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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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시리아의 봄은 올 것인가 지난 8일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아버지에 이어 정권을 잡은 후 수많은 시리아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도망쳤고, 시리아 권력은 반군에 이양되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중앙 광장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알아사드 정부에 대한 반대 구호를 외치고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와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GCC 회원국, 튀르키예, 일부 서구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내전이 발발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따르면, 내전 기간 동안 최소 58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민간인 사망자만 30만명에 달했다. 670만명 넘는 난민이 발생할 정도로 내전의 상처와 피해는 극심했다. 그렇기에 53년 동안 시리아를 통치하면서 인권을 유린했던 알아사드 부자 정권의 붕괴에 시리아 국민들은 감격에 겨워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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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중동과 트럼프 2.0시대 트럼프가 돌아온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전 지구적인 파급력이 있지만, 특히 중동 지역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국가들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반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축하 인사 이상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걸프 국가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미국 지원을 받았다. 군사장비 판매와 이란에 대한 강경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7년 트럼프는 사우디와 1100억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걸프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를 적극 반영했다. 이번 승리로 트럼프와 사우디 간의 ‘메가 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과 사우디 양국은 안보협정, 민간 핵 협력, 방위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협약을 추진해왔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사우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보장을 받게 된다. 물론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전제조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가자 전쟁 이전처럼 ‘냉전 이후 가장 큰 역사적 협정’을 이스라엘과 순조롭게 맺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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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하마스 전쟁 1년이 남긴 것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 비극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난 7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휴전협상의 노력과 전 세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분쟁은 서안지역을 넘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망자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사흘 동안에만 의료진 50명이 사망했으며, 최근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3주 동안 레바논에서의 사상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앞으로 이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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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난민의 꿈, 올림픽 새 역사 쓰다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팀은 메달 순위표 어디에도 없는 이들이다. 바로 37명의 선수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 대표팀이다. 그들은 단순한 참가를 넘어 역사를 새로 썼다. 복싱의 신디 응감바가 올림픽 사상 난민팀 최초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메룬 출신인 그녀는 영국에서 난민 신분으로 살아가며 훈련을 이어왔다. 그녀의 동메달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전 세계 1억2000만 난민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이 메달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난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응감바의 눈빛은 결연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동화처럼 끝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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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변화 위해 달리는 이란 국민들 지난 7월6일에 있었던 이란의 대선 결과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많은 이들에게 변화의 희망의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초기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낮았다. 1차 투표에서 4명의 보수 성향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2차 투표에는 그간 선거를 보이콧해왔던 국민들의 참여를 10% 가까이 올렸다. 페제시키안은 대통령직 당선 이후 첫 연설에서 혁명 이후 정부가 약속을 내걸었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점이 가장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의 당선은 이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 국제 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그리고 내부 개혁에 대한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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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란 권력 구도 어떻게 될까 오는 6월28일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란의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차기 14대 대통령 선거는 원래 2025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갑작스러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1년 앞당겨 대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이란은 중동에 몇 없는, 국민들의 손으로 뽑는 직접선거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그중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최고위직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이번 대선에도 여성을 비롯한 80명이 후보로 출마했으며, 헌법수호위원회가 승인한 6명의 최종 후보 명단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과 온건개혁파로 구분되는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 에스하그 자항기리 전 부통령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란은 원칙적으로 직선제를 따르고 있지만, 헌법수호위원회라는 이슬람 혁명 수호를 위한 핵심 통치기관을 통해 기존 정치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급진개혁파 후보들을 애초에 배제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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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자엔 남아 있는 대학교가 없다 매해 5월 미국 전역에서 졸업식이 열린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8개월째 접어든 지금 미국 대학가 내 반전 시위가 확산되면서 일부 대학에선 졸업식이 전격 취소되기도 하고, 졸업식 중 기습 시위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11일 AP통신에 의하면, 4월 이후 미국 57개 대학에서 거의 2900명이 체포되었다. 4월부터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가자지구 휴전과 종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이스라엘 기업과 이스라엘 군대를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대학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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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왜 알자지라 방송을 금지하는가 지난 4월1일 이스라엘 의회는 일명 ‘알자지라법’을 제정하여 가결했다. 이는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 보고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는 법으로, 외국 방송사의 방송을 중단시키고 웹사이트 접속 차단과 지국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알자지라 방송을 하마스의 대변인 방송이자, 테러범의 채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알자지라 방송은 이와 같은 결정을 비난하며 성명을 통해 “대담하고 전문적인 보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알자지라에 대한 표적 법안이 이스라엘에서 가결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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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얽히고설킨 화약고, 홍해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분쟁이 해를 넘기며 계속되는 가운데, 홍해가 작년부터 또 다른 위기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좁고 긴 바다로, 지중해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 통행의 요충지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가 홍해를 지나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홍해의 물동량은 더욱 늘어났으며, 러시아의 원유 교역량은 전쟁 전보다 14배 이상 늘어났다. 예멘 후티 반군은 2023년 11월 영국 회사 소유의 화물선을 나포한 것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서방 선박을 겨냥한 위협을 최근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 2월 말까지 후티 반군은 이 지역에 주둔한 약 50척의 상선과 소수의 군함을 공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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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후국 중 가장 큰 지역이자 수도인 아부다비에는 그랜드 모스크라 불리는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를 비롯해 루브르 아부다비 등 세계 최대의 문화자산들이 모여 있다. 2023년 3월 이곳 아부다비 문화지구에 새로운 문화복합단지가 완공되었다. 바로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은 아브라함 종교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이슬람, 가톨릭, 유대교의 예배당인 모스크, 성당, 시너고그가 디자인은 다르지만, 같은 면적에 동일한 재질의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평화적 공존과 종교 간 이해를 상징하는 아브라함 가족의 집 프로젝트는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UAE 방문 당시 아부다비 왕세제, 두바이 통치자, 그랜드 이맘이 함께 주춧돌에 서명하면서 시작되었다. 2020년에는 UAE, 이스라엘 양 국가 간의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이끌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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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노벨 평화상 시상식 빈 의자 지난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2023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불법 시위 혐의로 10년9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그는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식에는 8년째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17세 쌍둥이 자녀가 대리 수상자로 참석했다. 그리고 자녀들 사이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모하마디를 위한 자리였다. 모하마디는 옥중에서 이란 정권을 ‘폭압적이며 반여성적 종교 정부’라 비판하며 중동에서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풍성한 문명의 중심에 있었던 여성이지만 지금은 전쟁, 테러리즘, 극단주의의 불 가운데 있는 종교 출신”으로 규정하며, 이란 국민에게 장애물과 폭정에 맞서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는 이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이란에서 망명하거나 이주한 여성 영화배우, 운동선수, 변호사를 비롯해 현재 조국에서는 공연을 할 수 없는 여성 가수 마흐사 바흐다트가 ‘희망의 반짝임’이라는 곡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 있는,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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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아이들 죽음’ 정녕 외면할 건가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새 두 달을 향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당국은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약 1만3300명이고 그중 아동 사망자는 5600명이라고 밝혔다. 1800여명의 어린이가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실종되었고, 대다수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아동 사망자 수는 기존의 다른 전쟁과 비교해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1월6일 연설에서 “가자는 어린이들의 묘지가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웃 아랍 국가들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학살 수준’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죽음을 세계 전체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