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이·팔 분쟁에 개입할까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주를 넘기고 있다.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있다고 중동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번 공격의 직접적인 개입을 부정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 재앙의 책임은 시온주의 정권의 행동에 있다”며 하마스의 공격에 처음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연일 “미국과 그 대리인인 이스라엘에 경고한다”며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 지역은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은 미국을 대신해 이스라엘이 수행한 대리전이라며 이란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란과 더불어 이란의 지원을 받고 국경을 마주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개입 역시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은 과연 전쟁에 개입할 것인가?

이란과 이스라엘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부터 갈등을 빚어왔지만, 사실상 전면전을 벌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이슬람 혁명 이전에는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왔다. 이란 팔레비 왕정 시절, 두 국가 모두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이란은 이스라엘 무기를 수입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산 석유를 구입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두 국가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란에 이스라엘은 대적(大敵)인 미국의 조력자이자 무슬림의 땅을 찬탈한 국가로 간주되면서 정치이념에서 가장 적대시되는 국가로 변모하게 된다. 다른 아랍·수니파 국가들이 이번 분쟁을 외면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이란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전쟁이 계속되면 과연 이란은 직접 개입할 것인가? 이란 언론들의 초기 보도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맹비난은 있었지만, 하마스 공격의 이란 배후설을 부정하면서 참전 가능성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수가 늘어나면서 이란 정부 관리들의 경고와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개입할 경우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직접 개입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의 입장에서 직접 개입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란 핵협정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고, 국제 제재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의 전쟁에 뛰어들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레바논, 아니야! 팔레스타인, 아니야! 이란을 먼저 생각해!”라는 냉소적인 구호가 이란 시위에서 울려 퍼진 지 몇년째이다.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가는 이란 이슬람 정권의 안정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의 무장단체 등 연대 조직들을 지원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란 역시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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