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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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트럼프는 살아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볼 때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측에서 소송 등 딴지를 걸겠지만, 대세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트럼프는 버틸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갔던 트럼프의 4년 시절은 이것으로 일단 종식되었다고 믿고 싶은 이들이 많지만, 최소한 당분간은 트럼프 진영의 결사항전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 결사항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악몽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는 혹은 트럼프현상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미국 국내에서나 세계적으로나 트럼프에 대한 비판과 비난과 욕설은 차고 넘쳤고, 그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무뢰한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그런 황당한 인물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은 대부분 회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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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훈아씨에 대하여 나는 1987년과 당시의 사회 상황을 아주 잘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 떠도는 거짓말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불법으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대해 모든 시민들이 분노했고 그래서 1987년의 6월항쟁으로 터졌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다. 1987년 3월부터 6월까지 열심히 시위를 구경했던 나는 안다. 화염병 등의 시위 도구를 나르던 여학생들은 심한 고초를 당했고, 현장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학우들이 잠깐 5분 정도의 ‘해방구’를 만들어 “제헌의회”니 “민주정부”니 하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장사 안 되고 도로가 시끄러워지니 “저놈의 빨갱이들 잡아가라”는 것이 최소한 1987년 5월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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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뉴딜 펀드’와 사회적 수익성 그동안 숱한 말을 낳았던 ‘뉴딜 펀드’에 대해 지난 3일 홍남기 부총리 등이 입장을 밝혔다. 말도 탈도 많았던 ‘원금보장’ 문제에 대한 설명도 분명했다. 정부 출자와 국책금융 등의 방법으로 이 펀드의 35퍼센트를 후순위로 투자해 밑돈을 깔아서 원금 손실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둑한 세제 지원이 더해진다. 국가가 책임지고 벌이는 사업이니, 35퍼센트 이상의 원금 손실이 벌어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목표 수익률은 그 전에 이야기 나오던 대로 대략 연 3퍼센트 이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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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동산, 경제원론은 그만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 수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아직도 원시적인 “수요와 공급의 시장 법칙” 운운의 경제원론 식 주장들이 범람하고 있다. 부동산은 내구재 즉 재화인가 아니면 주식·채권 등과 같은 자산인가? 전자라면 경제원론의 영역일지 모르겠지만, 후자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지식과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이를 의식하지 못할 리 없건만, 막상 발언할 때는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질문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피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질문에 답한다고 해서 뾰족한 해법이나 은색 탄알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뭉개고 간다면 영원히 똑같은 혼란이 반복될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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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A씨, 당당하셔요 A씨. 힘내세요. 그 누구도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런 뻔뻔한 자들이 있다면 저부터 우리 모두 당신과 함께 서서 막아내겠습니다. 법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길은 막혔습니다. 자초지종이 제대로 드러날지도,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을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영원히 A씨로 남게 될 듯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우리이니 앞으로도 서로 알게 될 일은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어제 밤새도록 당신이 생각나서 못 잤습니다. 독자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지면을 훔쳐서라도, 당신께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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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의 우선순위 기본소득이냐 전 국민 고용보험이냐는 논쟁이 일각에서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워낙 복잡하고 큰 주제들이라 거두절미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만 짤막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두 정책은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므로, 양자택일의 문제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라는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선후를 정하자면 전 국민 고용보험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채택된다면 향후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 결정적인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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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실로 간특한 바이러스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말 밉다. 독성과 흉측한 모습만이 아니다. 우리 산업 문명의 운영 원리와 가치관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깔깔거리며 지켜보고 있는 그 간특함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되고 주요 산업국가들을 위시하여 수많은 나라들이 폐쇄 상태로 들어간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벌써 대부분의 나라들이 폐쇄를 지속할 것이냐 완화할 것이냐의 갈등 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그중 후자 쪽으로 기울어 가는 나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확진자 증가율도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폐쇄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린다고 이렇게 섣불리 폐쇄를 완화했다가 두 번째 물결이 시작될 경우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를 것이라는 각국 보건 당국자들의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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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회적 방역’에서의 ‘곡선 평탄화’ 많은 의료인들과 시민들과 공무원들의 헌신에 힘입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나라의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질병의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지금, 우리가 시급히 착수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방역’이다. ‘사회체(social body)’라는 어휘에 잘 드러나 있듯이, 사회도 엄연히 몸뚱어리를 가진 생물학적 실체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방역’의 전선은 바이러스와의 전선보다 훨씬 더 길고 꼬불꼬불하다. 바이러스가 파괴하는 것은 사람의 허파와 신체이지만,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터지는 일련의 사태는 사회 전체를 망가뜨리게 되어 있다. 해저의 지진과 화산은 지층과 마그마의 문제이지만, 거기서 생겨나는 쓰나미와 그로 인해 파괴당한 원자력 발전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들을 낳는다. 의료인들과 공무원들이 바이러스를 막는 1차 전선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면, 우리는 이제 그로 말미암아 터져 나오는 다양한 사회적 재난과 위험들을 막을 ‘사회적 방역’의 2차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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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위성정당 ‘역병’ 창궐…총선 연기를 지금 창궐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거대 양당이 만들어 낸 기상천외의 ‘위성정당’들과 거기에 몰려든 개인과 집단들이 역병처럼 창궐하고 있다. 전자가 우리의 허파와 신체를 좀먹고 파괴한다면, 후자는 우리의 헌법 질서를 능멸하고 파괴하고 있다. 박근혜 집단이 사익을 취하기 위해 국정을 농단했다면, 이들은 사익을 취하기 위해 헌정을 농단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 권력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가를 정해놓은 원칙이다. 국가가 신이나 혈통과 같은 신비적인 권위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이들로부터 복종을 얻어낼 수 있는 권위를 가지려면, 스스로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일반의지’를 표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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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대 국회를 어찌할 것인가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21대 국회를 걱정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 정당의 추세를 선거일까지의 기간에 투사해 볼 때, 21대 국회는 벌써 대단히 퇴행적인 국회가 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향후 4년은 그러한 국회를 업고 가기에는 몹시 지쳐있고 또 매우 시급한 과제들을 너무나 많이 안고 있다. 그래서 심각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하잘것없는 권력 싸움에 골몰할 저 300명을 어떻게 안고 가야 할 것인가?” 의회 민주주의가 그 몇백년의 시련 속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절마다 그러한 기능을 하는 의회가 나타나 주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급변한 국제 정세와 정신없이 진행되는 국내의 산업혁명 그리고 여기서 비롯된 격심한 사회 갈등의 위기에 처한 바 있다. 1832년의 의회 개혁으로 나타난 ‘개혁 의회’는 이러한 시대적 도전에 맞서 구빈법 철폐를 위시한 실로 과감한 입법 조치를 통하여 영국을 산업혁명과 세계화에 최적화된 나라로 바꾸어 내게 된다. 2차 대전을 전후해 새롭게 나타난 주요 산업국가들의 의회 또한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세력의 존재를 인정한 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걸친 과감한 개혁을 통하여 전후 산업민주주의를 건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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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마존의 몰락? 얼마 전 ‘포브스’지에 실린 한 투자 분석가의 글은 지난 20년간 미국, 나아가 전 세계를 정복하다시피 했던 대기업 아마존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추세를 지적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2000년대 들어 지상의 거의 모든 물건을 다 매매하는 대규모 구매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넓디넓은 미국 땅에서 당일 배송이라는 거의 기적 같은 일을 가능케 했으며, 손쉬운 환불 및 반송, 현금이 없는 이들을 위한 신용 제공 등 환상적인 서비스들을 계속 장착하면서 이른바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시어스와 같은 굴지의 백화점까지 이 파상적인 아마존 플랫폼의 팽창에 밀려 폐허가 되거나 문을 닫았고, 이제 모든 소매업자들은 아마존에 무릎을 꿇고 그 플랫폼에 자신들의 상품을 공손히 등록해 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마존은 모든 소매업자들의 플랫폼으로 성격이 변해갔다. 2007년만 해도 23%에 불과했던 제3자 거래는 이제 53%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아마존이 직접 재고를 관리하며 물건을 파는 비중은 낮아지고, 플랫폼으로서만 기능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를 매개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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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후위기 고민 없는 ‘2045 비전’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혁신적 포용 국가 미래 비전 2045’를 발표하였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 놓을 것인가에 대한 장기 비전으로서 경제·정치·사회에 걸친 포괄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보고 내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른바 ‘녹색체제 전환’에 대한 계획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2년 남짓 남은 정권 후반기의 정책 비전도 아니다. 자그마치 사반세기에 해당하는 25년의 긴 시간 지평에서 사회의 앞날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지구 생태계 전체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는 이 문제를 이렇게 다룬다는 것은 실로 믿기 힘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