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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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부자 포퓰리즘’의 정치공학 감세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그럴 법도 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된 것들 중 당장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 결혼 증여세 부과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이 줄줄이 발표되었거나 의제로 제기되었다. 그냥 감세가 아니다. 부자 감세이다. 유리지갑을 호소하는 갑근세 납세자들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그야말로 부자 감세라는 점을 진보매체 보수매체 할 것 없이 모두 지적하고 있는 판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이 있다. 그냥 폭넓게 고소득층·자산계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큰 틀에서의 두루뭉술한 부자 감세 같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얼마 이상 되는 사람들에게 정확히 몇 %의 이익을 안겨준다고 하는 ‘핀셋’ 감세이다. 정부 재정에 구멍을 내는 길은 무책임한 지출 증대만 있는 게 아니다. 400조원을 예상했던 2023년 세입에서 결손은 50조원이 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런 재정 구멍에도 감세 드라이브이다. 가히 감세 포퓰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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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극우파의 ‘슬픈 정념’이 몰려온다 전 세계, 특히 유럽과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파 정당의 약진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될지에 대해 좀 더 긴 역사적 시각에서 그리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부족한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되었다.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 즉 페론주의 이후의 좌파 포퓰리즘 정치 그리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밀레이는 연결시켰다. 현재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좌파 정권으로 돌리면서, 중앙은행을 폐쇄해버리고 자국 통화인 페소도 폐지하고 대신 미국 달러를 통화로 쓰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걸었다. 지난 11월22일 네덜란드의 하원 선거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정당 자유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다. 빌더르스는 이민을 완전히 봉쇄하고,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 서적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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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탈지구화’의 시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온 세계가 숨죽이고 가자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세계가, 또 지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좀 큰 그림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온 세계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오가는 단어는 ‘탈지구화 deglobalization’이다. 이 ‘탈지구화’라는 말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어휘이지만, 특히 작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국·중국 무역 갈등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난 30년간 마치 ‘역사의 종말’처럼 확고한 위치를 다져왔던 지구화가 퇴조로 들어서고 있다는 증후가 사방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러 증후 가운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바로 평화의 시대의 종말 그리고 이어서 지구화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사건으로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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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감세 집착증’에 대한 의문 정부에서는 정부 지출을 큰 폭으로 줄여 ‘균형 재정’으로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어폐가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출보다 훨씬 큰 폭으로 세수가 줄어 실제로는 ‘균형 재정’이 아닌 ‘적자 재정’으로 치닫고 있다. 법인세를 비롯해 크고 작은 부분에서의 전면적인 감세정책으로 인해 올해 7월까지도 세수 진도율은 53%에 머물고 있으며, 연말이 되면 5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의 감세 기조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이미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의 세수 계획을 보게 되면 내국세만 10% 정도를 줄여 놓았다. 월 400만원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가정에서 내년 수입이 40% 줄어든다고 생각해보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기조는 폭발적인 감세정책으로 ‘균형 재정’이 아니라 ‘적자 재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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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이해 못할 SPC의 ESG 등급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말이 되어가고 있다. 2005년 유엔에서 문서 ‘돌볼 줄 아는 이가 이긴다(Who Cares Wins)’를 출간한 때를 전후해 블랙록 등 지구적 규모의 굴지 투자기관들이 ‘지속 가능한 투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기업도 투자자도 또 그들이 만나는 장(場)인 자본시장도 모두 사회, 더 넓게는 지구적 생태계에 안겨 있는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예측 불능의 여러 차원에서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 더욱 안정적인 가치창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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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시럽급여, 적나라한 저소득자 ‘혐오’ 나는 ‘혐오’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잘 쓰지도 않는다. 현실에 이런 현상이 없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사회의 위계 구조에서 자신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한마디로 ‘만만해 보이는’ 이들이라고 해서 마구 편견과 공격을 퍼붓는 행태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걸 일률적으로 ‘혐오’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면서부터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남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 말을 남용하고 오용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혐오’가 다른 ‘혐오’를 줄줄이 새끼치기하는 현상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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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주목해야 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현상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도 2020년처럼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두 노인의 김빠진 2차전으로 귀결될 듯 보였다. 그런데 민주당 쪽에서 작지만 중요한 이변이 등장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6월 초에 있었던 CNN 등의 세 군데 여론조사 평균으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20%의 지지를 획득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에 대한 지지를 고려해보겠다고 호의적으로 응답한 이들이 44% 더 나왔다. 물론 아직 바이든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공화당에서 트럼프 후보의 경쟁자로 몇 년간 회자되어온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그것을 넘는 위치를 점했음을 보여주는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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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세입자는 ‘채권자’다 과도한 갭투자 행태의 집주인을 만나 전세금이 위태로워진 세입자들이 무수히 양산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그 잠재적인 피해자의 숫자가 5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알토란 같은 전세금을 날리고 자칫하면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을 위험에 처한 이들이 무척 많다는 이야기로, ‘사회적 재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욱이 이들의 전세금 중 상당 비중은 전세대출에 의존하고 있었을 터이니, 살 곳이 막연해졌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거액의 빚까지 지게 된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비단 ‘빌라왕’과 같은 엽기적인 갭투자 행태에 걸려든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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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AI 개발 6개월 중지 호소문의 뜻 지난 3월29일, GPT-4를 넘어서는 고강도 AI의 연구·개발 작업을 6개월간 중지하자는 공개 서한이 발표되었고, 단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참하여 서명하였다. 이 사건과 그 서한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이 그 중요성에 비하여 특히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이유들이 있다. 먼저 이 서한을 주도한 기관이 그 유명한 일론 머스크의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한몫을 하였다.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AI가 인류의 존속까지 위협할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한 이였지만, 그간의 여러 말과 행동으로 인해 논란만 불러일으킨다는 세간의 인식이 굳어진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의 공개 서한 또한 그가 벌이는 또 하나의 ‘쇼’가 아니냐는 인상을 심은 면이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손을 잡고 구글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이 시점에 뒤처진 이들이 선두주자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려는, 업계의 이해가 얽힌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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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50대에게 인공지능 교육을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이야기 잔치에 한마디 얹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범용기술이 될 것이 분명해졌으며, 그것도 전례가 드문 정도의 범용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정도가 아니라 사회와 인간 생활 전체를 상전벽해로 바꿀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국은 지금 인구 구조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으로 바뀔 미래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범용기술이란 특정한 하나의 목적이나 용도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굉장히 넓게 심지어 무한대로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정한 자원만 투여하면 자신이 뜻하는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을 뜻한다. 멀리 인류가 처음으로 출현했을 때 개발한 범용기술은 언어와 불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며, 문명이 시작된 이후 나타난 범용기술은 농경 목축, 수레, 화폐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것으로는 각종 이동수단, 전기, 컴퓨터 및 인터넷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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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청년층의 ‘과소비’에 대하여 얼마 전 매년 나오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발표가 있었고, 여기에서 20대 및 30대의 가계부채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이어졌다. 물망에 오른 흔한 혐의자는 ‘영끌족’이었지만, 끌어올 영혼이라도 있는 이들은 일부 계층일 뿐이므로 이걸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결국 2030세대의 소비 지출이 소득에 비해 구조적으로 넘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게 되며, 이는 다시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경계하라는 도덕적 교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도 생태위기 등에 직면한 지구적 산업문명이 소비의 규모를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항상 믿고 있는 편이므로, ‘과소비’에 대한 경계 자체에는 반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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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산업사회의 정치 혁신, ‘300’이 할 수 있나 영화 <300>을 보면 레오니다스 왕의 지휘 아래에 똘똘 뭉친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좁은 길목을 막고서 수십 만 페르시아 대군의 진군을 저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좀 뒤틀린 상상력일지 모르지만, 더 효율적이고 더 평등한 산업사회로 나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여의도 입법자 300명의 손에 오롯이 달려있는 우리 처지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아무리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해도, 이 300명이 움직이고 합의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변화를 만들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쩌다 ‘300’이라는 숫자가 일치해서 그런 것뿐, 사실 전 세계 모든 선진 산업국들이 비슷하게 부닥쳐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