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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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21대 국회는 이대로 문을 닫을 건가 올해 초 한 인권변호사의 저서를 읽다가 이른바 ‘구하라법’을 언급한 구절을 접했다. 구하라법은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수년 전부터 국회에서 여러 건의 개정안이 발의됐고, 정부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언론보도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국회 회의록 등을 살펴보니, 법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공식적인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앞으로 취재해야 할 목록에 구하라법을 추가했다.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재개되는 등 ‘계기’가 생기면 깊게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더는 ‘때’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동일한 피해 사례가 양산된다는 게 계기라면 계기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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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무늬만 합법…병역기피 낙인 여전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2018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했고, 2020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됐는데도 그렇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제는 범죄가 아님에도 ‘병역기피자’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최근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사건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방증한다. 군대를 거부해 대체복무를 이행하는데도, 이들을 군인처럼 대하는 게 정당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관한 인식 개선은 제도 개선과 맞물려 있다. ‘36개월·합숙·교정시설’ 형태의 대체복무는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현재까지 ‘징벌적’이란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란 지적도 꾸준하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조용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넘어 제도 정착을 위한 논의는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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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현주소는 무늬만 합법…병역기피 낙인 여전 [주간 경향]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2018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했고, 2020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됐는데도 그렇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제는 범죄가 아님에도 ‘병역기피자’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최근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사건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방증한다. 군대를 거부해 대체복무를 이행하는데도, 이들을 군인처럼 대하는 게 정당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관한 인식 개선은 제도 개선과 맞물려 있다. ‘36개월·합숙·교정시설’ 형태의 대체복무는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현재까지 ‘징벌적’이란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란 지적도 꾸준하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조용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넘어 제도 정착을 위한 논의는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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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어떻게…파렴치한 부모들 언제까지 놔둘 건가 어릴 때 자녀를 떠나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변변한 교류도 없었다. 그런데 자녀가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을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받아 간다. 때론 소송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막을 수 없다. 부모의 요구와 행위는 ‘현행법’만 놓고 보면 ‘정당’하다. 피해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법이 이런 줄은 몰랐습니다. 자식을 버리고 떠난 부모가 어떻게 가족인가요. 자식이 죽으니까 나타나 그제야 가족이라고 합니다.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식 목숨값 챙겨가는 게 상식입니까, 정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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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보다 가족의 의무 우선…법이 변화한 사회 관점 담아야” “법률은 그 결과만을 고려해 만드는 게 아니다. 법에 내포된 이념도 중요하다. 법 제정의 배경이 되는 국민적 공감대가 반영돼야 한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을 이 법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 노종언 변호사(46·법무법인 존재)는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난 구하라씨의 유족을 대리했다. 20년 전에 집을 나간 구씨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을 챙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노 변호사는 2020년 3월 민법을 개정해 달라는 취지의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권을 배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청원은 충족 동의인원 10만명(현재 기준은 5만명)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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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족, 생활동반자…법은 어디까지 따라왔나 가족관계를 둘러싼 법과 제도는 시대 상황과 인식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 2008년 폐지된 호주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는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 가족 외에 다양한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규정하고, 혼인관계를 동성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논의 진척은 더디다. 정부는 근친혼 제한 완화 등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관계를 제도권으로 포섭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4월과 5월 최초로 국회에 발의돼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현 더불어민주연합 소속)과 장혜영 정의당(현 녹색정의당) 의원이 각각 내놓았다. 2014년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했다가 무산된 이후 9년 만에 재등장했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혼인으로 꾸려진 가족 외에 생활동반자관계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새로운 가족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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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가족입니까…여전히 파렴치한 부모들 [주간 경향] 어릴 때 자녀를 떠나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변변한 교류도 없었다. 그런데 자녀가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을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받아 간다. 때론 소송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막을 수 없다. 부모의 요구와 행위는 ‘현행법’만 놓고 보면 ‘정당’하다. 피해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법이 이런 줄은 몰랐습니다. 자식을 버리고 떠난 부모가 어떻게 가족인가요. 자식이 죽으니까 나타나 그제야 가족이라고 합니다.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식 목숨값 챙겨가는 게 상식입니까, 정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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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 위반 즉시 상속권 박탈, 핏줄이 다가 아니다 메시지 줘야” [주간 경향] “법률은 그 결과만을 고려해 만드는 게 아니다. 법에 내포된 이념도 중요하다. 법 제정의 배경이 되는 국민적 공감대가 반영돼야 한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을 이 법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 노종언 변호사(46·법무법인 존재)는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난 구하라씨의 유족을 대리했다. 20년 전에 집을 나간 구씨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상속재산을 챙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노 변호사는 2020년 3월 민법을 개정해 달라는 취지의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권을 배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청원은 충족 동의인원 10만명(현재 기준은 5만명)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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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입니다” [주간 경향] 가족관계를 둘러싼 법과 제도는 시대 상황과 인식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 2008년 폐지된 호주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는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 가족 외에 다양한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규정하고, 혼인관계를 동성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논의 진척은 더디다. 정부는 근친혼 제한 완화 등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관계를 제도권으로 포섭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4월과 5월 최초로 국회에 발의돼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현 더불어민주연합 소속)과 장혜영 정의당(현 녹색정의당) 의원이 각각 내놓았다. 2014년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했다가 무산된 이후 9년 만에 재등장했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혼인으로 꾸려진 가족 외에 생활동반자관계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새로운 가족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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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돌봄과 자유가 공존하려면… ■돌봄, 동기화, 자유 무라세 다카오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8000원 돌봄과 자유는 공존할 수 있을까. 일본의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에서는 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원하는 시간에 먹고 잘 수 있다. 음식은 식판이 아닌 그릇에 담겨 나온다. 격리하지도 않고 원한다면 언제든 외출할 수 있다. ‘시스템’보다는 ‘사람’, 즉 당사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우선한다. 당사자는 기존 생활 리듬대로 지낼 수 있다. 저자는 이 시설을 총괄하는 소장이다. 인지 저하증(치매)을 병이 아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인지 저하증으로 겪는 혼란에 ‘동기화’를 시도한다. 동기화가 성공하면 돌봄을 하는 이도, 받는 이도 편해진다. 다만 동기화만을 목표로 하면 상대를 지배하고 통제하게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외려 동기화에 실패하면 더 자유롭게 해방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기화하기 위해 두 사람이 노력하는 시도 자체에 돌봄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동기화와 어긋남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는 ‘두 사람의 나’가 되고, 나아가 ‘우리’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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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환대로 출교…실패 아닌 꽃거름이길” 우연과 우연이 겹쳤다. 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건 이동환 목사(43) 자신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구하며 걸어온 길”이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회의실. “피고인(이 목사)의 상소를 기각한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가 선고를 내렸다. 이 목사의 출교가 확정됐다. 감리회법인 ‘교리와 장정’의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마음이 좋지 않았죠. 결국 이렇게 됐구나.” 이 목사는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재판위원회는 유죄 판단의 이유를 읽어 내려갔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축복식을 집례한 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한 점….” 그간 자신의 행적이 정리된 내용을 들을수록 이 목사는 의아했다. ‘성소수자 환대가 잘못인가.’ 그는 다시 떳떳하게 고개를 들었다. 퇴출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의미가 컸다. “앞으로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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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 “퇴출 결정, 실패 아닌 꽃피우는 거름되길” [주간 경향] 우연과 우연이 겹쳤다. 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건 이동환 목사(43) 자신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구하며 걸어온 길”이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회의실. “피고인(이 목사)의 상소를 기각한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가 선고를 내렸다. 이 목사의 출교가 확정됐다. 감리회법인 ‘교리와 장정’의 동성애 찬성·동조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마음이 좋지 않았죠. 결국 이렇게 됐구나.” 이 목사는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재판위원회는 유죄 판단의 이유를 읽어 내려갔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축복식을 집례한 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한 점….” 그간 자신의 행적이 정리된 내용을 들을수록 이 목사는 의아했다. ‘성소수자 환대가 잘못인가.’ 그는 다시 떳떳하게 고개를 들었다. 퇴출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의미가 컸다. “앞으로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