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있다.
외면받은 소녀들이 있다. 남들이 규정한 경로 밖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엄마들이 있다. ‘정상 가족’ ‘모성’ 같은 언어들 속에서 그들은 주변으로, 바깥으로 계속 밀려났다.
사회는 가끔 그들을 무대 위로 불러세웠지만, 딱 두 가지 배역만 허락했다. 불쌍한 피해자이거나, 철없는 문제아이거나. 세상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봤다. 구체적인 삶은 자주 납작해졌다.
경향신문은 청소년 한부모 2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지나온 날들을 되짚었다. 사회의 편견, 홀대, 폭력이 생의 경로 위를 숱하게 교차했다. 제도는 이들을 아쉽게 빗겨가거나 때로 묵살했다.
그러나 세상이 뭐라고 부르든 그들은 ‘나’였고, ‘어린 엄마’였다. 매 순간 닥쳐오는 위기와 기회들 앞에서 선택을 했다.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주려고 애썼다. 울퉁불퉁한 삶 위에서 많이 미끄러졌지만 다시 일어나 걸었다.
수차례의 구술생애사 인터뷰와 추가 취재를 통해 모은 두 사람의 삶을 세 편의 이야기로 엮었다. 사회가 놓친 목소리를 지면에 옮겨 적는다.
나, 어린 엄마가 여기에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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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낸 스물한살 서연이 딸 은지와 시간을 보내던 올해 봄, 스물넷 성아는 대학에 막 입학해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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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 넘어졌고 자주 울었다. 앞으로의 삶도 마냥 꽃길만은 아닐 테다. 그래도 두 엄마는 다시 일어나 걸었다. 자기 앞의 삶을 꾸준히 걷던 3월의 어느 날, 성아와 서연이 마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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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한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은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훨씬 더 촘촘하고 강력해져야 한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