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최신기사
-
정동칼럼 자치입법권 포기한 지방자치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33년이 지났다.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표현하는데, 과연 지방자치로 인해 주민들의 삶은 좋아졌을까? 지방자치를 통해 생긴 긍정적 변화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조례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예를 들면 한때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학교급식 조례 제정 운동을 통해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대됐다. 농촌지역에선 농민수당 조례 제정 운동을 통해 적은 금액이나마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정보공개제도, 주민참여예산제도 같은 중요한 제도들도 지역에서부터 조례로 시작되어 국가적인 법제화로 이어졌다. 1991년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행정정보공개조례가 최초로 제정되었고, 이는 1996년 국가 차원의 정보공개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2003년부터 광주광역시 북구, 울산광역시 동구 등지에서 시작된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이후에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의무화되었다.
-
정동칼럼 대통령 탄핵 요건에 대한 검토 필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당장 대통령 탄핵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탄핵요건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탄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탄핵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전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이다. 요건도 까다롭다.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탄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를 했다가 기각되면, 오히려 정치적 혼란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거대 야당 소속 정치인이 지금 시점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정치권 바깥에서 탄핵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대한 견제 효과도 있을 수 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꾼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정동칼럼 정당법과 군사쿠데타의 잔재 정치권에서 지구당 부활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거대 양당 간의 의견 차이가 크게 없는 듯하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났을 때도, 20년 전 폐지됐던 지구당을 부활하자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당법을 손보려면, 제대로 손봐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정치다양성을 훼손하는 군사쿠데타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해방 직후 미군정은 미군정령 제55호로 ‘정당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이 규칙에서는 정치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3인 이상의 단체는 정당으로 등록하게 했다. 그런데 미군정은 이 규칙을 근거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일부 정당들의 등록을 취소하기도 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 그런데도 이 규칙은 1950년대까지 존속했다. 1958년 조봉암의 진보당이 해산된 것도 이 규칙에 의한 것이었다.
-
정동칼럼 ‘알권리’ 후퇴시킬 행안부의 입법예고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 26년이 지났다. 그동안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었지만, 비밀주의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검찰, 법무부, 대통령비서실, 감사원 같은 기관들은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정보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여러 건의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이다. 그런데 이의신청은 정보공개를 거부한 기관이 스스로 재심사를 하는 제도다.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정심판을 해도,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행정부 소속인 행정심판위원회도 정보공개에는 소극적인 것이다.
-
정동칼럼 행정심판, 업체 위한 제도가 돼서야 행정심판이란 제도가 있다.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으로 침해된 국민의 권리·이익을 구제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행정소송보다는 걸리는 시간이 짧고, 인지대 등 비용도 안 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선 국민 권익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업체의 이익을 위한 제도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보다 행정심판 재결이 우위에 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어떤 폐기물업체가 경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업체 손을 들어줬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하려고 하는 업체가 경주시에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업계획서 적합통보 신청’을 했는데, 경주시가 부적합 통보를 한 것에 대해 제기한 행정심판이었다.
-
정동칼럼 그린워싱의 극치, 산업폐기물 매립 서울에서 친환경과 ESG를 표방하는 대기업이 농촌에서는 농지를 없애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유해성이 강한 산업폐기물을 매립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로 인해 고령의 주민들이 땡볕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고,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SK그룹 얘기이다. SK에코플랜트는 충남 예산군 신암면 등 충남지역 5곳에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묶어서 밀어붙이고 있다. 그 산업단지 명칭이 ‘그린 콤플렉스’다. 환경오염의 우려가 큰 산업폐기물을 땅에 묻는 사업을 ‘그린’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
정동칼럼 일당지배 선거제도 타파해야 총선이 끝난 후 부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할 때 만났던 분이다. 이번 부산지역 총선 결과를 두고 ‘선거제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전화를 끊고 부산지역의 득표율과 의석비율을 확인해 보았다. 부산지역에 배정된 지역구 의석 18석 중 국민의힘이 17석을 차지했다. 그런데 득표율을 보니 53.86%였다. 부산지역 민심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부산지역에 배정된 의석의 94.44%를 싹쓸이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낳은 결과다.
-
정동칼럼 ‘대권 없는 나라’를 고민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 마지막 부분을 보면, 권력구조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해 왔고, 특히 4년 중임제의 정·부통령제를 주장해 왔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밝힌다. 그는 “대통령제하에서 10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이 비극적 종말을 맞았지만 그 후로도 독재자나 그 아류들이 출현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제는 대통령 중심제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며 “이원집정부제나 내각 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
정동칼럼 ‘지차비소’ ‘지기비소’를 권함 어느 선거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투표하러 갔는데,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서도 찍고 싶은 후보가 없었다. 그래서 투표용지를 백지상태로 투표함에 넣고 나왔다. 그날 저녁에 최악의 후보가 당선됐다는 개표방송을 볼 때까지도 그렇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정작 후회가 시작된 것은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세상이 더 나빠지고, 그렇게 나빠진 세상이 사람들의 삶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투표를 할 때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계속 있었다. 늘 투표장에는 갔지만, 여러 장의 투표를 하는 선거에서 일부 투표용지는 백지로 넣기도 했다.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늘 분명하게 있는 유권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 보지 않았을까?
-
정동칼럼 메가시티가 아닌 읍면장 직선제부터 작년에 전북 임실군 주민들 앞에서 강의를 할 일이 있었다. ‘임실군이 합계출산율 전국 2위라는 걸 아세요?’라고 물으니, 대부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이다.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매우 불편하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진행된다고 ‘소멸’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소멸 위기이다. 초저출생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인구도 감소하고 있고,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그런데 마치 수도권은 괜찮고, 비수도권이나 농촌만 소멸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고,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
정동칼럼 한동훈의 선별적 ‘국민 눈높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1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는 실종되는 것 같다. 한동훈 위원장이 그 이후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본다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은 당연히 진실 규명이 필요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어떤 공무원의 배우자가 명품백을 받았어도 당장 김영란법 위반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의 배우자가 그런 행태를 보였다면 아무리 비판받아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
정동칼럼 ‘이 나라 보수’와 김건희 리스크 보수(保守) 중에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고, 이 나라에 ‘합리적 보수’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공동체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보수가 있다면, 그런 보수는 이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정체성이란 뭘까? 다른 무엇보다도 보수는 지킬 것이 있어야 한다. 지킬 가치가 있어야 하고, 지킬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보수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법치주의’가 빠질 수는 없다. ‘법치주의’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법 앞의 평등’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최소한 공직자나 그 가족이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누구의 배우자라 해서, 누구와 친하다고 해서 ‘현존하는 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보수’의 가치와는 공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