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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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모기와의 현명한 싸움 여름이다. 날이 더워지자 잠시 잊고 있던 지긋지긋한 불청객이 다시 눈에 띈다. 바로 모기다. 아마도 모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와 가려움증도 짜증나지만, 이들이 인간에게 옮기는 질병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모기가 매개체가 되어 전파하는 질병들은 뇌염, 나일열,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말라리아다. 말라리아는 아노펠레스(Anopheles)속에 속하는 얼룩날개모기의 몸속에 기생하는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이 일으키는 질병이다. 말라리아는 고대 이집트부터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랜 질환이지만, 병인(病因)도 효과적인 대응법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오죽하면 이름마저 그저 나쁜(mal) 공기(aria)였을까.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왜 그 말들은 다시 돌아갔을까 야생마들의 행동을 관찰하던 생물학자들이 우연히 한 무리의 말들에게 벌어진 비극을 목도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Feral horses’ behavior toward dying and dead conspecifics>). 그들의 관찰 대상은 몇 마리의 수컷과 암컷, 그리고 두 마리의 망아지로 이루어진 소규모 무리였다. 피식자와 포식자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야생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른 말들은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새끼들을 단속했지만, 어린것의 호기심은 늘 저 먼 곳을 향해 있기 마련이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할 수 있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감염성 질환의 원인은 세균, 미생물, 곰팡이, 원충, 기생충 등 매우 다양하지만, 이들 모두는 외부에서 체내로 유입되어 질병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감염원과 접촉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방역), 미리 면역력을 갖춰 감염원이 체내에 들어와도 발병하지 못하게 하거나(백신 접종), 이미 침투한 감염원을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치료제(항생제 등)를 갖추는 방법으로 이러한 질병에 대항해왔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땅속에서 우주로 향하다 돌아오는 주말, 서울의 모처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열린다. 바로 ‘유리스 나잇(Yuri’s Night)’이다. 1961년 4월12일, 구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보스토크 1호에 탑승한 유리 가가린은 108분 동안 우주 유영에 성공하고 무사히 귀환하면서,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날을 기념해 열리는 유리스 나잇은 우주에 대한 꿈을 간직한 이들의 흥겨운 파티다. 이번에는 하루 앞당긴 4월11일 토요일에 열리는데, 특히나 올해는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시도되는 유인 달 근접 비행선인 아르테미스 2호가 귀환하는 날과 겹쳐 그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알로페어런팅, 모순이 아닌 가장 현명한 전략 푸른색 깃털이 멋스러운 플로리다덤불어치(Florida scrub jay)는 새끼를 키울 때 두셋 이상의 베이비시터를 둔다. 어치 베이비시터들은 직업의식(?)이 매우 투철한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것은 기본이고, 여럿이 한꺼번에 시끄럽게 울어대며 천적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베이비시터들의 도움은 어린 어치들의 생존에 결정적이다.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는 어치는 그러지 못한 어치에 비해 한 번의 번식 기간 동안 키워낼 수 있는 새끼의 평균 수가 3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헤파이스토스에서 안스로봇까지 신들의 대장장이라는 별명답게 헤파이스토스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날개 달린 신발을 만들어 전령 헤르메스를 도왔고, 신의 방패인 아이기나를 만들어 아테나를 지켰으며, 헬리오스에게 황금 마차를 만들어주어 인간들이 해가 뜨는 낮을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그는 스스로 움직여 음식을 서빙하는 세발솥과 함께, 청동으로 만든 전투로봇 탈로스와 가사를 하는 황금 처녀도 만들어냈다. 말하자면 일상용품에서 스마트한 가전제품을 거쳐 로봇과 휴머노이드까지 모두 만들어낸 셈이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왜 우리는 받은 만큼 주는 걸 아까워할까 요즘에는 짠 음식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생물의 생존에는 소금이 꼭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소금 혹은 염분을 전혀 보충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은 지구상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금, 그러니까 나트륨(Na) 하나와 염소(Cl) 하나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 단순해 보이는 화합물은 생물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특히 소금의 구성 성분 중 하나인 나트륨은 사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인체의 각 조직들이 주고받는 신호의 근간이 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악당은 누구인가, 배추흰나비와 기생말벌 여기저기 떠돌다 우연히 빈집을 찾은 유랑 가족이 있다. 비록 빈집이었으나 주인의 손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먹을 것도 남겨져 있기에, 부모는 아이들을 잠시 이곳에 남겨두기로 하고 집을 떠난다. 물론 주인의 허락을 받았어야 마땅하나, 아이들은 너무 어려 데리고 갈 수 없었고 어차피 얼마 가지 않아 떠날 것이기에 그냥 눙치고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찾아오고, 허락없이 세간살이를 이용하고 곡식 창고를 거덜내고 있던 이들에게 분노한 그는 왈패를 불러들인다. 주인의 묵인하에, 왈패들은 강력한 힘을 앞세워 살던 이들을 잔혹하게 괴롭히고 착취하기 시작한다. 잘못을 빌고 떠나고 싶어도 왈패들은 이들을 놓아주지 않았고, 결국 지나친 폭력과 학대에 못 견딘 이들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비정한 주인은 집을 되찾은 것에만 기뻐하며 이들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뢰를 해결한 왈패들은 두둑한 주머니를 두드리며 다시 다른 희생자를 찾아 떠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공부는 평생 하는 것 어린 시절 헤어졌던 형제가 오랜 세월이 흘러 전쟁터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색의 군복을 입은 이들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눈앞의 적이 실은 꿈속에서조차 그리워하던 피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요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노린다. 이런 유의 플롯은 비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픽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인데, 흥미롭게도 이런 비극적 역설은 우리 몸속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한 손엔 방패, 한 손엔 무기를 든 인류 챗GTP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의 세계는 마치 실시간 기네스 기록 경신대회가 열린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AI가 섭렵 가능한 분야에 대한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소식은 AI가 설계한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었다. 약 2주 전인 지난 9월17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를 통해 실제 기능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했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발표한 바 있다. 박테리오파지란 바이러스 중에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종류를 일컫는 말로, 세균들에게는 무서운 천적 중 하나이다. 연구진은 AI가 디자인한 결과를 토대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박테리오파지가 진짜 바이러스처럼 세균을 감염시키고 파괴함을 증명해 이를 발표한 것이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그리스의 작은 섬 아이기나는 제우스 신과 강의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아코스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아이기나에 비극이 닥친 것은, 남편의 바람기에 넌덜머리가 난 헤라 여신에게 아이아코스의 친부가 알려진 탓이었다. 분노한 헤라는 역병을 내려 이 작은 섬을 초토화했고, 하루아침에 백성 없는 나라의 허울뿐인 왕이 되어버린 아이아코스는 아버지 제우스 신에게 엎드려 도움을 청했다.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때로는 상추처럼 지난봄.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 축하 선물 겸 갖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뜻밖에도, 가정용 스마트팜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제 손으로 직접 키운 채소를 먹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답변은 아니었지만, 매우 건전하고 바람직한 데다 생산적이기까지 한 바람인지라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새로운 가전제품이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