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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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린메일 녹색은 자연주의의 상징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신경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녹색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또 친환경의 대표 이미지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영향 탓도 있다. 태양열·풍력·조력 같은 대체에너지도 그린에너지로 통칭해서 부른다. 그린이 포함된 단어는 대부분 긍정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있다. 바로 그린메일(Green Mail)이다. 그린메일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통용되는 경제용어다. 공갈·협박을 뜻하는 블랙메일에다 미국 달러화의 색상인 초록 이미지가 합쳐진 파생어다. 상장기업 주식을 사들인 뒤 경영진을 협박해 자신이 확보한 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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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구리왕 ‘구리왕’ 차용규씨는 한때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불렸다. 일개 직원이 한순간 1조원을 벌며 세계적인 거부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가진 재산이 얼마인지, 뒤에 누가 있는지를 놓고 아직도 뒷말만 무성하다. 검찰이 삼성물산의 구리광산 지분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차씨가 화제의 인물로 등장했다. 그는 선박왕인 권혁 시도상선 회장과 완구왕으로 불린 박종완 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대표에 이어 국세청이 배출한 ‘왕 시리즈’ 3명 가운데 하나다. 왕 시리즈는 지난 2011년 국세청의 기획조사 때 등장한 용어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역외탈세 조사를 통해 1조원을 추징하겠다는 목표 아래 해외에서 부를 쌓은 기업인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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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법정 언행 인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조연으로 나오는 판사 김공숙(김광규)은 좌충우돌하는 ‘튀는 판사’의 전형이다. 식사를 마치고 이쑤시개를 든 채 거드름을 피우다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방청객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법정에서 몰래 미니 선풍기를 돌리다 법복이 바람에 날리면서 망신을 자초한다. 옛날 같으면 법관의 이미지 실추를 문제 삼아 대법원이 가처분이라도 낼 법한 내용이다. 달라진 세상만큼 법정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옛말이다. 판사의 법정 언행을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는 고뇌에 찬 말 한마디가 판결문을 압도한다. 성적 압박감 때문에 모친을 살해한 10대에게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조경란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아버지 품으로 바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어미의 심정으로 기도하겠다”고 말해 재판정을 숙연케 했다. 올초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된 10대에게 참회의 기회를 준 서울고법 윤성원 부장판사도 화제가 됐다. 그는 “자네 부모들은 뭔 죄가 있어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려고 손발이 닳도록 빌어야 하는가”라며 청소년 범죄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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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내수기업의 비애 10년 전인 2003년 초의 일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라 불린 이인규 서울지검 형사9부장(전 대검 중수부장)의 책상 위에는 산더미 같은 서류뭉치가 쌓여 있었다. 4대그룹 사정자료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정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절이다. 이 부장은 4개 서류뭉치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이때 걸린 게 SK다. 그룹 총수인 손길승·최태원 회장이 함께 구속된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검찰이 SK를 택한 이유가 뭘까. 사정수사는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우선 고려요건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현실을 감안하면 삼성·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대기업은 수사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만만한 게 내수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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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TV의 진화 현재 TV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정화면(LCD) 패널이 첫선을 보인 것은 1990년대 말이다. 브라운관 TV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화질이었다. 세계 최초로 32인치 제품을 양산한 삼성전자는 당시 “배우의 땀구멍까지 놓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배불뚝이 TV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낸 것도 LCD TV다. TV의 세대교체는 드라마는 물론 우리 일상생활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성형 붐도 이와 무관치 않다. LCD 등장 이후 15년여 만에 TV 시장에 또 다른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고화질을 자랑하는 초고선명 TV(울트라 HDTV)의 등장이다. 이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CF를 보면 오랑우탄이 TV 화면 속 바나나를 진짜인 줄 알고 만지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의 눈으로 자연물을 직접 볼 때와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는 얘기다. 과거 배우의 땀구멍을 앞세운 것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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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종편 방송사고 종합편성채널(종편) 막말 파문이 또 불거졌다. 방송 진행자의 어이없는 말 한마디가 한·중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외교부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진화에 나설 정도다. 동아일보 계열의 채널A가 지난 7일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를 전하는 과정에 방송사고 수준의 멘트를 한 게 발단이 됐다. 채널A 뉴스 진행자는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2명이 사망자로 파악됐다는 뉴스가 들어와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식은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주요 언론에 상세히 보도됐다. 중국인들은 “중국인이 죽어서 다행이라는 말이냐”며 극한 감정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겉으로는 한·중 우호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중국인을 혐오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드러났다”며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성과가 이 한마디로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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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재벌 황태자와 절세의 유혹 이재용·정의선·정용진. 한국 재벌을 대표하는 이른바 황태자 그룹의 대표주자다. 한국 경제의 간판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유통산업의 지도가 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이들 3인방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198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한 486세대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성격도 자유분방하고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에 같이 입학한 친구 사이다. 정 부회장은 친구를 위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사용후기를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이 부회장도 평소 사심 없이 어울리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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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만물상자 ‘3D 프린터’ 최근 미국 IT 미디어인 시넷에는 3D 프린터로 ‘인공 손’을 만들어 장애아 돕기에 나선 사연이 소개됐다. 어릴 때 사고로 손을 잃은 한 목수와 디자이너가 손잡고 ‘로보핸즈’라는 인공 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동전을 집을 수 있을 정도의 섬세한 동작도 가능하다. 세계 각국 장애아들에게 이를 무료로 선물하기 위해 소셜펀딩 사이트에서 1만달러를 모금 중이다. 앞서 미국서는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와 설계 도면이 유튜브에 나돌아 화제가 됐다. 3D 프린터는 ‘도깨비 방망이’다. 설계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모든 물건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3차원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탄소섬유 같은 재료를 노즐로 분사한 뒤 이를 층층이 쌓아올려 실제와 똑같은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찰흙을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3D 프린터는 1980년대 말 산업현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됐다. 가격도 수억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2010년 1월 HP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3D 프린터를 내놓으면서 세상이 달라졌다. 지금은 200만~300만원대 제품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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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디지털 유언장 인기 드라마 <돈의 화신>을 보면 사채업자인 복화술(김수미 역)이 알츠하이머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생활사를 녹음한 뒤 컴퓨터에 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기억이 흐릿하거나 기록으로 남겨야 할 내용을 음성으로 메모하는 식이다. 병적인 기억장애가 아니라도 정상인 역시 기억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독일의 에빙하우스가 내놓은 망각곡선을 보면 인간은 20분이 지나면 기억량의 47%를 잊어버린다. 한 달 뒤에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11%에 그쳤다. 기억용량이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사람의 기억 중에는 소중한 과거도 있지만 유쾌하지 않은 것도 상당수다. 어젯밤의 악몽이 기억의 한편에 계속 남아 괴롭힐 경우를 상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인간 행복요건 중 하나로 망각이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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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의사 구함 얼마 전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2%가 돈을 최고의 가치로 꼽아 화제가 됐다. 직업을 선택할 때 ‘돈 많이 주는 곳’을 택하겠다는 학생도 12%였다. 돈 벌어 편히 살겠다는 게 요즘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고 1~2년생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했더니 교사와 의사가 1~2위로 나타났다. 몇년 전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장래희망을 적은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돈 많이 버는’ 의사를 꼽아 충격을 받았었다. 의사면 의사지 돈 많이 버는 의사라니. 엊그제 서울역에서는 이색적인 취업 박람회가 열렸다. 전국 중소병원 30여곳이 참여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취업 박람회다. 병원들이 직접 ‘의사 구하기’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대기업이야 자기 입맛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리크루팅에 열을 올리지만 의사를 구하는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3000여명의 의사가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사 구인난은 범상치 않은 일이다. 의사라도 같은 의사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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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안의 부활 공안검사들에게 참여정부 시절은 악몽같은 시기였다.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는 공안 분야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표적인 게 2003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간첩사건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공안 대책회의로 돌아가 보자. 청와대는 송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검찰 공안부는 송 교수의 간첩 혐의를 확신했다. 보수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 탓에 송 교수에게는 이미 간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검찰은 청와대의 의중에도 불구하고 송 교수의 구속수사는 피할 수 없다고 버텼다. 청와대 회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회의를 주재한 청와대 고위층은 검찰이 고집을 꺾지 않자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검찰의 사법처리 방침을 무작정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청와대 간부는 회의 도중 밖에다 얼음물을 시킨 뒤 벌컥벌컥 소리내어 마시면서 끓어오르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청와대와 공안검찰의 ‘불편한 동거’를 엿볼 수 있는 일화 중 하나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인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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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빗물이 스미지 못하는 도시 최병렬 전 서울시장은 별명이 ‘최틀러’다. 밀어붙이는 힘이 탁월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17년 전인 1995년의 일이다. 최 시장은 단국대 풍치지구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서울시 간부에게 풍치지구 해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풍치지구는 산림의 상태가 좋거나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단국대는 학교 캠퍼스를 둘러싼 울창한 숲 때문에 풍치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돼 있었다. 서울 캠퍼스 땅을 팔아 지방 이전계획을 세웠지만 풍치지구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자 서울시에 풍치지구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단국대 총장은 최 시장과 막역한 김학준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