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한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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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이해 못할 ‘이건희 기증관’ 서울 입지론 물방울 모양의 일본 테시마 소재 ‘물의 미술관’.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문화예술을 향유하려는 세계인의 명소이다.ⓒ홍경한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송현동과 용산 부지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하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지역 균형발전과 문화분권을 내세우며 기증관 유치에 공을 들인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통해 한국의 잃어버린 근대사를 복원할 수 있길 고대했던 미술계도 성명을 내며 정체불명의 통합전시관 건립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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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예술적’인 것과 ‘예술’의 차이 3년도 못 가 급격한 하향 그래프를 그렸지만 2007년 미술시장은 그야말로 뜨겁고 에너지가 넘쳤다.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옥션과 아트페어가 분주히 열렸으며 대중들은 뭔가에 홀리듯 집 팔고 땅 팔아 너도나도 환금성 거의 없는 미술품에 투자한다고 나섰다. 14년 전 당시의 재림일까. 2021년 현재, 미술은 암호화폐와 주식 못지않게 자본의 자기 팽창을 실현해 주는 대표적인 고급 콘텐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부의 차별화를 포함한 심미적 포만감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도구로 자리 잡는 양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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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국민화가’ 박수근에 대한 예우 ‘국민화가’는 많은 이들에게 폭넓은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미술인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노르웨이의 뭉크를 비롯해 스페인의 고야, 체코의 알폰스 무하, 프랑스의 밀레, 네덜란드의 베르메르 등이 해당된다. 한국에도 국민화가가 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박수근이다. 한국 현대미술 100년에 있어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꼽히는 그는 애옥살이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은 채 삶과 예술의 긴밀함을 독특한 조형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근대미술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박수근의 고향인 강원 양구군은 그의 예술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2년 박수근의 생가 터에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지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민화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미술관 사정은 좋지 못했다. 내용은 초라했고, 열악한 군 재정으론 작품 한 점 구입하는 것도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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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부산시장 가족 화랑을 둘러싼 잡음 1989년 부산 광안리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여년간 부산의 대표적인 화랑으로 자리 잡은 조현화랑은 지난 11일 막을 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 이어 다음달 14일 개막 예정인 ‘아트부산2021’에서도 작품 판매를 포기했다. 미술품 장터에 화랑이 부스를 내고도 작품을 거래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배경엔 시장 부인이 설립해 가족이 운영 중인 화랑이 아트페어에 나와 작품을 팔면 로비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아트부산의 경우 부산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행사이므로 이해충돌이라는 주장이 섞여 있다. 실제 조현화랑은 지난 8일 취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씨가 설립했으며, 현재는 아들이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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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NFT’와 예술 이후의 예술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다. 돈이나 주식이 액면가와 수량이 같다면 대체(교환) 가능한 것과 달리 NFT는 그렇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마다 각각 가치가 다른 고유한 인식값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NFT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소유에 관한 한 배타적 독점권을 지닌다. 블록체인상에 저장되기에 실물이나 원본 파일이 없어도 NFT가 입증해준다. 따라서 NFT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단 하나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인증서 역할을 한다. 생소하던 NFT의 존재가 미술계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11일 진행된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이다. 디지털 아티스트인 마이크 윈켈만의 한 디지털 콜라주 작품이 NFT 사상 최고인 약 786억원에 팔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비플의 작품은 토큰화된 디지털 자산에 미술이 접목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여자친구인 가수 그라임스의 그림도 NFT를 말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사례이다. 최근 그의 작품 10점이 20분 만에 65억원에 모두 팔려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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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권력이 된 모든 A에게 얼마 전 한 행사에서 문화예술계 고위직에 있는 A와 우연히 한자리에 섰다. 줄곧 재야에 묻혀 살다 코드를 중시하는 정권 잘 만나 어느 날 갑자기 문화권력이 된 공인이다. 지금은 소원해졌지만 한때는 이런저런 주제 아래 수다까지 마다 않던 사이였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 나도 모를 옛정이란 게 남았었나보다. 막상 만나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게 됐다. 그러나 그는 보고도 알은척하지 않았다. 외면하는 눈빛은 싸늘했다. 반면 내 옆에 있던 예술인들에겐 친히 손을 내밀며 살갑게 예를 표했다. A에게 난 그곳에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그동안 난 여러 매체를 통해 그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노출된 절차의 불공정함을 지적했고, 배척하지 않은 그의 태도를 나무랐다. 세속적 욕망을 위해 식자로서의 소신과 절개를 내팽개친 진보의 위선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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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정체성 희미한 윤범모 관장의 2년 2019년 임기를 시작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취임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고위공무원 역량평가에서 탈락하고도 다시 기회를 부여받아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고 ‘코드 인사’라는 의심까지 샀다. 더구나 윤 관장은 정권이 바뀌자 촌스러운 관장 공모 형식은 폐기해야 한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적극적으로 공모에 응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결과적으로 윤 관장의 과거는 현재의 그를 궁색하게 만들었다. 한국 미술계를 이끌 주요 기관의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 발생한 특혜 시비에 대한 명쾌한 해명 없이 임명장을 받아, 미술계의 구조적 문제들과 부조리·불공정·반민주적인 세태를 꾸짖던 진보 지식인으로서의 위치와도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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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문준용과 싸가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자 미디어아트 작가인 문준용씨가 개인전을 열자 야권을 중심으로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 사업에 지원해 받은 1400만원을 전시에 사용했다며 트집을 잡았다. 차가운 골방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버티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코로나19 긴급 예술지원금은 생활이 어려운 예술인들의 긴급 생활을 돕기 위한 자금이니 반환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코로나19로 예술 활동이 정지된 작가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지 가난이나 생계 곤란으로 인한 지원과는 무관했다. 누구든 예술성과 적정성, 사업 수행역량, 실행능력 등의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시대 피해 예술가로 합당하다면 선정될 수 있는 것이었다. 비판하는 이들이 근거로 삼은 생계자금 형태의 지원금은 정부 산하 기관을 비롯한 각 문화재단 등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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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차라리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게 낫다 ‘우리 동네 미술’은 약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화체육관광부와 228개 지자체가 동시 추진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주민 문화향유 증진을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7월 사업안내서가 배포되고 8월경부터 사업공모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졌다. 짧은 사업 기간으로 인한 준비 부족과 공공미술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흉물 양산, 선정 결과에 의한 지역 갈등 유발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체부는 몇 차례에 걸친 언론 보도 설명을 통해 현장과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벽화나 조형물에서 벗어난 다양한 유형의 예술작업으로 예술인과 주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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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오스왈도 과야사민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은 에콰도르의 존경받는 시각예술가이다. 국민의 불평등한 삶을 외면하지 않은 작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려 했고, 그림을 매개로 부침의 역사 속 억압받는 주민들과 가난한 이들의 형제이자 친구가 되려 한 인물이다. 그는 살아생전 1만30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대부분 작가 스스로 ‘피의 강’이라 칭한 20세기의 광기가 담겼다. 독재와 지역 간 대립, 분쟁 및 내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에콰도르의 암울한 현실을 비롯해, 인간이 행한 폭력과 헐벗고 굶주리며 고통받는 인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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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주범과 공범 예술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칸트는 예술을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라 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사람과 사람을 결합시키는 수단’으로 봤다. 신인상파의 대부인 조르주 쇠라나 바우하우스 교수를 지낸 파울 클레 같은 작가도 톨스토이와 유사한 견해를 지녔다. 이들은 예술을 일종의 가교로 해석했다. 예술의 정의에는 시대 간 차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세 시대에는 교리를 충실한 신앙심으로 옮기는 것이 예술이었다. 당시의 예술은 오로지 신을 위한 것이었다.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개념 또한 오늘과 많이 달랐다. 권력자와 성직자들, 자본가들에게 봉사하는 도구였다. 실제로 보티첼리를 비롯해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은 그들을 위한 주문생산자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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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쇄신’ 시급한 서울문화재단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 잇단 지원사업 논란에 휩싸였다. 얼마 전엔 추경으로 확보한 예산을 예술인들에게 로또식 ‘뽑기’로 배분해 비판을 받더니 현재는 사업 재심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선정자를 번복해 예술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엄정한 절차 아래 쓰여야 할 국고를 추첨으로 지원해 빈축을 샀다. 0번부터 9번까지 들어 있는 박스에서 세 명이 각각 하나씩의 공을 뽑고, 뽑힌 공이 연번과 일치하는 지원자들에게 ‘복불복’으로 혈세를 나눠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