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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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토끼 대신 범 내려왔다…쑥대밭 용궁 어떡하지? 은색 파도가 부서지는 동쪽 바다 아래엔 큰 병에 걸린 용왕이 누워 있다. 잉어 의원은 육지에 사는 토끼, 즉 토선생의 간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바다 밖에서도 숨 쉴 수 있는 건 오직 자라 영감뿐이다. 귀가 아주 어두운 자라 영감이 생김새조차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동물을 꾀어 그의 간까지 빼 올 수 있을까? 물고기 신하들의 ‘잘 듣고 실수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뒤로하고 뭍으로 올라온 자라 영감. -
그림책 그렇게 우리 광장에 함께 앉아 이겨냈다 책상에서 밤새워 공부하는 수험생,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수도승, 매일 같은 자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 이들 모두 ‘엉덩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다. 엉덩이 싸움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며 가장 조용한 저항이기도 하다. 작가 둘채는 엉덩이 싸움을 시작한 한 소녀의 투쟁을 오직 검은 펜 선으로 따라간다. ‘앉아있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녀는 대통령의 ‘앉기 금지’ 선포를 맞닥뜨린다. 그러곤 앉을 권리를 되찾으려 광장에 앉는다. 이미 많은 동지가 “서있기를 거부한다” “앉는 게 뭐 어때서”가 적힌 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작가는 폭력 대신 평화를 선택한 삽화 속 시민들을 둥글고 부드러운 그림체로 그려냈다. -
그림책 숨기고 싶은 손톱…어쩌죠? 또 물어뜯고 싶은데 무의미하게 슥슥 넘기는 스마트폰 속 쇼츠 영상, 배고프지 않아도 먹게 되는 야식…. 나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해치는 행동인 걸 알지만, 이성보다 몸이 항상 먼저 나선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고쳐지지 않는 버릇은 어른에게도 숙제다. 하물며 어린이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잘 먹는 호호는 손톱까지 물어뜯어 먹는 습관이 있다. 호호가 뜯어낸 손톱들은 잇자국이 더해져 마치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뾰족한 박쥐 같다. 호호도 알고 있다. 갈기갈기 찢긴 손톱이 부끄럽다는 사실을. 학교 수업 중엔 손을 들지 못하고, 좋아하는 친구 앞에서도 팔을 자신 있게 내밀지 못한다. -
그림책 짝 잃은 양말은 쓸모를 잃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사라진 양말한 짝 루시아나 데 루카 지음·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 문주선 옮김 | 여유당 | 40쪽 | 1만7000원 빨래를 하고 나면 양말 하나 홀로 남을 때가 있다. 집 구석구석을 찾아도 사라진 한 짝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양말 알록이와 달록이가 있다. 이 둘의 생이별도 어느 날 세탁기 속에서 갑작스레 찾아왔다. -
그림책 인간아, 우리를 어디까지 밀어낼래 숲의 끝에서지성희 지음 | 고정순 그림킨더랜드 | 40쪽 | 1만6800원 끝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 호기심 많은 고라니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발아래 부서지는 낙엽 소리로 길을 느끼고 나뭇잎 사이로 내려앉는 빛을 보며 하늘을 상상하는 이 작은 생명체는 거대한 녹음의 경계가 궁금하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고요히 바라보는 고라니와 눈이 마주쳤다면 시선을 따라 조심스레 책장을 넘겨보자. -
그림책 빈자리는 그리움으로 채우고, 이제 저와 함께 걸어요 바삐 움직이는 짧은 다리에 보폭을 맞추고, 익숙한 길을 나란히 걷는다.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 하루하루 다를 것 없이 흘러가지만 우리만의 계절이 쌓여간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산책’이란 이런 시간이다. 강아지가 다친 다리로 흙길을 걷고 있다. 마음껏 먹고 뛰노는 꿈을 꾸는 이 강아지는 어느 노부부를 만난다. 그리고 ‘건이’라는 이름도 생긴다. 나무에 새잎이 나면서 건이의 상처에도 새살이 돋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산책도 나가기 시작한다. 마음껏 달릴 때 들리는 콩콩 심장 박동 소리, 뒤돌아보면 늘 따라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에 건이는 행복하다. -
그림책 미래는 미스터리, 그러니 지금을 지켜야 할 뿐 소년과 녹나무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요시다 루미 그림유소명 옮김 | 소미미디어 | 40쪽 | 1만8500원 일본 대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림책을 냈다. 작년에 출간된 <녹나무의 여신>을 읽은 독자라면 더욱 반가울 작품이다. 소설 속 소년과 소녀는 그림책을 만드는데, 그 이야기를 완성해 엮은 작품이 <소년과 녹나무>다. 추리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그림책, 궁금해서 펼칠 수밖에 없다. -
그림책 “친구야~ 지게에 앉아, 함께 산에 가자”…큰 힘이 되어준 우정 동행 나 너희 옆집 살아성동혁 지음 | 다안 그림봄볕 | 40쪽 | 2만2000원 검고 시든 덩굴들이 어두운 방을 뒤덮고 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지평선엔 산들이 우뚝 서 있다. 바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은 슬픔에 잠겼다. 남들보다 제약 많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몸 어딘가가 불편한 채로 살아가야 하는 희귀 난치 환자들이다. 이들은 한 번도 못해보거나,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을 다친다.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저 산에 오르고 싶지만 나서기 쉽지 않기에 포기했을 터다. -
그림책 ‘싹쓸이 그물’의 습격…무지개 물고기의 바다가 위험하다! 그물에 걸린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 그림·글 | 김영진 옮김시공주니어 | 32쪽 | 1만6000원 햇빛이 찬란한 바닷속에서 무지갯빛 비늘이 달린 ‘무지개 물고기’와 아름다운 비늘을 나눠 가진 친구들이 살아간다. 이 바다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아주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잠깐, 책의 앞표지 안쪽 그림엔 분명 고기잡이배가 수면 위에 떠 있었다. 불길함이 엄습한다. 지나가는 바다 친구들도 물고기 떼가 갑자기 사라지고 있다는 무서운 말을 한다. 어느 날 겁에 질린 물고기들이 들이닥치고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은 속절없이 휩쓸린다. ‘그물’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갇히고 만다. 바다 밑바닥까지 우악스럽게 쓸린 탓에 거북이와 고래마저 잡혔다. -
그림책 잠깐 멈추고 쉬세요, 울어도 돼요…나를 핑계로 다정하게 촉촉하게서선정 글·그림길벗어린이 | 56쪽 | 1만7000원 새 신을 신고 뽐내려고 했는데, 운동장에서 공을 차려고 했는데, 오늘만큼은 퇴근하자마자 달리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빗방울은 괜스레 야속하다. 공기는 무거워지고 피부는 끈적인다. 날도 어둡고 기분도 우울해진다. 하지만 우리를 향해 떨어지는 비의 기분은 정반대다. “내려가자!”라며 신나게 소리치는 빗방울의 다정한 모험을 따라가보자. -
그림책 삶의 사연이 방울방울…청수마트로 오세요 우리 동네 청수마트이작은 글·그림이야기꽃 | 48쪽 | 1만7000원 집 현관문엔 종종 동네마트가 보낸 초대장이 붙는다. 이번주 행사 상품을 소개하는 알록달록한 전단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단을 펼치듯, 책을 열어보자. 앞표지 안쪽에 그려진 청수마트의 초대장이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나물을 20%나 할인한다는 청수마트는 어떤 곳일까? 아침 8시 반, 점장이 출근하며 마트의 불을 밝힌다. 카트도 일렬종대로 좌르륵 세워둔다. 곧이어 배달을 도맡는 과장, 20년간 채소를 다듬고 포장한 채소이모 등 청수마트를 꾸려가는 주인공들이 하나둘 출근한다. -
그림책 100번 실패하면 어때, 101번째가 남았잖아! 생쥐 모이의 101번째 도전김세진 글·그림책읽는곰 | 44쪽 | 1만5000원 실패는 아프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쥐 모이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실패가 어떻게 앞날의 발판이 되는지. 깊은 구덩이 속 마을에 사는 모이네는 대를 이어온 발명가 가족이다. 모이도 멋진 발명가가 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느 날처럼 실험이 잘 안 풀린 밤, 모이는 다락방에서 별들을 바라본다. 바로 그때, 운명처럼 떨어지는 꽃 한 송이를 만난다. 모이의 마음에 바깥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들이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