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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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장애인-농촌, 윈윈하는 치유농업 “처음 갔을 땐 눈도 못 맞추고, 말도 못 붙이고 저만 보면 달아났죠. 물어보면 마지못해 답했는데 지금은 제가 오면 뛰어와 자랑해요. 월급을 얼마 받아서 엄마에게 얼마를 드리고, 친구하고 중국음식점에 갔다고요. 돈의 가치를 배우고, 친구를 만나 회식하고, 취미생활이 생겼죠. 직장 생활을 하는 사회인의 모습이에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는 사회적 농장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이 2년 전과 천양지차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이곳에 있는 스마트팜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가공해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를 얻자,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내가 돌본 토마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면서 생명을 틔울 수 있는 자기 안의 힘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믿고, 자랑할 수 있게 됩니다. 좁은 작업장에서 앉아 일하는 것보다 육체적으로도 훨씬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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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 적당한 실례 양다솔 지음·은행나무·1만7000원 비건(채식주의의 한 종류)인 딸이 출가한 아빠와 점심을 같이한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 스님에게 딸이 묻는다. 왜 고기를 먹느냐고. 아빠인 스님은 말한다. 현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직장 생활에 시달린 딸이 뇌척수막염으로 입원하자 엄마가 손을 붙잡고 청혼하듯 말한다. “고기 먹자.” 딸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카페로 가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주며 화답한다. “엄마 많이 먹어.” 연재 노동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글방지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행사 사회자, 모자 장수…. 한때 출가했다가 속세로 나온 지 10년 차인 작가가 벌여온 일들이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낸 후 3년간 써온 글을 하나로 묶었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글이다. 분명 많은 책을 읽으며 ‘학습’했을 텐데, 그런 흔적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웃기지 않는 이야기를 웃기게 만드는, ‘코미디력’은 한층 세졌다. 범상한 경로를 벗어나 얻은 반짝이는 통찰이 웃음에 버무려져 있다. 가장 웃긴 비건이 되고 싶은 작가가 만든 ‘윤리와 함께하는 농담’, ‘새로운 세계의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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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괜찮아! 실수하면 어때? 사람을 거두는 농업 “이곳에서 일하면서 자신감도, 자존감도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려는 의지나 집중력,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이 아들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소원은 흔히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라고 한다. 그만큼 자기가 죽은 이후 남게 될 자녀의 삶에 불안감이 크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조명숙씨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드디어 안전하고, 아이도 즐거워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서다. 경기도 여주시 오학동에 있는 푸르메소셜팜이다. 이곳에 안착하기까지 아들의 일자리를 찾는 일은 정말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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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25%가 장애인…경영 리스크? 성장 동력이죠” 일본의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도 같은 처지다. 농촌의 주된 업인 농업이 살아나야 반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와서 일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든다면 쇠퇴하는 농업도 강해지지 않을까.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13대째 농장을 운영하는 스즈키 아츠시(鈴木厚志) 쿄마루엔 농장 대표가 가졌던 생각이다. 연령과 성별, 장애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보편설계)’을 농업이라는 산업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2004년 일본 하마마쓰시에서 유니버설 원예 연구회가 결성된 후 유니버설 농업은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많아도 일하고 참여할 수 있는 농업이라는 뜻으로 일본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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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임금은 주는 대로…최저임금도 그림의 떡 한국은 1991년부터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시행했다. 고용의무제도 적용을 받는 국가·지자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2001년 0.79%에서 2022년 3.12%로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은 전체 190만4866개 기업 중 3.4%인 6만4115개에 불과하다. 2022년 말 기준 장애인 노동자는 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 1.41%에 그친다. 전체인구 대비 장애인구 비율(5.2%)의 4분의 1 수준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23년 현재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3.6%, 민간기업이 3.1%다.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관행은 여전히 강하다. 특히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률은 답보상태다. 2022년 8534개 사업체에서 약 8586억원의 고용부담금을 징수했는데, 전체의 14.6%에 불과한 1000인 이상 사업체가 부담금의 59.4%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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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장애 품은’ 농업, 농촌까지 살릴까 [주간 경향] “이곳에서 일하면서 자신감도, 자존감도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려는 의지나 집중력,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이 아들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소원은 흔히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라고 한다. 그만큼 자기가 죽은 이후 남게 될 자녀의 삶에 불안감이 크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조명숙씨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드디어 안전하고, 아이도 즐거워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서다. 경기도 여주시 오학동에 있는 푸르메소셜팜이다. 이곳에 안착하기까지 아들의 일자리를 찾는 일은 정말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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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특성에 맞춘 시스템 농업으로 연 매출 50억 이상 달성했죠” [주간 경향] 일본의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도 같은 처지다. 농촌의 주된 업인 농업이 살아나야 반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와서 일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든다면 쇠퇴하는 농업도 강해지지 않을까.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13대째 농장을 운영하는 스즈키 아츠시(鈴木厚志) 쿄마루엔 농장 대표가 가졌던 생각이다. 연령과 성별, 장애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보편설계)’을 농업이라는 산업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2004년 일본 하마마쓰시에서 유니버설 원예 연구회가 결성된 후 유니버설 농업은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많아도 일하고 참여할 수 있는 농업이라는 뜻으로 일본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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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그림의 떡…장애인 노동은 부르는 게 값 한국은 1991년부터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시행했다. 고용의무제도 적용을 받는 국가·지자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2001년 0.79%에서 2022년 3.12%로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은 전체 190만4866개 기업 중 3.4%인 6만4115개에 불과하다. 2022년 말 기준 장애인 노동자는 21만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 1.41%에 그친다. 전체인구 대비 장애인구 비율(5.2%)의 4분의 1 수준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23년 현재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3.6%, 민간기업이 3.1%다.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관행은 여전히 강하다. 특히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률은 답보상태다. 2022년 8534개 사업체에서 약 8586억원의 고용부담금을 징수했는데, 전체의 14.6%에 불과한 1000인 이상 사업체가 부담금의 59.4%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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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일 역사인식 차이의 이유 한국 병합 모리 마유코 지음·최덕수 옮김·열린책들·2만2000원 일본에서 한·일 병합을 다룬 2000년대 이전 저서들은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국 근대사를 연구한 저자는 이런 의식을 당시 독자도 공유했다고 본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한류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얻은 뒤 일본의 속죄의식은 옅어졌다. 오히려 한국인이 과도하게 애국적이고, 반일 감정에 치우쳐 있다고 본다. 반면 한국에선 사회의식 성장으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저자는 틈을 좁히려면 양국 역사인식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 근대사 입문서를 썼다. 일본은 국제법적으로 해소된 사안을 한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 한국은 조약 체결의 불법성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며 반성을 요구한다. 저자는 적어도 대한제국 사료에선 한국인 절대다수가 일본 지배에 합의도, 환영도 하지 않았다는 점, 일본 사료에선 일본이 한국인으로부터 통치에 대한 합의·정당성을 무리하게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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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노키즈존 국립중앙도서관 최선일까 얼마 전 서울 반포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정기 이용자로 등록하려면 처음 한 번은 반드시 방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다고 해서 첫째 아이와 함께 찾았습니다. 문화재를 가상현실(VR) 기기로 만날 수 있고, 수십 년 전 컴퓨터와 타자기를 비롯한 기록·저장 매체도 전시돼 있어 볼 만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들어갈 순 없었습니다. 안내하는 분이 여긴 16세 이상만 출입 가능하고, 아이들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규정이 그랬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정보 이용·조사·연구 등을 목적으로 만 16세 이상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데, 다만 학생증·청소년증 등 본인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이 있다면 청소년 자료 이용 신청서를 쓰고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초등학생은 제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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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사서 싸게 팔라는 게 대책이냐” [주간 경향] 지난 2월 13일 강원도 인제읍의 ‘책방나무야’를 찾았다.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지역 서점’이라는 안내글이 서점 이름 아래 붙어 있다. 서가에 꽂힌 책을 보니 책방 주인이 손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서점 한쪽에 ‘일과 직업의 현장’이라는 주제 아래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등의 책이 꽂혀 있다. 월별 북큐레이션 코너도 있는데 1월엔 ‘차별과 혐오를 거두라’라는 주제로 <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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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할인을 허하노라…비싸게 사와 싸게 팔라고? 지난 2월 13일 강원도 인제읍의 ‘책방나무야’를 찾았다.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지역 서점’이라는 안내글이 서점 이름 아래 붙어 있다. 서가에 꽂힌 책을 보니 책방 주인이 손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서점 한쪽에 ‘일과 직업의 현장’이라는 주제 아래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등의 책이 꽂혀 있다. 월별 북큐레이션 코너도 있는데 1월엔 ‘차별과 혐오를 거두라’라는 주제로 <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 등을 소개한다. 동네 서점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역에 따라, 또 그 안에서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서가에 놓인 책이 달라진다. 그런데 요즘 이들 동네 서점 운영자들의 고민거리가 하나로 모이고 있다. 정부가 ‘생활규제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도서정가제 할인율을 유연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