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문화와 글쓰기 관련 기사를 씁니다. 시와 노래, 세상의 모든 연애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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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가는 세월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날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내 몸이 흙이 돼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1977년 서유석(사진)은 ‘가는 세월’을 타이틀곡으로 한 8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MBC <금주의 인기가요>에서 장장 14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 노래를 발표하기 전 서유석은 대전 유성에서 맥줏집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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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내 나라 내 겨레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치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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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겨울엔 동요 겨울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동요가 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면 어떤 노래보다 먼저 ‘눈’을 흥얼거린다.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이태선 작사, 박재훈 작곡의 동요로 두 사람 모두 목사였다. 이들은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로 유명한 ‘여름 냇가’도 합작했다. 수년 전 캐나다에서 별세한 박재훈 목사는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서덕출 작사)로 유명한 ‘눈꽃송이’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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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브라보 마이 라이프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들었던 노래를 악보로 옮겨 적어 ‘예스터데이’라는 명곡을 남겼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비슷한 탄생 비화를 갖고 있다. 이 곡을 만든 김종진은 어느 날 샤워 중에 무심코 흥얼거렸던 노래가 인상적이어서 악보로 옮겨 적었다. 멜로디부터 가사까지 고칠 것도 없이 즉석에서 만들어진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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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또 만나요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쉬웁지만/ 웃으면서 헤어져요/ 다음에 또 만날 날을 약속하면서/ 이제 그만 헤어져요.” 딕훼밀리의 노래 ‘또 만나요’(사진)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엔딩 전문곡이다. 백화점이나 다방, 술집, 나이트클럽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곧 문을 닫으니 나갈 준비를 하라는 시그널이었다. 나이트클럽을 가득 메웠던 청춘들은 이 노래가 나오면 하나둘 인근 포장마차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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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나는 반딧불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 ‘나는 반딧불’ 일부 가수 황가람이 부르는 이 노래는 수능철을 전후하여 역주행하는 노래다. ‘수능 위로곡’으로 불리면서 노래방 순위가 급상승한다. ‘별인 줄 알았지만 개똥벌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빛날 테니까.’ 단순하지만 함축적인 노랫말은 수능을 본 수험생이 아니라도 춥고 힘겨운 이 시대들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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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다시 만난 세계 일상에 지친 젊은 세대를 응원하던 노래가 탄핵 집회의 투쟁가로 각광받고 있다. 윤석열 탄핵 집회 현장에서 2007년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청년들의 분노가 격한 공감을 불러온다.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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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촛불 촛불을 켜든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모였다. 우리는 수천, 수만의 촛불이 모이면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1979년 계엄령을 전후해서 발표된 뒤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노래가 있다. 정태춘과 조용필의 ‘촛불’이다.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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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불과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요절한 차중락은 오빠부대의 원조였다. 1970년대 남진과 나훈아가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다면, 1960년대 말엔 배호와 차중락이 있었다. 그러나 차중락은 1966년 발표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의 노랫말처럼 1968년 11월 요절했다. 베트남 위문공연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찾아온 고열을 동반한 뇌수막염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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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갈까부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정년이>(사진)에서 단연 눈길을 끈 배우는 김태리였다. 특히 극중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부른 노래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 ‘갈까부다’도 소리꾼으로 성장해 가는 정년이의 진심이 묻어난 노래였다. ‘갈까부다 갈까부다/ 님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갈까부다/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떼지어 날아가는 청천의 기러기도 다 쉬어 넘는/ 동설령 고개라도 님 따라 갈까부다/ 하늘에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 년 일도 보련마는/ 우리님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건대/ 이다지도 못 보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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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20집 앨범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 대기실에서 조용필과 마주 앉았다. “앨범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 그가 “다음엔 로큰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음악이 없는 삶’은 죽음이기에 ‘마지막 앨범’은 공언이 될 수도 있다. 1988년 내놓은 10집 앨범은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것이었다. 원래 두 장짜리 앨범으로 기획했으나 한꺼번에 유통하는 게 여의치 않아 1년을 사이에 두고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눠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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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 퀸시 존스의 결정적 장면들 최근 세상을 떠난 퀸시 존스(사진)는 팝 음악계의 거장으로 추앙받아온 인물이다. 그의 삶에 인상적인 몇 장면이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불우한 흑인소년의 인생을 바꾼 건 디저트를 훔치러 들어간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만난 피아노였다고 회고한다. 피아노에 손을 얹는 순간 평생 건반과 함께하게 될 거라는 예감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센터의 관리인이 몰래 피아노를 치러오는 퀸시 존스를 위해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