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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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형해화한 방통위, 합의 정신으로 되살려야 형해화(形骸化). 살과 정신은 스러지고 백골만 남았다는 섬뜩한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바로 그렇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야당 추천 위원 임명을 사실상 거부한 뒤, 전 정권이 임명한 위원장을 해임해 방통위를 정부여당 다수로 만들었다. 이후 야당은 정권 입맛에 맞출 수 없다며 새 위원 추천을 거부하는 한편, 대통령 지명 2인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며 새 위원장들을 거듭 탄핵소추했다. 현재는 실질적으로 위원 1명만이 남은 상태로 대한민국 방송통신 규제 기능 자체가 마비됐다. 이게 정상적 정부이고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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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올림픽 여성 복서에 대한 소수자 혐오 보도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이 성정체성 논란을 딛고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땄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XY 염색체 복서”로 시작하는 기사 제목들이 줄을 잇는다. “딱 봐도 남자인데” “성전환 복서” “트랜스젠더” “이건 미친 짓” “남이 여 때려, 죽어야 끝나” “괴물” “생물학적 남 복서” “역시 다르네” “자궁 없고 잠복고환” 등 자극적 표현이 넘친다. 부정확성과 혐오라는 전형적 소수자 보도 사례다. 일단 두 선수 모두 성전환자도, 남성도 아니다. XY 염색체를 지녔다는 사실 또한 확실하지 않다. BBC의 보도로는, 이들의 여성성 문제를 제기한 국제복싱협회(IBA)조차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지칭할 수는 없다”라고만 하고, 어떤 검사를 했는지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을 “XY 염색체 선수”라고 이름 짓는 것은 부정확하며 혹여 이들이 그런 염색체라고 해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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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종사자들에게 맡기는 민영 MBC 모델 구상 지난 11일 서울 MBC 앞에서 <MBC 힘내라 콘서트>가 열렸다. 다가오는 방송 장악 기도에 MBC 노동자들이 항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내달이면 여권 성향 다수로 재편될 방송문화진흥회는 현 안형준 사장을 ‘묻지 마 해임’하고 MBC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로 되돌리려 할 것이다. 나는 현재의 MBC가 저널리즘 원칙에 비춰 고칠 게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앙시앵 레짐’(구체제)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친정권적, 수준 미달 방송이었다. 불공정과 저품질을 강요당한 제작 전문가들의 분노 파열이 2012, 2017년 파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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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아예 공영방송법을 따로 만들자 한국 공영방송사들은 어떤 의무를 지고 있을까? 놀랍게도 법에 규정된 의무로는 공직 선거 출마자들의 방송 연설과 토론을 무료로 방송해주는 것 외에는 없다! 사실, 방송법 등 방송관련법들에 ‘공영방송’이란 말 자체가 전혀 안 나온다. 엉뚱하게도 공직선거법만이 공영방송사가 선거방송 의무를 진다면서 그것들이 KBS와 MBC에 해당한다고 적고 있을 뿐이다. 방송법은 KBS를 ‘국가기간방송’이라고만 칭한다. 기간(基幹)이란 으뜸이나 중심이 된다는 뜻으로 구체성이 떨어지는 용어다. 방송법상으로 이 ‘으뜸 방송’의 설립 목적은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으로 매우 상투적이다. 이 ‘중심 방송’에 주어진 책임은 “공정성과 공익성” “지역적 다양성” “양질의 방송 서비스” 등으로 동어반복적이고 추상적이며, 민영방송에 기대하는 바들과 별다르지 않다. EBS의 법적 정체성은 더 모호하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는 이 방송사가 텔레비전·라디오·위성 등을 이용해 ‘교육 방송’을 하라고만 돼 있다. 교육 방송이 무엇인지, 다양한 교육적 내용을 서비스하는 민영 방송들과 어떤 차이를 둬야 하는지 알 수 없다. MBC는 아예 회사 이름조차 관련법들에 안 나온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일 뿐인 MBC는 SBS와 같은 지상파 방송의 하나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은 어쩌다 생겨나지만, 그래도 사후적 의미 부여는 건전한 생존에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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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공영방송 독립, 경영진 임기보장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왜 그토록 무리하게 MBC 제재에 나선 걸까? ‘권력을 향한 충성’과 ‘언론 위축 효과 내기’ 외에도 다른 무엇이 있을 것 같다. “연말에 있을 방송 재허가 심사에 이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MBC가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그러면 올해는 넘길 확정판결 전까지 재허가 점수에 반영이 안 된다. 그렇다면 다른 합리적 동기는 뭘까? 오는 8월이 되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임기 만료로 다 바뀐다. 다수를 차지하게 될 여권 이사들은 무엇보다 먼저 안형준 MBC 사장을 해임하려 나설 것이다. 이때 재임 기간 중 유례없는 제재 건수와 강도를 기록한 ‘죄과’가 명분이 될 것이다. 안 사장이 불복해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해도 법원이 전례들처럼 기각하리라는 기대로 이런 역대급 기행을 벌이고 있다는 게 나의 추론이다. 본안 소송 최종 판결은 수년 뒤에나 나오니 그 결과는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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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인적 쇄신에 ‘불통 방통위·방심위’도 포함해야 여당이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경제, 통일외교, 안전 분야 등에서 지난 2년간 행한 바가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자신도 말했듯이 무엇보다 소통 부족이 본질이었다. 사실 좋게 표현해서 소통 부족이지 언론자유 훼손이 맞는 말이다. 윤 정권은 그간 국가 기구들을 동원해 개인과 언론의 비판을 억누르면서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등 업보만 켜켜이 쌓아놓았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이었지만 선거에 졌다고 자평했다.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뜻에서의 ‘소통 부족’을 패인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고 하는데 생각을 ‘나눈다’는 의미다. ‘공유’의 뜻을 지닌 라틴어 코뮤니스(communis)에서 파생됐다. 공동체(community), 공산주의(communism) 등의 영어도 같은 어원이다. 권력자의 일방적 전달은 ‘선전’(프로파간다)이라고 한다. 선전이 아닌 소통을 위해선 비판을 포함해 남의 말을 잘 듣고 해명하고, 설득하고, 수용하며 서로의 뜻을 나눠야 한다. 권력자의 장광설에 사람들이 말없이 경청하는 이유는 아첨이거나, 위세에 눌림, 또는 지위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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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수박 깨기와 유튜브 정치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의 공천 탈락 과정은 극단화하는 정치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진보 보수 구분 없는 다수 언론의 지적에도 이재명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스템 공천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정식의 결과값은 공개되지 않은 입력값을 유추하게 한다. 특정 성향 후보들이 거의 탈락했다면 이 시스템은 그런 의도로 꾸며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2022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내부총질’ 죄로 쫓겨난 것도 당의 공식 시스템을 통해서였다. 일부 친민주당 유튜브 채널이나 온라인 게시글을 보면 이 기회에 “수박을 확실히 깨야 한다”는 주장이 넘친다. 공천 문제를 지적하는 경향신문 등의 기사에는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악플이 달린다. 이 글도 아마 같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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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디올백 사건과 저널리즘 윤리 사적으로 함께 밥 먹는 자리에서 한 젊은 기자가 물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보도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결과적으로 이미 공익성은 달성한 것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김 여사가 불법 가능성이 큰 고가의 선물을 받았고, 김 여사의 활동에 공적 관리가 부실하다는 정황을 드러내 고칠 기회를 준 점이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답했다. 취재방식의 문제는 공익성으로 상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익을 위해선 모든 방식이 가능할까? 그 기자에게 마무리하지 못한 이야기를 지금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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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공정성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주창 저널리즘 저널리즘 원칙을 벗어난 한국의 언론 관행 중 많은 것들이 독재 시절에 생겨났다. 권력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반대로 권력의 위세를 뚫고 진실을 알리려는 과정에서 굳어진 것들이다. 예를 들어, 한국 언론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안을 사건·사고 기사 방식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맥락은 무시한 채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만 알리고 만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독재 정권 아래, 표면적 사실만 다룸으로써 권력이 싫어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피하려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이런 사건·사고형 기사 쓰기는 수습 기간 등 입사 초기에 주로 경찰서를 취재하며 배운다. 민주화 이후 이 경향은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고 남의 말만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태했다. 객관이라는 명분 아래 책임도 지지 않고 자극적 표현을 배달해 눈길도 끄는 고효율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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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제왕적 대통령 부추기는 ‘윤심’ 타령 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할 정도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하는 것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직을 겸하면서 인사권과 공천권 그리고 정치자금도 쥐고 흔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 발전과 함께 권력 분산 제도를 강화하고 2000년대 초에 당 총재 제도도 없앴다. 하지만 대통령을 왕으로 보는 시각과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공식적 제도보다는 오랜 관행이나 사회집단이 공유하는 기존 생각이 현실적인 힘을 더 발휘하는 법이다. 그러나 ‘비공식적 제도’에 의존한 행위는 때로 법률이라는 공식적 제도와 마주하는 순간 범법의 낙인을 받게 되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처벌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하지만 이런 큰 국가적 불행을 겪고도 여전히 한국 정치는 ‘제왕’ 중심으로 돌아가려 하고 언론은 제왕적 대통령상을 그려내고 있다. 정치면엔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기대와 관행을 전제로 한 기사가 넘쳐난다.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나 문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을 추론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행위를 언론은 비판 없이 쉽게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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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방송 3법, 악마는 ‘디테일’에 공영방송사 이사 추천권을 다양화하는 ‘방송 3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만 남았다. 국회가 2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 3개(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방송법 등 관련법 3개를 고쳐야 해서 ‘방송 3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당 반대 속에 많은 이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한다. 이사회란 업무집행에 관해 의사결정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 공영방송 이사회는 정파 간 다툼 장으로 변질해 있다. 오죽하면 법원이 공영방송 사장 해임 관련 판결에서 이사들을 구분하며 ‘여권 성향’ ‘야권 성향’이란 말을 썼겠는가! 정파적 목적을 위해 회사가 잘못돼도 상관없는 듯한 이사가 회의 석상에서 기행을 보이기도 한다. 이사회가 일상으로 편 갈라 대립하는 자기파멸적 기업이 어디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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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방통위·방심위 규제 모델 실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수명이 다한 듯하다. 방송통신 독립성을 강조하며 만든 것들이지만 최근 양 기구의 언론통제 역할이 두드러진다. 사실, 이 두 기구는 원래부터 독립성을 지키기엔 불안한 조직이었다. 방통위는 옛 방송위원회와 옛 정보통신부의 기능을 2008년에 합친 것이다. 당시 방송통신 융합 현상을 놓고 방송계와 통신계가 주도권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합의의 산물이다. 이후 2013년 ‘창조경제’라는 화두에 꽂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방통위를 없애, 신설할 미래창조과학부에 넣으려 했다. 그러나 방송의 공익성을 경제부서가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여론에 밀려 규제기능만 남겨 존속시키고 진흥 업무 등은 모두 미래부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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