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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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부가세를 누진적 복지목적세로 세계적으로 증세 논의가 활발하다. 시장만능주의가 야기한 양극화와 코로나19 재난에 대응하는 노력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하는 추경안을 보더라도 올해 관리재정수지가 126조원, GDP 6.2%로 공공재정의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증세 제안을 찾기 어렵다. 올해 초과세입을 감안해도 조세부담률은 GDP 20% 수준에 그친다. OECD 회원국 평균에서 약 5%포인트, 금액으로 약 100조원이 부족하다. 당장은 국채에 의존한다 해도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세입 확충은 꼭 준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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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더불어부동산 안녕하세요? 집부자님들의 든든한 벗, ‘더불어부동산’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서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최고의 수단은 부동산입니다. 여러분의 동반자, 정부 정책까지 손에 쥐고 있는 국내 최고 부동산기획사, 더불어부동산을 소개합니다. 우선 지난 성과를 알려드립니다. 최대 경쟁사인 ‘국민의부동산’이 노골적으로 부자마케팅을 벌여왔지만 실속을 챙기는 건 저희 회사입니다. 알려져 있듯이, 저희는 밖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을 표방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다며 외부에 제안한 대책만 26번입니다. 사람들이 서민 주거를 위한 회사로 여기는 이유이지요. 하지만 정작 저희가 한 일은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겁니다. 단어 그대로 폭등, 대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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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무주택자의날’이 온다 정치권이 부동산 세금 인하 경쟁에 나섰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커졌다는 민원에 대한 호응이다. 올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평균 19% 올랐으니 당연히 보유세도 늘어난다. 왜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을까? 시가 대비 공시가격 수준을 가리키는 현실화율은 올해 70.2%로 작년 69%에 비해 1.2%포인트 인상되었을 뿐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정책적 인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집값이 폭등해 발생한 일이다. 자산 가격이 올랐는데도 세금은 회피하겠다는 부당한 민원과 정치권의 부정의한 호응이 짝을 이룬 부동산 기득권 합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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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21세기 부동산 봉건사회 동네에서 몇 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다. 새싹과 이파리들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이렇게 조그만 공간에서도 생명을 무성하게 키우는 땅이 참으로 위대하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나오게 해주는 텃밭이 무척 고맙다. 지난 주말에도 텃밭에 앉아 땅을 예찬하다 문득 조선시대 어느 농민을 생각했다. 봄날의 찬란함은 오늘과 같았지만 그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나에게도 땅이 있었으면….’ 매일 땀 흘려 일하건만 생산물의 상당을 지주에게 바쳐야 하는 세상에 대한 탄식이다. 그에게 땅은 고역과 착취의 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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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집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자 요며칠 주변 사람들의 화제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이었다. 나름 정책실장의 활동을 오래전부터 접해온 사람들이라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처신도 문제지만 ‘자신의 전세금 인상액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렸다’는 해명이 불편했단다. 집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인상 행진에 참여하면서 그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태에 대한 한탄이다. 대통령도 곧바로 정책실장을 경질한 걸 보면 심각성을 크게 느낀 듯하다.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하고 대한민국이 부동산으로 나뉘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되었다며 적폐 청산을 거듭 천명했다. 국회도 부동산 투기에 무기징역까지 적용하는 법률을 의결하였고, 과거 투기 이익까지 몰수하는 법안마저 논의하겠단다. 응원한다. 대한민국 공화국을 새로 세운다는 심정으로 꼭 그러하길 바란다. 이번에 부동산 공개념을 다시 도입해 일반 농지든, 대기업 소유지든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토지들을 정비하고 아예 시세차익을 상상할 수 없도록 강력한 과세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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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소액기본소득의 효용성 의문 기본소득이 대통령선거에서 핵심 주제로 자리 잡을 듯하다. 현행 소득보장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논의이기에 전향적인 일이다. 다만 기본소득이 국가정책의 장으로 들어온다면 앞으로의 토론은 엄격해야 한다. 우선 기본소득의 실체를 명확히 하자. 근래 기본소득이 바람을 타면서 웬만한 현금복지에 기본소득 이름이 붙고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상표는 존중하더라도 내용물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기본소득 바구니에는 확연히 성격이 다른 네 가지 유형이 담겨 있다. 첫 번째는 모두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는 완전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 옹호자들도 근래 충분성을 명시하지 않듯이 지금 논의 대상이 아니다. 두 번째는 완전기본소득에서 금액을 낮춘 소액기본소득이다. 관련 법안도 제출될 만큼 정치권의 의제로 부상했다. 세 번째는 아동, 청년, 농민 등 특정 대상에게 적용되는 범주형 기본소득이다. 복지국가에서 동일한 제도를 사회수당이라고 부르듯이 논란의 제도는 아니다. 네 번째는 취약계층에 한정된 사회부조형 기본소득이다. 실업부조 수급자를 대상으로 삼은 핀란드의 실험이 여기에 속한다. 이는 취약계층 복지에서 근로동기를 독려하려는 노력으로 역시 찬반 제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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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재난을 똑바로 못 보는 한국 정치 나는 경기도민이다. 동네 네거리에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1인당 10만원 지급”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돈을 준다니 반겨야겠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코로나19 재난에 대응한다면서 굳이 모두에게 주어야 할까.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로 불편한 일상을 겪고 있지만 경제적 타격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미 K자 양극화가 확연하다. 코로나19에도 디지털·플랫폼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일부 집 가진 사람과 주식투자자들은 가격 상승에 들떠 있다. 안정적 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 역시 재택근무가 익숙하지 않을 뿐 경제적 어려움은 없다. 반면 영업을 못하거나 소득이 급감해 하루하루가 막막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제는 국회 앞에서 “얼마 전 유서를 작성했습니다”라며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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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곳곳에서 ‘다른’ 대한민국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번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이다. 복지 분야에서 핵심 주제는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이다. 코로나19 재난에서 소득지원이 절실한 불안정 취업자들이 정작 소득보장 제도의 밖에 있다는 문제가 부각된 결과이다.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는 코로나19 재난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고용이 늘어나면서 사회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방배동 모자 사건처럼 기초생활보장의 틈새도 여전하다. 알고 있었지만 방관해오던 문제가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지난 1년 내내 대안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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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장발장 부자, 국가는 어디 있나 지난주 ‘현대판 장발장’ 제목의 뉴스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인천의 어느 마트에서 아버지와 12세 아들이 우유와 사과 등을 훔치다 적발된 사건이다. 아버지는 너무 배고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으로 6개월째 일을 하지 못했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있었지만 홀어머니와 7세 아들까지 네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가 무척 힘겨웠다. 아마 그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조차 없다는 절박함에 마트로 향했고 아들은 애타게 먹을 것을 찾는 어린 동생을 떠올리며 아빠를 따라 나섰을 것이다. 방송은 이웃의 온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이 질문도 던져야 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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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또 속는 거겠지? 내년 예산안을 정하는 정기국회가 보름도 남지 않았다. 올해도 국회 마지막 날까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르신들이 애를 태우실 듯하다. 내년에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월 10만원씩 기초연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 합의가 본회의까지 무사히 통과할지 걱정돼서이다. 왜 부가급여 형태로라도 10만원을 지급한다는 걸까? 기초연금은 하위 70% 노인에게 제공된다. 당연히 최하위에 속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다음달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만큼 금액이 삭감된다. 기초연금으로 30만원 받고 생계급여에서 30만원 깎이는 방식이다. 이러면 일반 노인은 기초연금 인상분만큼 소득이 늘지만,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이 아무리 올라도 최종 가처분소득은 늘 그대로이니, 오히려 노인 사이에 역진적 격차가 커진다. 이에 지난주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가 기초생활수급 노인 40만명이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으니 10만원이라도 따로 지원하자고 합의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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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면 사람들이 말한다. 이제 조국대전에서 민생대전으로 가야 한다고. 이는 누구보다 국정을 운영하는 문재인 정부에 절박한 과제일 것이다.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과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새삼스러운 방향은 아니다. 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재정을 대폭 늘리는 제이노믹스를 주창했고, 민생 역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소득주도성장의 가치이다. 이번에는 민생을 기대해도 좋을까? 문재인 정부를 보면 늘 허전한 구석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 주제가 주변화된다. 노동존중사회를 말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정규직화를 추진하더라도 자본주의에서 노동존중의 뿌리는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권’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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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빈곤노인에 매정한 포용국가 김병국 어르신, 올해 1월에 86세의 삶을 마감하셨다. 처음 뵌 건 5년 전 청와대 앞 ‘줬다 뺏는 기초연금’ 도끼상소 행사에서였다. “대통령님, 빈곤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줬다가 빼앗을 거면 차라리 이 도끼로 제 목을 쳐주십시오”라는 그의 외침에 사방이 숙연했다. 이북에서 태어났으나 홀로 피란 내려와 한국 현대사의 여느 민초처럼 살아오다 광우병 촛불에서 학생들을 만난 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단다. 그는 차상위계층으로 당시 기초연금 20만원과 노인일자리사업 20만원 등의 수입으로 살았다. 여기서 매달 고시원비까지 내야 하니 생활은 무척 빈궁하였고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래도 자존심과 품위를 잃지 않았으며 특히 어려운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운동에 앞장선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