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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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기본소득이 답이라고? ‘생산력 증대로 발생한 잉여를 기본소득으로 나누면 된다’는발상에 그치고 그에 따른 문제들과 씨름하지 않는다면,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역사적 특징을 완전히 간과한 것이며리카도 이전의 경제학으로 퇴행하는 것이다이제 산업문명은 다시 정치경제학이 꼭 필요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와 소득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나의 대답이 글자 그대로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기본소득이다. 이제 노동시장 자체가 감소할 위험에 처했으니, 증대된 생산력과 경제적 잉여를 국가가 조세로 흡수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 소득, 조세, 재분배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면서 미래 사회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에는 너무나 많은 논리적인 맹점이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잠재적인) 물질적 생산력이 폭증한다고 해도, 그것은 소득 그것도 과세 가능한 화폐소득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비료, 신흥산업국, 지구적 스태그플레이션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미국이란 통화 시스템서강력한 통치구조가 작동해 끝이 났다브레이크를 걸 레버가 있었던 셈이다하나 지금 그 레버는 없다 글로벌 곡물 공급망은 세계적 사회 불안에 약하며충격은 예상보다 빨리 온다회색 코뿔소라고 하던가뻔히 다가오고 있지만막을 레버가 마땅찮은 위협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레버가 있을까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누리엘 루비니는 오래된 경고를 반복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는 동시에 성장을 짓누르고, 1970년대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덤 투즈는 반박했다. 1970년대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 오일쇼크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직결된 것은 강력한 노조가 유가 상승분을 임금 인상으로 보전받았기 때문으로,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이 앞뒤로 맞물리면서 지속적인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던 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가 약화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어 이 악순환 고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메가프로젝트’ 전쟁 기계가 나타났다 ‘복합위기’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이번 전쟁으로 우리는 그 위기의 실타래들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 와중에 목숨을 잃은 이들, 사랑하는 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을 맞은 이들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메가프로젝트’로 나타난 전쟁 기계의 성격과 의미를 깊게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라도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대학의 세 기능을 해체하자 졸업장 발급 기관이자 연구자 양성 기관이자 대규모 지식 생산 기관의기능을 억지로 겹쳐놓은 대학들이 지속 가능할까 대부분 대학들은 조만간 존망 위기에 처할 수 있어이제 이 세 가지 기능을 스스로 풀어놓을 때가 된 것이 아닐까 1876년 대학원만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설립은20세기형 대학의 진화를 촉발한 중요한 계기였다지금도 그에 맞먹는 혁신이 문 앞에 다가와 있을 것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모든 곳이 베네수엘라는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구축해 왔던 세계 질서는 트럼프 시대에 분명히 상전벽해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그것이 그 이전 1930년대로의 회귀인지 아니면 전대미문의 새로운 질서의 출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주권국가도 현재의 국제 제도도 불변의 것들이 아니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떠오르고 사라지는 것들일 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의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 납치 사건으로 국내외 여론의 충격이 크다. ‘국제법의 종말’을 넘어서 ‘주권국가의 종말’과 ‘강대국 독주 시대’가 이야기되며, 급기야 일부에서는 ‘여러 강대국 세력권이 할거하는 세계 질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의미와 파장을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권국가라는 국제 질서가 나타난 것은 그다지 오래전의 일이 아니며, 그것을 낳았던 지정학적 구조가 변화하면서 그러한 질서가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된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서 새롭게 나타난 변화가 무엇인지는 이러한 역사적 추세를 감안해 차분하게 걸러내 보아야 한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수정된 ‘말발굽 이론’ 1차원적 정치 지형이 2차원적 지형으로 급변하는 것은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이는 급진 세력의 발흥 통한 급속한 변화로 귀결될까 아니면기존 온건 세력의 혁신을 통한 안정 속 변화로 귀결될까서로를 좌파, 우파로 몰아붙이면서 1차원에만 갇혀 있는우리의 정치 및 담론 지형은 이 현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새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로맨스’가 여러 사람의 주목을 끌었다. 맘다니 시장은 미국 민주당, 그것도 맨 왼쪽에 해당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 그룹의 일원으로서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이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하다시피 미국 정치 우경화의 선두에 있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이 백악관에서 오랜 대화를 하고 나서 날 선 질문들을 던지는 기자들 앞에 나타나 화기애애하게 협력과 상호이해를 과시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 심지어 충격까지 안겨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맘다니 시장이 기성 정치·정치인들과 다른 정치를 펼치려 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하였고, 어떤 이들은 J D 밴스 부통령이 이를 불편하게 여겨 자리를 피한 것이라고까지 하였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자유주의 질서의 황혼 1776년은 자유주의 정치경제 사상사에서 기념비적인 해이며, 어쩌면 원년(元年)일지도 모른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모두 이해에 출간됐기 때문이다. 전자는 자유주의 정치 질서를 구현하는 원형이라고 할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문서다. 후자는 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어떤 가치를 담고 있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문서다. 그런데 이 1776년에는 결을 달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이 상품화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삼권분립 운운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던 것은 12월3일 밤에 벌였던 쿠데타 때문만은 아니었다 입법부 3분의 1·행정부·사법부가 지루하게 펼쳤던 쿠데타 옹호 세력의 준동이 더 큰 원인이었다 지금 이야기되는 내란특별법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여당이 준비하는 내란특별법에 대해 “그게 왜 위헌인가”라고 물으면서 “권력의 서열과 순서”를 언급했고,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는 과정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 분명한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헌정의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반론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권분립은 헌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지만, 나는 내란 청산의 문제에 관한 한 이 원칙을 최상위에 놓는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비례성의 원칙”을 존중하는 한에서 “선출된 권력”이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헌법 정신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기본사회’를 향하여 각종 위험에 휩싸인 건개인의 삶만이 아니다인구·기후위기와 AI로격변이 다가오고 있다또 이런 위기들이 만들복합 위기의 가능성도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이러한 위기에 대처할회복 탄력성을 제고하는문제에 있어서도기본사회의 구상이큰 적실성을 가지고 있다기본사회가 현실에 구현될그 첫걸음을 뗄 수 있다면이는 이번 정부가 남길정치적 유산이 될 것이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임노동의 쇠퇴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의 주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시대에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과 노동자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어느 경제사상가가 일찍이 1858년경에 남긴 문장을 여기에 인용해본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실물적인 부를 창출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여러 도구들의 힘에 점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생산 과정의 가장 주요한 행위가가 아니라 생산 과정의 외부에 서게 되는 것이다… 생산과 부를 떠받치는 주요한 기둥은 이제 더 이상 인간 스스로가 수행한 직접 노동도 아니며 그의 노동 시간도 아니다… 직접적인 형태의 인간 노동이 더 이상 부의 원천이 아니게 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노동 시간도 더 이상 부를 측량하는 척도가 될 수 없게 되며, 또한 필연적으로 교환 가치도 더 이상 사용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게 된다. 교환 가치에 의존하는 생산 양식은 이에 무너지게 된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선 세계 트럼프 정권의 출현과 세계 질서의 혼란은 미국이란 ‘제국’이 내부 반란으로 ‘내파’를 겪게 된 결과다 세계 질서 변화의 향방은 당분간 오리무중서 벗어나지 못할 듯싶다. 1930년대의 경험을 반추해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여기에 기후위기와 급격한 기술 전환 같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까지 덮쳐온다. 온 세계가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선 셈이다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트럼프 이후의 민주주의 20세기 이후 주요 성과인복지국가·민주주의 질서는미국 주도 세계 질서 덕에가능했던 역사적 산물이다만약 미국이 역할을 포기기존의 세계 질서가혼돈 상태로 되돌아가면앞날을 기약하기 힘들다 시간은 1930년대로되돌아가는지도 모른다자유무역과 금본위제가그때 끝장이 나고파시즘·뉴딜이란 신질서가국내외적으로 자리 잡는거대한 전환의 시대였다트럼프 이후의 세계 또한다시 거대한 전환으로들어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