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민
논설위원
사회부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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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의 민족’이라는 말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가수 피트 시거(1919~2014)가 1954년 영어 가사로 부른 아리랑이 유튜브에 남아 있다. 여러 나라의 민요 수집에 열성적이었던 이 가수는 우리네 할머니처럼 애잔하게 아리랑을 노래한다. 노래에 앞서 가수가 곡의 유래를 설명한다. 약 400년 전 조선 왕의 폭정에 억울하게 처형된 사람들이 죽기 전 한을 담아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며 불리기 시작한 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비공식 국가(國歌)가 되었다는…. 님 웨일스의 소설 <아리랑>(1941)에서 접한 얘기인 듯했다. 아리랑은 아마도 한(恨)이라는 정서를 한국 밖에 알린 원조 문화 콘텐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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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라도 천년사 <전라도 천년사>는 전남·전북도와 광주시가 전라도 이름 등장 1000주년(고려 현종 9년 기준)인 2018년 발주해 연구자 200여명이 참여한 역사서다. 하지만 책 발간 전부터 논란이 됐다. 일부 내용이 전라도 땅을 마치 일본 땅이었던 것처럼 서술한다고 비판받으면서다. 일본 사서인 <일본서기>를 인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는 지난 2월 <전라도 천년사>가 남원을 ‘기문’, 장수를 ‘반파’, 해남·강진을 ‘침미다례’, 구례·순천을 ‘사타’라는 <일본서기> 표기명으로 표현한 부분 등을 들어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나일본부설은 4세기 ‘야마토 왜’가 한반도 남부 지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일본서기>의 주장이다. 그런 비판에 지역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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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야고분군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562년 사이 한반도 남부에 있던 고대 정치체이다. 낙동강 유역의 꽤 넓은 범위에 문화권을 형성했지만, 신라·백제·고구려와 더불어 ‘4국’을 이루지는 못했다. <삼국사기>에 가야사는 신라본기에 간략히 기술돼 있다. <삼국유사>에 금관가야를 비롯해 6가야가 있었다고 돼 있지만, 금관가야 기록인 가락국기 외에는 문헌이 남아 있지 않다. 가야가 잊힌 왕국이 된 것은 삼국과 달리 중앙집권국가를 만들지 않고 연맹체로 존재한 것과 관계 있다. 가야의 이런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된 걸까. 7곳에 흩어진 가야 고분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고 한다.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유네스코 심사·자문기구가 최근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고분들은 경북 고령 지산동, 경남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창녕 교동·송현동, 고성 송학동, 합천 옥전, 전북 남원 유곡리·두락리에 있다. 이곳에선 그 시기 생활상을 보여주는 금동관·목걸이·토기·마구 등이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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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고종의 손자 이우(1912~1945) 공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이던 1945년 7월 일본 육군 중좌(중령)로 히로시마 제2총군에 배속됐다. 그해 8월6일 아침 영내로 출근하던 중 그의 머리 위에서 굉음과 함께 섬광이 번쩍였다. 그는 목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이우 공은 미국의 핵 공격으로 숨진 조선인 수만 명 중 한 명이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조선인이 많았다. 전시동원체제하에 징용된 군인이나 군속, 강제 연행되거나 이주한 노무자들이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조선인 원폭 피해자가 약 7만명(히로시마 5만명, 나가사키 2만명)에 이르고 그중 1945년 말까지 약 4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인 사망자 14만명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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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독도 분쟁화 2012년 8월10일 임기 말 대통령 이명박씨가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임기 초 일본 총리가 교과서에 ‘다케시마(일본 주장 독도명)는 일본 땅’으로 표기하겠다고 하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던 그로서는 놀라운 방향 전환이었다. 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해 일본의 책임을 묻는 취지의 헌법재판소·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며 한·일관계 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던 때였다. 그 의도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독도 방문을 이용하는 데 있었다는 걸 간파하기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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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한국, 미국에 압도적으로 기울어…중·러와 외교공간 남겨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해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전례 없이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면서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러시아와 동시에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신중한 외교’ 노선을 취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 외교가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한 중요한 결정이 후폭풍까지 염두에 두고 짜둔 전략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결정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야당·시민들 앞에서 이 문제를 소상히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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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가족이란 이름이 아니어도…다양한 관계 인정하고 끌어안어야” 한국에서 개인이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다. 가족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사회·경제 제도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가족에 돌봄·양육·부양·간병 등 사회 재생산과 관련된 대부분의 책임을 부과해놓고 많지 않은 혜택도 가족을 통해 배분한다. 이것은 태곳적부터 그랬다기보다 국가 주도 경제 발전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족 보호의 밖에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인구 위기가 운위되는 걸 보면, 그 가족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제의 핵심을, 소임을 다한 제도적 가족주의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해온 사람들이 있다. 가족구성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가족 해체론자가 아니다. 다른 여러 이유로 가족이 이미 해체되기 시작한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가족을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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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당의 동양평화론 아전인수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미완성 원고로 남아 있다. 뤼순 감옥에서 이 책을 쓰기 위해 1910년 3월26일로 잡힌 사형 집행을 보름가량 연기해달라 한 안 의사의 요청을 일본이 묵살했다. 그는 애초 서문(序文)·전감(前鑑)·현상(現狀)·복선(伏線)·문답(問答) 5개 장으로 책을 구상했지만 서문과 전감 일부만 쓸 수 있었다. 그나마 친필 원고는 남아 있지 않고, 일본인들의 필사본으로 전해 내려온다. 그 핵심은 동양평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이 조선과 청을 침략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을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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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얼룩말 ‘세로’의 슬픈 탈주극 반지하 가구가 밀집한 주택가에 선 배달 노동자, 담벼락 옆 폐지 더미까지 분명 한국 대도시 모습인데, 그곳에 얼룩말이라니. 합성한 이미지일까. 많은 시민들이 이 기묘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으로 얼룩말 ‘세로’의 동물원 탈출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동아프리카 평원에서 하루 수십㎞를 누비며 살아야 할 이 얼룩말은 어쩌다 2023년 3월 서울 도심에 출현한 걸까.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얼룩말을 가뒀던 나무 울타리가 너무 약했고, 부모를 잃은 뒤 홀로 생활하며 난폭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로는 2021년 이 동물원에서 태어난 수컷이다. 그가 속한 그랜트얼룩말 품종은 케냐·탄자니아 등에 주로 분포하며, 종마가 이끄는 최대 18마리 무리 속에서 지낸다. 1년 정도 어미 배 속에 있다가 태어나 1년간 젖을 먹고 생후 3~6년이 지나면 다 자란다. 20년 이상 산다고 하니, 세로는 사람으로 치면 10대 초중반 청소년으로 볼 수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는 얼룩말이 양, 소, 돼지, 말 등과 달리 야생성이 강해 가축화하기 어려운 동물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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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바나 신드롬 스파이들에게 의심은 직업병에 가깝다. 전화는 도청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길 가다가 습격받을지 모른다고 여긴다. 그런 ‘극한 직업인’들의 몸과 마음이 마냥 건강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바나 신드롬’은 그게 단지 짐작이 아니라 현실 스파이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스파이들이 호소한 이명과 환청, 메스꺼움, 두통, 인지장애 등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러시아, 중국, 인도, 스위스, 프랑스 등에 있던 스파이 수백명에게 비슷한 증상이 속속 확인됐다.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럴듯해 보인 원인은, 상대국이 도청 목적으로 미 대사관을 향해 조사(照射)한 에너지파나 전자기파였다.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 전문가 위원회도 2021년 파동형 에너지파에 의한 신경체계 교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 미 대사관들은 집중적 도청 대상이 되고, 상대국을 대상으로 똑같은 행동을 하는 미국 스파이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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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적 올바름과 문학 ‘뚱뚱하다’ ‘못생겼다’ ‘이중턱’…. 어린이들이 문학 작품에서 읽기에 부적절한 말일까. 문학과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이 논쟁이 최근 영국 아동문학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작품 개정판 출간을 놓고 불거졌다. 퍼핀 출판사는 달의 작품들에서 신체 특징, 정신건강, 젠더, 인종 등과 관련된 수백개 표현을 수정하려 한다. 1964년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과체중 소년 오거스터스 그루프의 수식어는 ‘뚱뚱한’에서 ‘거대한’으로, 소인족 움파룸파의 성별은 ‘남자’에서 중성적인 ‘사람’으로 바꾼다. 1980년작 <멍청씨 부부 이야기>에서 인신공격으로 보일 수 있는 ‘이중턱’ ‘미친’ ‘못생긴’은 지운다. 58개 언어로 2억5000만권 이상 팔린 영향력이 큰 저자인 만큼 시대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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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윤 정부, 강제동원 해법서 입법 배제…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쓰는 격” 한·일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문제와 관련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해법을 놓고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 양국은 일본이 ‘전후 50주년 총리 특별담화(무라야마 담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과거사 관련 사과 입장을 계승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지만, 피고인 일본 기업들의 기금 참여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3자 변제 해법의 초안이 된 2019년 ‘문희상안’ 제안자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77)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