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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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50대에게 인공지능 교육을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이야기 잔치에 한마디 얹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범용기술이 될 것이 분명해졌으며, 그것도 전례가 드문 정도의 범용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정도가 아니라 사회와 인간 생활 전체를 상전벽해로 바꿀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국은 지금 인구 구조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으로 바뀔 미래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범용기술이란 특정한 하나의 목적이나 용도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굉장히 넓게 심지어 무한대로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정한 자원만 투여하면 자신이 뜻하는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을 뜻한다. 멀리 인류가 처음으로 출현했을 때 개발한 범용기술은 언어와 불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며, 문명이 시작된 이후 나타난 범용기술은 농경 목축, 수레, 화폐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것으로는 각종 이동수단, 전기, 컴퓨터 및 인터넷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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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청년층의 ‘과소비’에 대하여 얼마 전 매년 나오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발표가 있었고, 여기에서 20대 및 30대의 가계부채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이어졌다. 물망에 오른 흔한 혐의자는 ‘영끌족’이었지만, 끌어올 영혼이라도 있는 이들은 일부 계층일 뿐이므로 이걸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결국 2030세대의 소비 지출이 소득에 비해 구조적으로 넘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게 되며, 이는 다시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경계하라는 도덕적 교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도 생태위기 등에 직면한 지구적 산업문명이 소비의 규모를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항상 믿고 있는 편이므로, ‘과소비’에 대한 경계 자체에는 반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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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산업사회의 정치 혁신, ‘300’이 할 수 있나 영화 <300>을 보면 레오니다스 왕의 지휘 아래에 똘똘 뭉친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좁은 길목을 막고서 수십 만 페르시아 대군의 진군을 저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좀 뒤틀린 상상력일지 모르지만, 더 효율적이고 더 평등한 산업사회로 나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여의도 입법자 300명의 손에 오롯이 달려있는 우리 처지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아무리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해도, 이 300명이 움직이고 합의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변화를 만들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쩌다 ‘300’이라는 숫자가 일치해서 그런 것뿐, 사실 전 세계 모든 선진 산업국들이 비슷하게 부닥쳐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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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인플레이션 대책, 증세는 어떠한가 인플레이션 대응책으로서의 금리 인상 정책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물론 물가상승률만이 아니라 환율 문제도 관리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미국 중앙은행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았으므로”(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황새를 따라가는 뱁새’의 가랑이가 언제까지 버텨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은 이미 미국 재계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가 관리를 위한 금리 인상에 있어서 미국보다 더욱 ‘매파’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캐나다 중앙은행이 이번에 드디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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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영국의 위기와 ‘우파 포퓰리즘’의 윤곽 9월 말의 세계 금융시장은 영국발 위기로 큰 소란을 겪고 있다. 1파운드의 가치는 잠시 1달러 아래로까지 떨어졌고, 영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주식시장의 등락을 능가하는 큰 폭으로 치솟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며, 전 세계의 투기 자본은 파운드화의 몰락을 확신하며 떼로 덤벼들었다. 가뜩이나 상승한 ‘킹달러’는 더욱더 강세를 보이며,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환가치 하락 압력을 증대시켰다. 혹자는 영국이 1976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IMF 구제금융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임박했다는 불길한 예언까지 내놓고 있다. 지금은 영국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외환시장과 국채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지만, 아직 그 예후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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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다 지난 7월 빌 맥과이어의 저서 <찜통 지구(Hothouse Earth)>가 출간되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시급한 행동을 촉구하는 책은 지금까지 많았지만, 이 책이 주는 울림은 새롭다. 용감하게도,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온 “평균 기온 1.5도 상승 예방”이라는 목표가 이미 실패한 것이 거의 확실하며, 2040년 즈음에는 2도 상승까지 벌어질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맥과이어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명예교수로서, 화산 연구를 중심으로 지질학과 지구의 기후위기 전반을 연구한 권위자이며 IPCC(정부 간 기후문제 자문기구)의 보고서의 최종 요약본 집필에도 참여했던 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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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인플레이션, 임금인가 이윤인가 인플레이션이 걱정거리로 부상하자 아니나 다를까 임금 인상 자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여러 경제신문에서 학자, 언론인 가릴 것 없이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심지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또한 한 달 전 그러한 발언을 하였다. 일반인들 중에도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IPSOS는 지난 6월 주요 산업국가들의 국민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고 믿는 이들의 비율을 조사하여 순위를 발표하였거니와, 여기에서 한국은 67%의 숫자를 기록하여 인도(70%), 남아프리카공화국(70%)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이 수치는 전 세계 평균인 45%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며, 잘 발달된 자본주의 선진국이라 할 일본(25%), 독일(33%), 프랑스(37%) 등은 그 평균보다 한참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악화의 주범은 임금 인상”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상식이 아니며, “글로벌 스탠더드”는 더더욱 아니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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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코비드플레이션, 지구적 시스템의 혼돈 얼마 전 어느 작은 식당 주인의 푸념을 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겨우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희망을 가지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물가 상승이라는 새로운 사태가 펼쳐진다고. 코로나19는 본인의 각고의 노력과 혁신, 악착같은 위생조치 등이라도 발동하여 대응할 수 있었지만 물가상승 같은 사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거의 포기 상태인 그분의 축 처진 어깨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마음을 읽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2019년의 세상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해도에도 나오지 않는 바다로 배가 나가는 느낌이다. 이 무력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짚어볼 수도 없는 깊은 변화가 오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럴 때 ‘이것이 해결책이다’라고 외치는 약장수, 부적장수에게 속지 않고 또 ‘모두 다 망했다’라는 비관론에 속지 않는 방법은, 벌어지는 일을 찬찬히 지켜보면서 정리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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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2022년 5월16일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생각의 갈래를 잡지 못하는 유권자가 많다. 또 지지 정당이 있는 유권자 중에서도 확신이 없는 이들이 많다. 그 중요한 원인 하나는, ‘도대체 이번 선거의 시대적 맥락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갈피를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시대정신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어도, 우리들의 정치적 선택은 항상 지금 우리 사회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래서 지금 어떤 나라가 필요한지의 맥락과 흐름에 대한 나름의 진단과 견해에 기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특히 이번 대통령선거를 전후하여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지도에도 해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전인미답의 것인지라 많은 이들이 이러한 방향감각을 잃고 당혹해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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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정당 없는 민주주의를 꿈꾸자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아무리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꼭 있는 정당들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인가로 괴로워한 이들이 많을 줄 안다. 아니다. 민주주의는 반드시 정당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학 박사입네 교수입네 하는 이들이 뭐라고 하든, 정당과 민주주의는 개념적으로 별개의 문제이다.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가능하고, 또 지금 절실히 필요하며, 지금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죽음에 이른 대의제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절실히 필요한 문제이다. 1. 생시몽 “옛날 정치는 끝났다” 현대 정치학의 아버지가 마키아벨리라는 말은 크게 틀린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산업혁명과 거기에서 나온 산업사회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0년 동안의 산업사회 정치학을 주의 깊게 지켜본 이들은 사실상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정치학의 아버지는 앙리 드 생시몽이라고 말한다. 그의 방대한 사상 가운데 정치와 관련된 논지는 이러하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생산자 계급과 지배 계급이 철저히 나뉘어 있었다. 농사짓고 소 기르고 물고기 잡는 평민들과, 술 먹으며 시나 짓고 혹은 사냥이나 다니는 지배 계급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때의 정치는 사실 그 불한당 지배 계급끼리 누가 정치 권력을 먹느냐라는 싸움이었다. 왕이니 뭐니 있지만, 사실은 그 뒤에 도사린 집단 어디가 먹느냐의 싸움이 정치였다. 이를 생시몽은 ‘권력 정치’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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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우크라이나 친구의 이야기 지난주에 잘 아는 우크라이나 친구와 통화를 했다. 국제정치학과 역사사회학을 공부하여 스위스와 프랑스를 오가며 연구자의 길을 가는 이이다. 이 지면에는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이 전쟁에 대해 국제정치학과 지정학, 그리고 추상적 도덕 및 규범과 평화라는 관점의 이야기들은 사방에 넘쳐나지만, 막상 우크라이나인 본인들의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이다. 우리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우리의 복잡한 운명과 상황을 모두 뼈저리게 알고 있다. 몽골, 폴란드, 오스트리아, 소련의 지배를 받으면서 누적된 말로 다 못할 처절한 역사, 가장 비옥한 토지와 엄청난 부존 자원을 가진 지리적 조건, 서방과 러시아와 아시아 사이에 끼인 지정학적 상황, 미묘하게 얽힌 경제와 교역의 조건 등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러시아나 서방이나 어느 한쪽에 그냥 기대는 식으로는 우리의 생존과 미래를 보장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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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나라 곳간’은 없다, 집단 책임이 있을 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모두 대규모 재정 지출을 가져오는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나라 살림 거덜내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다른 쪽에서는 무작정 자신들이 주장하는 의제를 내걸면서 국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이들이 쏟아진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라 곳간’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지겹게 되풀이된다. 이를 멈추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분명히 해두어야 하겠다. 첫째, ‘나라 곳간’이란 없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경제 정책에 남겨놓은 최악의 유산은 ‘나라 살림이나 집안 살림이나 똑같아서 수지 균형이 최고’라는 잘못된 생각을 마치 경제 법칙처럼 통용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상식을 고의적으로 이용하는(혹은 악용하는) 역사상 최고의(혹은 최악의) 정치적 수사학일 뿐이며, 국가 재정이라는 것이 곧 왕실 재정을 뜻하는 전근대 사회에서만 통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17세기 이후의 근대 금융 재정 시스템의 진화 과정에 대해 아니면 현행 금융 통화 제도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라도 가지고 있는 이라면 국가의 재정은 중앙은행을 매개로 나라 전체의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인프라’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