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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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환경재앙과 대통령 퇴진 2027년 5월15일. 휴일 새벽 정부 관제실의 비상경보가 요란하게 울렸다. 기상청 슈퍼컴퓨터에 태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감지됐다.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한 청와대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집중호우가 3일간 계속되면서 한강이 범람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강원지역 대부분도 쑥대밭이 됐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너무 깊었다. 환경재앙을 방치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하와이대 손현주 박사가 쓴 한강대홍수 시나리오다. 한국의 미래상을 5개 분야에 걸쳐 그려본 ‘2030년 한국사회’라는 박사학위 논문 중 일부다. 손 박사의 시나리오는 충격적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그리 낯선 장면만도 아니다. 근래 우리가 경험한 대홍수만 두 차례다. 1984년과 1990년 한강대홍수로 각 1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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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야근 금지령 실적 경쟁이 일상화된 직장생활에서 ‘칼퇴근’은 언감생심이다. 샐러리맨들의 불만 중 하나도 “출근시간은 엄격하면서 왜 퇴근시간은 고무줄이냐”는 것이다. 최근 야근시간을 재는 스마트폰 앱이 연장근로의 증거로 법원에서 인정돼 관심을 끌었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습관화된 야근의 원인은 업무량 못지않게 직장 분위기나 상사의 눈치가 주된 사유로 꼽혔다.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사정이 심각하다. 잦은 야근과 저임금 구조 탓에 이공계 기피현상의 상징으로 치부되는 곳이다. 3C(담배·커피·컵라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보다 못한 정부가 최근 SW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과 야근 철폐 운동에 나섰을 정도다. 회계연도에 쫓겨 야근을 밥먹듯 하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 월말과 연말에 집중된 납품기한을 개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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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영창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대부분 영창(營倉)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하나쯤은 갖고 산다.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접하는 것도 영창에 대한 공포다. 군이 내세우는 영창 사유도 각양각색이다. 사소한 다툼은 물론 소지품 분실마저 영창감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말년병장이 총 한 자루를 몰래 숨긴 뒤 “네 부모한테 ‘남대문시장에서 총 한 자루 사서 보내달라’고 전화하라”며 신참을 놀려먹는 것은 흔한 수법이다. 무엇보다 인신을 구금당하는 결박감뿐 아니라 폭행에 대한 두려움도 영창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요인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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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단맛 골라먹기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97년 세계무역기구(WTO) 통신협상이 타결돼 이듬해 국내 통신시장의 빗장이 처음 열렸다. 허약한 기업 체질 탓에 미국 AT&T나 영국 브리티시텔레콤 같은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다국적 통신사들이 국내 노른자위 통신사업을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한때 유행어가 됐다. 크림 스키밍은 원래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해 낸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지금은 경쟁자들이 달콤한 부위를 먼저 먹으려고 다툰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에 너나없이 달려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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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대통령도 모르는 창조경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요즘 재계에서도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대선 1주년 간담회 때 “창조경제 씨를 뿌린 지 얼마나 됐나. 조금 지나면 비판했던 사람들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열정을 곁에서 지켜봐온 그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기업인들도 아직 창조경제를 낮설게 느끼는 게 현실이다. 한 경제단체의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 절반 이상은 “개념조차 생소하다”고 답했다. 창조경제 주관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 최문기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창조경제 용어 설명을 하는 데 시간을 다 허비했다고 말했을 정도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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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스터 황 회장 “성을 쌓고 지내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옛 돌궐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 적힌 내용이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유목민)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는 도전정신을 뜻하는 단어다. 황 전 부회장이 이 단어를 유행시킨 게 10년 전 일이다. 모바일 및 융복합 전성시대를 예고하면서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을 주문하며 한 말이다. 신임 KT 회장에 황 전 부회장이 내정됐다. 그는 경쟁자인 이른바 ‘친박’계 인사를 제치고 대표이사에 내정돼 더 관심을 끌었다. KT 내부에서도 그의 선임 배경을 놓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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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니들이 사업을 알어?” 1992년 나온 ‘칼리스타’는 이름도 생소한 쌍용자동차의 스포츠카다. 20년 전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매력적인 차다. 칼리스타가 한국 최초의 정통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대차가 스포츠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스쿠프’를 내놓은 게 그 무렵이다. ‘프레스토’ ‘르망’ 같은 차를 만들어 팔던 때다. 서구식 오픈카를 개발한 쌍용차는 앞서 가도 너무 앞서 갔다. 더구나 차값은 3000만원을 호가했다. 당시 고위층이나 재력가들이 탔던 그랜저가 2500만원이던 시절이다. 칼리스타는 연간 50대 팔기도 벅찼다. 이 차는 2년 만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당시 쌍용차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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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카피캣과 영업비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를 ‘카피캣’(모방꾼)이라고 불렀다. 삼성의 베끼기 탓에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액정화면, 배터리 할 것 없이 전자부품 사업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자랑한다. 애플도 삼성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이폰을 만들 수 없을 정도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곳도 삼성전자다. 부품을 주문하려면 방법이 없다. 카피캣이란 단어 속에는 잡스의 이 같은 의구심이 배어 있다. 영업비밀이 노출됐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다. 잡스는 이 논리를 앞세워 그동안 톡톡히 재미를 봤다. 주가 하락이나 혁신성이 떨어졌다는 주주들의 반발을 피해가는 데 삼성과의 소송을 역이용한 측면도 있다. 잡스는 떠났다. 그의 영업비밀에 대해 이야기해줄 사람은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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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탈세 계약서 박근혜 정부 첫 내각의 인사청문회는 도덕성이 화두였다. 부동산 거래에 따른 다운계약서가 곳곳에서 불거졌다. 김병관 국방·유정복 안행·서남수 교육·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탈세 의혹에 시달렸다. 뒤이어 신재윤 금융위원장, 이성한 경찰청장, 이경재 방통위원장, 조용호·서기석 헌재 재판관도 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정부는 ‘다운계약서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이들의 해명도 각양각색이다. 시세의 7분의 1 가격에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를 들은 신 위원장은 “당시 관행이었다”고 했다. 서 장관은 “공인중개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며 빠져나갔다. 유 장관은 “2005년 이전엔 다 그렇게 했다. 법무사가 한 것을 챙겨보지 못한 건 불찰”이라고 발뺌했다. 이들은 엄연한 탈세 행위에도 인사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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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칼잡이를 다시 기다리며 #사례 1 사정바람이 한창이던 2002년. 김종빈 대검 중수부장실 전화기는 조용한 날이 별로 없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홍걸씨가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였다. 당시 총장은 이명재씨다. 박지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만만한 김 부장에게 주로 전화를 걸었다. 둘의 통화내용은 미뤄 짐작할 것들이다. 주로 ‘어떻게 검찰이 이럴 수가 있느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다음날 조간신문에는 김 대통령 아들의 비리 혐의가 대문짝만하게 1면을 장식했다. 이 총장은 청와대의 외압을 ‘맨몸’으로 막았다. 수사팀이 흔들리지 않고 진실 규명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도 이 총장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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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파이넥스(FINEX) 세계 제철기술의 종주국은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이다. 근대 제철기술의 출발점은 용광로가 개발된 14세기다. 영국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용광로의 원천기술을 상당수 갖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 제철사는 갓 불혹의 나이를 넘긴 정도다. 허허벌판인 포항 영일만 앞바다를 메워 103만t짜리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낸 게 40년 전인 1973년 7월이다. 맨손으로 일본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지은 첫 용광로였다. 한국 제철사의 주역인 포스코(옛 포항제철)를 둘러싼 일화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제철소 건립을 주도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조상의 혈세로 짓는 것이니 만일 실패하면 바로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했다는 이른바 ‘우향우 정신’이 대표적이다. 제철소 지을 돈이 없어 대일청구권 자금을 빌려 썼기 때문이다. 1978년 중국 최고실력자인 덩샤오핑이 일본 기미쓰제철소를 찾아 신일본제철소 사장에게 ‘중국에도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가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으냐”는 대답을 들었다는 얘기도 일화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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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마곡의 비운과 서울시장 공항로를 따라가다 발산역 근처에 이르면 길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벌판을 만나게 된다. 현재 개발사업이 한창인 마곡지구다. 과거 삼(麻)을 주로 키웠다고 해서 마곡(麻谷)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서울의 마지막 곡창지대였다. 서울에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마냥 신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마곡지구에 한국을 대표하는 보타닉 공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타닉 공원은 식물원과 도시공원을 합친 개념이라고 한다. 여의도공원 2배 크기의 새 도시공원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공원 이름은 가칭 서울화목원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