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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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의 권리는 사람이 만든다 “모든 사람은 하늘에서 부여한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의 기초이다.” 세계인권선언 서문에 등장하는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하늘에서 부여한 것(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선언의 논리는 그 자체로 완결적이다. 세상의 어떤 부모도 아이가 태어날 때 삼신할머니의 실수로 꼭 챙겨 나와야 할 여러 권리들 중에 무엇인가 빼먹은 건 아닌지 확인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선언의 외침은 강렬하지만, 그것만으로 개인에게 권리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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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기적을 만드는 하모니 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를 따라온 한국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와 학교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출입국사무소를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꽉 막힌 거리에 가야 할 거리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서로 주고받을 이야깃거리가 금세 바닥을 들어내고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뭔가 괜한 상처가 될까 싶어 입안에만 말이 맴 돌았습니다. 침묵을 견디다 못해 튀어나온 이야기라고는 20년도 지난 옛날 중학생들의 일상이었고, 저 아재의 추억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한 녀석은 손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눈은 창밖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노래가 한 곡 흘러나왔습니다. 요즘 노래가 아닌 오래된 노래인데 최근에 케이블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다시 불리는 모양입니다. 지루했던지 녀석도 조금씩 노래를 따라 불렀고,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기로 유명한 저도 나름 화음을 보태 흥얼거렸습니다. 조그마한 차 안에서 옛날 노래 한 곡을 함께 흥얼거리면서, 녀석과 처음으로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눈이 마주칠 때는 서로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음악이 가진 오묘한 힘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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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초라한 법무부의 반성문 지난 4월 법무부에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핵심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외국인 정책’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참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유학생, 혼인이주자, 외국인 노동자, 이주아동, 난민 등 다양한 체류 목적을 가진 외국인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각 부처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정책이 유기적·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대감을 품고 본 보도자료에는 그동안 시행되어온 정부 정책 중 국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일부 다문화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순간 보도자료가 누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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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외국인에 대한 경찰 조사 당신이 외국인이라고 치자. 지금 당신은 한국의 경찰서에 있다. 당신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선택했고, 그동안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다. 평범한 하루였다. 일터에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경찰관들은 동료들 앞에서 당신을 체포했다. 그날 경찰은 당신의 이름과 나이, 국적 등 개인정보를 ‘취재안내’라는 이름으로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TV와 인터넷에는 보도가 쏟아졌다. 사회적으로 당신은 이미 범죄자로 불린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당신은 낯선 타국의 철창살이 주는 고립감과 범죄자에 대한 감시의 시선을 온전히 견뎌야 한다. 그날 저녁 조사가 시작된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경찰관이 앉아 있다. 무방비 상태의 당신에게 오랫동안 훈련된 수사전문가의 준비된 질문이 시작되었고, 이미 당신의 멘털은 붕괴되어 버린 상태이지만 애써 정신을 붙잡고 힘겨운 대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경찰관이 표정을 싹 바꾸며 묻는다. “왜 거짓말을 하나요?” 여덟 글자밖에 안되는 이 짧은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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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최저임금법 차등적용은 인종차별 3월21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Sharpville) 지역 경찰서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종별로 거주지를 나눈 뒤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면 항상 ‘통행권’을 소지해야 한다는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통행제한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통행증이 없으니 모두 체포하라며 경찰서로 모여들었고, 어느새 그 숫자가 수천 명을 넘어섰다.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시위 분위기도 점점 격앙되었고, 경찰은 저공비행 전투기까지 동원한 해산 작전 과정에서 도망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공식 집계로 69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샤프빌의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로부터 6년 뒤 열린 1966년 유엔 총회에서는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샤프빌의 학살이 있었던 3월21일이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공식 선언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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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법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영화 <가버나움>이 지난주 관객 10만명을 넘었다. 화려한 캐스팅과 세련된 마케팅이 스크린을 앞뒤에서 밀어주는 상업 영화가 아닌 이른바 ‘다양성 영화’로서는 의미 있는 숫자다. 영화는 가난한 부모가 출생등록을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2세 빈민가 소년의 삶을 통해 빈곤과 난민 등 우리 사회에서 감추어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작년 프랑스 칸(Cannes)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고,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이라는 15분의 기립박수 기록을 세운 영화 <가버나움>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영화 속 등장인물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소년은 실제 현실에서도 합법적인 신분이 없었던 시리아 난민 소년이었고, 다른 배우들도 실제 난민이거나 빈곤과 가난을 견디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는 전문 배우들보다 더 능수능란하며,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 간다.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눈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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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대낮에 끌려간 학생들 중국에서 대학생들이 잡혀가고 있다. 대낮에 그것도 학교에서.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저항하는 학생을 강압적으로 연행했다고 한다. 중화인민공화국헌법 제37조는 중국공민은 인민검찰원의 승인이나 결정 또는 인민법원의 결정이 없이는 체포되지 않고, 불법 구금 및 그 밖의 방법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몇 달째 찾아 나서고 있지만 소식이 없다.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명백한 불법체포이고 인권침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껏 이렇게 불법 연행된 학생과 노동자가 무려 서른여덟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날려 보낸 2019년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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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정규직·한국인이 아니란 이유로 세 살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는 차 속에서 처음 들었다.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에서 참혹하게 숨진 스물넷 청년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애간장이 끊어지는 부모의 절규도 전해 들었다. 슬프고 미안한 마음보다 부끄러움과 분노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밤늦게 공장을 순찰하며 고속으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주워 담다 사고를 당했다. 혼자 있었다. 옆에 안전스위치를 눌러 기계를 멈출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꽃다운 청년을 떠나보낸 것이 불과 두 해 전이다. 그도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비정규직이었다. 사고 이후 두 해가 지나는 동안 천만촛불이 광장을 뒤흔들고 정권도 교체되었지만 열악한 노동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위험한 작업은 하청업체에 헐값에 넘겨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 위험을 혼자 견디며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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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민수야 미안해, #iamsorry 중학교 학생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노동법이 나름 전공분야이긴 하지만 강의 대상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중2 100명이라고 하니 처음엔 망설여졌다. 하지만 얼마 전 한 학생이 고깃집에서 몇 시간 동안 불판을 닦았는데 시급이 아니라 불판 하나당 100원으로 쳐서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겠다고 했다. 일하는 청소년에게는 정확한 법률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부당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사장’이라는 힘 센 어른에게 ‘쫄지 않고’ 따져물어볼 용기가 더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교육을 하면서도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냥 참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짧고 강렬한 e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선생님 혹시 주민등록번호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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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한 뼘의 성장 중국동포 ㄱ씨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그는 그동안 아파트 출입구 경사로에서 가까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그는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일반 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한다. 주민센터에서 나눠주는 노란색 ‘장애인 전용 주차표지 스티커’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스티커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ㄱ씨의 장애인 주차표지 스티커에는 ‘재외동포/외국인’이라고 구별되어 표시되어 있는데, 지나가던 아파트 주민들이 ㄱ씨의 차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면서 ‘이제 외국인이 장애인 주차장까지 다 차지하고 있다’며 수군거리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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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나는 김윤덕입니다 여기 서류에 남겨진 김윤덕이라는 사람이 있다. 경상북도 경산군 하양읍 남하리에서 1926년 7월에 태어난 이 사람은 태어나고 무려 10년이 지난 후인 1936년 4월에 출생신고가 되었다. 6남매 가운데 장남이었는데, 첫째부터 셋째까지 위로 3명은 넷째가 태어난 해인 1936년에 함께 출생신고가 되었다. 이후 계속 같은 주소지에서 살다가 1956년 10월17일 태어난 장소와 같은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 사실은 30년이 지난 1990년 9월경 신고됐다. 출생신고도 사망신고도 매번 늦었던 이 사람은 최소한 기록상으로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사망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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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뜨거운 이슈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 월급(209시간 기준) 174만5150원으로 발표한 이후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가 알바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편의점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많은 언론 보도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이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였는지는 빠진 채 인상에 따른 부담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