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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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공정보다 평등이 필요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이른바 ‘공정’에 대한 논쟁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사회가 워낙 팍팍하다 보니 이 논쟁도 아주 격한 목소리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반론을 제기하는 측은 현실의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사람마다 제각각 ‘출발점’이 다르고 그래서 달리기 시합의 규칙만 엄정하게 지킨다고 공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출발점’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달리기 트랙도 땅을 고르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공정이 중요한 가치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공정의 문제와 (불)평등의 문제는 다른 것이며,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화급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는 사실이 쉽게 망각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서 잠깐 이 ‘산업사회에서의 (불)평등’의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집요하게 해결하려 했던 민주적 사회주의 사상사의 곡절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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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무총리가 허락한 시민운동? 지난 5월12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시민사회 활성화” 토론회가 열렸다. 경악했다. 시민사회가 그럼 지금까지 “비활성화” 상태였나? 그리고 이를 활성화하는 게 행정부의 실제 수장이라 할 국무총리가 맡을 일인가? 내용을 보았다. 코로나19 등의 위기 상황에서 공익을 추구함에 시민사회의 적극적 노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니 국가가 나서서 시민사회를 더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지원을 아예 법제화하기 위해 ‘시민사회 3법’(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 민주시민교육지원법, 기부금품법)을 일괄 통과시켜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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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7년항쟁은 91년 5월에 끝났다 1991년 4월 끝 무렵 명지대학교 학생 강경대씨가 시위 중 경찰폭력으로 사망하였다. 5월에도 여러 시민이 목숨을 끊으며 완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열이 계속되었고, 수십만을 헤아리는 시위대가 서울 한복판을 행진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랬던 민주화운동의 열기는 6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1987년 개정 헌법이 만든 6공화국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1년의 대한민국은 그 6월에 배태되었다. 대중운동으로서의 87년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통한 권위주의 정권의 종식을 요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항쟁을 준비했던 당시의 ‘민족민주운동’ 세력은 이보다 훨씬 더 크고 급진적인 사회변혁을 꿈꾸었다. 전두환 군부독재의 타도나 직선제 개헌을 넘어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을 지양하여 ‘자주민주통일’이 실현되는 사회를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것이 당시 ‘운동권’의 합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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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보궐선거와 사회적 경제 서울시는 여러 지자체 중에서도 지난 10년간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로 시장이 바뀌면서 서울시 사회적 경제의 방향이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일부 야당 후보들은 기존의 서울시 사회적 경제 부양정책에 대해 거의 대부분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되자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특히 관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활동해 오던 이들 중 일부가 그 반대쪽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 각급 정부, 이른바 ‘관’과의 관계는 항상 미묘하고 어려운 쟁점이었다. 사회적 경제는 원칙적으로 각급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며, 유무형의 자원을 지원받는 것도 전혀 그릇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독자적 정체성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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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참여소득제’에 주목하자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다. 그런데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도 그 정책의 파격적인 상상력에 주춤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무엇보다도 아무 대가 없이 지급한다는 ‘무조건성’이라는 기본소득 원칙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보인다. 이런 이들에게 기본소득과 무척 닮아있지만, 이 ‘무조건성’의 원칙 대신 ‘사회적 가치를 갖는 활동’이라는 조건을 내건 참여소득제의 개념에 관심을 갖도록 권하고자 한다. 참여소득제는 기본소득과 대단히 중요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아직도 경제학의 금과옥조처럼 돼 있는 ‘완전고용’이라는 것이 사실상 만성적 대량 실업과 극심한 소득 부족으로 대체되어버린 21세기의 현실에서, 사람들의 소득 원천을 노동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배제된 이들의 소득을 보조하는 기존의 ‘잔여적 복지’를 과감히 넘어서서 노동시장에서 고용되지 않은 이들도 최소한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회의 보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선 두 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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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고용보장제에 주목하라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미국과 영국의 진보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고용보장제’라는 정책이 있다. 장기 실업에 빠진 사람들 중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정부의 재정으로 최저임금에 일정한 수당 패키지를 더한 임금으로 고용하여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이다. ‘자연 실업률’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 무슨 황당한 포퓰리즘이냐고 여겨질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시장이 곳곳에서 붕괴하고, 다시 활발한 고용이 민간 부문에서 살아나는 날을 기약하기 힘들게 된 지금 이 정책은 많은 이들이 심각하게 고려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 기본소득만큼이나 익숙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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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래가 온다 코로나19의 습격으로 궁지에 몰렸던 인류는 2020년 말 여러 백신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반격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2021년은 아무쪼록 코로나19를 퇴치 혹은 정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빈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2021년이 시작되는 지금, 우리의 다짐은 이러한 미래의 급격한 도래라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적응과 대응으로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면서 그러한 미래의 세상을 열어나가겠다는 담대한 약속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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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개문발차’의 백신 접종 코로나19가 온 지구를 덮친 올해,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는 국민들 다수의 ‘불신’과 ‘불만’에 직면했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코로나19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불만에 휩싸여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내놓는 정보와 지침 그리고 취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극심한 불신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시민들의 각종 불복종 행동이 일상화되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집단으로 갈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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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트럼프는 살아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볼 때 미국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측에서 소송 등 딴지를 걸겠지만, 대세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트럼프는 버틸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갔던 트럼프의 4년 시절은 이것으로 일단 종식되었다고 믿고 싶은 이들이 많지만, 최소한 당분간은 트럼프 진영의 결사항전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 결사항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악몽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는 혹은 트럼프현상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미국 국내에서나 세계적으로나 트럼프에 대한 비판과 비난과 욕설은 차고 넘쳤고, 그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무뢰한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그런 황당한 인물이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은 대부분 회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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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훈아씨에 대하여 나는 1987년과 당시의 사회 상황을 아주 잘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 떠도는 거짓말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불법으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대해 모든 시민들이 분노했고 그래서 1987년의 6월항쟁으로 터졌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다. 1987년 3월부터 6월까지 열심히 시위를 구경했던 나는 안다. 화염병 등의 시위 도구를 나르던 여학생들은 심한 고초를 당했고, 현장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학우들이 잠깐 5분 정도의 ‘해방구’를 만들어 “제헌의회”니 “민주정부”니 하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장사 안 되고 도로가 시끄러워지니 “저놈의 빨갱이들 잡아가라”는 것이 최소한 1987년 5월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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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뉴딜 펀드’와 사회적 수익성 그동안 숱한 말을 낳았던 ‘뉴딜 펀드’에 대해 지난 3일 홍남기 부총리 등이 입장을 밝혔다. 말도 탈도 많았던 ‘원금보장’ 문제에 대한 설명도 분명했다. 정부 출자와 국책금융 등의 방법으로 이 펀드의 35퍼센트를 후순위로 투자해 밑돈을 깔아서 원금 손실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둑한 세제 지원이 더해진다. 국가가 책임지고 벌이는 사업이니, 35퍼센트 이상의 원금 손실이 벌어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목표 수익률은 그 전에 이야기 나오던 대로 대략 연 3퍼센트 이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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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동산, 경제원론은 그만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 수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아직도 원시적인 “수요와 공급의 시장 법칙” 운운의 경제원론 식 주장들이 범람하고 있다. 부동산은 내구재 즉 재화인가 아니면 주식·채권 등과 같은 자산인가? 전자라면 경제원론의 영역일지 모르겠지만, 후자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지식과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이를 의식하지 못할 리 없건만, 막상 발언할 때는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질문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피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질문에 답한다고 해서 뾰족한 해법이나 은색 탄알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뭉개고 간다면 영원히 똑같은 혼란이 반복될 것 또한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