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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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으로 보는 ‘그때’ 1969년 3월22일 삼일고가도로 개통 서울 도심에 고가도로가 선을 보인 것은 1968년 9월이다. 서소문육교~아현동을 잇는 길이 942m의 아현고가가 효시다. 아현고가는 2014년 철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도심 교통체증 해소에 일익을 했다. 고가도로는 경제성이 큰 장점이다. 기존 도로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얹기 때문에 도로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수용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60년대 이후 서울에 건설된 고가도로만 100여개에 달한다. 고가도로의 난립 이면에는 조국 근대화를 앞세운 군사정권의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969년 3월22일자 경향신문에는 삼일고가도로(청계고가) 개통 소식이 1면을 장식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와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는 사진도 나란히 실렸다. 아현고가에 이은 서울의 두번째 고가도로다. 67년 착공해 외자를 포함한 15억3000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17개월 만에 개통했다는 소식이다. 이 기사에는 “도로 1m당 40만8000원의 돈더미로 청계천에 쌓아올린 이 고가도로에는 200와트 수은등 133개가 60m 간격으로 가설되었다”고 돼 있다. 형광등조차 귀한 시절이었다. 수은등이 비추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야경은 겉보기에도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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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에서 ‘차떼기’와 성완종 리스트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오늘 검찰에 소환된다.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17일 만이다. 그는 “돈을 받았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검찰은 “이 전 총리의 변명을 듣자고 불렀겠느냐”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그간 수사결과를 보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검찰의 올무를 빠져나가기 힘들게 돼 있다. 리스트에 거명된 8명 가운데 1차 사법처리 대상자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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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으로 보는 ‘그때’ 1982년 5월7일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연일 세간의 화제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달 9일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돈을 건넨 정치인 명단을 공개하고 숨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근래 보기 드문 ‘정치스캔들’이다. 검찰 수사 칼끝은 2012년 대선자금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한판승부가 어떻게 결론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정치스캔들로는 단연 이철희·장영자씨 어음 사기사건이 꼽힌다. 1982년 5월7일자 경향신문 7면에는 ‘미화 80만불 국내외 은닉’이라는 제목 아래 이씨 부부 사건이다. 대검 중수부가 암달러상을 통해 40만달러를 구입해 소지하고 있던 이씨 부부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보도는 서막에 불과했다. 단순한 달러 불법 소지 혐의가 당대 최고의 금융사기 사건이자 최대 권력형 비리로 확산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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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으로 보는 ‘그때’ 1988년 4월8일 ‘유해식품 최고 사형까지’ 얼마 전 ‘쓰레기 계란’ 파동이 불거져 충격을 줬다. 양계농협의 한 계란 가공공장에서 폐기 처분해야 할 썩은 계란을 제과·제빵업체나 학교에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에서는 몇 년 전 중국의 ‘가짜 계란’ 사건도 화제가 됐다. 합성소재와 공업용 색소를 넣어 일반 계란과 흡사한 짝퉁 계란을 대량 생산·판매해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가격도 일반 계란의 반값에 불과했다. ‘짝퉁 천국’ 중국의 실상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건이다. 값싼 계란마저 짝퉁을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식품업자들의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정불량식품은 국민의 안전한 식탁을 위협하는 최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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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에서 변호사의 두 얼굴 # 차한성 전 대법관의 로펌행(行)을 놓고 법조계가 시끄럽다. 변협이 그의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한 게 발단이다. 변협이 문제 삼은 것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문제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 이유서에 찍는 도장값만 3000만원”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대법관 이력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그간의 악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따지고 보면 변협이 그의 개업을 막는 것은 과한 측면도 있다. 대법관 출신은 변호사 개업을 못한다는 규정도 없다. 차 변호사는 “공익소송을 하겠다는 것도 못하게 막느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변협은 법조계의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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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으로 보는 ‘그때’ 1975년 3월4일 서울 강남개발 얼마 전 제2롯데월드가 각종 안전사고로 곤욕을 치를 당시 재계에서는 엉뚱한 괴담이 나돌았다. 제2롯데월드의 끊임없는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풍수지리 탓에 생긴 악재라는 것이다. 괴담의 진원지는 롯데월드 옆 석촌호수 변에 자리 잡은 삼전도비(三田渡碑)다. 1637년 청의 조선 침략 때 남한산성으로 도피한 인조가 45일을 버티다 버선발로 걸어나와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항복의 예를 올린 굴욕의 상징이다. 야사에는 당시 인조의 이마에 유혈이 낭자했다고 한다. 청에 포로로 끌려갔다 살아 돌아온 여성들을 지칭하는 ‘화냥년’(환향녀·還鄕女)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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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에서 이명재와 김진태 대선자금 수사가 정점을 달리던 2003년 2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자금 수사가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검찰로서는 ‘수사 가이드라인’이나 마찬가지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다음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 발언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 아닌가”라고 받았다. 과거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력에 길들여진 검찰이 대통령 발언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는 예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가 그랬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내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더 썼다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 발언이 나온 뒤 수사팀은 발칵 뒤집혔다. 격앙된 반응도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수사결과는 청와대 가이드라인과 전혀 달랐다. 당시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 캠프의 불법 정치자금 액수가 823억원과 113억원으로 10분의 1을 훨씬 넘겼다. 송광수 전 총장은 몇년 뒤 대학 강연에서 “(노 대통령의 말이 나온 뒤) 더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자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 ‘손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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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으로 보는 ‘그때’ 1975년 1월29일 쌀 수요와 관료들의 숫자놀음 얼마 전 우리 국민들이 밥보다 커피를 즐긴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였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국민 식생활 빈도(2013년 기준)를 조사한 결과 커피 이용횟수가 주당 12.2회로 가장 많았다. 1인당 하루 2잔꼴이다. 가히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근래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커피 열풍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에 반해 주식(主食)인 잡곡밥은 주당 9.6회로 나왔다. 하루 세끼 중 밥 먹는 비율은 채 절반이 안된다. 밥 외에 먹거리가 다양해진 탓도 있겠지만 일상에 쫓겨 끼니 해결도 만만찮은 직장인들의 고달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쌀은 해가 갈수록 소비량이 줄면서 그야말로 처치 곤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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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하이닉스의 부활과 기업 투자 꼭 16년 전인 1998년 12월의 일이다. 현대와 LG그룹의 사운을 건 반도체 ‘빅딜’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구본무 LG 회장은 호출을 받고 청와대를 찾았다. 가방 속에는 빅딜의 부당성을 설명할 자료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가방은 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폭음으로 쓰린 심정 달랬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애지중지하던 반도체를 포기한 구 회장은 이후 “반도체의 ‘반’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회사가 하이닉스(옛 현대전자)다. 성탄 전야를 달군 반도체 빅딜이 훗날 길고 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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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단통법과 통피아 한달 전의 일이다.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대표들이 정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였다. ‘군기반장’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이 줄면서 ‘호갱’(호구 고객의 준말) 논란이 일자 마련된 자리다. 업체 대표들은 한마디 변명도 못한 채 혼쭐이 났다. 최 장관과 최 위원장은 “보조금을 더 태우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최근 나온 아이폰6 판매를 놓고 불법 보조금 문제가 불거졌다. 이통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태운 게 문제였다. 방통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본때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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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희대의 벤처 사기극 올 초 선보인 <더 울프 오브 스트리트>는 1990년대 미국 월스트리트를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기꾼 조단 벨포트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인공 조단 역을 맡았다. 명석한 두뇌의 조단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월가를 농락하며 26살의 나이에 꿈에 그리던 백만장자가 됐다. 너무 손쉽게 돈을 번 조단은 결국 방탕한 파티문화와 마약에 빠진 채 FBI에 쫓기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제대로 사기치고 화끈하게 즐겨라’는 영화 부제가 말하듯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월가 풍속도를 잘 담아냈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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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오만한 카톡 요즘 장안의 화제는 카카오톡이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은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핫이슈다. 합병회사인 다음카카오가 어떤 서비스로 ‘공룡 포털’ 네이버와 경쟁할지가 모바일 업계의 주 관심사다. 카카오는 다음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으로 10조원짜리 황제주로 등극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일약 2조원대 자산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을 박차고 나와 창업 신화를 일군 그의 성공 스토리는 샐러리맨의 우상이기도 하다. 카톡의 유명세를 더 키운 것은 사이버 검열 논란이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집시법 위반 혐의 수사가 엉뚱하게 카톡으로 불똥이 옮겨붙었다. 그가 “당국의 무분별한 사이버 검열로 두 달치 카톡 내용과 지인 3000여명의 신상정보가 털렸다”고 밝힌 게 진원지다.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 말 한마디에 호들갑을 떤 것도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다음카카오가 부랴부랴 수습책을 내놨지만 여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