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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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일어서는 사자’의 충격 2025년 6월 중동에 전례 없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어서는 사자’ 작전이 중동 정세에 던진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지역 전체가 전면전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중동 내 미군과 가족들을 대피시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시작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선제공격으로 이란 핵 과학자 9명과 군 고위 지휘관 30여명을 포함해 최소 224명의 사망자가 17일 현재 보고됐고, 민간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보복을 넘어 이란의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전략적 작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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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트럼프, 이란 상대 ‘되감기 외교’ 2025년 4월, 로마 주재 오만 대사관에서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핵협상이 다시 열렸다. 트럼프 1기 정부가 2018년 핵합의(JCPOA)를 파기한 지 7년 만이다. 협상장 풍경은 기묘했다. 양측은 마주 앉지 않고 오만 측 중재자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이 불편한 거리감은 단지 외교적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불신의 깊이를 드러낸다. 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이란은 농축이 국가 주권의 문제로 ‘협상 불가’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협상 실패 시 군사 행동을 위협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은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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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튀르키예 ‘시민 보이콧’ 의미 이스탄불의 4월, 보스포루스 해협의 윤슬이 반짝인다. 시민들은 연휴를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심각한 정치적 긴장이 존재한다. 지난달 19일,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구속 소식이 국제사회에 전해졌다. 임박한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한 도전자로 간주되던 이마모을루는 공식적으로는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나 여러 관측통은 이 조치에 대해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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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아프간 소녀들의 꺾이지 않는 꿈 “나 이후의 어떤 소녀도 학교를 위해 울지 않기를 바랍니다.” 탈레반의 가혹한 교육 금지 속에서 미래를 잃어버린 아프가니스탄 소녀 소마야 샤리피의 절절한 호소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다.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항의하세요. 펜으로, 목소리로 항의하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눈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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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자, 위험한 국제정치적 타협 드디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휴전을 환영하고 있지만,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휴전 협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평화를 향한 진정한 진전이라기보다 복잡한 국제정치적 계산의 산물임이 드러난다. 460일 만의 휴전 합의로 휴전과 인질 교환이 이뤄진 지난 주말,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의 석방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에밀리 다마리, 로미 고넨, 도론 스테인브레허가 471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감동적인 순간들이 지면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각각 음악축제와 키부츠의 집에서 납치되었다. 같은 날, 20년 넘게 이스라엘의 ‘행정구금’ 제도하에서 재판도 없이 수감되어 있던 팔레스타인 여성 인권운동가 칼리다 자라르도 석방되었다. 자라르는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일원으로, 1989년 국제여성의날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처음 체포된 이래로 재판이나 기소 없이 감옥에 있었다. 하지만 자라르 석방에 주목한 국내 언론은 없었다. 이 여성의 석방에 대한 상반된 시선들은 이번 휴전 협상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판도 없이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진정한 평화가 아닌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휴전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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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시리아의 봄은 올 것인가 지난 8일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 아버지에 이어 정권을 잡은 후 수많은 시리아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도망쳤고, 시리아 권력은 반군에 이양되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중앙 광장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알아사드 정부에 대한 반대 구호를 외치고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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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중동과 트럼프 2.0시대 트럼프가 돌아온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전 지구적인 파급력이 있지만, 특히 중동 지역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국가들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반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축하 인사 이상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걸프 국가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미국 지원을 받았다. 군사장비 판매와 이란에 대한 강경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7년 트럼프는 사우디와 1100억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걸프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를 적극 반영했다. 이번 승리로 트럼프와 사우디 간의 ‘메가 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과 사우디 양국은 안보협정, 민간 핵 협력, 방위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협약을 추진해왔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사우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보장을 받게 된다. 물론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전제조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가자 전쟁 이전처럼 ‘냉전 이후 가장 큰 역사적 협정’을 이스라엘과 순조롭게 맺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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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하마스 전쟁 1년이 남긴 것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 비극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지난 7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년을 맞았다. 그동안 휴전협상의 노력과 전 세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분쟁은 서안지역을 넘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망자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사흘 동안에만 의료진 50명이 사망했으며, 최근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3주 동안 레바논에서의 사상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앞으로 이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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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난민의 꿈, 올림픽 새 역사 쓰다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둔 팀은 메달 순위표 어디에도 없는 이들이다. 바로 37명의 선수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 대표팀이다. 그들은 단순한 참가를 넘어 역사를 새로 썼다. 복싱의 신디 응감바가 올림픽 사상 난민팀 최초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메룬 출신인 그녀는 영국에서 난민 신분으로 살아가며 훈련을 이어왔다. 그녀의 동메달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전 세계 1억2000만 난민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이 메달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난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응감바의 눈빛은 결연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동화처럼 끝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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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변화 위해 달리는 이란 국민들 지난 7월6일에 있었던 이란의 대선 결과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많은 이들에게 변화의 희망의 가능성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초기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낮았다. 1차 투표에서 4명의 보수 성향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2차 투표에는 그간 선거를 보이콧해왔던 국민들의 참여를 10% 가까이 올렸다. 페제시키안은 대통령직 당선 이후 첫 연설에서 혁명 이후 정부가 약속을 내걸었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점이 가장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의 당선은 이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 국제 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그리고 내부 개혁에 대한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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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란 권력 구도 어떻게 될까 오는 6월28일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란의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차기 14대 대통령 선거는 원래 2025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갑작스러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1년 앞당겨 대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이란은 중동에 몇 없는, 국민들의 손으로 뽑는 직접선거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그중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최고위직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이번 대선에도 여성을 비롯한 80명이 후보로 출마했으며, 헌법수호위원회가 승인한 6명의 최종 후보 명단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과 온건개혁파로 구분되는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 에스하그 자항기리 전 부통령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란은 원칙적으로 직선제를 따르고 있지만, 헌법수호위원회라는 이슬람 혁명 수호를 위한 핵심 통치기관을 통해 기존 정치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급진개혁파 후보들을 애초에 배제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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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자엔 남아 있는 대학교가 없다 매해 5월 미국 전역에서 졸업식이 열린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8개월째 접어든 지금 미국 대학가 내 반전 시위가 확산되면서 일부 대학에선 졸업식이 전격 취소되기도 하고, 졸업식 중 기습 시위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11일 AP통신에 의하면, 4월 이후 미국 57개 대학에서 거의 2900명이 체포되었다. 4월부터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가자지구 휴전과 종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이스라엘 기업과 이스라엘 군대를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대학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