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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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인공지능의 윤리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윤리 문제도 잦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작년부터 ‘네이처’에는 표정 인식에 대한 논의가 자주 보인다. 표정은 감정을 나타낸다고 여기곤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으로 표정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 특정한 이슈에 대한 입장, 법정 판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표정에서 정말 감정을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든 문화권에서 동일하다는 가정이 한때는 주류였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은 상황과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난달 코웬(Cowen)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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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과학을 소통하는 더 나은 방법 내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이유는 뇌과학이 악용되기보다 선용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어려운 것 같지만, 우리말로 풀어 쓰면 그냥 ‘과학 소통’이다. 좋은 소통은 상대의 배경지식과 입장을 이해한 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양쪽의 욕구를 충족하고, 상호 간의 오해를 풀면서 이해를 늘린다. ‘과학 소통’도 마찬가지다. 과학과 대중이 서로의 오해를 풀고 이해를 높이며, 필요한 과학적 사실을 정확히 전할 수 있어야 좋은 ‘과학 소통’이다. 그래서 ‘과학 소통’은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서 대중에게 하향식으로 전하는 ‘과학 대중화’보다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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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가치를 실현하는 기술 SF영화에나 나오던, 생각으로 기계를 조종하는 칩, 각종 인공지능 서비스, 증강현실은 더 이상 SF가 아니다. 현실이다. 이미 20만명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 장치를 이식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며, 2030년이 되면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신경활동을 읽고 조절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뇌 해킹, 기술 접근의 평등성, 개인정보 보호, 기기가 오작동했을 때 누구 책임인지 판단하는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들은 기술 개발 및 그 혜택의 확산에 힘쓰는 한편, 기술의 잠재적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 거대 뇌과학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나라마다 프로젝트의 초점과 윤리 문제를 고려하는 방식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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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이야기를 지어내는 뇌 사람과 동물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해야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학습해간다. 이런 학습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온갖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특정한 요인을 골라 결과와 연결지을 때 이야기가 생겨난다. ‘착한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원인) 부자가 됐다(결과)’라는 인과관계에 기존 생각을 보태 살을 붙이는 것이다. 사회적 사건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다른 인과관계를 가진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이 원인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엔 특정한 넥타이를 맨다든가 하는 징크스가 생긴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오인하는 현상은 다른 동물들에서도 관찰된다. 심리학자 스키너는 배고픈 비둘기를 새장에 넣고, 비둘기가 무슨 행동을 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먹이를 주었다. 먹이를 주는 시간 사이의 간격 동안 어떤 비둘기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고, 어떤 비둘기는 새장의 구석으로 머리를 밀어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먹이의 배달’ 전 했던 행동과 ‘먹이의 배달’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한 비둘기들이 각자 원인으로 추정한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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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코로나 블루 중학교 때였다. ‘사회’ 시간에 중세의 문학작품에 대해 배웠는데 그중에 <데카메론>이 있었다. <데카메론>의 배경은 흑사병이 유행하던 무렵의 이탈리아인데, 흑사병을 피해 외딴 별장에 모인 10명의 남녀가 소일거리로 나눈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종일 책 읽고 수다만 떨어도 된다니 상상만 해도 행복할 것 같았다. ■언택트 시대의 사회적 존재들 내 착각이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시간이 오래 지속된다는 건 행복한 일일 수가 없었다. 믿을 만한 가까운 관계가 없을 때는 다수의 먼 관계로 어느 정도 완충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완충이 어려워졌다. 기존의 가까운 관계는 어찌어찌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가까운 관계가 새롭게 생겨나기도 어려웠다.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연구소가 폐쇄되기도 했던 미국 등에서는 고립감이 훨씬 더 심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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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믿음의 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 정신없는 2주였다.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고, 예정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 몇 달간 꾸역꾸역 월세를 내며 버텨왔을 가게들도 다시 조용히 비어갔다. 인간은 모여 사는 존재인데도, 동료 시민이 모인 모든 장소가 위험한 곳으로 변했고, 많은 이들이 집 안에서 견디는 와중에도 부산에서만 270여곳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불안으로 들뜬 마음의 틈새를 미움이 채웠다. 나는 당신의 신을 믿지 않지만, 당신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기에 당신의 종교도 존중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타인의 생명과 경제에 잠재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면, 혹시 몰라 조심해주는 배려를 보일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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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식욕을 조절하는 포만감 여름옷은 다른 계절에 입는 옷들에 비해 노출이 많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면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이들이 늘어난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기름진 야식과 달달한 간식, 때로는 배고픔까지 참아가며 열량 섭취를 줄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열량 섭취를 조절하기 위해 흔히 활용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토마토처럼 포만감을 주지만 열량은 낮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포만감은 식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가 고플 때는 하다못해 장을 보다가도 먹거리를 많이 사게 되지만, 배가 부르면 식욕이 줄어서 기름진 치킨과 피자를 먹을 위험(?)이 감소한다. 올해 초 김동윤 등의 연구자들(김성연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에 출간한 논문을 통해 포만감이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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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희망과 과대광고를 대하는 법 2000년대 중반부터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같은 신경영상 기술을 활용해서 구매 행동 이면의 뇌 활동을 연구하는 분야(신경마케팅)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을 구별하지는 못하면서도 코카콜라를 더 선호하고, 전전두엽의 신경활동이 이런 선호를 반영하더라”와 같은 신경마케팅 연구는 무척 흥미로웠고, 그런 만큼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렇게 특정한 학문이 인기를 끌 때면 으레 해당 학문에 대한 과대광고와 허황된 믿음도 커진다. 과대광고와 허황된 믿음은 처음 한동안은 해당 학문 분야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끌어들이고, 활발한 연구를 촉발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문제가 생긴다. 학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허황된 믿음에 근거한 불안이 학문에 대한 거부감을 확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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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신경 번역기 구글 번역기를 써본 적이 있는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번역기의 수준은 매우 낮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영어와 한글은 어순이 다른데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번역을 해낸다. 문장은 단어들의 나열로 구성되는데, 이 나열에서 자주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고, 학습된 패턴을 활용하기 때문에 단어별로 번역하던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사진이나 언어처럼 복잡한 데이터에서 통계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인공신경망을 사용하는 기계학습의 중요한 강점 중 하나다. 그렇다면 기계학습을 사용해서 신경 활동의 패턴을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할까? 놀랍게도 가능했다. 마킨(Makin) 등은 사람들이 말하는 동안의 뇌 활동을 측정하고, 측정된 신경 활동을 언어로 번역하는 기술을 지난 4월 ‘네이처’ 신경과학지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신경 활동을 언어로 번역하는 기존의 방법들보다 훨씬 더 적은 데이터를 사용했으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기존의 기술과 마킨의 기술은 어떤 측면에서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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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생쥐에게도 표정이 있다 오래전에 쥐 실험을 할 때였다. 배고픈 쥐에게 먹이를 25%, 50%, 75%, 100% 중 하나의 확률로 주면서 확률적인 보상의 학습에서 도파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었다. 보상이 100%로 주어질 때면 쥐는 다소 느긋하게 먹이를 즐기곤 했다. 특히 쥐가 고개를 살짝 들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을 보노라면, 쥐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쥐에게 표정이 있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그 당시에는 쥐의 표정을 측정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는데, 과학에서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주장하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 표정은 사회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쥐의 사회성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쥐가 다른 쥐의 행동을 보고 학습할 수 있다거나, 낯선 쥐가 곤경에 처하면 도와주려 애쓴다는 등의 연구 결과는 최근에 축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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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순환하는 혈액 속의 신호 개체분절적으로 사고한다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양에서 발전된 과학에 개체분절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과학에 익숙한 현대인들도 개체분절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의 한 예가 뇌와 관련된 증상의 원인을 뇌에서만 찾는 것이다. 뇌는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노폐물을 처리하며, 외부 환경과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뇌의 노화에서도 신체 다른 부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노년의 피 vs 젊은 피 19세기에 젊은 개체와 나이 든 개체 사이에 피를 교환하는, 약간은 잔인한 수술 기법이 도입되었다. 혈액 속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있어서 뇌를 비롯한 신체 장기들이 몸 전체로 신호를 전달하고 정보를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나이에 따른 피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젊은 개체의 피를 나이 든 개체에 주입하면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이 촉진되고, 시냅스를 구성하는 핵심적 구조물인 스파인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마는 사건과 지식을 기억하고 공간을 탐색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 때 두드러지게 손상되는 대표적인 부위다. 반대로 나이 든 개체의 피를 젊은 개체에 주입했더니 해마에서의 신경세포 생성이 줄어들고, 학습과 기억 능력이 저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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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노래를 듣는 뇌 영화 <킹스 스피치>에는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던 조지 6세가 연설문을 읽거나 대화를 할 때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노래를 부를 때는 가사를 더듬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노래는 말과 미묘하게 다르다. 둘 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노래에는 가사만큼이나 가락이 중요하다. 가사는 별로지만 가락이 좋아서 자주 듣는 노래들이 있다. 반면에 말에서는 가락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 중국어처럼 성조가 중요한 언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 표준어에서는 높낮이가 없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어색한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가락은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음치여도 가사는 알아듣는 경우를 보면 노랫말과 가락의 인식은 다르다. 뇌는 말과 가락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