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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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생태위기의 인류에 새 좌표계를 제시하는 ‘존재양식의 탐구’ 생태 위기 앞에서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하는 세계적 철학자의 대작 ‘존재양식의 탐구’(브뤼노 라투르 지음 / 황장진 옮김 / 사월의책)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 온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집필한 최고의 대작으로 꼽힌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라투르 사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투르는 서구 근대인과 그들을 따라 근대화를 추구한 비서구 근대인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 놓는 잘못된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갈등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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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진정한 ‘승부’를 향한 바둑영웅들의 대결 눈길 반상을 마주하고 드라마틱한 승부를 별치는 내용의 소설이 새롭게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제목도 ‘승부’(조세래 지음 / 문예춘추사)다. 절판됐다가 개정 출판된 ‘승부’는 지금 시대에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질문하는 소설이다. 승부의 참다운 모습은 외면한 채 오직 이기는 것만이 승부의 절대적 가치로 인정받는 현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작가는 바둑이라는 웅장한 투혼의 장을 기획한다. 이에 따라 소설 속에서는 우리나라가 낳은 4대 기성(棋聖) 여목 이상순과 그의 제자 설숙·추평사 그리고 추평사의 아들 추동삼 등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조선의 자존심을 걸고 대륙과 섬을 넘나들며 파란만장한 승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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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는 행복한 놀이다”···양세형 첫 시집 ‘별의 길’ 화제 코미디언 양세형의 첫 시집 ‘별의 길’(이야기장수)이 출간됐다. 언뜻 의외의 일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 직업인 그와 시의 만남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단어들을 조립해 감정을 표현하는 ‘행복한 놀이’를 즐겼다는 그는 후배 개그맨들의 결혼식에서 직접 쓴 감동적인 축시를 낭독해 유튜브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이 시집의 표제시가 된 ‘별의 길’을 즉석에서 쓰고 낭독해 패널들의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는 여태까지 한 권의 시집도 내지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그의 시 ‘별의 길’을 필사하거나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사람까지 나타났고, 그는 시집 없는 시인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히 시를 선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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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외국에는 없는 한국의 먹거리 ‘콩나물’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콩이다. 콩의 발상지가 오늘날 중국과 맞닿아 있는 우리나라 두만강 유역이다. 이런 콩이 18세기 중엽에 유럽으로 건너갔고, 미국에서는 19세기 초에 재배되기 시작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작물인 만큼 콩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콩을 싫어해도 콩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음식의 맛을 내는 데 기본적으로 쓰이는 간장·된장·고추장 등이 콩을 주재료로 한다. 콩을 삶아서 찧은 뒤 덩이를 지어서 말리면 ‘메주’가 된다. 이 메주를 소금물에 30~40일 담가 우려낸 뒤 그 국물을 떠내어 솥에 붓고 달인 것이 ‘간장’이다. 그렇게 간장을 담근 뒤에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다. 또 고추장을 만들 때 반드시 넣어야 하는 것이 메줏가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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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70대에 나홀로 떠나 본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유럽과 가까운 북아프리카의 이집트를 다녀온 사람은 꽤 있지만, 그 아래에 있는 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 등 리얼 아프리카를 갔다 온 사람은 드물다. 특히 아프리카 종단여행은 20~30대 젊은이에게도 쉽지 않다. 치안도 걱정되고 환경도 열악해 갈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넓은 들판에서 사자·기린·코끼리 등 수많은 동물을 만나고,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킬리만자로에 올라보고 싶은 로망을 품고 있는 사람은 많다.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의 저자는 나이 70에 나 홀로 무려 260일간이나 북아프리카부터 남아프리카까지 아프리카를 종단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프리카에 스며들어 리얼 아프리카를 즐겼다. 느릿느릿 다니기도 하고, 때론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고, 사막 액티비티도 즐겼다. 험한 오지여행을 가로막는 건 나이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생길 듯하다. 나도 아프리카에 갈 수 있겠다는 용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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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고문기술자의 조우··· 소설 ‘사물의 눈’ 눈길 소설가 우경미가 장편소설 ‘사물의 눈’(도서출판 나비문)을 펴냈다. 계간지 ‘작가세계’로 등단하고 2011년 단편집 ‘나비들의 시간’을 발표한 이후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문 경관으로 낙인찍혀서 이국땅으로 도피 중인 ‘그’가 줄거리를 이끈다. 조직의 명령으로 이국의 도시에 숨어 지내고 있는 그는 호수 산책길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어 주고 푼돈을 받는 주정뱅이 영감을 알게 된다. 영감을 통해 동족이자 이 도시에 은둔해 있는 또 한 명의 미스터리한 젊은 여자를 만난다. 그가 영감과 여자를 알게 되는 소설 속의 주요 공간인 ‘호수’는 어디에나 있는 곳 같으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장소처럼 흥미롭게 서술된다. 모자 모양의 호수가 있는 작은 소도시를 배경으로 2차세계대전의 희생자인 주정뱅이 영감과 일본군위안부였던 김달이, 나치 피해자 애나 할머니가 주요 인물이다. 하지만 소설은 과거사에 머물지 않는다. 끝까지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두 사람,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별칭으로 가지고 있는 ‘그’와 ‘여자’로 인해 지난 역사의 비극을 현재진행형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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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매혹과 권태, 상실 그리고 성장의 심리학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게.”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이런 맹세를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랑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오래전 ‘낭만적 사랑’은 결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계급과 가문 등이 우선이었다. 우리 사회가 현대화·민주화되면서 개인의 결정권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고 나서야 ‘사랑’이 배우자 선택의 우선순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소득불균형이 심해지고 미래의 삶에 대한 보장이 불투명해지면서 결혼시장에서는 다시 사랑보다 ‘조건’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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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못난 왕의 의심이 만들어낸 ‘손돌바람’ 22일은 그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추워져 겨울 채비를 서두를 때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특히 이즈음에는 바람이 심하게 분다. 일명 ‘손돌바람’이다. 손돌바람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몇가지 설이 전한다. 조선시대 때 이괄의 난을 피해 한강을 건너던 인조와 관련한 얘기도 그중 하나다. ‘손돌(孫乭)’이라는 사공이 있었다. 그가 피란을 가는 왕을 모시고 뱃길을 가는데, 왕의 눈에는 손돌이 일부러 물살이 거센 곳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인조가 물살이 잔잔한 곳으로 뱃길을 잡으라 했지만, 손돌은 계속 물살이 거친 곳으로 노를 저었다. 이에 인조는 자신을 해하려는 것으로 의심했다. 손돌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인조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죽음을 직감한 손돌은 바가지를 하나 건네며 “뱃길을 못 잡겠으면 물에 바가지를 띄우고 그것을 쫓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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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대작가 조정래가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파헤친 ‘황금종이’ 너나없이 ‘영혼까지 끌어당겨’ 투자를 하고,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평생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김밥 할머니부터 다섯 살 아이에게 편법 증여를 하는 졸부들까지,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민낯은 극과 극을 오간다. 중요한 생존 수단이지만 되레 그것이 생존을 위협하는 냉혹한 돈의 아이러니. 과연 돈이란 무엇일까. 우리 시대의 소설가 조정래가 이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00만 독자에게 우리 현대사의 참모습을 알리고, 장편소설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 ‘천년의 질문’ 등을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뤄 온 조정래 작가. 그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황금종이’(전2권)를 출간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비극적 향연이 펼쳐지며,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돼 가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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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전쟁보다 참혹한 펜타닐의 실체를 과학으로 읽는 ‘대마약시대’ 연예인과 유명인의 마약복용 사건이 수시로 매스컴에 올라온다.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마약 사용자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 8395명을 기록했다. ‘마약 청정국’의 자부심도 이제 먼 나라 얘기가 됐다. 하지만 아직 진정한 위협은 당도하지 않았다. 2022년 국내 한 방송사는 마약 중독자들로 가득 찬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충격적인 모습을 방영했다. 팔다리가 경직된 채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먀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펜타닐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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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MZ세대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돕는 ‘오피스 문해력’ ‘일과 관계는 결국 말과 글로 이뤄진다.’ 비즈니스 라이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백승권 ㈜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가 모든 것이 서툴 수밖에 없는 MZ세대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돕기 위해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소통력을 강화하는 핵심 포인트와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요령, 스토리텔링 기법 등을 두루 담은 ‘오피스 문해력’(EBS BOOKS)이다. 이 책은 미팅·회의·발표·보고서·기획서·보도자료·이메일·문자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직장생활에서 필수인 업무 글쓰기의 핵심과 문해력의 본질, 각종 보고서 작성 요령 등을 총망라한다. 신속성과 효율성이 생명인 직장에서 간결하고 분명하게 문서를 작성하고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시니어 직장인이 주니어 직장인에게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정리한 오피스 문해력의 비법 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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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입이 커서 ‘아귀’, 진짜 맛있어서 ‘참치’ 귀밑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이렇게 쌀쌀해진 날이면 문득 뜨뜻한 국물의 음식이 떠오른다. 대구탕도 그중 하나다. 겨울이 제철인 대구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식성에 잘 맞는다. 대구(大口)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입이 큰 생선”을 의미한다. 겨울이 제철이면서 입이 큰 생선으로는 ‘아구’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열에 아홉은 ‘아구’라고 부르는 이 생선의 바른 이름은 ‘아귀’다. 아귀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餓鬼)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살아 있을 때 탐욕이 많던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 아귀는 굶주림의 형벌을 받아 생김새가 흉측하고, 특히 입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