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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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감옥으로 내몰리는 생계형 노인 절도범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 복지와 돌봄 정책은 게걸음인데, 고령 인구 증가는 초고속이다. 10년 후에는 30%를 넘을 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2일 ‘노인의날’에 SNS를 통해 “어르신들께서 안심하고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폭넓고 세심한 정책을 마련하고, 어르신들이 사회의 중심 구성원으로서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대적 빈곤, 노인 차별과 배제, 사회적 고립과 세대 갈등이 심화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그 약속은 당장 지켜져야 한다. 어느 정책보다도 우선순위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선진국이 겪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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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공소청, 공소청장으로 바꾸면 위헌이라고?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뀐다. 개명 수준이 아니라 환골탈태다. 78년의 역사 동안 개보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다가 윤석열 정권에서 완전히 무너져, 재건축을 위한 철거다. 그렇다고 검사의 지위가 바뀌거나 소속이 변경되는 것도 아니다. 수사·기소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기관이 기소권 행사기관으로 축소된 것뿐이다. 변화를 앞두고 검찰은 할 말도 많고 반발도 하고 싶겠지만, 늘 조직적으로 저항하던 이전과는 달리 조용하다. 입이 열 개라도 뻥긋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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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2평 독방이 생지옥이면 혼거실은? 보통 구치소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여러 명이 함께 쓰는 혼거실에 가둔다. 독방 수용이 원칙이지만, 공간이 태부족해 단칸방에서 부대끼며 뜨거운 여름을 나는 곳도 있다. 서울구치소가 그렇다. 수용률이 무려 150%가 넘는다. 6명 1개 거실 원칙도 못 지켜 9명이 열대야에 칼잠을 자며 버틴다는 얘기다. 재벌총수나 정치인, 전직 대통령처럼 잘나가는 사람, 소위 ‘범털’만 독방의 특혜를 누린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그렇다. 이것만 봐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니다. 찜통 같은 혼거실에서 벗어나 천국 같은 독방으로 가려고 뒷돈을 주는 독방 거래의 비리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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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부패완판’ 만든 검찰, 해체 위기 자초 윤석열 정부의 범죄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3대 특별검사가 활동 중이다. 윤석열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특검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그리고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이 도입된 이유는 늘 그랬던 것처럼, 검찰이 비굴하게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결국 또 특검의 몫이 됐다. 어떤 범죄들인가. 권력자의 비리, 권력형 비리,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직권남용 등 전형적인 부패범죄다. 주가조작 등 경제범죄도 있다. 묘하게도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남겨둔 2대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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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국민주권’ 정부의 ‘모두’의 대통령 “언제 어디서나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낭독한 취임 선서문 그대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자기를 지지한 일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소통하고 통합하고 섬기는 대통령,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당연한 말인데 참으로 와닿는다. 지난 정부에서 무시되고 잊혔던 까닭이다. 민생경제도 시급하지만, 국민통합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가적 과제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상황은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여전히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 범죄자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면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무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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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대법원장과 대법원 전원 ‘합의’체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입법과 행정은 물론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선출직인 것과 비교하면 국민주권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재판권은 법관이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해서 행사하는 것인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법부 구성에 국민 관여는 배제돼 있다. 태생적으로 국민과 멀어져 있는 국가권력이다. 국민이 직접 뽑아서 권력을 준 것도 아닌데 사법권은 막강하다. 예를 들어 선거 소송에서 법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면 유권자의 표심을 뒤집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국민은 다른 선출된 권력과 달리 사법부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민주적 정당성이 약점이고 늘 비판거리다.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사법부를 정치화한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국민은 투표로 심판할 수 없었다. 국민의 심판 대상이 아닌 것은 여론이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사법의 독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독이 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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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내란죄 수사해 기소 이끈 공수처, 대폭 강화해야 파면된 피고인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반헌법 세력이자 민주주의 퇴행의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 절차다. 그 출발점은 성공적인 내란죄 수사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처음이다. 그 역사를 신생 조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써내려갔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살아 있는 권력을 체포·구속하고, 수사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부했다. 피의자의 변호인은 줄곧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검찰이 송부받아 기소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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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어떤 결정이 나든 법치와 민주주의는 위기다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4일로 정해졌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어떤 결정이 나든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위기에 빠질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이 정부에서 이미 훼손돼 ‘불완전한 민주주의국가’라는 진단이지만,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일단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으로 짓밟힌 헌정질서는 회복된다. 그러나 탄핵 반대파에 의한 헌재 결정 불복, 사법 체계 부정, 재판관에 대한 협박과 테러 등 헌정 파괴가 뒤따를 것이다. 정치인, 종교 지도자가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격을 부추기기도 했다.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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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가 일깨운 입법과제 ‘계몽’, 지식 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친다는 뜻이다.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령이 느닷없이 ‘계몽령’으로 포장되어 궤변에 동원된 조어다. 대통령에게 국민은 여전히 계몽의 대상으로 보였을까. 국민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깨어 있는데, 무엇을 가르치고 깨우치려 했단 말인지 모르겠다. 계엄으로 호소해야 알아듣는 수준의 국민도 아니고,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이 취할 방도가 계엄밖에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국민 호소의 형식으로 무력을 동원해 자신의 정치력 부재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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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선 넘는 피고인 윤석열의 변호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내란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변호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우호 세력으로 여기는 청년을 대상으로 국민변호인단을 모집하면서 밝힌 그의 언행에서 형사재판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가망 없는 법정보다는 장외에서 여론전이나 펼치겠다는 속셈이다. 궤변, 무논리, 비논리가 법률가 앞에서는 통할 것 같지 않으니, 지지층을 끌어들여 재판에 영향을 미쳐 보겠다는 술책이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이익 대변자로서 법정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언론을 이용해 우호적 여론 형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미디어를 사이렌처럼 활용한다. 단시간에 널리 퍼트려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언론이 솔깃할 자극적이고 선동적 언어를 써야 한 줄이라도 보도되고 관심을 끈다. ‘반법치 세력과 거룩한 싸움’ ‘유혈 사태도 없었는데 왜 내란?’ ‘정치적으로 편향된 헌법재판관’ ‘판사 쇼핑’ 등 법률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언사들이다.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을 일개 재판관이나 법관이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사법 체계 부정도 서슴지 않는다. 사법기관을 유린하고 법관을 겁박한 반국가세력을 두둔하기도 한다. 이런 언동이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실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재판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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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법치(法癡), 법맹(法盲)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손바닥에 ‘王(왕)’자를 그렸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가 전제군주를 꿈꾸던 자였음을 말이다. 그랬으니 헌법적 요건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비상계엄이 비상대권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법치국가 헌법에 없는 비상대권이란 낡은 개념을 끄집어내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사법부도 건드릴 수 없단다. 헌법이 보장한 국회 의결권을 봉쇄하고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고 시도한 것은 ‘짐이 곧 국가’였던 왕권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젖어 마뜩잖은 의회도 갈아엎으려 했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의 정당한 집행도 거부했다. 이렇게 입법부와 사법부를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까닭은 누구에게라도 칼을 들이댈 수 있었던 검찰권력의 기억이 남아서 그런 것 같다. 공천권 개입쯤이야 짐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는지, 야당이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했다고도 한다. 마치 초헌법적 전제군주처럼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서 나온다고 착각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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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내란 수괴가 ‘사법 마비’라는데 침묵하는 사법부 온 국민에게 생중계된 12·3 내란의 현장. 국회를 무장 군대와 경찰로 유린하는 비극을 목격한 건 충격이었다. 권력을 쥐여 준 국민을 겁박하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극도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괴물 같은 독재자를 영화 속에서 본 적은 있지만, 거의 반세기가 지난 2024년에 다시 보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게 대통령이냐.’ 이게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대통령이 벌일 짓인가. 이해 불가 초유의 사태다. 헌법주의자라던 자가 헌법을 유린하고, 의회주의자라는 자가 국회를 ‘범죄자 소굴’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로 여겨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은 선행 자백을 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야당을 겁주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비상계엄 선포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신 군부독재 시대의 군홧발을 먼저 떠올렸다. 평소 즐겨하던 어퍼컷 세리머니가 국민을 향한 한 방, 주먹질임을 알아채는 데 3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