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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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오소리감투가 둘인 조직은 망한다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이 의외로 많이 산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지, 저마다 서식지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오소리도 그중 하나다. 오소리의 이름은 다양하다. 한자말로는 토저(土猪)나 토웅(土熊)으로 불린다. 민간에선 ‘작은 곰’이란 의미에서 소웅(小熊)으로도 쓰지만, 이 말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는 않다. 오소리는 얼굴이 원뿔 모양이고, 다리가 짧고 굵은 것이 특징이다. 외형에서 강인함이 풍긴다. 이런 오소리의 고기와 기름은 오래전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여 왔다. 그 효능이 <동의보감>에 실려 있기도 하다. 그런 탓에 오소리를 함부로 잡는 일이 많아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가축으로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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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왕에게 아첨하고 받은 벼슬 ‘오행당상’ 조선의 15대 임금인 광해군은 임진왜란 때 세자로서 분조(둘로 나뉜 조정)를 이끌며 왜적과 싸웠다. 즉위 후에는 후금과 명나라 사이에서 중립외교 노선을 취해 백성이 사지로 내몰리는 일을 막았다. 전후 복구에 힘쓰고, 대동법 등 합리적인 정책도 펼쳤다. 성군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이복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어머니 인목대비를 유폐하는 등 비인간적 악행도 저질렀다. 잦은 옥사(獄事)로 많은 신하의 목숨을 앗은 폭군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그릇된 풍수론에 사로잡혀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백성들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었다. 이로 말미암아 그는 백성들에게 버림받고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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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객지살이가 원망스러울 된장잠자리 가을 하면 바로 연상되는 곤충이 있다. ‘잠자리’다. 이맘때 도심을 벗어나면 파란 하늘 아래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들과 들판의 가을꽃 위에 내려앉은 잠자리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잠자리는 ‘가을 곤충’이 아니다. 잠자리는 초여름부터 우리 곁을 날아다닌다. 다만 가을이면 잠자리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이는 태풍과 관련이 있다. 태풍이 한반도로 향할 때 많은 곤충이 바람에 휩쓸려 ‘이주를 당한다’는 사실이 현대 과학에 의해 밝혀졌다. ‘된장잠자리’도 그중 하나다. 이름에 ‘된장’이 붙어 있고, 주변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어 우리나라 토종처럼 생각되지만, 된장잠자리의 본래 서식지는 동남아시아다. 그런 까닭에 된장잠자리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못한다. 추운 겨울 탓이다. 한가하고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된장잠자리로서는 원망스럽고 서글픈 객지살이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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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한자말 오남용이 ‘낮은 문해력’ 부추긴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얘기가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나중에 알리겠다”는 의미의 ‘추후(追後) 공고(公告)’를 ‘추후공업고등학교’의 준말로 이해했다거나 “매우 깊고 간절하게 사과드린다”는 뜻의 ‘심심(甚深)한 사과’를 “지루하고 재미없게 사과한다”로 받아들였다는 말이 그 사례로 떠돌기도 한다. 그러면서 문해력이 부족한 원인 중 하나로 ‘한자 교육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평소 쓰는 말 중 6할 이상이 한자말이므로, 그런 주장은 꽤 설득력 있다. 아울러 한자말 중엔 한글 표기가 같지만 의미가 다른 말이 많아 한자 공부가 부족하면 말하는 사람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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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하릅강아지’와 ‘애돝’은 동갑이다 소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은 ‘송아지’이고, 말의 새끼를 일컫는 말은 ‘망아지’다. 이들 말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아’는 “작고 어린 것”을 뜻한다. 그래서 “나이가 어린 사람”이 ‘아이’이고, “어린 젖먹이 아이”가 ‘아기’다. ‘강아지’도 당연히 개의 새끼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다 큰 개를 이야기하면서 강아지로 표현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나 반려동물과 관련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 그러나 성견(成犬)을 ‘강아지’로 부르는 것은 바른 언어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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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질 수도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강한 자들끼리 싸우는 통에 약한 자가 중간에 피해를 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는 ‘경전하사(鯨戰蝦死)’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딱 맞는 말일 듯싶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고도 했다. 아랫사람의 일로 윗사람에게 해가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와 의료계가 한번쯤 되새겨 봄직한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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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닭의 볏’을 닮아 붙은 이름 맨드라미 한낮에는 늦더위가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는 선선함이 제법 배어 있다. ‘가을의 중간에 있는 명절’이라 하여 중추절(仲秋節)로도 불리는 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이제 때는 가을의 한복판으로 치닫는다. 이렇듯 가을이 깊어지면 코스모스가 흐드러진다. 코스모스는 원산지 멕시코에서 들이나 길가에 마치 잡초처럼 피던 꽃이다. 18세기 말 스페인의 식물학자가 이 꽃에 ‘질서정연한 우주’를 의미하는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스는 애써 가꾸지 않아도 쉽게 뿌리를 내린다. 가녀린 몸이 바람에 흔들거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씩씩하게 자란다. 또한 혼자 고고하지 않고 더불어 핀다. 수수하지만 어여쁨도 뒤처지지 않는다. ‘우주’의 이미지와 꽤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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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학을 떼다’는 말라리아로 고생했다는 뜻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도 지났다. 처서는 ‘곳’이나 ‘때’의 뜻으로 많이 쓰이는 한자 處와 ‘더위’를 의미하는 한자 暑가 결합한 말이다. 따라서 얼핏 ‘더운 때’를 일컫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處에는 ‘쉬다’ 또는 ‘머무르다’ 따위의 뜻도 있다. 즉 처서는 ‘더위가 더는 심해지지 않는 때’를 가리킨다. 이는 처서가 조선 연산군 때 ‘조서(조暑)’로 불린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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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초가을 조각구름 몰고 오는 ‘건들바람’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누구나 알 법한 동요 ‘흰 구름’의 가사다. 외국 곡에 시인 박목월이 노랫말을 단 이 동요의 배경은 가을이다. 노랫말에 있는 ‘솔바람’이 이를 말해 준다. 다만 곡의 분위기와 ‘솔바람’의 의미는 조금 괴리감이 있다. 노래는 맑고 밝은 반면 솔바람은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며 부는 으스스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솔바람을 ‘소슬바람’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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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독도, 평균기온 13도 강수량은 1800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독도에 대한 애정이 많다. 하지만 독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에는 1983년 만들어져 지금도 많은 사람이 흥얼거리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의 영향이 크다. 이 노래에는 독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아울러 노래가 만들어지고 40여년이 지나면서 독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행정구역이 ‘울릉군 남면 도동’에서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로 바뀌었고, 우편번호(799-805)도 생겼다. 평균기온은 12도에서 13도로 높아지고, 강수량은 1300㎜에서 1800㎜로 늘었다. 독도의 면적이 17만평방미터(㎡)가 아니라 19만평방미터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또 동해에서는 이제 명태가 잡히지 않고, 거북이의 서식지도 아니다. 연어도 독도 근처에서 산란하지 않는다. 이 밖에 섬에 분화구도 없으며, 샘물이 흐르는 ‘물골’이 있지만 우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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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크레파스에서 ‘살색’이 없어졌다 오는 7일이 입추(立秋)다. 말 그대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때다. 하지만 입추를 지나서 말복(末伏)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무렵엔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뜨거운 햇볕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그 기운이 곡식을 살찌운다. 곡식이 한창 여무는 이 무렵 제철 과일 중 하나가 살구다. 살구는 ‘신라의 경주에 살구꽃이 많이 피었다’는 옛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세월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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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고니는 물에 뜨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백조의 발길질’에 대한 얘기가 있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물밑에서는 물갈퀴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으로, 피나는 노력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표현이 그럴싸하고 의미도 좋아 자기 계발과 관련한 글에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백조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