동이자 세대협력 모델로, 주거가 불안한 청년들을 위해 선배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2018년 시작해 현재까지 18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여 15호 청년주택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80여명의 청년들이 보다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갖게 되었다. ‘서울50플러스인턴십’은 지난 3년간 경험과 기술을 갖춘 50플러스 세대 800여명이 400여개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자영업 현장에서 인턴으로 젊은 세대와 함께 일하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일 모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 ‘60+기후행동선언’이 발표되었는데 오늘날 기후위기 비극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대전환의 시대, 노년세대가 ‘전환의 맨 앞’에 나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지 각자 삶의 현장에서 실천을 구체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세대공감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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