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민
사회에디터
최신기사
-
에디터의 창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건 더 큰 잘못 도쿄특파원 시절이던 2009년 일본의 한 경제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 이사장으로 있던 나카타니 이와오(中谷嚴)란 사람이었다. 오부치 게이조 내각(1998~2000) 때 총리자문기관인 경제전략회의의 핵심 멤버로 참여한 나카타니는 일본의 구조개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가 쓴 책 한 권이 현지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던 게 인터뷰하게 된 계기였다. 당시 그는 저서 <자본주의는 왜 스스로 무너졌나(資本主義はなぜ自壞したのか)>를 통해 미국형 신자유주의를 맹신했던 자신의 과거 판단이 오류였음을 인정하면서 규제 완화와 자유경쟁체제 강화가 일본을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규제에는 사회나 경제를 정체시키는 요인이 가득하다고 봤다. 당시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미국식 자본주의가 초래할 사회의 영향을 과소평가했다”고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내가 가져간 그의 책 맨 앞 장에 <논어>에 나오는 구절인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자왈 과이불개 시위과의)’란 글귀를 적어줬다. “허물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허물”이란 의미를 그에게서 들으며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신자유주의 신봉자였던 그가 잘못을 깨닫고 ‘참회록’이나 다름없는 그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였던 것이다.
-
에디터의 창 윤석열 정부는 시민을 지킬 수 있을까 꽃다운 청춘들이 쓰러졌다. 8년 전 세월호의 아픔이 완전히 아물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생명들이 또 허망하게 삶을 마감했다. 이번에는 서울 도심 한복판 이태원이었다. 모처럼 즐기러 나간 핼러윈 축제는 ‘악몽’으로 변했다. 숨이 턱 막혔다. 20대와 10대인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가족을 잃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내 딸이 저기에 갔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 머리를 스쳤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열흘도 더 지났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준 수습 과정을 살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우리 곁에 국가가 있긴 한 걸까.’ 분노가 스멀스멀 치밀어 오른다.
-
에디터의 창 ‘윤석열차’는 오늘도 달린다 2015년 프랑스에선 신년 벽두부터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불붙었다. 그해 1월7일 파리에 있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질러 12명이 사망한 사건이 계기였다. 테러는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샤를리 에브도는 풍자에 성역을 두지 않고 도발적인 비판을 해온 매체로 잘 알려져 있다. 무함마드를 형상화하는 일체의 행위를 죄악시하는 이슬람의 입장에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
에디터의 창 빈곤은 정의의 문제다 ‘달동네’는 1960~1970년대 가난의 대명사였다. 높은 곳에 동네가 자리잡고 있어 달이 잘 보인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업화에 따른 대규모 이농으로 도시에 몰려든 주민들이 산비탈이나 고지대에 모여 다닥다닥 붙어살던 곳이었다. 달동네는 싼값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터전이자 생존 공동체이기도 했다. 정신없이 쓸려들어온 도시생활의 각박함 속에서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줄 이웃의 따뜻한 정도 있던 시절이었다. 1980년대 들어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달동네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고,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90년대 후반에는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까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달동네는 ‘반지하’와 ‘옥탑방’ ‘쪽방’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
-
에디터의 창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영혼 없는 공무원.’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1월3일 국정홍보처의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때 등장한 이후 대중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 표현이다. 한 인수위원이 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자 김창호 당시 국정홍보처장이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말하면서다. ‘위에서 하라면 할 수밖에 없으니 우린 아무 죄가 없다’는 자조(自嘲)나 다름없었다. 다음날 김 처장은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했다며 “관료는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
에디터의 창 대통령의 ‘말’에 대하여 일본의 정치인 아소 다로(麻生太郞)는 ‘실언 제조기’로 유명하다. 총리 시절인 2009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득이 적으면 가정을 꾸려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자 “돈 없으면 결혼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빈축을 샀다. 한번은 의사들의 지방근무 회피 현상에 대해 “(의사들 중에는) 사회적 상식이 꽤 결핍된 사람들이 많다”고 해 자민당 지지기반인 의사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저출생·고령화는) 아이를 안 낳는 쪽이 문제” “지구온난화 덕에 홋카이도 쌀이 맛있어졌다”는 등 아소의 막말은 잊을 만하면 등장했다.
-
에디터의 창 ‘검수완박’과 검찰의 업보 점입가경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배수진에 더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기마저 읽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의 충돌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다음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입법을 마무리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검찰의 사활을 건 싸움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검수완박’, 즉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요체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와 수사지휘, 기소까지 깡그리 챙겨가면서 권력 독점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앞으로 공소 제기와 유지 정도만 하게 된다. 입법이 구체화되자 검찰의 거센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검사의 손발을 묶는 것’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범죄방치법’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범죄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전방위 여론전을 펴고 있다. 수사권을 분리하면 부실 수사가 이어지고 부패와 범죄가 판을 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수완박이 초래할 부작용과 후유증을 우려한다.
-
프로농구 KT, KGC 꺾고 5연승 “4강 PO 직행 보인다” 프로농구 수원 KT의 서동철 감독은 25일 벌어진 안양 KGC전에 앞서 “2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내준다면 3위 KGC와 승차가 2경기까지 좁혀지는 상황. 게다가 KT가 패하면 서울 SK의 정규리그 우승도 확정짓게 된다. 명분과 실리를 따져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승부처에서 KT가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KT가 이날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KGC와의 경기에서 19점·7어시스트를 올린 정성우를 앞세워 95-71로 완승했다. 5연승을 달린 2위 KT는 이날 승리로 33승 15패가 되며 3위 KGC와의 승차를 4경기로 벌렸다. 2위 싸움은 사실상 KT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
‘실낱같은 희망 잡아라’…박터지는 A조 3위 싸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최종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12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각조 1·2위가 본선에 진출하고 3위가 플레이오프(PO)에 오르는 이번 예선에서 한국과 이란(이상 A조),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이상 B조)가 각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호주는 승점 15점(4승3무2패)으로 B조 3위가 확정됐다. A조 3위와 PO에서 승리하면 남미 예선에서 5위를 거둔 팀과 본선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남은 A조 3위 한 자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5일 끝난 아시아 예선에서 이라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1-0으로 물리치고 9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고, 시리아도 레바논에 3-0 완승을 거두고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승점 3점을 따냈다.
-
이탈리아, 북마케도니아에 충격패…2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유로2020 챔피언’ 이탈리아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탈락이다. 이탈리아는 25일 열린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C조 준결승 북마케도니아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강호 이탈리아가 67위인 북마케도니아에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4년 전 러시아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는 데 실패했다. 당시에는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무 1패로 밀리며 탈락했다.
-
BNK, 신한은행 격파 “플레이오프가 보인다” 이제 딱 1승만 거두면 된다. 여자프로농구 BNK가 신한은행을 물리치고 창단 3년 만에 첫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BNK는 2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홀로 32점·11리바운드를 쓸어담은 진안의 활약을 앞세워 신한은행을 76-73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11승 18패를 기록하며 삼성생명과 나란히 공동 4위를 마크한 BNK는 27일 우리은행전을 승리로 장식하거나 25일 벌어지는 삼성생명-하나원큐전에서 삼성생명이 패할 경우 2019년 창단 후 처음으로 4강 PO에 오르게 된다.
-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은선…우리은행 PO 전선에 ‘파란불’ 만 스무살도 안된 신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당차다. 현란한 스텝과 빠른 몸놀림, 여기에 과감하게 슛을 쏘아올리는 대범함까지…. 마치 ‘나를 좀 봐달라’고 시위하는 듯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김은선(19·사진)이 새내기답지 않은 능숙한 플레이로 시즌 막판 새로운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김은선은 지난 23일 벌어진 정규리그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9점·1어시스트를 올리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58-48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가 이날 기록한 야투성공률은 40%. 팀내에서 박지현(53%) 다음으로 높았다. 김은선은 전날 하나원큐전에서도 4쿼터 초반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3점슛 2방을 터뜨리며 막판 역전승(80-78)에 디딤돌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