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ESG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가인권위원장, 금융위원장, 대법관이 검증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집권 후반기이고 이미 대선 정국이라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몇몇 검증 이슈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검증기준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등이다. 연구업적이 있는 경우에는 표절 논란도 빠지지 않는다. 인사 검증이 때론 정치 공방으로 변질하기도 하지만 고위 공직 후보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따져보는 절차이니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직 후보자가 논란이 되는 행위를 한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면, 당시에 그들은 5년이나 10년 뒤 논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사 청문의 대상이 될 거라고 누가 기대했겠는가. 예상했다면 그런 행동이나 처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직자로서 또는 연구자나 교수로서 책잡힐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날을 예상했거나 인사 청문의 자리를 목표로 살아 왔다면 공직자로서 어긋남이 없는지 늘 경계하고 살피면서, 교육자로서 교육과 연구에 흠이 없도록 원칙을 지키면서 조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개는 그런 삶이 아니어서 공직 후보자 인사 청문에서 과거의 일이 발목을 잡는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하고, 물욕에 눈멀어 부동산 투기할 때, 귀찮은 연구윤리보다는 논문작성을 끝내거나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장래에 걸림돌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공직자·정치인의 윤리나 교육자의 윤리가 지위의 고하에 따라 다르지 않다. 하위직 공무원이건 고위직 공무원이건 공직윤리는 같다. 선출직 정치인의 윤리도 지자체장이나 구의회 의원이라는 직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훗날 인사 청문의 대상이 될 것인지에 상관없이 늘 지키고 지켰어야 할 윤리다. 성 윤리건 책임 윤리건 청렴 윤리건 윤리적으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이고 정치인이어야 한다.

공직을 이용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탐욕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에 헌신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지역 주민이건 국민이건 봉사하는 자세가 공직자의 덕목이다. 그래서 공직자를 국민을 위한 머슴(Servant)이라 부른다.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한 공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보듯이 공직의 지위를 사익 추구에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

선출직 공직자의 성 비위 사건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대선 주자들의 언행으로 논란이 된 성평등 의식도 공직자의 덕목이다. 성 관련 범죄는 인사검증 7대 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남성 중심의 성별화된 권력과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높아졌다. 그러나 성평등 민주주의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아직도 부족하거나 여전히 논란 중이다. 성차별과 성평등 의식은 후진국 수준이다. 그래서 인사검증에서 성평등 관점이 강화되어야 한다. 성 차별을 묵인하거나 성차별적 발언과 행동을 했었는지, 젠더 이슈에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것이 공직자와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ESG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와 영문의 첫 글자는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한다. 그래서 기업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려 하고 있다. 친환경적 사업과 업무수행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영,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원활한 소통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업경영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어 비재무적 친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기업경영에 요구되는 ESG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평가하고 검증하는 데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친환경은 누구나 실천하고 몸에 배야 할 삶의 자세다. 사회적 가치의 실현도 다르지 않다. 윤리적인 삶은 누구든 실천해야 한다. 성평등 사회는 우리 모두 추구해야 할 공존과 포용의 사회다. 그래서 경영인, 정치인, 공직자를 평가하고 검증하는 강화된 잣대로 비재무적 요소인 ESG와 윤리의식, 헌신과 봉사 그리고 젠더 관점을 내용으로 하는 ESG를 합친 이중 ESG를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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