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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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음식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낯선 ‘꼼치’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해장거리 중 하나가 ‘곰칫국’이다. 겨울이 제철인 음식이기도 하다. 묵은 김치를 넣어 칼칼한 맛이 나게 끓이는 것이 일반적인 조리법이다. 김치 대신 무와 대파를 넣어 담백한 맛이 나게 끓여 내기도 한다. 국에 들어가는 생선 살이 유난히 흐물거려 식감은 별로다. 하지만 국물 맛이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주로 바닷가의 음식점에 가야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도심에서도 쉽게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곰칫국이라는 이름과 달리 곰치는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진짜’ 곰치는 뱀장어처럼 가늘고 길며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사납게 보이는 생선이다. 바닷속 생태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등에서 볼 수 있는, 산호초 속에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사냥을 하는 흉측한 생김새의 물고기다. 비늘이 없는 곰치 피부의 점액에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곰치를 먹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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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서민의 일기장이자 가계부였던 ‘달력’ 어떤 말을 대다수 사람이 기존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하면 그에 맞춰 사전의 뜻풀이도 바뀐다. 그런 것이 국어다. 새해를 맞아 새롭게 펼친 ‘달력’도 그러하다. 달력은 본래 ‘달(月)의 일기’를 뜻한다. 한자로는 ‘월력(月曆)’이라고 한다. 해를 기준으로 날을 세는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달을 기준으로 날을 셌다. 즉 달의 변화에 따라 날수를 표시한 것으로, 달이 차고 기우는 한 달 치를 엮은 것이 달력이다. 1년 열두 달을 책처럼 하나로 엮은 것은 ‘책력(冊曆)’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1년 치가 묶여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달력이 아니라 ‘일력(日曆)’이나 ‘양력(陽曆)’, 또는 ‘책력’으로 부르는 게 옳다. 그러나 그렇게 쓰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1년 가운데 달, 날, 요일, 이십사절기, 행사일 따위의 사항을 날짜에 따라 적어 놓은 것”이 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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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설날 이후에나 쓸 수 있는 말 ‘구랍’ 2024년이 시작됐다. 새해 첫날을 흔히 ‘신정’이라 부른다. 다른 말로 ‘양력설’이라고도 한다. 현재 ‘신정’과 ‘양력설’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표준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신정과 양력설, 또는 이에 대립하는 ‘구정’과 ‘음력설’ 등은 생각할 구석이 많은 말이다. 일본이 우리의 강토를 강점하면서 생겨난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쓰고 있으니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우리가 쓰지 않음으로써 먼 훗날 우리 국어사전에서 사라지게 해야 할 말들이다. 전통적으로 음력을 쓰던 우리나라에서 음력이 배척되고 본격적으로 양력이 사용된 때는 일제강점기다. 일제는 우리의 민족혼을 말살하려는 정책 중 하나로 양력을 강제 시행했다. 한 해를 시작하는 기점이 양력으로 바뀌면서 음력 1월1일인 우리 전통의 ‘설’도 양력 1월1일로 옮겨졌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신정(新正)’이고, 이에 대립해 음력 1월1일을 구정(舊正)이라 부르게 됐다. 신정은 ‘새롭다’는 좋은 의미를, 구정은 ‘오래되고 낡은’이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게 신정과 구정으로 갈리면서 양력설과 음력설이란 말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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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선행을 베풀어 전설이 된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의 탄생을 기뻐하는 축일(mas)이다. 그리스도는 기독교 창시자 예수(Jesus)에 대한 칭호로, ‘왕’이나 ‘구세주’를 뜻한다. 크리스마스의 우리 정부 공식 명칭은 ‘기독탄신일’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기독탄신일’은 없고, 일반인들은 전혀 모를 ‘기독강탄절’과 ‘기독강탄제’는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말 찌꺼기로 보인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한자어로 ‘성탄제(聖誕祭)’와 ‘(그리스도) 강탄제(降誕祭)’를 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한 여당 의원이 기독탄신일의 명칭을 ‘성탄절’로 변경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말답지 않다. 그보다는 ‘석가탄신일’이 ‘부처님오신날’로 바뀌었듯이 ‘기독탄신일’도 ‘예수님오신날’ 정도로 바꾸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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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차만’, 프로기사 조혜연 9단과 스폰서십 계약 ‘눈길’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이 ㈜엔제이아트(대표 차만태)가 운영 중인 상업화랑인 ‘갤러리 차만’과 바둑계 최초의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다. 조9단은 1997년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 나이에 프로 기사의 문턱을 넘었다. 만 11세 10개월로 여류기사 중에서는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2010년에 9단으로 승단해 현재 한국 여자바둑 랭킹 6위에 올라 있다. 조9단은 2003년과 2004년에 제9기 여류프로 국수전과 제5기 여류 명인전에서 연속으로 루이나이웨이 9단을 꺾고 우승을 했으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주장으로 출전해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2020년에는 만 50세 이상 남자 프로기사와 겨루는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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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엔티파마’, 심정지·뇌졸중·치매 3대 질환 치료의 길 연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과 뇌졸중은 세계인의 사망과 장애의 주원인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심정지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질환의 치료제로는 아직까지 뚜렷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벤처기업이 이들 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지엔티파마다. 뇌과학, 약리학, 안과학, 세포생물학 분야 교수 8명이 1998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심정지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곽병주 대표이사(연세대 생명과학부 겸임교수)를 만나 신약 개발의 현재 상황을 묻고 내일의 가능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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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어둠을 밝혀 주는 물고기 ‘명태’ 한국인에게 친숙한 생선들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으뜸은 ‘명태(明太)’다. 명태는 예부터 혼례·제사·고사 등에 두루 쓰인 유용한 생선이다. 특히 과거 함경도 지방에서는 명태의 간으로 기름을 짜 등불을 밝혔다. 이 때문에 ‘밝게 해 주는 물고기’라는 의미에서 명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 명태의 아가미와 알, 창자 등으로는 젓갈을 담근다. 알로 담근 것이 ‘명란젓’이고, 창자로 담근 것은 ‘창난젓’이다. 명태의 이름과 관련해서는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태씨(太氏) 성의 어부가 이 물고기를 처음 잡았는데, 이름을 몰라 지명의 첫 자와 어부의 성을 따서 명태로 이름 지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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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글쓰기 원칙과 바루기 기술을 일러주는 ‘글쓰기 꼬마 참고서’ ‘글쓰기 꼬마 참고서’(페이퍼로드)는 일명 ‘현장’에서 전승되는 ‘실전용 족보’를 다듬은 책이다. 저자 김상우는 이 책을 두고 “프로 기자들의 합작품이자 글쓰기의 대가들이 함께 만든 안내서”라고 말한다. 그들이 알려 주는 첫 번째 조언은 바로 ‘글에 쓸 소재 찾기’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글쓰기 강의를 듣는 것보다 의자에 앉아 펜을 잡고 쓰든 자판을 두드리든 글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 문장이라도 일단 써야 한다. 그러나 초보자에게는 ‘일단 쓰라’는 조언조차 버겁기 그지없다. 무슨 소재를 써야 할지도 모르는, 활자가 두렵고 앞이 캄캄한 초보자에게 ‘뭐라도 좋으니 쓰고 고민하라’는 조언은 공허한 메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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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신뢰받는 조직, 신뢰 가는 구성원을 위한 ‘사람은 신이다’ ‘믿음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팜젠사이언스 한의상 회장은 오직 ‘믿음’ 위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사람을 얻는 것도, 성공을 만드는 것도 결국 믿음 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이다. 한 회장은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다각적으로 고찰해 왔다. 그리고 믿음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조직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실천하고 경험해 왔다. 그는 일찍이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나눔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 가자는 경영철학과 비전을 천명하고, 경영 현장에서 이를 실천해 왔다.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나누는 것은 그의 삶 자체다. 그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들이 그를 ‘행동하는 휴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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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탈리아 예술의 모든 것을 담은 ‘이탈리아 미술관 산책’ 유럽 예술의 탄생지 이탈리아는 말 그대로 ‘예술의 천국’이다. 서양미술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거나 이곳을 활동무대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을 초청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지원한 로마,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미켈란젤로를 필두로 라파엘로와 보티첼리 등을 배출한 피렌체를 비롯해 밀라노와 베네치아 등은 ‘예술의 도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곳의 미술관들은 모든 서양문화의 뿌리가 된 고대 로마의 예술품을 품고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예술뿐 아니라 서양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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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설렁탕집에선 섞박지를 내놓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설렁탕집 석박지를 보면 떠오르는 선배’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런 가운데 이를 보도한 언론들이 ‘설렁탕집의 그것’을 두고 어디는 ‘석박지’로 적고, 어디는 ‘섞박지’로 써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하지만 ‘석박지’는 표준어가 아니고, ‘섞박지’는 설렁탕집과 어울리지 않는다. 무로 담그는 김치 중에 가장 흔한 것이 깍두기다. 이런 깍두기는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설렁탕집이나 국밥집 같은 데서는 한입에 먹기 어려울 정도로 큰 깍두기를 내놓기도 한다. 이를 가리켜 일부 지역에서 ‘석박김치’나 ‘석박지’로 부른다. 윤 대통령이 얘기한 석박지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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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상인의 상술이 바꾼 음식, 전골 오는 7일이 대설(大雪)이다. 많은 눈이 내리는 때, 즉 겨울이 깊어지는 시기다. 절기를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최근 들어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이럴 때면 뜨끈한 국물의 음식이 생각난다. 만두전골과 두부전골 등 전골류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요즘 음식점에서 파는 것과 달리 ‘전골’은 원래 국물이 거의 없는 음식이다. 우리의 전통 요리인 전골은 음식상 옆에 화로를 놓은 뒤 그 위에 전골틀을 올려놓고 볶으면서 먹던 음식이다. 잔칫상이나 주안상을 차릴 때 곁상에 재료 등을 준비해 두고 즉석에서 볶아 대접하는 요리였다. 이것을 아예 부엌에서 볶아서 나오면 ‘볶음’이 되고, 국물을 잘박하게 붓고 미리 끓여서 올리면 ‘조치’가 된다. 조치는 ‘찌개’나 ‘찜’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