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죽음’ 정녕 외면할 건가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새 두 달을 향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당국은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약 1만3300명이고 그중 아동 사망자는 5600명이라고 밝혔다. 1800여명의 어린이가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실종되었고, 대다수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아동 사망자 수는 기존의 다른 전쟁과 비교해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1월6일 연설에서 “가자는 어린이들의 묘지가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웃 아랍 국가들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학살 수준’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죽음을 세계 전체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어린이 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가량이 18세 미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살아남은 가자지구 어린아이들의 안위 역시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특히 이스라엘 측이 병원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면서, 병원에 입원한 미숙아 및 영유아를 비롯한 환자들이 전기와 의료 물품, 심지어 물까지 끊긴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가자지구의 임산부와 신생아들은 필수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이 인명 구조 장비를 작동하기 위해 발전기를 돌리는 데 필요한 연료의 반입을 금지함에 따라 산모들과 신생아실의 아기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인큐베이터를 작동하지 못해 체온을 높이기 위해 신생아들을 모아 눕혀놓은 장면은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물론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무고한 여러 이스라엘 생명들도 목숨을 잃었다. 유니세프는 이스라엘 어린이도 3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수십명이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하마스에 대한 비판은 전쟁 초기 이스라엘 아이들에 대한 잔인한 공격으로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결권 거부를 지지하고 정당화해왔으며, 팔레스타인의 생명은 희생되어왔다. 이번 전쟁 전에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은 거대한 감옥과 같은 가자지구에 갇혀, 저마다 국가의 이익을 내세운 공모와 국제법, 실패한 보호와 책임 구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었다. 1948년 알 나크바, 즉 대재앙은 2023년 지금 더욱 잔인하고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그리고 힘들게 살아남은 아이들을 비롯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국제적인 행사나 포럼에서 이번 전쟁에 대한 규탄을 말로만 늘어놓기에는 민간인들의 희생이 너무나 심각하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민간인 공격에 대해 국제사회의 보다 강력한 조치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죽음을 막아야 할 때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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