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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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윤 대통령은 ‘약자복지’ 말할 자격 없다 복지시민단체 성원으로서 내가 다짐한 새해의 핵심 과제는 ‘약자복지’이다. 굳이 대통령이 주창하는 의제를 다시 꺼내는 건, 정부의 약자복지가 말로만 그치기 때문이다. 보수 정부가 두툼한 복지, 맞춤형 복지 등 최소한 그들이 강조하는 복지는 챙길 줄 알았는데 그 기대가 정부 첫해부터 깨졌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에서 “필요한 국민께 더 두껍게 지원하겠습니다”는 나름 의미 있는 선언이다. 지난 10년 보편복지 담론이 부상하면서 복지가 확대되었지만 약자를 위한 복지는 여전히 빈약하다. 이 기간에 전체 복지예산은 평균 8.6% 늘었지만 취약계층 복지의 준거인 기준중위소득 인상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에서는 불안정 취업자 상당수가 사각지대에 있고, 지난 몇년 부동산 폭등으로 세입자의 허리는 더 휘었으며, 노인세대는 10명 중 4명이 궁핍하게 살고 있다. 총량에서 복지가 늘었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가난한 사람의 복지는 지체되는 ‘복지의 불균등 발전’이다. 이제라도 약자복지를 두껍게 하겠다는 윤 정부의 선언을 주목했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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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연금개혁의 새 흐름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이제야 연금개혁 논의가 바쁘게 돌아간다. 국회 연금특위에 설치된 자문위원회가 매주 열리고, 보건복지부는 제5차 재정계산 위원회들을 모두 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연금학회 등 전문기관에서도 실제 논점을 가지고 연이어 토론을 벌인다. 여러 자리에 참여하다 보니 이번에는 의미 있는 연금개혁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도 생긴다. 평행선을 달리던 예전과 달리, 연금개혁 방향에서 일정한 흐름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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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노인일자리 너머 노인참여소득 내년 복지분야 예산안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두고 논란이다. 이 사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익활동형(공공형)이 올해 61만개에서 내년 55만개로 6만개 줄기 때문이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다양한 욕구에 맞추어서 공공형을 축소하고 대신 시장형과 사회서비스형에서 일부 늘렸다고 설명하나 벌써부터 동네 노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공공형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평균연령이 77세로 높고 일의 내용도 다른 유형과 구별되는데 정부가 전혀 현실을 모른다고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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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노인 100%에 기초연금은 보편주의? 더불어민주당이 기초연금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맞붙을 조짐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심상정 후보 모두 기초연금 30만원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고, 정부가 ‘현행 70% 노인 40만원’을 국정과제로 확정하면서 대략 기초연금 윤곽이 잡힌 듯했다. 그런데 지난달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모든 노인’ 대상 기초연금 카드를 꺼내면서 전선이 생긴 것이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투표 9일 전에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내놓아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미 발표한 대선 공약집에 없는 정책이었으나, 상대 후보들이 40만원을 공약집에 명시하자 급박하게 추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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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노인 1000만명 시대 추석 연휴에 동네 공원과 산책길에서 오가는 어르신들을 보았다. 올해 주민자치활동에 참여하면서 여러 경로당과 어르신 집을 방문한 덕분에 생긴 새로운 관심이다. 주민들이 귀향해서인지 곳곳이 차분하고 가끔 만나는 어르신들도 조용하시다. 평온하신 걸까, 적적하신 걸까. 어르신 표정을 자신있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생각은 자꾸만 후자로 향한다. 대부분 홀로 사는 분이라는 경로당 회장님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며칠 전 회의에서 들은 ‘노인 1000만명’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가 2024년에 1000만명을 넘는다. 이후에도 가파르게 증가하여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온다는데 새삼스레 겁이 덜컥 났다. 그때 나는 초고령 노인일 텐데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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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연금개혁, 팩트 점검에서 시작하자 윤석열 정부 100일이 어수선하다. 대선에서 호언했던 연금개혁도 그렇다. ‘대통령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던 공약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애초 정부가 연금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까지 든다. 대신 국회가 나서는 모양새이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여 내년 4월까지 여야합의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러니 행정부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공약대로였다면, 대통령직속위원회가 재정계산을 토대로 개혁안을 준비하면 무난했는데, 입법기관이 먼저 합의안을 만드는 ‘거꾸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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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부자감세, 어떻게 대응할까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를 추진한다. 대선 공약집에는 부동산 과세 완화 외에 별다른 감세 내용이 없었으나, 출범 후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을 명시했고, 여러 감세안을 묶어 오늘 ‘2022년 세제개편안’을 내놓는다. 며칠 전 당·정협의와 여권 인터뷰 등을 보면, 윤 정부의 조세정책은 부자감세로 집약된다. 일반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며 소득제 과표구간을 일부 상향하지만 서민에게 돌아가는 감세액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 천문학적 이윤을 거두는 대기업, 집값 상승 혜택을 본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의 세금 감면은 상당할 듯하다. 재벌대기업, 집부자 감세를 위하여 소득세 일부를 끼어놓은 모양새이고,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지던 증세 기조를 다시 부자감세로 되돌리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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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공평한 건강보험료 올해 하반기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개편된다. 2018년 1단계에 이은 2단계 조치이다. 벌써부터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를 강조하는 언론 기사들이 올라오고 심지어 제목에 ‘폭탄’ 단어까지 등장한다. 물론 건강보험료가 느는 사람도 줄어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공평한 건강보험료’이다. 가입자들의 불만이나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체계를 바로잡는 전향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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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복지국가운동, 시장불평등에 맞서자 그제 복지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예전 두 정부가 출범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새 정부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2012년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복지국가에 소극적이었던 후보가 당선되었어도 복지단체들의 의욕은 강했다. 무상급식 논쟁 이후 보편복지 담론이 부상하고 있었고 박근혜 당선인 역시 ‘한국형 복지국가’를 제시하며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했다며 오랜 기간 낙담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박근혜 정부 내내 복지단체들은 복지 활동을 힘있게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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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초연금 오르면 국민연금 회피? 얼마 전 통계청이 2020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38.9%라고 발표했다. 노인의 절반이 빈곤한 나라에서 이제 40% 아래로 내려왔다. 여전히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지만 계속 하향하는 점은 전향적이다. 무엇보다 기초연금의 역할이 크다. 2008년 8만4000원으로 시작한 이래 대통령 선거마다 10만원씩 올라 올해는 30만7500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 이재명, 심상정 후보가 한목소리로 기초연금 40만원을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을 시행하면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늘어나고 노인빈곤율도 더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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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전·월세부터 동결하라 내가 사는 동네의 전세 시세를 보면 이중가격이 확연하다. 대략 2억~4억원대 보증금에서 1억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눈에 띈다. 계약갱신권을 가진 세입자는 기존 가격 수준에서, 새로 계약한 세입자는 이보다 많은 보증금을 냈다는 의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들어가 보니 이중가격 격차가 수억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올해 8월이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권이 시행된 지 2년이다. 지난번에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이번에 신규 계약을 해야 하므로 자기 동네에서 계속 살려면 추가 전세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성실하게 지난 2년을 살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없는 세입자, 무주택자가 당하는 날벼락이자 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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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모든 표에는 생명이 있다 이번 대선이 신나지 않는다. 정권 사수 혹은 교체가 간절한 분들도 많지만, 나와 비슷한 심정인 사람들도 흔히 본다.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투표를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면서도 이번만은 투표하기가 싫단다. 비호감 후보들을 두고 차악을 뽑아야 하는 ‘강요된 투표’가 민주주의인지 의문까지 제기한다. 단지 인물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복지 발전의 계기를 기대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복지공약에서도 실망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