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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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대통령의 집은 어디인가 답답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브리핑·기자회견 뒤 참모들과 평가회의를 하면서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후련함도 보였다고 한다. 앞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 했다고도 전해졌다. 미국 대선에 등장한 ‘weird(이상한)’와 ‘creepy(기괴한)’는 이때 쓰는 모양이다. 국정브리핑·기자회견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게 언론 대부분의 평가다. 국정브리핑은 자화자찬으로 채워졌고, 기자회견은 동문서답이 주를 이뤘다. 미흡함을 인정하고, 고충도 털어놓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자리가 누구한테는 더부룩한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여명808’이었던 모양이다. 최근 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던데, 이번 일로 더 갑갑해진 국민 속은 누가 풀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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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바이든 사퇴와 윤 대통령의 선택 미국 대선 구도를 극적으로 바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정치 지도자의 자질과 책임의식, 권력의 속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대선 후보 첫 TV토론 후 불거진 ‘고령 리스크’로 당 안팎의 압박을 받다가 재선을 포기하기까지 25일간은 바이든에게 당혹과 분노, 고심과 결단의 시간이었을 테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투표일을 100일 남짓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바이든은 3수 끝에 대통령에 오르는 등 50년 넘게 정치인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건 4년 전 그를 제압한 자신밖에 없다는 사명감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자신의 정체성과 경력을 부정하는 선택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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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가시로 막고 막대로 치려 해도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숨기거나 뭉개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반면 유리하다 싶은 일은 떠벌리거나 부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은 그런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무 부서도 파악 못했고, 시작 8분 전에야 공지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보면 석유와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정상들과 연쇄 회담이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브리핑 할 일이었나 싶다. 게다가 호주 석유개발회사가 이 사업을 ‘가망 없다’고 결론 낸 사실이 알려지고,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잇따랐다. 결국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이슈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심이 짙다. 상시화하고 있는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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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윤 대통령, 잘못 드러누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는 ‘노빠꾸’로 요약된다. 무조건 직진이다. 축구로 치면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대선 홍보 영상에서 했던 “좋아, 빠르게 가(좋빠가)”는 그의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그 출발점이 ‘검사 윤석열’임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2013년 10월 국회의 검찰 국정감사에서 했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발언은 그가 ‘별의 순간’을 잡은 동력이 됐다. 부당한 외압에 물러서지 않는 검사 이미지는 정치적 자산이 별반 없던 그가 빼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였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팔뚝을 휘둘러 어퍼컷을 날리거나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건 것은 다 이 같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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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역대급’ 선거와 ‘어쩔 건데’ 정치 ‘역대급’. 몇 년 전부터 자주 쓰이는 인터넷 신조어다. 단어 구조상 ‘역대(그동안)에 준하는’ 정도의 뜻이지만, 실제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의미로 쓰인다. 2년 전 이 ‘역대급’ 때문에 머리를 싸맨 기억이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표현이 그랬다.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안 쓸 수도 없었다. 한국 정치의 실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전 고민은 사소한 것이었다. 최근 정치권에 ‘역대급’들이 넘쳐나서다. 지난 11일 대표적인 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의 탈락과 막말 논란의 정봉주 전 의원 공천으로 정점을 찍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공천혁명”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번 공천에 사심이 개입했으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로 찍힌 이들은 어김없이 잘려나간 반면, 이 대표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들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주변에선 “이 대표가 이럴 줄 몰랐냐”와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하냐”는 반응이 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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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3년 넘게 남았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은 실망감을 넘어서는 감정을 안겨줬다.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고 반환하지 않은 데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했던 ‘대리 유감 표명’은커녕 ‘아쉽다’라는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제도적 보완 방안에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해서 될 일이었으면 김 여사는 왜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고 숱한 논란을 일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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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나사 빠진 극장형 정치 일본에 ‘극장형 정치’라는 게 있다. 정치를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연출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수법이다. 이를 잘 써먹은 정치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꼽힌다. 그는 거의 매일 TV에 나와 정치쟁점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선악 구도를 짜 자신을 투사처럼 보이게 했다. 외신 인터뷰 중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등 퍼포먼스에도 능했다. 고이즈미의 정치적 제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못지않았다. 일왕 교체나 도쿄 올림픽 개최 등 각종 이벤트를 정권 부양에 활용했다. ‘하고 있는 느낌’을 연출하는 데도 뛰어났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던 그가 돌연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공언하던 걸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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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착시와 직시 최근 정치권 모습은 좀 낯설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반성, 소통 메시지를 냈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17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18일),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18일). 국민의힘은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했고,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일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상황이 낯선 건 그간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진 지난해 대선 후에도 국민들은 여야 간 극한 대치와 이로 인한 정치 실종을 지겹도록 봐왔다. 그래서 지금 착시일 수 있다. 여야가 바짝 엎드리는 건 6개월도 안 남은 총선 때문일 터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여야가 건전한 쇄신 경쟁을 하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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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구국의 지도자’와 엄석대 지난번 칼럼 말미에 썼다. 이러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권력에 과잉 충성하면서 자기 영달에 몰두하는 이를 경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 ‘쌍팔년도 개그’가 ‘2023년판’으로 리메이크될 줄이야.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의 ‘통일대화’ 자리였다. 국민의힘 3선 경북지사 출신인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며 “그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 우리 민주평통 의장이신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날 통일대화는 대통령의 통일관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다”며 ‘이념전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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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아침밥 먹었습니까?” “먹지 않았습니다(빵은 먹었지만).” 몇년 전 일본에서 유행했던 ‘밥 논법’이다. ‘밥 먹었냐’는 질문이 ‘식사했냐’는 의미인 줄 뻔히 알면서 ‘(빵을 먹었으니 밥은) 먹지 않았다’라고 논점을 흐리는 수법이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졌을 때 화제가 됐다. 아베 총리와 그 측근들이 책임 추궁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태도를 비꼰 것이다. 예컨대 아베 총리의 전 비서관은 국회에서 “(가케학원 문제로) 이마바리시 직원과 만났냐”는 질문에 “직원과 만난 기억은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가케학원 관계자와 에히메현·이마바리시 직원과 면담한 문서가 나오자 그제서야 가케학원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인정했다. 앞선 국회 답변 때는 가케학원 관계자와 만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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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대통령의 ‘갑툭튀’ 존재감 “혼란스럽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고3 아이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카톡 대화를 먼저 걸어오는 일이 드물고, 뭘 물어봐도 “아니요” 같은 단답형이 대부분이던 아이다. “6모(6월 모의평가) 끝난 시점에 뭐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한 뒤 어떻게 되는 거지?” “앞으로 어떻게 바뀐다는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의 물음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5개월을 앞두고 벌어지는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아버지는 달랠 방법을 알지 못한다. “열심히 공부하면 문제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대답 없는 카톡창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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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물컵 절반과 오염수 지난달 21일 한·일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참배했다. 한국인 피폭자들은 “꿈만 같다”고 했다. 1945년 8월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일본인 말고도 수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다. 히로시마 5만명, 나가사키 2만명 등 7만명이 피해를 봤다. 전체 피폭자가 약 70만명이라니 피폭자 10명 중 1명이 조선인인 셈이다. 일본인 피폭자는 3분의 1 정도가 사망했는데 조선인 피폭자는 절반 이상 숨졌다. 열악한 환경과 차별 대우 속에 방치됐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의 공동참배는 이런 한국인 피폭자 문제를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참배가 희생자 추모에 그친 데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상징으로만 활용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