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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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긴 여름의 끝, 정치경제학의 부활을 기다린다 갑자기 밀어닥친 가을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여름은 길고 더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펄펄 끓었다. 지난 6일 유럽연합의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발표에 따르면, 올 8월의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1도가 상승했다. 게다가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평균기온 또한 산업화 이전보다 1.64도 높아졌다. 지구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이야기되는 1.5도 상승의 한계가 이미 뚫린 것 아니냐는 암울한 가능성을 던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지난여름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가장 시원하고 짧은 여름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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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이념 공세 대신 국민 서사를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다. 그래서 위대하고 강력하다. 세상의 어느 공동체 어느 집단적 정체성 중 상상의 산물이 아닌 것이 있는가.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이유 말에 따르면, “우리들 현실 생활의 4분의 3은 상상과 허구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그 상상과 허구가 사람들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 깊이 파고드는 설득력과 감화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성원들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존재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집단 전체에게는 모두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응집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상상은 막연한 몽상이나 허황된 과장이나 편벽된 이념에서 나오지 않는다. 진실과 사실에 기반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고, 또 거기에서 우리 모두가 미래로 나아갈 방향의 나침반이 되어 줄 수 있는 일관된 ‘내러티브’, 즉 서사의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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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대한민국 ‘중산층 기준’의 패러독스 ‘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 자가 소유, 부채 없음, 현금 및 금융 자산 1억원 이상, 자녀 2명, 매년 해외여행 1회 이상….’ 항간에 떠도는 중산층의 기준이다. 한눈에 보아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일단 부채 없이 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금융자산까지 1억원이 있다면 가계순자산은 거의 확실하게 10억원이 넘는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계순자산이 10억원을 넘는 가구는 상위 10.3%에 해당한다. 소득과 소비는 가구의 크기와 여러 조건에 따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특별히 무리하지 않으면서 4인 가구가 매년 1회 이상 해외여행을 하는 수준의 씀씀이가 가능하려면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가계소득이 연 8000만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 경우 상위 20%에 해당한다. 아무리 보아도 이는 상층 혹은 중상층이지 중산층이 아니다. 참고로 같은 조사에 따르면, 가계순자산과 가구 소득의 중간값은 각각 2억4000만원, 5400만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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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대학생들의 봉기와 노동자들의 동조로 그해 5월 파리는 완전한 ‘해방구’ 상태였다. 이에 당시 드골 대통령은 초강수를 두었다. 국민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선언한 것이다. 이 선거에서 ‘공산당의 역사적 배신’으로 결국 우파가 다수 의석을 점하게 되었으니, 드골은 자기의 통치력의 정당성을 회복한 셈이었다. 하지만 드골은 대통령 자리라는 것이 의회에서의 다수 의석으로 안일하게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파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전국을 휩쓴 저항의 물결로 그의 대통령 자리 정당성은 심각하게 위협을 당한 상태였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들의 ‘일반의지의 총화’라는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그는 다음 수순으로 넘어간다. 그는 1969년 상원 개혁과 지방분권을 쟁점으로 내걸고 국민투표를 소집했으며, 이에 자신의 대통령 재신임 여부까지 결부시킨다. 결과는 53%의 (드골 측의) 패배였다. 드골은 곧바로 사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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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처참한 나라살림, 2023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3년 나라 살림의 결과가 나왔다. 황당함을 넘어 처참하다.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틈만 나면 공언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 교과서의 ‘균형 재정’이라도 실현되었다면 좋았겠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도 아니다. 목표나 이념은 고사하고 이유도 모호한 채 나라 살림이 크게 허물어졌으며,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약조차 없다.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본래 계획된 58조2000억원을 무려 29조원이나 넘은 약 87조원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러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이 또한 온갖 ‘꼼수’ 회계로 분식된 수치이며, 이를 감안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25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쓰기로 해놓고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지출하지 않은 ‘예산불용액’도 엄청나서 역대 최고 수준인 45조7000억원이 되었다고 한다. 요컨대 87조원의 적자가 났으며, 45조7000억원의 지출이 불발되었다. 가져가기만 하고 쓰지는 않았으며, 심지어 쓰기로 한 돈조차 제대로 쓰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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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보수 담론의 혁신을 기다린다 얼마 전 보수 진영에서 홍보에 열을 올리던 이승만 관련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폄훼와 왜곡에 가려진 이승만의 본모습을 회복하여 그를 명실상부한 ‘국부’의 자리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내용과 취지를 가진 영화라고 한다. 안타까웠다.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현재 상태에서 보수 진영과 보수 담론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자리가 있고 응당 기여해야 할 바가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 보수 세력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20세기 기억의 잔재에 붙들려 있는 대한민국 보수 담론의 현재 상태를 다시 한 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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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플랫폼 정당, K스타일 지난 총선 정도부터 ‘플랫폼 정당’이라는 말이 무슨 신박한 정치 혁신이라도 되는 듯 떠돌기 시작했다. 거대정당 군소정당 진보정당 보수정당 모두가 ‘플랫폼 정당’을 자칭하거나 지향한다고 표방하였다. 특히 지난번 총선에 도입된 K스타일 ‘준연동형 비례제’와 맞물려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가속화되었다. 무슨 미사여구로 어떻게 포장하든, 무슨 외국의 예를 끌고 와 어떤 논리를 풀어놓든 나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내 눈에는 그저 6공화국 대의제 정치의 한없는 추락의 증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추락을 스스로 추락이라고 받아들이고 고쳐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이 추락을 추앙하면서 미래로 삼자고 이야기하는 ‘메타인지’ 마비의 증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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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부자 포퓰리즘’의 정치공학 감세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그럴 법도 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된 것들 중 당장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 결혼 증여세 부과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이 줄줄이 발표되었거나 의제로 제기되었다. 그냥 감세가 아니다. 부자 감세이다. 유리지갑을 호소하는 갑근세 납세자들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그야말로 부자 감세라는 점을 진보매체 보수매체 할 것 없이 모두 지적하고 있는 판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이 있다. 그냥 폭넓게 고소득층·자산계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큰 틀에서의 두루뭉술한 부자 감세 같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얼마 이상 되는 사람들에게 정확히 몇 %의 이익을 안겨준다고 하는 ‘핀셋’ 감세이다. 정부 재정에 구멍을 내는 길은 무책임한 지출 증대만 있는 게 아니다. 400조원을 예상했던 2023년 세입에서 결손은 50조원이 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런 재정 구멍에도 감세 드라이브이다. 가히 감세 포퓰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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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극우파의 ‘슬픈 정념’이 몰려온다 전 세계, 특히 유럽과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파 정당의 약진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될지에 대해 좀 더 긴 역사적 시각에서 그리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부족한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되었다.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 즉 페론주의 이후의 좌파 포퓰리즘 정치 그리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밀레이는 연결시켰다. 현재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좌파 정권으로 돌리면서, 중앙은행을 폐쇄해버리고 자국 통화인 페소도 폐지하고 대신 미국 달러를 통화로 쓰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걸었다. 지난 11월22일 네덜란드의 하원 선거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정당 자유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다. 빌더르스는 이민을 완전히 봉쇄하고,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 서적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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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탈지구화’의 시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온 세계가 숨죽이고 가자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세계가, 또 지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좀 큰 그림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온 세계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오가는 단어는 ‘탈지구화 deglobalization’이다. 이 ‘탈지구화’라는 말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어휘이지만, 특히 작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국·중국 무역 갈등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난 30년간 마치 ‘역사의 종말’처럼 확고한 위치를 다져왔던 지구화가 퇴조로 들어서고 있다는 증후가 사방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러 증후 가운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바로 평화의 시대의 종말 그리고 이어서 지구화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사건으로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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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감세 집착증’에 대한 의문 정부에서는 정부 지출을 큰 폭으로 줄여 ‘균형 재정’으로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어폐가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출보다 훨씬 큰 폭으로 세수가 줄어 실제로는 ‘균형 재정’이 아닌 ‘적자 재정’으로 치닫고 있다. 법인세를 비롯해 크고 작은 부분에서의 전면적인 감세정책으로 인해 올해 7월까지도 세수 진도율은 53%에 머물고 있으며, 연말이 되면 5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의 감세 기조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이미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의 세수 계획을 보게 되면 내국세만 10% 정도를 줄여 놓았다. 월 400만원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가정에서 내년 수입이 40% 줄어든다고 생각해보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기조는 폭발적인 감세정책으로 ‘균형 재정’이 아니라 ‘적자 재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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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이해 못할 SPC의 ESG 등급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말이 되어가고 있다. 2005년 유엔에서 문서 ‘돌볼 줄 아는 이가 이긴다(Who Cares Wins)’를 출간한 때를 전후해 블랙록 등 지구적 규모의 굴지 투자기관들이 ‘지속 가능한 투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기업도 투자자도 또 그들이 만나는 장(場)인 자본시장도 모두 사회, 더 넓게는 지구적 생태계에 안겨 있는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예측 불능의 여러 차원에서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 더욱 안정적인 가치창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