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
여적 산소 장사 지난해 외신에서 중국의 ‘산소 캔’ 사업이 화제가 됐다.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청정지역의 산소를 담아 만든 공기 캔이 대박을 터뜨렸다. 330㎖들이 캔 하나에 콜라 값보다 훨씬 비싼 5위안(880원)을 받았지만 열흘 만에 80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중국인들의 봉이 김선달식 상술에 놀랄 법도 하지만 산소 장사는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한 수 위다. 공기 장사가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사업으로 주목받은 것은 10년이 훨씬 지난 얘기다. CJ는 2002년 제주도와 손잡고 산소 캔을 상업화했지만 3년도 안돼 사업을 접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수요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은 탓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라도 때를 잘못 만나면 백약이 무효다.
-
경향의 눈 박원순과 원희룡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차기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린 이들 둘은 요즘 고민거리도 비슷하다. 서울과 제주를 대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의 인허가 문제로 연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간 자신의 정치생명에 덫이 될 수 있는 문제다. 원 지사는 제주 드림타워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드림타워는 한·중 합작으로 짓는 56층짜리 제주의 최고층 빌딩이다.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뤼디그룹(綠地集團)이 2009년 허가를 받아 호텔·콘도를 짓는 1조원짜리 공사다. 원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이 공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218m짜리 나홀로 빌딩이 제주의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건물 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 없다며 막무가내다. 어찌 보면 횡포에 가깝다. 전임 지사가 멀쩡하게 허가한 사업을 뒤늦게 딴죽을 거는 격이기 때문이다.
-
여적 미국 유학파와 신자유주의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유학생들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이 1위로 나왔다고 한다. 2008~2012년 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한 주요 도시별 유학생을 조사한 결과다. 이 기간 중 115만명의 전체 유학생 중 서울 출신은 4.9%였다. 20명 중 한 명꼴이다. 전공은 경영학이 많았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1위지만 나라별로 따지면 중국이 전체의 25%로 압도적이다. 유학생의 10%를 차지한 한국은 인도(15%)에 이어 3위다. 우리 경제계를 주도하는 파워 엘리트들은 대부분 미국 유학파들이다. 이들은 우리 고유의 혈연·지연이라는 인맥보다 훨씬 강고하고 끈끈하다. 고위 경제관료 중 미국 박사가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힘든 세상이다. 특정인을 중심으로 과거 경제권력을 독점해온 이헌재·강만수 사단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를 축으로 한 위스콘신 학파도 그 아류다. 최 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모두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
여적 재벌가의 분쟁과 화해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은 한국 재벌사에도 인상적인 해다. 100년 역사의 재계 판도가 뒤집힌 날이기도 하다. 서열 1위인 현대그룹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거치며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인 경영권 분쟁은 재벌의 숨겨진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자회견장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서울 계동 사옥 본관 문을 걸어 잠근 채 상대방 진영의 출입을 차단한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한 편의 코미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 서명을 둘러싼 위·변조 논란도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
경향의 눈 거수기 위원회의 실상 10여일 전 정부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대뜸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할 거냐”고 물었다. 심의위원을 자원한 터도 아니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어떻게 명단에 포함됐냐고 묻자 “언론계 대표 4명 중 한 명으로 들어있다”고 했다. 나라 살림살이가 걸린 세제 개편안을 다루면서 이렇게 심의위원을 뽑는지 의아했다. 연락이 없다가 심의위 하루 전 참석 여부를 재차 물었다. 황당했다. 세법 개정안이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참석하라니. 담당자에게 “세법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알아야 뭐라고 얘기라도 할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보안 때문에 미리 알려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공청회나 다른 위원회도 다들 그렇게 하는데…”라며 당연하다는 투다. 정부 산하 위원회가 통과의례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인가 싶었다.
-
경향의 눈 삼성의 베트남 투자와 일자리 문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차를 타고 50분 남짓 달리면 중소도시 박닌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풍경을 빼닮은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5년 전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이 들어서면서다. 21만평 규모의 이 공장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부품과 완제품 생산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특이한 구조다. 35도를 오르내리는 베트남 특유의 폭염 속에서도 휴대전화 생산라인은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휴대전화는 연간 1억2000만대 수준. 삼성이 갖고 있는 세계 8개 휴대전화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으로 모자라 인근 옌빈공단에 제2의 휴대전화 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둘을 합치면 삼성이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휴대전화의 40%를 책임지게 된다.
-
경향의 눈 현대차의 때늦은 반성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포니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95년 12월이다. 현대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철판을 두드려 만든 차다. 포니를 만들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40년 만에 세계 ‘빅5’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리라 꿈이나 꿨을까. 1977년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처음 수출한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750만대를 팔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포드나 혼다, BMW도 판매량 면에서 현대차의 경쟁상대가 안된다. 40년 역사의 자동차 회사가 이룬 성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대차의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든든한 내수시장이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현대차는 기아·대우차와 시장점유율 30%를 놓고 다투던 고만고만한 회사였다. 외환위기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기아차 인수에 이어 대우차가 부도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를 싹쓸이했다. 수입차를 타는 것만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던 옛 기억은 차치하고라도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현대차 구매는 연구대상이다.
-
경향의 눈 보고서 망국론 김대중 정부 시절 얘기다. 모피아 출신의 한 경제관료는 인수위 시절 김 전 대통령에게 장문의 경제 보고서를 건넸다고 한다. 당면 현안인 외환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이 담긴 보고서였다. 김 전 대통령은 무릎을 쳤다고 한다. 오랜 야인생활을 한 그로서는 정통 경제관료가 만든 ‘현란한’ 보고서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탓이기도 했다. 그는 이 보고서 하나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과천 경제관료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관료들의 ‘보고서 정치’는 경제팀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숫제 내부 파벌이 심하기로 유명한 국정원의 경우 지휘계통별로 같은 보고서라도 내용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정설이다. 어느 쪽에 줄을 대고 있느냐에 따라 보고서 내용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정권이 바뀔 때면 보고 라인의 흥망성쇠가 자신의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
경향의 눈 홍보와 법무 2005년 이맘때쯤이다. 삼성과 농심이 집 문제를 놓고 송사를 벌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서울 이태원에 있는 고 전낙원 파라다이스 회장 집을 사들인 뒤 새집을 짓는 과정에 생긴 일이다. 농심 신춘호 회장은 “이 회장 집 신축 과정에 소음 및 조망권 피해를 입었다”며 민형사 소송을 냈다. 재벌 총수 간의 집안싸움은 양 그룹의 홍보와 법무팀이 동원되면서 여론전으로 비화됐다. 신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무성의함과 전혀 상식이 통하지 않는 행동으로 일관해 마지막으로 법에 호소하게 됐다”며 이 회장을 공박했다. 삼성도 발끈했다.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은 “문제 될 게 없다. 끝까지 소송으로 가더라도 승소할 수 있다”며 일전불사를 별렀다. 양쪽은 5개월여 만에 소송을 취하하고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홍보팀이 “소송전이 대법원으로 이어질 경우 이 회장 이미지만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설득한 게 주효했다.
-
여적 100원짜리 택시 50~60대 장년층에게 시골 버스는 아련한 추억이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먼지 풀풀 날리며 신작로를 달리던 버스가 시골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읍내로 통학하던 학생들에게 시골 5일장은 그야말로 ‘장날’이었다.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무정차 통과하는 날에는 지각에 따른 벌칙으로 운동장 10바퀴를 감수해야 했다.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버스 ‘차장’(버스 안내양)은 시골 버스의 절대권력으로 통했다. 10장짜리 학생용 회수권을 교묘하게 잘라 11장으로 만들었다가 차장에게 치도곤을 당한 통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
-
경향의 눈 김진태 총장의 선택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간첩 증거조작 사건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모두 국가 권력기관이 공권력을 남용해 헌정질서를 유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국정원 특유의 음산한 공작정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불법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가짜 증거자료로 간첩을 잡으려 했다니 믿기지가 않을 따름이다. 국가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은 물론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걸린 문제다. 검찰이 국정원 사건을 양손에 쥐고 흔드는 것은 전례가 별로 없다. 검찰도 국정원 사건은 항상 부담스러운 존재다. 최고 정보력을 가진 권력기관의 자존심을 떠나 수사상 한계도 있다. 검찰이 사전 승인을 받고 수사하는 곳은 국정원뿐이다. 더구나 대공수사에서 국정원과 검찰은 동업자 관계다. 그간 숱한 국정원 사건이 수사 초기 반짝하다 용두사미로 끝난 것도 이 같은 한계 때문이다.
-
경향의 눈 백화점 교통체증과 서울시장 주말이면 서울 명동은 몸살을 앓는다. 롯데백화점 본점 앞 도로는 하루 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얼마 전 경험한 이곳 교통체증은 다시 떠올리기가 끔찍할 정도다. 지방에서 올라온 가족들을 태우러 차를 몰고 한국프레스센터를 찾아갔다가 혼쭐이 났다. 광화문에서 종로1가 4거리를 돌자마자 주변 도로는 온통 주차장이었다. 종로에서 프레스센터까지는 1㎞가 채 안된다. 평소에는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이날은 꼬박 40분을 도로에 갇혔다. 이 일대 교통체증은 한번 겪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