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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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역대급’ 선거와 ‘어쩔 건데’ 정치 ‘역대급’. 몇 년 전부터 자주 쓰이는 인터넷 신조어다. 단어 구조상 ‘역대(그동안)에 준하는’ 정도의 뜻이지만, 실제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의미로 쓰인다. 2년 전 이 ‘역대급’ 때문에 머리를 싸맨 기억이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표현이 그랬다.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안 쓸 수도 없었다. 한국 정치의 실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전 고민은 사소한 것이었다. 최근 정치권에 ‘역대급’들이 넘쳐나서다. 지난 11일 대표적인 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의 탈락과 막말 논란의 정봉주 전 의원 공천으로 정점을 찍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공천혁명”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번 공천에 사심이 개입했으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로 찍힌 이들은 어김없이 잘려나간 반면, 이 대표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들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주변에선 “이 대표가 이럴 줄 몰랐냐”와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하냐”는 반응이 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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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3년 넘게 남았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은 실망감을 넘어서는 감정을 안겨줬다.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고 반환하지 않은 데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했던 ‘대리 유감 표명’은커녕 ‘아쉽다’라는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제도적 보완 방안에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해서 될 일이었으면 김 여사는 왜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고 숱한 논란을 일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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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나사 빠진 극장형 정치 일본에 ‘극장형 정치’라는 게 있다. 정치를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연출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수법이다. 이를 잘 써먹은 정치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꼽힌다. 그는 거의 매일 TV에 나와 정치쟁점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선악 구도를 짜 자신을 투사처럼 보이게 했다. 외신 인터뷰 중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등 퍼포먼스에도 능했다. 고이즈미의 정치적 제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못지않았다. 일왕 교체나 도쿄 올림픽 개최 등 각종 이벤트를 정권 부양에 활용했다. ‘하고 있는 느낌’을 연출하는 데도 뛰어났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던 그가 돌연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공언하던 걸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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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착시와 직시 최근 정치권 모습은 좀 낯설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반성, 소통 메시지를 냈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17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18일),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18일). 국민의힘은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했고,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일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상황이 낯선 건 그간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진 지난해 대선 후에도 국민들은 여야 간 극한 대치와 이로 인한 정치 실종을 지겹도록 봐왔다. 그래서 지금 착시일 수 있다. 여야가 바짝 엎드리는 건 6개월도 안 남은 총선 때문일 터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여야가 건전한 쇄신 경쟁을 하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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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구국의 지도자’와 엄석대 지난번 칼럼 말미에 썼다. 이러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권력에 과잉 충성하면서 자기 영달에 몰두하는 이를 경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 ‘쌍팔년도 개그’가 ‘2023년판’으로 리메이크될 줄이야.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의 ‘통일대화’ 자리였다. 국민의힘 3선 경북지사 출신인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며 “그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 우리 민주평통 의장이신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날 통일대화는 대통령의 통일관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다”며 ‘이념전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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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아침밥 먹었습니까?” “먹지 않았습니다(빵은 먹었지만).” 몇년 전 일본에서 유행했던 ‘밥 논법’이다. ‘밥 먹었냐’는 질문이 ‘식사했냐’는 의미인 줄 뻔히 알면서 ‘(빵을 먹었으니 밥은) 먹지 않았다’라고 논점을 흐리는 수법이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졌을 때 화제가 됐다. 아베 총리와 그 측근들이 책임 추궁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태도를 비꼰 것이다. 예컨대 아베 총리의 전 비서관은 국회에서 “(가케학원 문제로) 이마바리시 직원과 만났냐”는 질문에 “직원과 만난 기억은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가케학원 관계자와 에히메현·이마바리시 직원과 면담한 문서가 나오자 그제서야 가케학원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인정했다. 앞선 국회 답변 때는 가케학원 관계자와 만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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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대통령의 ‘갑툭튀’ 존재감 “혼란스럽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고3 아이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카톡 대화를 먼저 걸어오는 일이 드물고, 뭘 물어봐도 “아니요” 같은 단답형이 대부분이던 아이다. “6모(6월 모의평가) 끝난 시점에 뭐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한 뒤 어떻게 되는 거지?” “앞으로 어떻게 바뀐다는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의 물음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5개월을 앞두고 벌어지는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아버지는 달랠 방법을 알지 못한다. “열심히 공부하면 문제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대답 없는 카톡창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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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물컵 절반과 오염수 지난달 21일 한·일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참배했다. 한국인 피폭자들은 “꿈만 같다”고 했다. 1945년 8월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일본인 말고도 수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다. 히로시마 5만명, 나가사키 2만명 등 7만명이 피해를 봤다. 전체 피폭자가 약 70만명이라니 피폭자 10명 중 1명이 조선인인 셈이다. 일본인 피폭자는 3분의 1 정도가 사망했는데 조선인 피폭자는 절반 이상 숨졌다. 열악한 환경과 차별 대우 속에 방치됐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의 공동참배는 이런 한국인 피폭자 문제를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참배가 희생자 추모에 그친 데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상징으로만 활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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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검찰 출신’ 윤석열 정부의 미제 사건 X파일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취재할 때다. 최대석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이화여대 교수)이 갑작스레 물러났다. 임명 엿새 만이었다. 인수위 측은 “일신상 이유”라고만 했다. 최 교수는 박씨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획자이자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기자들이 서울 청담동 자택까지 찾아갔지만 얼마나 다급했는지 현관문을 잠그지도 못한 채 잠적했다. 이후 대북 접촉설, 국정원과의 알력설 등이 흘러나왔지만 전후 사정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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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한국 사람이요? 일본 사람이요? 일본 특파원으로 있던 2019년 6월30일의 일이다.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취재를 마치고 도쿄행 열차를 탔다. 일본 신문들을 훑어보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 1면에 눈길이 딱 멈췄다. 일본 정부가 7월부터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경제 제재를 발동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키로 했다는 것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G20 의장국으로 “자유·공정·무차별적 무역”을 외친 일본이 그에 역행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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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챗GPT에게 물어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너도나도 챗GPT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느라 무아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사를 챗GPT에 써보도록 했더니 “몇 자 고치면 그냥 나가도” 괜찮을 정도로 “정말 훌륭하더라”고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챗GPT의 등장이 “인터넷만큼 중대한 발명”이라고 말했다. 챗GPT 열풍이 유행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가 전 인류의 지적 능력 합계를 능가하는 ‘특이점’이 머지않았다는 섣부른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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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올해의 사자성어 - 여권편 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다. 교수신문을 보면 대학교수들은 올해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성은커녕 ‘네 탓’만 하는 정치권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정치권의 한 해 결산은 멀어만 보인다.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법정처리시한(2일)과 정기국회(9일)를 지나더니 김진표 국회의장이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시점(15일)을 넘겼다. 김 의장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역정을 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