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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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신경마케팅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자연 현상은 자연의 질서를 따른다. 하지만 가치와 제도처럼 인간 사회에서만 중요한 것들은 호모 사피엔스들의 생각에 따라 변해간다. 정치와 경제의 영역이 특히 그렇다. 사람들은 더 많은 타인이 이렇게 또는 저렇게 움직여주기를 바라며 분투해왔다. 휴대폰으로 이 칼럼을 읽는 분들에게 보일 광고들이 그런 분투의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수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광고료에 의존할 정도로 마케팅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투자된다. 당연히 기업들의 고심이 깊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까? 구매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활동인 만큼 뇌과학자와 경제학자들도 궁금해했다. 구매라는 결정을 내릴 때 뇌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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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기억에 접속하는 방법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수만 잔의 커피를 마셨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이제 그동안 마신 커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자. 어쩌면 생애 처음 마신 커피였을 달달한 믹스 커피, 시험공부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마신 자판기 커피, 추운 겨울에 손을 녹일 요량으로 마시던 캔 커피, 인상적이었던 카페, 함께 마신 사람들… 내 머릿속에 있는지도 몰랐던 기억들이 하나씩 둘씩 떠오르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십에서 수천의 장소를 지나고, 수백가지 음식을 먹고, 온갖 사람을 만나 갖가지 사건을 경험했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항상 떠올리며 살아가지는 않지만, 이 중 많은 것들에 대한 기억이 뇌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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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뇌-컴퓨터 상호작용 미래 사회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에는 신체 일부를 기계장치와 연결한 사람들이 흔하게 등장한다. 영화에서처럼 기계장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려면 몸속 신경세포들의 활동과 기계장치 사이에 신호 전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뇌-기계 상호작용 또는 뇌-컴퓨터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뇌-컴퓨터 상호작용 기술은 뇌졸중에 걸린 환자의 재활을 돕거나,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 후자와 관련해선 목 아래가 마비된 미식축구 선수가 뇌-컴퓨터 상호작용 기술을 사용해서 생각으로 타이핑을 하거나, TV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사례가 널리 알려져 있다. 뇌-컴퓨터 상호작용은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로봇 의수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데도 필요하며, 뇌전증과 같은 신경질환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뇌-컴퓨터 상호작용 기술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걸까? 뇌-컴퓨터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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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움직임과 시간 신경계는 움직임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움직이는’ 동물들에게 있다. 극단적인 예로 멍게류는 살기 좋은 곳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어린 시절에는 신경계를 갖고 있지만, 적당한 곳에 정착해서 움직이지 않게 된 뒤부터는 신경계를 몸속의 지방처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서 없애버린다. 움직임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몸의 위치와 자세가 변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움직이려면 신경계가 시간을 인식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날아오는 공이 언제쯤 내 손이 닿는 곳에 도달할지 예상하고, 거기에 맞게 뛰어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에 맞추어 발을 움직이는 것도 박자의 간격을 인식하고 다음 박자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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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뇌과학 연구에서 정책까지 세상의 모든 사물은 물리법칙에 따른다.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옳다고 생각하든 그르다고 생각하든,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자연의 법칙은 인간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밤 늦게 라면을 먹으면 살이 찌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든다. 사회성이 뛰어난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법칙처럼 작용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동시대 호모 사피엔스들의 생각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이라면 머리카락조차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믿던 시절에는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었다. 반면에 요즘에는 머리를 자르지 않는 사람을 신기하게 여긴다. 머리를 자르는 행동에 뒤따르는 결과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는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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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골목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땅따먹기, 고무줄,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 땡, 딱지치기, 오자미 놀이, 말뚝박기 등 종류도 다양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집에서 부모님과 형제들과 놀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부터는 쉬는 시간에 교실 뒤편에서, 점심 시간에 건물 밖에서 까르르 뛰어다니기 바빴다.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놀이의 규칙을 지켰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어른도 없고 법도 없었지만, 형·누나를 따라온 너무 어린 동생들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규칙을 지켰다. 술래는 술래의 역할을 수행했고, 땅따먹기를 하다가 금을 밟으면 차례를 바꾸었다. 그런데도 재미있었다. 규칙이 자유를 제한하는 셈인데도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놀이에 참여했다. “누구야, 노올자~”라는 소리는 초저녁까지 흔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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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제약 조건은 또 다른 생존의 버팀목 신경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가소성이다. 가소성이란 신경계의 모양과 활동 특성이 경험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성질을 말한다. 신경세포는 모양도 변하고,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과 연결 세기도 변한다.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의 종류도 변하고, 신경세포에서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도 변하며, 신경세포의 활동성도 달라진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나기도 하며, 유전자 발현 양상도 변한다. 신경계에서는 도대체 변하지 않는 게 있기는 할까 싶을 만큼 많은 것들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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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기억 속의 장소 중·고등학교 물리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두 개의 독립적인 변수로 다룬다. 속력은 장소의 차이에서 시간을 나누어서 계산된다. 하지만 마음에서도 시간과 장소가 별개로 다뤄질까? 모든 경험은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일어난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갔던 장소, 출근길 버스를 타는 정류장처럼 내가 방문하기 전까지 정보에 불과했던 장소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경험한 뒤에야 의미있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기억 속의 장소는 나의 경험 및 그 경험이 일어난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 ■ 장소와 기억 뇌 속에서 장소와 기억과 관련된 부위는 해마이다. 해마는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다’처럼 말로 할 수 있는 지식, 혹은 ‘점심으로 생선구이를 먹었다’처럼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쪽 해마가 손상되면 경험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한다. 수술로 양쪽 해마의 대부분을 잃게 된 H M이라는 환자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했던 사람이 한동안 방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면, 이 사람이 만난 적이 있는 사람임을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 인사하던 순간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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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공감의 유리함 나의 아빠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닭을 많이 기르는 지인으로부터 한 나절쯤 병아리들을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병아리가 작은 방 하나에 가득할 만큼 많았던지라, 삐약삐약 재잘거리는 소리도 제법 컸다. 그런데 닭이건 강아지건 어린 시절에는 대개 호기심이 많지 않나. 아빠가 가만히 누워 있노라니, 병아리들이 콕콕 쪼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를 콕콕 쪼아대니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성가셔서 ‘휘익’하고 휘파람을 불어보았다. 그 순간, 삐약삐약 소리로 가득하던 방이 일시에 조용해졌다고 한다. 겁을 먹은 병아리들이 바짝 굳어서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몇 초만 지나도 다시 삐약거리며 콕콕 찍어댔지만. 그날 아빠는 휘파람을 여러 번 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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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미식축구 선수가 사고로 목 아래 신체가 마비되었는데, 뇌 속에 칩을 삽입해서 TV를 켜고 끄거나 메일을 보내는 등 온갖 여러 전자 장치를 생각으로 조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처럼 뇌 신호를 읽어들여서 외부 장치를 조절하거나, 외부 장치로부터 뇌로 신호를 보내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라고 부른다. ■ 측정하고 해독하고 자극하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활용해서 외부 장치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경 신호를 읽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처럼 뇌 속에 칩을 삽입하는 침습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뇌파(EEG)처럼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도 활용된다.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시공간적으로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냐, 휴대성이 어떠냐에 따라 활용 범위가 달라진다. 예컨대 뇌 속에 칩을 삽입하는 방법은 특정한 영역의 신경 활동을 시간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에는 좋지만, 뇌 전반의 활동을 측정하기에는 좋지 않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뇌파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고, 장비가 비교적 간소하며, 신경 활동을 밀리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영역의 전기적인 활동이 뭉뚱그려진 신호를 측정하므로 공간 해상도가 낮고, 뇌 안쪽에서 일어나는 활동일수록 측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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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갈증을 느끼고 해소하는 뇌의 메커니즘 뇌를 논리력, 기억력 등 지능과 연결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에는 훨씬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잘 먹고 잘 마시는 일이다. 불완전성 원리를 발견한 괴델처럼 세기의 천재일지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실제로 괴델은 오랫동안 스스로 음식을 거부한 끝에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먹고 마시기는 단순하고 쉬운 일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로봇청소기를 생각해 보자. 로봇청소기는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충전장치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면 청소기가 방 한가운데서 꺼져 있는 경우가 있다. 충전장치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에 대한 예측과 청소기 안에 남아있는 에너지에 대한 진단이 부정확할 때, 혹은 에너지가 부족한데도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최신 로봇청소기도 가끔 실패하는 이 어려운 일을 우리는 능숙하게 해낸다. 늦은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고,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면 짜증이 나고, 짜증이 나면 적극적으로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게 된다. 대개는 어디선가 과자라도 찾아서 배고픔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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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동기 부여의 기술 ‘동기’만큼 여러 사람을 안달하게 하는 것도 없다. 많은 이들이 수능, 다이어트, 승진과 같은 목표를 위해 자기에게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또한 자녀, 학생,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동기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미묘한 방식으로 작동하기에 동기를 부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동기란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 지나치게 큰 보상의 역효과 흔히들 금전적 보상은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를 모아 일을 잘하게 만들고 싶을 때는 종종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적당한 인센티브는 효과적이지만 지나치게 큰 인센티브는 역효과를 낸다고 한다. 지나치게 큰 보상이 압박감을 줘서 인지 자원의 활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