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우
뉴스총괄 겸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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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왕’자의 그림자, ‘뒤집힌 세계’의 괴물들 대통령 윤석열의 난동을 보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1980년대 미국이 배경인 드라마에는 두 개의 세계가 나온다. 현실 세계와 이 세계에 거꾸로 붙어 있는 ‘뒤집힌 세계(The Upside Down)’다. 뒤집힌 세계는 얼핏 현실 세계를 닮았지만, 최강 빌런 베크나를 비롯해 괴물들이 지배하는 음침한 곳이다. 괴물들은 인간을 납치하거나 정신을 조종하는 등 끊임없이 현실 세계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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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민주주의의 배신자들 계엄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 윤석열은 직무가 정지됐지만, 아직 파면당하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권력자를 제어해야 할 집권여당은 그를 보호하고 있다.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윤석열은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담화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라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키더라도 버티겠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한 국정 혼란과 국민 불안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국정지도자 자격이 없는 이런 인물은 영구 파면이 정답이라는 게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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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내 백성이? 아니, 왜?” 영화 <전,란>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임금 선조는 나라나 백성보다 자신의 안위와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인물이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도성을 버리고, 백성이 죽든 말든 나루터를 불태운다. 왕권이 위협받을까봐 의병장 김자령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궁의 재건에만 집착한다. 어리석고 무능한 데다 음흉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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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대통령의 집은 어디인가 답답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브리핑·기자회견 뒤 참모들과 평가회의를 하면서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후련함도 보였다고 한다. 앞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 했다고도 전해졌다. 미국 대선에 등장한 ‘weird(이상한)’와 ‘creepy(기괴한)’는 이때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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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바이든 사퇴와 윤 대통령의 선택 미국 대선 구도를 극적으로 바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정치 지도자의 자질과 책임의식, 권력의 속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대선 후보 첫 TV토론 후 불거진 ‘고령 리스크’로 당 안팎의 압박을 받다가 재선을 포기하기까지 25일간은 바이든에게 당혹과 분노, 고심과 결단의 시간이었을 테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투표일을 100일 남짓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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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가시로 막고 막대로 치려 해도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숨기거나 뭉개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반면 유리하다 싶은 일은 떠벌리거나 부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은 그런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무 부서도 파악 못했고, 시작 8분 전에야 공지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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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 대통령, 잘못 드러누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는 ‘노빠꾸’로 요약된다. 무조건 직진이다. 축구로 치면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대선 홍보 영상에서 했던 “좋아, 빠르게 가(좋빠가)”는 그의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그 출발점이 ‘검사 윤석열’임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2013년 10월 국회의 검찰 국정감사에서 했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발언은 그가 ‘별의 순간’을 잡은 동력이 됐다. 부당한 외압에 물러서지 않는 검사 이미지는 정치적 자산이 별반 없던 그가 빼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였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팔뚝을 휘둘러 어퍼컷을 날리거나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건 것은 다 이 같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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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역대급’ 선거와 ‘어쩔 건데’ 정치 ‘역대급’. 몇 년 전부터 자주 쓰이는 인터넷 신조어다. 단어 구조상 ‘역대(그동안)에 준하는’ 정도의 뜻이지만, 실제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의미로 쓰인다. 2년 전 이 ‘역대급’ 때문에 머리를 싸맨 기억이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표현이 그랬다.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안 쓸 수도 없었다. 한국 정치의 실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전 고민은 사소한 것이었다. 최근 정치권에 ‘역대급’들이 넘쳐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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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3년 넘게 남았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은 실망감을 넘어서는 감정을 안겨줬다.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고 반환하지 않은 데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했던 ‘대리 유감 표명’은커녕 ‘아쉽다’라는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제도적 보완 방안에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해서 될 일이었으면 김 여사는 왜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고 숱한 논란을 일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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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나사 빠진 극장형 정치 일본에 ‘극장형 정치’라는 게 있다. 정치를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연출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수법이다. 이를 잘 써먹은 정치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꼽힌다. 그는 거의 매일 TV에 나와 정치쟁점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선악 구도를 짜 자신을 투사처럼 보이게 했다. 외신 인터뷰 중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등 퍼포먼스에도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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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착시와 직시 최근 정치권 모습은 좀 낯설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반성, 소통 메시지를 냈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17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18일),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18일). 국민의힘은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했고,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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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구국의 지도자’와 엄석대 지난번 칼럼 말미에 썼다. 이러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권력에 과잉 충성하면서 자기 영달에 몰두하는 이를 경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 ‘쌍팔년도 개그’가 ‘2023년판’으로 리메이크될 줄이야.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의 ‘통일대화’ 자리였다. 국민의힘 3선 경북지사 출신인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며 “그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 우리 민주평통 의장이신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날 통일대화는 대통령의 통일관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다”며 ‘이념전쟁’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