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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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을 마음대로 가두지 말라 지난 주말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묵은 때 하나를 벗겨냈다. 일상으로 돌아와 달력을 보니 어느새 12월 중순이다. 올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내년, 국회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헌법에 위반된 외국인 구금 제도를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외국인 구금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 국회에 2025년 5월31까지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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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염치없는 사회 염치(廉恥)라는 단어는 청렴할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라는 한자가 모여 만들어졌다. ‘염조(廉操)와 지치(知恥)’의 줄임말로,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청렴하여 지조를 지키고(廉操), 수치심을 아는 것(知恥)인데, 흔히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한국 사회가 갈수록 염치가 없어진다. 개인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그렇다는 말이다. 194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 모인 전 세계 사람들이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외쳤고, 몇년 뒤인 194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이 통과되었다. 참혹한 세계전쟁을 경험하고 깨친 반성과 성찰의 결과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한국에서는 노동이 플랫폼을 통해 분초 단위로 거래되고, 외국인 노동자를 “값싼 노동자”로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월 100만원에 쓸 수 있는 돌봄노동자를 수입해오겠다고 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을 가사도우미로 사용하면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을 받을 수 있다”며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제안한다. 합리적인 법과 제도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근본에는 외국인은 우리와 달리 대우해도 된다는 차별적 인식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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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을 돌보는 일의 가치 결국 찾아내 강제출국시켰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선발되어 지난 8월 한국에 왔던 필리핀 노동자 2명이 숙소를 떠난 것은 지난달 15일이었다.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개별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시작한 지 2주가 막 지났을 때였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쳤다는 서울시 설명대로 가사업무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을 가지고, 한국어시험과 영어면접까지 통과한 실력 있는 노동자였다. 이런 노동자가 단기간에 일터를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갔다면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도망간 사람을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은커녕 언론에 접촉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입단속하기 바빴다.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민특수수사대’가 ‘추적 검거’해 ‘강제출국’시켰다는 언론보도를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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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K유학의 그늘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의 숫자가 최초로 20만명을 넘었다. 지난 4일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체류 유학생 숫자는 20만8962명으로, 18만명 수준이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2만명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는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통한 세계 10대 유학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소재 대학은 교수들을 직접 해외로 보내 현지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학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한류에 이어 K유학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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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33조에서 선언하는 이른바 ‘노동3권’이다. 다른 헌법 조항이 ‘국민’을 주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근로자’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에게도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될까? 이주노동자도 일하는 노동자이므로 당연히 보장된다는 입장과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8년에는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헌법 조항의 표현만으로 노동3권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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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아리셀 참사는 사회적 참사다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간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회적 참사’다. ‘사회적 참사’는 사고의 원인이 개인의 잘못과 불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공백을 비롯한 사회적인 것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누구나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에 참사의 피해 역시 개인이 혼자 감당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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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이주노동자의 목숨값 차별 비가 오는 날이었다. 운전 중 전화를 받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었다. 태국에서 온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점심시간에 폐기물을 분쇄하는 기계에 들어가 잔여물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관리자가 기계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작동시켰다. 유족들이 시신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죽음이었다. 한국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는 법 밖에 밀려난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직장 근처 작은 숙소에서 태국인 아내,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주변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는 너무도 성실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도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아내는 답답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새로 산 기계에 폐기 잔여물이 걸려 기계가 멈추는 일이 자주 생기자, 사장은 직원들에게 틈틈이 기계 내부를 청소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직원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그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기계 안으로 들어가 잔여물 청소하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사고가 난 그날도 그랬다. 지독한 성실함이 사고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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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위법한 사람 사냥을 멈춰라 지난 22일 점심시간 경남 김해의 한 식당에 법무부 부산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평소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었다. ‘법무부’라는 글씨가 적힌 옷을 입은 단속반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무조건 붙잡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3년 전 한국국적을 취득한 베트남 출신 A씨는 한국 사람이라고 설명했지만 함께 끌려갔다가 풀려났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에 따르면 ‘마치 살인용의자를 체포하는 것처럼’ 출입국 단속반들이 사람을 잡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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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 구하는 자격은 따로 없다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 청사 앞에 걸린 이주노동자 법률상담사업을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본 적이 있다. 그림도 없는 하얀 바탕에 한글로만 커다랗게 ‘임금체불 이주민 대상 무료법률상담 실시’라고 인쇄된 플래카드에는 상담 시간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로, 상담 장소는 군청 민원실이라 안내하고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플래카드를 보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중에 평일 오후에 밀린 월급 상담을 받기 위해 군청 민원실을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임금체불’이라는 한국어가 인쇄된 홍보 플래카드를 보고 찾아올 노동자는 더욱이 없다. 솔직히 이 정도면 누군가 찾아와도 문제다. 이주노동자의 삶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마련된 법률상담에는 제대로 된 통역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도 준비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큰 결심을 하고 찾아온 이주노동자는 쏟아지는 어려운 법률용어들 속에서 ‘아, 내가 이 돈을 받을 수 없겠다’고 생각하고 단념할 위험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할 수도 없다. 솔직히 뭐라도 하는 것이 어디냐 하는 절박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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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선거, 모두의 축제가 돼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운동이 지난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운동원들은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고 동네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도 하나둘씩 꽃망울을 피워내고 있다. 곳곳이 소란스러운, 말 그대로 축제와 같은 봄이다. 지난 일요일 서울의 한 외국인노동자 상담센터에서 법률상담을 했다. 평일에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이주민을 위해 센터에서는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법률상담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률상담에는 통역인 선생님이 함께 참여하는데 그날 통역인 A씨를 만났다. A씨는 20여년 전에 한국사람과 결혼해서 한국에 왔고, 대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선배 이주민이었다. 10년 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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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다양성 보장되는 국회를 바란다 국회의원을 뽑는 제22대 총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회의원은 4년 동안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만들고 정부의 예산을 심사하여 행정부를 견제하는 커다란 권한을 가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따른 민주주의 정신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가장 구체적인 과정이 바로 선거이다. 그래서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자 축제라고 부른다. 평소와 달리 각양각색의 점퍼를 입은 국회의원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지하철 입구나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 ‘축제’라는 표현이 아주 틀린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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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 사고파는 계절노동자제 농어촌 지역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농번기에 외국인 노동자를 잠깐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계절노동자’ 정책이 있다. 계절노동자들은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국내에서 일한 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초단기간 외국인력 정책으로 설계되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정책으로 법무부 등 정부 부처로 구성된 배정심사협의회에서 지자체별 인원만 정해주고, 그 이후부터는 각 지자체에서 알아서 인력을 모집하고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