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최신기사
-
정동칼럼 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6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는 단지 계엄 이전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직접적 근거는 계엄 선포에 의한 헌법 유린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3년간 국가운영을 망친 실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사회대개혁을 함께 요구했던 이유이다. 사회대개혁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건 민생일 것이다. 사회 첫발부터 불안정 노동에 직면한 청년, 극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 전월세에 허리가 휘는 주거 서민, 돈도 없고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 노인, 그리고 노년 부양 부담이 훨씬 클 미래 아이까지, 새 정부가 챙겨야 할 민생들이 모두 만만하지 않다.
-
정동칼럼 민주당은 어쩌다 감세당이 되었나 10년 전인 2015년 초, 연말정산 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근로소득세의 여러 소득공제를 손보아 역진성을 개선하는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다자녀 또는 1인 가구에 세금이 늘어나는 일부 틈새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근로소득세의 오래된 문제였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주로 상위계층이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증세 개혁이었다. 그런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 틈새를 부풀리며 증세 개편을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몰아갔다. 상대편의 정책은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진영논리가 낳은 대립 구도였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 ‘세금폭탄’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했고, ‘한겨레21’은 “고소득층이 ‘세금폭탄 논란’ 주도했다”며 세금폭탄론이 지닌 계층적 성격을 꼬집었다.
-
정동칼럼 연금개혁, 급한 불부터 끄자 국회 연금개혁 논의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두고 신경전이 뜨겁다. 여야 모두 두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모수개혁부터 마무리하자(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위에서 모수·구조개혁을 함께 처리하자(국민의힘)로 대립하고 있다.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보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용어도 생소하고, 두 개혁이 필요하면 모두 하면 될 일을 이리 지루하게 다투는지 의아할 뿐이다.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지녔다면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공연히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
정동칼럼 탄핵 이후 누가 무엇을 윤석열 대통령이 벌인 시대착오적 계엄 사태가 대통령 파면을 향해가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벚꽃대선, 장미대선 보도가 나오니 늦어도 초여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설 듯하다. 사실 취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당황스러웠다. 시민들의 분노는 깊어갔고 정치권에서 일찍부터 탄핵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대통령의 계엄 망상이 자신의 파멸을 앞당긴 꼴이다. 그런데 마침내 ‘대통령감’이 안 되는 사람을 탄핵시키면, 대한민국 시민들은 평안해지는 걸까? 헐값 노동에 하루하루가 힘겹고, 전월세에 허리가 휘며, 여러 차별에 고통받는 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까? 안타깝게도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
정동칼럼 베이비부머의 국민연금 졸업 다음주면 2024년 정기국회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연금개혁도 물 건너간다. 지난 9월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후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 이어질 줄 알았으나 헛된 기대였다. 정부 개혁안이 구체적이고 여러 논점을 제시한 만큼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보완하고,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대안을 제시하며 서로 이견을 좁혀가야 하건만, 실질적 논의는 없이 연금개혁위원회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 공방만 벌이다 또 한 해를 허탕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미래 재정이 불안정한 국민연금을 두고서 이토록 안이할 수 있다니. 사실 이번 22대 국회만이 아니다. 소득대체율을 낮추었던, 국민연금의 마지막 개혁이 노무현 정부 2007년에 있었으니, 정치권은 지난 17년 동안 국민연금 개혁을 방치해 왔다.
-
정동칼럼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지상으로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며칠 전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어디에서 쉬시는지 아는지요? 아마 아는 분이 많지 않을 듯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대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서울대 공학관에서 67세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다. 35도 폭염 속에서 창문, 에어콘도 없는 1평 휴게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의 휴게시설에 대한 명확한 조항이 없었고, 그나마 고용노동부가 정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로자 휴게시설’이 명시되었으나 구체적 기준과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노동자 휴게시설은 제도 밖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에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에 휴게시설 의무화가 명문화되고 시행령 등에 구체적 요건과 위반 과태료도 담겼다. 마침내 노동자 휴게시설이 의무화된 것이다.
-
정동칼럼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어떻게 할까 연금개혁에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가 뜨거운 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이 장치가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야당은 은퇴 후 연금액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두 주장 모두 사실이다. 재정이 안정되는 만큼 급여는 낮아질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논의가 필요한가이다. 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금개혁에선 상호 공방만 벌일 이 주제는 제외하고 우선 시급한 과제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
정동칼럼 국민연금 차등보험료율 도입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벌써부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무가입연령 상향, 자동조정장치 도입, 기금수익 제고 등 여러 논점이 있지만 가장 뜨거운 건 ‘연령대별 차등보험료율’이다. 결국 국회 심의에서 핵심 안건은 국민연금 모수개혁, 즉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로 집약될 텐데, 보험료율 수치보다 인상 방식이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차등보험료율이 국민연금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한다고 설명하고, 민주당은 세대 간 갈라치기하는 졸속 대책이라 비판한다. 이렇게 시각이 현격하게 다르면, 사실상 여야가 동의한 보험료율 13%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후 차등보험료율에 대하여 실질적인 토론이 진행되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
정동칼럼 ‘줬다 뺏는 기초연금’ 10년 생계급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최저보장이다. 2022년 기준 157만명이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71만명으로 45%에 이르니, 수급자 거의 절반이 노인이다. 이분들은 가난하면서 노인이기에 매달 20일에 생계급여를, 25일에는 기초연금을 받는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두 급여를 누릴까? 아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때문이다. 매달 25일 기초연금 33만5000원이 통장 계좌에 입금되지만, 다음달 20일 생계급여 산정에서 지난달 기초연금 금액만큼 삭감된다. 먼저 기초연금을 줬다가 다시 생계급여에서 뺏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 안에서 기초연금과는 33만5000원을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과는 그 금액을 생계급여에서 빼는 행정이다.
-
정동칼럼 25만원 지원금 공방이 공허한 이유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논란을 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모두 민생을 앞세우나 정치 공방으로만 보여서다.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민주당이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상정했다. 이는 민생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25만원을 줍니까. 국민 1인당 10억씩, 100억씩 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라며 다소 조롱조로 비판했다. 정말, 정부와 제1야당의 정책 논의에서 생산적 토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
정동칼럼 열 살 기초연금, 이제 구조개혁으로 오는 7월이면 기초연금 10년이다. 근래 한국 복지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제도를 꼽으라면 단연 기초연금이다. 현재 노인 약 700만명에게 매월 33만5000원을 지급한다. 올해 예산은 24조4000억원으로 10년 전 6조9000억원에서 3.5배나 늘었다. 기초연금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오를 만큼 정치적 역동성을 지니고 앞으로 노인 수가 계속 늘어나므로 위상도 더 높아질 것이다.
-
정동칼럼 정부는 자신의 연금개혁안을 내라 21대 국회가 다음주 임기를 마친다. 끝내 연금개혁 입법 없이 문을 닫을 듯하여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국회가 각각 연금개혁 관련 위원회를 1년 이상 운영하였고 나아가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공론화 작업까지 진행하였으니 허탈할 수 있다. 이러다 연금개혁이 한참 실종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성과는 분명 있다. 여야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자고 의견을 모은 건 중요한 진전이다. 이후 이 합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보장성 방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면서 3년이나 남은 ‘임기 내에’ 연금개혁안이 확정되도록 하겠다는 건 너무도 안이하다. 정부는 22대 국회 개원 후 조속히 연금개혁안을 제출하여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 또한 시간이 생긴 만큼, 정부안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수치 조정을 넘어 미래 연금체계 청사진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이번에 공론화위에서 논의한 두 개 방안에 따르더라도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은 여전하고 청년들은 나중에 내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고 다시 물을 수 있다. 이에 정부안은 중장기 연금체계 비전을 수립하고 이 토대 위에서 현단계 연금개혁의 위치를 설정하는 그랜드 플랜이어야 한다. 그래야 연금개혁이 미봉적 절충이 아니라 종합 로드맵에 따른 첫걸음으로 인식되어 사회적 동의도 높아질 수 있다. 연금개혁이 다소 지연된 만큼 더 풍부한 성과를 거두자는 취지에서, 정부안이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