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최신기사
-
시선 차별 없는 평등 영화 <히든 피겨스>는 냉전 시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실제 일했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켓의 궤도를 계산했던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 초기 컴퓨터인 IBM7090을 다루었던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발사체를 직접 만들던 엔지니어 메리 잭슨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경험한다.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 유색인종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식사도 백인들과 분리된 식당에서 해야 했고, 심지어 사무실 커피포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
시선 차별의 시대를 넘어설 지혜 오래된 차별이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사망한 비극적인 상황이 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연대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어떠한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도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9명이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차별에 반대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모양새가 좀 빠지긴 했지만, 그동안 통합당 내에서 거의 금기어 수준이었던 ‘차별 반대’라는 구호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야를 넘어선 공감대가 결국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니다.
-
시선 세상이 하나로 사는 법 미국의 대표적인 포크 가수이자 작곡가인 제니스 이언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 가지 멋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지난 4월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에 감염되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가수 존 프라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져 있던 중,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멜로디가 떠올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2시간 만에 곡을 하나 만들었다. 멜로디와 가사를 완성한 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을 움켜쥐고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다. 녹음실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다 보니 중간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도 그대로 담겼다. 그렇게 급 탄생한 노래의 제목은 ‘Better Times Will come’. 우리말로 번역하면 ‘더 좋은 날이 온다’이다.
-
시선 아파트 숲에 갇힌 세계유산 서울엔 정릉이 두 개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정릉(靖陵)은 조선 11대 임금 중종의 왕릉이다. 또 다른 정릉(貞陵)은 성북구 정릉동에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의 왕릉이다. 이성계의 첫 번째 부인(신의왕후)은 건국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신덕왕후가 조선의 첫 왕비이며, 목말라하던 이성계에게 냉수도 급히 마시면 탈이 날 수 있다며 물바가지에 버들잎을 한 줌 띄어 주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릉이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슬픈 사연이 있다. 처음엔 경복궁에서 가까운 중구 정동 인근에 성대하게 조성되었다. 정동(貞洞)이란 이름도 정릉이 있던 마을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생전에 왕위 계승을 두고 이성계의 첫 부인의 자식인 이방원과 갈등관계가 있었고, 왕자의 난을 거쳐 이방원이 왕위(태종)에 오른 뒤 정릉은 도성 밖인 지금의 위치로 쫓겨났다. 묘소는 오랜 시간 방치되다가 현종 10년(1669년)에서야 정릉으로 복원되었고, 2009년 6월 다른 조선 왕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
시선 다시 찾아온 선거의 계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동네 어귀마다 커다란 후보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이 나부끼고,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후보들이 출퇴근 길목에서 연신 손을 흔들며 고개를 숙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전처럼 북적거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거철이 왔구나 싶다. 아니다. 솔직히 이번 국회의원 선거처럼 깜깜이 선거는 처음이다. 얼마 전 우리 동네 온라인 마을 카페에는 출마 후보자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후보자 정당이 어디인지 모르겠고, 후보자가 내건 공약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내가 투표한 한 표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시선 재난과 공동체의 책임 코로나19 환자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등 국내 10여개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이제는 확진자 발견과 접촉자 격리 등 차단 중심의 봉쇄전략(1차 예방)에서 지역사회 확산을 지연시키고, 이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전략(2차 예방)의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미 전국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상당 기간은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 재난 상황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성을 볼 때 중국 외 발생 국가에서는 1% 미만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과거 우리가 극복해온 사스(SARS)의 10%, 메르스(MERS)의 30%보다는 낮은 수치다. 다만 코로나19는 다른 전염병들에 비해 초기 전염력이 매우 높고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같은 취약집단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지역감염이 확산되면 그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을 무겁게 살펴야 한다.
-
시선 사할린 한인의 간절함 사할린. 인천에서 비행기로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러시아 영토의 섬. 태평양을 바라보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 섬은 남쪽으로 일본 홋카이도, 북쪽으로 러시아 본토와 마주하고 있다. 우리 동포들의 슬픈 역사가 새겨진 섬이다. 일제강점기로 거슬러간다. 당시 북위 50도 이남의 남사할린은 일본의 영토였다. 전쟁시기 일본은 국가총동원령에 따라 수만명의 식민지 조선인을 남사할린 탄광으로 강제징용 보냈다. 마을마다 할당된 징용 몫을 채우기 위해서 맏형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신 징용길에 올랐고, 이제 막 결혼한 새댁은 남편 혼자 보낼 수 없어 보따리를 싸 뒤를 따랐다.
-
시선 죽음을 기록한다 #베트남에서 온 사람이 한국에서 죽었다. 자기보다 15살이 많은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남편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생활비와 용돈을 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남편은 “너의 생활은 네가 알아서 하라”며 폭언을 했고, 그녀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말다툼을 하다가 살해하고 암매장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녀가 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을지, 낯선 타국의 삶을 선택한 그녀에게 ‘생활비’와 ‘용돈’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한국말이 서툰 그녀와 그녀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남편 사이에 어떤 ‘대화’와 ‘말다툼’이 오고 갔을지. 우리는 어렵지 않게 떠올려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두 사람의 결합을 우리 헌법 제36조에서 정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는 혼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
시선 혐오 없는 선거를 위해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8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월15일에 예정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전 180일인 10월18일 이후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한 행위들이 제한 또는 금지된다. 바야흐로 선거기간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인들도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제20대 국회 성적표에 책임을 지고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초선 정치인도 있고, 같은 이유로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국회법을 위반하여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오히려 다음 선거에서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약속한 정당이 있다. 이들이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유권자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혼란스러울 정도다.
-
시선 불법인 사람은 없다 또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었다. 반복된 죽음이다. 작년 8월 김포의 건설현장에서 미얀마에서 온 청년 노동자가 출입국 단속을 피하던 중 건설현장 지하에 떨어져 사망했다. 이번엔 경남 김해, 태국인 노동자였다. 부산 출입국·외국인청은 “10여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다는 민원제보”에 따라 현장에 출동했고, “사망 외국인은 단속반원에 의한 일체의 추격이나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부검결과 강한 외력(外力)에 의한 장기파열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사망경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
시선 외국인 ‘건보 차별’ 왜 문제인가 올해 7월부터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건강보험 당연가입 대상자가 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인 건강보험 가입에 국적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도 가입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 건강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시민단체와 유엔인권기구에서도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한 차별 없는 건강보험적용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작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적정 부담능력 있는 곳에 적정 부과 원칙”이라는 사회보험 원칙을 강조한 바 있었기에 외국인의 건강보험제도와 관련한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정부의 장밋빛 정책방향이 실제 현장에는 전혀 다른 기형적인 제도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되지만, 단언컨대 이번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가입 제도가 그중 가장 최악이다.
-
시선 마을에서 살다 첫째가 태어난 뒤 이름을 짓는 것이 제일 고민이었다. 이름이란 그 의미도 중요하지만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불리는 것이니만큼 시대의 유행도 고려해야 했다. 아내와 며칠 밤을 심사숙고한 끝에 어렵게 정했다. 그런데 막상 신고서를 써 내려가면서 선뜻 손이 쉽게 나가지 않았던 부분은 아이의 이름이 아닌 등록기준지였다. 등록기준지라는 것이 아이가 출생신고 당시에 살고 있었던 거주지 주소라는 행정적인 기록일 뿐이지만, 그래도 발음하기도 힘든 외래어로 된 아파트 몇 동 몇 호가 아이의 출생기준지가 된다는 것이 좀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