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알자지라 방송을 금지하는가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4월1일 이스라엘 의회는 일명 ‘알자지라법’을 제정하여 가결했다. 이는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 보고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는 법으로, 외국 방송사의 방송을 중단시키고 웹사이트 접속 차단과 지국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알자지라 방송을 하마스의 대변인 방송이자, 테러범의 채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알자지라 방송은 이와 같은 결정을 비난하며 성명을 통해 “대담하고 전문적인 보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알자지라에 대한 표적 법안이 이스라엘에서 가결되었는가?

카타르에 본사를 둔 알자지라 방송은 “하나의 의견, 또 다른 의견”이란 모토 아래, 상대적으로 언론의 통제가 엄격히 이뤄지는 중동에서 성역 없는 보도로 지각변동을 일으켜왔다. 서구와 이스라엘뿐 아니라 주변 아랍 정부에 대한 논쟁적인 견해를 가감 없이 전달해, 카타르 단교 사태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국가들이 외교 관계 복원 조건 중 하나가 알자지라 폐쇄일 정도로 논쟁적인 언론매체로 기능해왔다. 서로 상반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예민한 문제로 논쟁하는 <반대방향(The Opposite Direction)>이란 생방송 토크쇼는 알자지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올해 1월 카타르 현지조사 기간 중 알자지라 방송국과 알자지라연구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견학했던 알자지라 방송국 내부에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알자지라 아랍어 방송국 입구에는 2022년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 군사작전을 취재하던 도중 이스라엘 병사의 총격에 사망한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사진이 #JusticeForShireen이라는 표어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시린 아부 아클레는 아랍계 기독교인이자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알자지라 방송사의 기자로 20년 넘게 팔레스타인 분쟁의 참상을 알려온 이였다. 알자지라 아랍어 방송은 2022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래,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전쟁 특집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방송국 내에서 마주치고 대화를 나눈 다양한 배경과 국적의 직원들에게 슬픔과 비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팔레스타인 출신 알자지라 관계자는 고국의 친척들에 대한 안부를 묻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격한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알자지라의 역할과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알자지라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다루지 않는, 아니 다루지 못하는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왜 팔레스타인에 편향적인 목소리라고 비판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언론 통제 조치에 대해 인권단체들과 언론인보호위원회 역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내에서도 연일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시간 4월6일에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민주주의 광장에서 10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과 조기 총선을 거세게 요구했다. 알자지라 방송국 한쪽에는 “가자 전쟁. 사실 파악하기. 당신의 권리. 우리의 의무”라는 다짐과 같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전쟁의 현실과 진실,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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