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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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헤파이스토스에서 안스로봇까지 신들의 대장장이라는 별명답게 헤파이스토스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날개 달린 신발을 만들어 전령 헤르메스를 도왔고, 신의 방패인 아이기나를 만들어 아테나를 지켰으며, 헬리오스에게 황금 마차를 만들어주어 인간들이 해가 뜨는 낮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그는 스스로 움직여 음식을 서빙하는 세발솥과 함께, 청동으로 만든 전투로봇 탈로스와 가사를 하는 황금 처녀도 만들어냈다. 말하자면 일상용품에서 스마트한 가전제품을 거쳐 로봇과 휴머노이드까지 모두 만들어낸 셈이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왜 우리는 받은 만큼 주는 걸 아까워할까 요즘에는 짠 음식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생물의 생존에는 소금이 꼭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소금 혹은 염분을 전혀 보충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은 지구상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금, 그러니까 나트륨(Na) 하나와 염소(Cl) 하나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 단순해 보이는 화합물은 생물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특히 소금의 구성 성분 중 하나인 나트륨은 사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인체의 각 조직들이 주고받는 신호의 근간이 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악당은 누구인가, 배추흰나비와 기생말벌 여기저기 떠돌다 우연히 빈집을 찾은 유랑 가족이 있다. 비록 빈집이었으나 주인의 손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먹을 것도 남겨져 있기에, 부모는 아이들을 잠시 이곳에 남겨두기로 하고 집을 떠난다. 물론 주인의 허락을 받았어야 마땅하나, 아이들은 너무 어려 데리고 갈 수 없었고 어차피 얼마 가지 않아 떠날 것이기에 그냥 눙치고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찾아오고, 허락없이 세간살이를 이용하고 곡식 창고를 거덜내고 있던 이들에게 분노한 그는 왈패를 불러들인다. 주인의 묵인하에, 왈패들은 강력한 힘을 앞세워 살던 이들을 잔혹하게 괴롭히고 착취하기 시작한다. 잘못을 빌고 떠나고 싶어도 왈패들은 이들을 놓아주지 않았고, 결국 지나친 폭력과 학대에 못 견딘 이들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비정한 주인은 집을 되찾은 것에만 기뻐하며 이들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뢰를 해결한 왈패들은 두둑한 주머니를 두드리며 다시 다른 희생자를 찾아 떠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공부는 평생 하는 것 어린 시절 헤어졌던 형제가 오랜 세월이 흘러 전쟁터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색의 군복을 입은 이들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눈앞의 적이 실은 꿈속에서조차 그리워하던 피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요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노린다. 이런 유의 플롯은 비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픽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인데, 흥미롭게도 이런 비극적 역설은 우리 몸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한 손엔 방패, 한 손엔 무기를 든 인류 챗GTP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의 세계는 마치 실시간 기네스 기록 경신대회가 열린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AI가 섭렵 가능한 분야에 대한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소식은 AI가 설계한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었다. 약 2주 전인 지난 9월17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를 통해 실제 기능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했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발표한 바 있다. 박테리오파지란 바이러스 중에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종류를 일컫는 말로, 세균들에게는 무서운 천적 중 하나이다. 연구진은 AI가 디자인한 결과를 토대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오파지가 진짜 바이러스처럼 세균을 감염시키고 파괴함을 증명해 이를 발표한 것이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그리스의 작은 섬 아이기나는 제우스 신과 강의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아코스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아이기나에 비극이 닥친 것은, 남편의 바람기에 넌덜머리가 난 헤라 여신에게 아이아코스의 친부가 알려진 탓이었다. 분노한 헤라는 역병을 내려 이 작은 섬을 초토화했고, 하루아침에 백성 없는 나라의 허울뿐인 왕이 되어버린 아이아코스는 아버지 제우스 신에게 엎드려 도움을 청했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때로는 상추처럼 지난봄.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 축하 선물 겸 갖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뜻밖에도, 가정용 스마트팜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제 손으로 직접 키운 채소를 먹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답변은 아니었지만, 매우 건전하고 바람직한 데다 생산적이기까지 한 바람인지라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새로운 가전제품이 하나 늘었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꿀벌의 분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꿀벌 집단에서 개체 수를 전담하는 것은 여왕벌이다. 여왕벌의 산란 속도는 경이적이어서, 평균 1분당 1개꼴로 하루에만 약 1500개에 달하는 알을 낳는다. 아무리 일벌의 수명이 6주에서 최대 6개월 남짓으로 길지 않다고 해도, 이 정도 속도라면 곧 하나의 벌집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마련이다. 이렇듯 밀집도가 올라가면, 이들 중 일부는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며 자연스럽게 분가를 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차이는 손이 아닌 발에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신체적 특성 중 하나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손의 존재이다. 우리는 손으로 수없이 많은 것을 만들고 가꾸고 다듬어왔다. 발로는 그런 걸 할 수 없다. 엄청나게 서툰 결과물을 접할 때 “발로 만들었냐”며 비꼬는 건 그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의 손은 해부학적 구성이 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는 물론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구성하는 뼈의 수도 14개로 동일하다.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각각 5개의 뼈가 있으며, 이들은 다시 여러 개의 뼈들이 어우러져 커다란 관절을 구성하는 손목뼈와 발목뼈들과 맞물린다. 손목뼈가 8개인 데 비해 발목뼈는 7개로 하나가 적을 뿐 손과 발의 전체적인 뼈의 수와 구성, 그 배열 패턴은 매우 유사하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공감의 뇌과학 “살민 살아진다.” 근래 인기를 끈 드라마에서 많은 사람을 울린 대사다. 사고로 순식간에 자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아직은 어린 부모에게, 나이 든 이들이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무거운 슬픔에 짓눌린 부부에게 이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다. 어떻게 이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렇게 영혼이 빠진 듯 숨만 쉬던 중 부부의 눈에 문득 무언가가 들어온다. 따듯한 밥상, 먼지 없는 마루, 채워진 쌀독, 남겨진 다른 자식들의 말갛게 씻긴 얼굴 같은. 그건 그들이 그 기간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돌봐준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그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다르게 공감해준 것뿐이었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갓 미물이라 여기는 생쥐와 인간의 유전적 일치율은 80%에 달하고, 진화상 가장 최근에 갈라진 침팬지와의 유전적 차이는 1% 남짓이다. 그러나 나무 위의 침팬지들이 수백만년 동안 별 변화 없이 살아온 데 비해, 땅에 내려선 인류는 지형을 뒤바꿀 정도의 문명을 이루며 무려 80억이 넘는 수로 불어났다. 무엇이 침팬지와 인간을 이토록 다르게 만들었는가.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물고기도 안다 ‘머리가 나쁘다’라고 누군가를 낮잡아 볼 때, 흔히 소환되는 동물 중 하나가 금붕어다. 금붕어의 기억력이 겨우 3초에 불과하다는 낭설은 너무나도 널리 퍼져 있다. 과학적인 시각으로 봐도 물고기의 지능은 물리적으로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대개의 물고기들은 뇌가 아주 작고 신경세포의 숫자도 1000만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다. 이는 어림잡아도 인간 뇌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며, 이렇게 작은 뇌는 신체활동을 유지하고 움직임을 제어하며 본능적 반응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정도다. 하지만 과연 정말 물고기는 속설대로 멍청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