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
논설위원
사회부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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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미치광이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더 맡겨둘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나를 안아주며 “아빠… 죽지 마…”라고 했다. 퇴근 후 함께 TV를 보며 쉬고 있던 아빠가 황급하게 신문사로 돌아가야 한다며 집을 나서자 문까지 따라나와 한 말이다. 아이는 계엄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텐데 어디서 무얼 듣고 저렇게 말할까. 평소와 다른 아빠의 행동에서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모양이다. 계엄이 ‘통상적인 법·제도가 동결되고 시민들이 군대의 통제를 받는, 정부와 인민 사이의 전쟁상태로의 회귀’라는 개념 정도는 있었지만, 나 역시 이 나라에 계엄령이 마지막으로 내려졌던 때에 대한 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사이 군대와 시민의 권력관계는 변했고, 누구나 한국은 더 이상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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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네타냐후 체포영장 “푸틴 체포영장에 박수 치면서 네타냐후 영장에 침묵할 수는 없다.” 호세프 보렐 폰텔레스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지난 26일 G7 외교장관회의에서 했던 이 말은 국제법의 이중잣대를 잘 보여준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 범죄 및 반인도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처음 열린 국제회의였다.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내세워온 G7은 분열됐다. 캐나다와 영국은 네타냐후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후견국 미국은 체포에 반대했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입국 즉시 체포는 유보했다. 이스라엘이 ICC 가입국이 아니어서 면제를 받는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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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의 ‘영관급 안보 조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군인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 4명 중 2명을 예비역 장성에서 기용했고, 비서실장도 해병대 4성 장군을 앉혔다. 적어도 초기까지는 짐 매티스 국방장관 등 베테랑 얘기를 경청하는 듯했다. 군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이해할 만한 행동이었다. 트럼프는 베트남전 징집 대상이었지만 학업·장애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 결국 면제를 받았다. 자서전과 인터뷰에서 10대 때 다닌, 엄한 규율의 사립중등학교 시절을 마치 군 생활처럼 부풀려 자랑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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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히든 해리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샤이 트럼프’가 주목받았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던 유권자들이 대거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렇다고 반증하기도 어려웠다. 이 말에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론조사 업계, 이에 의존하는 주류 언론이 자신들의 처참한 예측 실패를 사후 정당화한 측면이 있었다. 5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는 ‘히든 해리스’라는 말이 뜨고 있다. ‘수줍어하는’ 대신 ‘숨은’이란 말이 민주당 후보를 꾸미는 게 차이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정해진 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지키다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에게 추월당한 조사가 나오자 부쩍 더 주목받았다. 이 말에는 민주당이 아직 못 찾아낸 해리스 표를 끌어내려는 선거 전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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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김일성 아닌 박정희가 되려는 김정은 K대대? 또 다른 K신드롬인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다. 러시아군이 전장 배치를 앞둔 북한군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빌어먹을”이란 수식어가 붙은 걸로 보아 그들 사이에도 뜨악함이 느껴진다. 김정은의 러시아 파병은 1948년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후 첫 대규모 해외 파병이다. 북·러 조약에서 부활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반격한 러시아 쿠르스크에 1만명 정도의 북한 병력이 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이로써 이 전쟁은 제3국 정규군이 뛰어든 국제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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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만약 사실이라면…”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를 낸 뒤 국가안보실·외교부·국방부가 분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여당 대표 회동에 이목이 쏠린 와중에 나토 사무총장 통화, 영국 외교장관 면담을 갖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같은 말을 쏟아냈다. 외교부 차관은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가장 강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했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 단계적 지원’ 입장을 냈다. 반면 미국처럼 이번 전쟁에 깊이 개입해온 국가는 ‘북한군 파병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 국방장관에 이어 백악관 관계자는 21일 “만약 사실이라면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 전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이 위성사진까지 공개한 지 나흘이 지났는데 미국은 왜 한사코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판단을 유보하는 것일까. 그간 미국이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정보를 공개하며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해온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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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쓰레기 오비추어리 “오호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금 이십칠 년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1832년 ‘유씨 부인’이 쓴 ‘조침문(弔針文)’의 일부이다. 오랫동안 쓴 바늘이 부러지자 안타까움을 담은 글이다. 바늘 하나를 이렇게 아꼈을진대 그 바늘로 고쳐입은 옷들은 어땠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경향신문이 창간 78주년을 맞아 ‘쓰레기 오비추어리’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우리가 옷을 얼마나 많이 사고 버리는지 주목해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성찰한 보도이다. 누구나 짐작은 했지만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현장 르포와 수치로 드러냈다.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초저가 물품 구매가 쉬워지면서 더 빨라진 의류 생산·소비·폐기 속도는 물자 이동 규모를 키우고 탄소 배출을 늘린다. 일단 많이 산 뒤 단기간에 쓰레기로 내놓는 소비 양태가 많아졌다. 일부 옷들은 가격표가 붙은 채 버려진다.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몰래 소각한다. 엄청난 양이 소각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 기업들이 극비를 유지하는 데다, 환경부는 이를 확인할 제도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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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윤극영 ‘반달’ 100년 백기완 선생(1933~2021)이 2010년 어느 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서울시청 대한문 앞 집회에서 피끓는 목소리로 발언한 뒤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동요 ‘반달’이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한 노래를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하지만 노래의 2절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백 선생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라고 노래를 맺은 뒤의 여운을 잊을 수 없다. ‘반달’은 동요작가 윤극영 선생(1903~1988)이 1926년 내놓은 동요집 <반달>에 수록된 표제곡이다. 윤 선생은 이 동요집에서 ‘반달’을 1924년 10월12일 완성했다고 밝혔다. 곧 ‘반달’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된다. 지난 세기 동안 이 땅에서 이 동요만큼 많이 불린 노래가 있을까. 어린이들이 고무줄놀이, 세세세 놀이를 할 때 단골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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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7광구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제7광구, 검은 진주/ 제7광구, 검은 진주” 가수 정난이의 노래 ‘7광구’는 1980년 사회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음반으로 발매됐다. 가수의 독특한 창법에 더해 ‘산유국의 꿈’에 부풀어 있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석유 매장이 확인되지 않고 시추도 중단되며 7광구는 대중의 뇌리에서 희미해졌다. 7광구가 다시 주목받은 건 2011년 안성기·하지원이 출연한 동명의 액션 스릴러 영화가 나왔을 때다. 영화는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고 7광구는 또다시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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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알리체 로르바케르와 ‘거룩한 바보’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2018년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1990년대 이탈리아 농촌이 배경이다. 청년의 한밤중 세레나데에 여자들 방의 불이 켜지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청혼과 수락 의식을 축하하며 변변찮은 음식이나마 함께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일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농촌의 삶은 고되다. 확대가족 여러 명이 한집에 살며 근근이 버티는 자급자족 생활에 가깝다. 중층의 착취 구조가 드러난다. 봉건영주 격인 후작 부인이 마름을 통해 소작인들을 착취한다. 소작인들은 착한 청년 라짜로를 착취한다. 라짜로는 모두의 고된 노동 와중에 가장 많이 일한다. 쉴 새 없이 부름을 받지만 기꺼이 응한다. 할머니를 돌보고 밤새 닭장을 지킨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선함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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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세기의 토론 성적표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TV토론이 10일 열렸다. 전 세계가 지켜본 토론은 올 대선의 최대 고비였다.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1%포인트 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중에 여전히 5%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 전 추가 토론이 있을지 불확실해 이번 토론에 시선이 집중됐다. 78세 트럼프는 지난 두 번 대선 때 못지않게 정력적이었다. 과도한 단순화와 사실 왜곡을 무릅쓴 쉬운 화법도 한결같았다. 해리스는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한 듯 때론 단호하고 때론 부드러운 발언으로 덜 알려진 자신의 모습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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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문체부의 ‘허위·왜곡’ 웹툰 1978년 제작된 만화영화 <똘이장군>은 볼거리가 많지 않던 당시 어린이들에게 호러와 스릴러적 재미를 함께 안겨준 문화콘텐츠였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어린이들은 북한 군인이 정말 늑대와 여우 모습을 한 줄 알았고, 김일성은 실제로 돼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나중에 이 영화가 중앙정보부의 직간접적 협찬을 받아 제작된 반공선전영화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 잔상은 오래도록 남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해 지난 7월30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웹사이트에 게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말합니다> 웹툰이 허위·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책자로도 제작돼 국회도서관에 배포된 이 콘텐츠는 컴퓨터 앞에 앉은 학생이 군인에게 적발되는 장면에 “북한이 대북풍선 속 USB에 담긴 한국 드라마를 본 중학생 30명을 공개처형했대”라는 해설로 시작한다. “이뿐만이 아냐.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17세 안팎 청소년 30명에게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했어”라는 말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