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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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유감스러운 ‘인신매매 금지법’ “노예제는 미합중국의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12월18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수정헌법 제13조의 내용이다. 이로써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흑인 노예를 사고파는 방식의 전통적인 거래는 사라졌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제도’는 이후에도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 특히 여성과 아동, 이주노동자 등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온 국제사회는 결국 2000년 11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합의에 이른다. ‘인신매매, 특히 여성 및 아동의 인신매매 예방·억제·처벌을 위한 의정서’라 불리는 ‘유엔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가 세계 159개국의 동의로 채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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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일본이 외면하는 진실과 정의 지난 1월8일 한국 사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성 노예제(이른바 ‘위안부’) 생존자 12명이 일본국(日本國)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가해자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역사적인 판결이다. 법의 언어로 확인된 역사의 진실이 법정에서 낭독될 때, 경청해야 할 피고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불출석한 피고를 위해 판결문은 법원 게시판에 공시되었고, 피고가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첫 ‘위안부’ 소송은 이제 더 이상 법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되었고, 소송 당사자인 피고 일본국은 판결을 이행할 법적 의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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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주노동자 속헹의 죽음 사람이 죽었다. 이름은 속헹(Sokkheng). 캄보디아에서 온 31세의 이주노동자다. 한국 정부는 포천의 농장주에게 그녀를 4년10개월 동안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노동은 방치되었다. 농장일을 마치고 그녀가 돌아와 쉴 수 있는 숙소는 논밭 구석에 세워진 비닐하우스였다. 난방도 제대로 안 됐다.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가 한파 경보가 발령된 지난 19일, 혼자 비닐하우스에서 잠들었던 그녀는 다음날 오후 추위를 피해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돌아온 동료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전해진 부검결과에 따른 사인(死因)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 전문가들은 간질환을 앓고 있다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열악한 숙소의 추위로 급격하게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녀의 죽음은 2020년 한국에서 노동하는 이주노동자의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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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바다에 붙잡힌 사람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 생선이 싸고 가장 맛이 좋을 때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들은 서민들의 저녁 밥상을 지켜주는 든든한 국민 반찬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생선들은 누가 잡을까? 고기를 잡는 어부의 절반은 외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이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발간한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선원 중 외국인의 비율이 원양어선의 경우 10명 중 7명(65%), 20t 이상 연근해어선의 경우 10명 중 4명(38%) 수준이다. 현재 일하는 한국인 선원들이 대부분 50~60대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어선원 중 외국인노동자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은 어떨까? 한마디로 중세 지주의 땅에 묶여 살았던 농노와 같이, 바다에 묶여 사는 노예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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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재활용 분류장을 아십니까 스물셋 줄리안은 가나에서 온 유학생이다. 유학생 비자로 한국어학당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3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로 월세와 식비 등 생활비에 쓰고 남으면 모아뒀다가 몇 달에 한 번 고향에 보낸다. 줄리안이 일하는 곳은 ○○자원환경, 재활용쓰레기를 분류하는 사업장이다. 경기도에서 수거한 재활용쓰레기를 가져다가 그중에서 진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캔 등을 골라내는 일이다. 재활용쓰레기 중에서 다시 재활용쓰레기를 분류하는 일이라니 말이 이상하다. 사실, 우리가 버리고 있는 재활용쓰레기들 중 실제 재활용되는 양은 많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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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차별은 교육이 될 수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부모들은 매일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학교에 오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그 부모들 같다고. 교실 안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 아이들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했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하는지 이미 다 알아버린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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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철창 너머 사람이 가득 찼다 우리나라 정부기관 이름 중 단 하나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게 1순위는 ‘외국인보호소’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긴 하지만, 이처럼 형식과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이름도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보호’란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이나 곤란이 없도록 보살피고 지원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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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을 논밭에 재우지 말라 비가 무섭게 내렸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비가 올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소낙비가 내렸다. 피해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 속에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폭우로 대피한 이재민의 80%가 외국인이라는 기사였다. 집중호우로 경기도 이천의 한 저수지가 붕괴되면서 근처 논밭이 물에 잠겼는데, 인근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가 대부분 논밭에 있는 비닐하우스라서 이재민이 많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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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차별 없는 평등 영화 <히든 피겨스>는 냉전 시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실제 일했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켓의 궤도를 계산했던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 초기 컴퓨터인 IBM7090을 다루었던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발사체를 직접 만들던 엔지니어 메리 잭슨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경험한다.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유색인종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식사도 백인들과 분리된 식당에서 해야 했고, 심지어 사무실 커피포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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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차별의 시대를 넘어설 지혜 오래된 차별이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사망한 비극적인 상황이 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연대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어떠한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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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세상이 하나로 사는 법 미국의 대표적인 포크 가수이자 작곡가인 제니스 이언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 가지 멋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지난 4월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에 감염되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가수 존 프라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져 있던 중,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멜로디가 떠올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2시간 만에 곡을 하나 만들었다. 멜로디와 가사를 완성한 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을 움켜쥐고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다. 녹음실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다 보니 중간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도 그대로 담겼다. 그렇게 급 탄생한 노래의 제목은 ‘Better Times Will come’. 우리말로 번역하면 ‘더 좋은 날이 온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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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아파트 숲에 갇힌 세계유산 서울엔 정릉이 두 개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정릉(靖陵)은 조선 11대 임금 중종의 왕릉이다. 또 다른 정릉(貞陵)은 성북구 정릉동에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의 왕릉이다. 이성계의 첫 번째 부인(신의왕후)은 건국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신덕왕후가 조선의 첫 왕비이며, 목말라하던 이성계에게 냉수도 급히 마시면 탈이 날 수 있다며 물바가지에 버들잎을 한 줌 띄어 주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