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
논설위원
사회부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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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몰도바 공화국 지난 1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나라가 있을까만, 몰도바 공화국만큼 직접 영향권하에 있는 곳도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로 둘러싸인 내륙국 몰도바는 경상남·북도만 한 면적에 약 260만명이 산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독립국이 됐다. 언어와 민족 구성, 역사적 뿌리가 루마니아에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더 큰 나라인 우크라이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친서방화로 점점 기울어온 몰도바의 내정은 ‘완충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라는 대국에 좌우되는 정도가 커질수록 불안정해진다. 지난 1년은 딱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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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화이트 헬멧 2011년 3월 대학생들의 정권 퇴진 낙서로 시리아에 상륙한 ‘아랍의 봄’은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긴 내전으로 번졌다. 주변국 개입으로 반독재 투쟁에 종파·종족 분쟁 성격이 보태졌다. 급기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시리아에 모여들며 단순한 피아 구도로 이해할 수 없는 전쟁으로 변했다. 10년 이상 이어온 전쟁은 최악 국면을 지나 시리아 정부군·러시아·이란 연합 대 터키와 서방 지원 반군 구도로 평화협상을 진행 중이다. 각자의 손익계산으로 전쟁을 키우는 데 기여했던 열강들은 지역 차원 무력분쟁들에서 되풀이된 교훈을 재확인했다. ‘나쁜 정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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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 임보라 목사 우리가 기독교와 성소수자 문제에서 오해하는 게 있다. 기독교인 다수가 성소수자 혐오에 동참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조사는 혐오가 과잉대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원이 개신교인 1000명에게 물어 지난해 2월 내놓은 ‘제20대 대선정국과 한국교회’ 보고서를 보면 개신교인 42.4%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 반면 31.5%가 반대했다. 1년 반 전 조사에서 찬성 42.1%, 반대 38.2%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가 줄고 판단 유보가 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혐오가 정치판을 지배해왔다. 차별금지법은 장애, 나이, 인종, 성별 등뿐만 아니라 성적지향,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법인데, 15년 넘게 입법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기독교인 표를 의식해 일부 목사들과 강고한 동맹을 맺고 입법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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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정은에게 주한미군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북한의 공식 입장과 달리 이따금 북한 지도부가 ‘주한미군 용인 가능’ 언급을 했다는 전언이 나오곤 한다. 이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1990년대 초 김일성 때이다. 김용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1992년 아널드 캔터 미국 국무차관과 만나 ‘조·미 수교를 해주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 통일 후에도 미군은 남한 또는 조선반도에 주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탈냉전 후 고립 위기에 처한 김일성이 핵 개발을 지렛대로 대미관계 정상화를 하겠다고 전략적 결정을 한 뒤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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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막걸리는 끝내는 술이 아닌 이어주는 술…주막 세계화가 인생 2막” 늘 궁금했다.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녹색당 시의원을 지낸 그는 어떤 이유로 막걸리 장사를 하게 됐을까. 지난 3일 경기 과천 별양동 상가 지하에 있는 별주막을 찾았을 때 서형원 대표(54)는 직원들과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하면 치킨집을 차리지 않나. 저는 그게 막걸리집이었을 뿐”이라며 웃었다. 시원시원한 답변, 미소 띤 온화한 얼굴에서 벌써 이 집 막걸리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막걸리는 끝내는 술이 아니라 이어주는 술”이라는 그의 철학처럼 막걸리 덕에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치열했던 환경운동가, 풀뿌리 정치인으로서 삶이 1막이었다면 2막은 그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술 만들어 사람들 대접하고 내친걸음에 주막 세계화를 향해 가는 길이다. 풍미 깊은 우리 술 애호층이 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그는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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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랜드 올드 파티’ 미국 공화당에는 민주당에 없는 것이 있다. ‘위대하고 오래된 당(Grand Old Party)’, 즉 ‘GOP’라는 별명이다. “나라를 구해낸 위대하고 오래된 우리 당은 여전히 그 탄생 원칙에 충실하다”는 미네소타주 공화당원들의 1874년 선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854년 창당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함께 노예제에 반대하며 미합중국의 분열을 막아냈다는 자부심이 담겼다. 갓 스무살 된 정당을 ‘올드’하다고 한 것은 민주당보다 어리다는 열등감에서 비롯했을 수 있다. 어쨌든 이제 그 별명이 어울릴 만큼 연륜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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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첫차 시간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시의 하루를 여는 사람들. 첫차 손님들은 대개 변두리에 살면서 도심으로 출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이른 출근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다. 노 의원은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 때 서울 구로에서 강남까지 가는 6411번 버스 첫차에 탄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진보 정치가 들어야 할 목소리, 지향해야 할 바를 분명히 한 명연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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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성장의 한계’ 50년, 그 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개인이든, 사회든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성장 추구는 강력한 관성과 같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영원히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여전히 소수이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반세기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예지력을 발휘했지만, 사람들의 실제 행동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책을 꼽자면 <성장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제동을 걸고자 했지만,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 한 세기 먼저 나온 <자본론>과 닮았다. 다만 반체제 지식인이 아니라 주류 학자들이 쓴 책이라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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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난쏘공이 남긴 것 2022년 12월 어느 날 경의선숲길. 고층 건물들 사이에 조성된 산책로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어르신들, ‘힙하다’는 입소문이 난 맛집들을 찾은 젊은이들로 붐빈다. 1906년 서울 용산과 평북 의주를 잇는 철로가 한 세기 만에 지하화되며 보행자에게 완전 개방된 이 길은, 사실 많은 이들의 눈물로 적셔져 있다. 숲길 시작 지점인 신계동의 철거민 강정희씨부터 끝 지점인 홍대입구역 주변 칼국숫집 두리반의 안종녀씨까지. 이 모두 ‘용산 참사’가 일어난 2009년 이후 도심 경관 재정비 과정에 밀려난 철거민들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30층 높이의 마천루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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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완전자율주행 화창한 2016년 5월 어느 날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40세 남성이 테슬라 차량을 자율주행 모드에 놓고 주행 중이었다. 전방 교차로에서 흰색 트레일러가 회전하려 할 때 당연히 자동 브레이크가 작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걸리지 않았고, 차량은 트레일러로 돌진했다. 자율주행차 첫 사망 사고로 기록됐다. 조사 결과, 트레일러 표면이 반사한 햇빛을 차량 레이더가 진짜 햇빛으로 간주해 장애물이 없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테슬라는 “자율주행이 운전자의 감독 아래 사용될 경우 이 기능이 운전자 부담을 줄여 안전성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데이터는 명백하다”며 책임을 운전자에게 떠넘겼다. 미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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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젤렌스키의 깜짝 방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이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딱 하루 나라를 비울 기회를 얻어 외국을 방문해야 한다면 그곳은 바로 미국일 것이다. 젤렌스키는 그 카드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격 실행했다. 마치 비밀군사작전 같았다. 젤렌스키는 돈바스의 전장 방문 뒤 열차편으로 폴란드로 이동해 미군 수송기 편으로 21일 대서양을 건넜다. 미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동맹조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그를 동맹국 정상처럼 예우했다. 워싱턴에서 연말에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일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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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쌀값 최대 폭락은 결국 행정 실패…쌀 소비 줄면 의무수입도 줄여야” ‘로타리를 치다.’ ‘도시놈’이 한번에 알아듣지 못한 말이다. 트랙터 뒤에 달린 작업엔진인 ‘로타리’를 돌려 땅을 갈아엎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땅에 공기를 통하게 해주기 위한 것으로, 농사꾼이라면 누구나 하는 작업이다. 옛날엔 삽으로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기계로 한다. 여성 농민 엄청나씨(43)는 “땅을 갈아엎으면 땅속 생물들은 천둥,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일을 겪는다고 한다”며 “미생물들이 서식처를 잃게 되니까 땅이 오히려 죽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보리농사를 짓는 데는 땅에 로타리를 치지 않으려는 다짐도 작용했다. 보리는 겨울 한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곳곳에 로타리를 쳐주는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