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한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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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1000억원짜리 ‘졸속’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국 공공시설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우리 동네 미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228개 지자체가 동시 추진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 문화향유 증진을 위한 ‘예술 뉴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프로젝트의 총예산은 지자체 매칭을 포함해 약 1000억원. 시·군·구별 약 4억원이 할당됐다. 37명 이상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참여 대상으로 한다. 사업 완료 시한은 내년 2월까지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간 역대 최고의 ‘졸속’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동네 미술’은 전체 사업 기간이 5~6개월에 불과하다. 실제 실행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공모 기간은 더 짧다. 참여 희망 작가들은 대체로 2주 안에 작품 설치 및 사후 관리 계획 등을 담은 기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겨우 1주일인 지자체도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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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다른 개의 내장을 먹는 개, 예술과 동물권 이충렬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우직한 소와 그 소를 믿고 의지하는 노부부의 삶을 동정과 연민 없이 그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사람과 동물이 나눈 우정을 따뜻한 온기로 담아내 관람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충견 하치의 실화를 옮겨 전 세계를 울린 소설 <하치 이야기>와,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도 인간과 동물의 내면 및 관계를 어둠 속의 빛처럼 표현한 작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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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한두 끼 밥값에 불과한 미술비평 원고료 비평은 미학적 소통에 관한 책임이자 예술전반에 대한 ‘가치’를 따지는 행위이다. 객관적 자료와 주관적 경험을 토대로 작품과 미술현상에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고 판단한 결과를 예증(例證)과 논리 아래 담아내는 기술(記述)이기도 하다. 물론 그 기술이 보다 효과적이게 하려면 사유의 폭과 변별력 있는 비평은 언제나 한 쌍임을 기억하는 게 먼저다. 동시대미술의 흐름과 경향에 관한 예민한 시각 및 감수성을 지녀야 하고, 남다른 미적 지각력과 미학, 미술사·역사·조형 등에 관한 풍부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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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조영남 작품의 현주소 얼마 전 한 유명 연예인의 작품 평론을 청탁받았다. 조영남 못지않게 화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다. 하지만 거절했다. 연예인이어서는 아니었다. 작품 완성도가 낮았다. 비평이 그의 미술시장에서의 입지를 뒷받침하는 액세서리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우려했다. 조영남 대작 사기 무죄 판결 이후 부쩍 늘어난 질문 중 하나는 작품 수준은 어떠냐는 것이다. “정말 대작이 미술계 관행이냐”라는 물음과 비등하다. 그럴 때마다 난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직 비평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고 말한다. 일단 그의 그림은 의도와 표상의 불일치를 보인다. 본인은 문인화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하지만 형상이 아닌 의미를 옮기는 문인화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시각에 앞서 정신과 뜻을 담는 사의(寫意)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다만 아트테이너로서 전업이 아닌 여기(餘技)라는 인상은 공통점이다. 조영남은 자신의 화투 작업을 팝아트로 규정한다. 그러나 대중적 속성을 반영한 것을 제외하면 상품과 같은 미술작품을 통해 사물을 보고 대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팝아트와는 간극이 있다. 시대성과 새로운 형식을 담보한 혁신성과도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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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판화의 귀환 처음엔 일본과 중국 목판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조직되고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설되면서 한국 현대판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판화에 관한 사회적·예술적 인식이 아주 낮아 회화의 아류나 인쇄물에 삽입되는 보조수단 정도로 치부됐다. 그럼에도 한국 현대판화의 선각자들은 우리만의 제지술과 인쇄술에 외국의 기술 및 기법을 신속히 접목하면서 자생력을 다졌다. 1970~1980년대엔 독자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했고, 1988년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 판화과가 설치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판화가들도 다수 배출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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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공공미술과 허울뿐인 예술가 일자리 기존 공공미술의 목적은 예술 향유 확장, 문화 소외지역 환경 개선 및 지역공동체 화두의 예술적 실천에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들의 다수는 무엇보다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을 중시한다. 정부의 국정과제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1972년 문예진흥법이 제정될 당시 생겨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건축물미술작품제도’를 비롯해, 오늘날 여러 지자체에서 앞다퉈 시행 중인 공공미술 사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모두 예술가의 일자리 배양을 통한 소득증대라는 속뜻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긍정적인 의도와 투입되는 막대한 세금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공적 영역은 진입이 까다롭고 민간 건축주가 발주하는 사적 영역에선 미술인들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나마 뭐라도 하나 설치하려면 거간꾼들이 이리저리 떼어가는 통에 경제적 이익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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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학예실장을 바라보는 시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단순한 계약직 공무원이 아니다. 동시대 미술의 비전을 제시할 전시 계획에서부터 소장품 구입, 교육, 공공프로그램 등에 관한 연구 기획, 출판 운영까지 총괄하는 미술관의 핵심 요직이다. 그 자리에 최근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씨가 내정됐다.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를 거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한 인물로, 서류상의 경력만 놓고 보자면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민중 색채 짙은 전시 이력이 민중미술계열 대표 인사인 현 윤범모 관장과 겹치는 데다, 이들의 남다른 친분 때문이다. 각종 행사와 전시에 바늘과 실처럼 이름이 등장하고, 심지어 윤 관장의 학교 정년퇴임 전시기획에 참여한 것도 김씨이니 호형호제인 양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편향적 경향이 한국 대표 미술기관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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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온라인의 도전에 직면한 전시환경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 위기 이후의 새로운 환경이 언급된다. 그렇다면 생활방역이 일상화된 이후 미술 전시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술의 존재방식에 관한 담론을 거쳐야 하는 과정의 지난함이 놓인 현실과 개념 및 표상, 시각과 정신을 한 몸으로 삼는 게 미술이기에 확언하긴 어렵지만 ‘온라인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개최가 무산되자 곧바로 온라인 뷰잉룸을 열어 상업적 가능성을 타진했다. 의외로 성과는 좋았고, 오프라인 페어의 대안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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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착한 대학’은 없을까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강력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대학들도 캠퍼스를 폐쇄했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 지난 22일 기준 연세대, 한남대, 홍익대, 서울대, 경희대 등 다수의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 연장을 확정했다. 필수적 예방의 일환으로 개정된 교육방법에 대해선 교수와 학생 모두 이해하는 입장이다. 당황스럽기는 해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분위기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한 달 단위로 규정된 등록금 면제 최소 휴업 기간을 고려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콘텐츠 부실, 실험·실습 부재에 따른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후자는 등록금 감면 혹은 재정적 배상 요구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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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나라 전체가 웅크려 있다. 미술계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동면 상태에 빠졌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답답하다”라는 형용사 속에는 애달픔과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예술인을 포함한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이 허물어질까봐 걱정이다. 나 역시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놓였다. 예전 같으면 꽤나 분주했을 3월이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예정되어 있던 강의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각종 세미나와 회의, 심사, 평가 등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2주에 한 번씩 진행하던 방송도 중단됐다. 국공립미술관을 비롯한 전시공간들도 대부분 휴관에 들어가 관람할 수 있는 전시마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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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인스타용 전시’의 속살 10여년 전만 해도 미술전시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문화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많이 변했다. 사진과 영상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기존 미술관의 엄숙하고 무거운 느낌을 걷어낸 전시들이 인기다. ‘인생 짤’ 운운하는 인증샷 테마전도 부쩍 늘었다. 이를 소위 ‘인스타용 전시’ 혹은 ‘갬성(감성) 전시’라 부른다. 인스타용 전시를 찾는 관람객의 다수는 20~30대이다. ‘느낌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 전시장은 일종의 문화놀이터에 가깝다. 미술관은 스튜디오이며 작품은 ‘나’를 빛내는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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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기생(寄生) 정치와 기생(寄生) 전시 올해 총선에 나선 여당 예비후보들의 주된 표제는 문재인 대통령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길을 걷다 보면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으며, 예비후보 경력에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포함시킨 경우도 심심찮다. 단지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빌렸다고 지역일꾼으로 뽑는 유권자들이 있을까 싶다가도, 효과가 있으니 저런 장면들을 연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국민들을 위한 정책과 비전이 아닌 이념과 계파주의로 승부하려는 전략이 긍정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아니, 솔직히 필자는 그들의 양태를 친문마케팅이라 쓰고 ‘기생 정치’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