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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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우크라이나 휴전과 동아시아 신데탕트 윤석열 피의자는 그저 계엄군 총구만을 믿고 내란으로 달려갔을까? 미국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이 있었을까?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내란이 성공만 한다면, 그 후에는 미국이 자신을 따라올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파병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그는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전쟁을 지원했고, 나토의 영향력을 동아시아로 확장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일본이 제창한,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적으로 수용하였다. 기시다 일본 전 총리가 말했듯이, 어제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는 바로 그 전략을 충실하게 따라갔다. 윤석열은 미국이 결국은 자신의 편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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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윤석열 외교 통상의 종언 윤석열은 내란죄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피의자는 트럼프 등장의 국제질서 소용돌이에 직면한 한국의 손발을 묶었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누구를 만나야 할지 모르는 나라로 만들었다. 피의자가 국민 ‘처단’의 불법 계엄 포고령 초안을 손보고 있었을 바로 그 시각, 미국 상무부는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포고를 발표했다. 당장 이달 31일부터 시행되는 긴급 상황이다. 그러나 외교통상관계에서 한국을 합법적으로 대표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최종책임자가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상 대통령 ‘보좌’ 기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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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트럼프 통상을 다루는 세 가지 방법 나는 2016년 8월 경향신문 칼럼에서 트럼프 현상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썼다. 그가 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7대 경합 주에서 모두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승리 연단 아래에는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의 좌절이 겹겹이 쌓여 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에 의하면 미국 중산층의 전체 소득은 2009년 미국 상류층에 추월당했고 2022년 현재 48% 대 62%까지 뒤처졌다. 이 격차가 트럼프를 만들었다. 미국의 빅 데이터 기술 산업과 금융 산업은 인건비 같은 추가적인 ‘한계비용’을 더 지출하지 않고도 추가적으로 서비스 공급을 늘려 돈을 벌 수 있다. 폭증하는 이익을 빨아들인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은 그 열매를 중산층과 노동자에게 나누는 데에 실패했다. 중산층 재건 ‘뉴딜’이 없는 한, 제2, 제3의 트럼프는 미국의 일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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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전단 무인기, 남북 공동 조사를 제안한다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AP통신 유엔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30개 또는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마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국제사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공언하는 국제정세가 되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비참한 상황에 처할 남과 북이 적대를 강화하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 타격을 받든지, 결국은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죽을 뿐이다. 남북 적대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한 제재는 진정한 대화가 없는 제재였다. 적대였다. 그래서 실패했다. 2019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회담 타결을 거부한 사건이 그 증거다. 그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현저히 향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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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맥쿼리의 송파 음식물 쓰레기 지난 토요일, 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가득 메웠다. 기후재난에 항의하는 대행진이었다. 9월이지만 폭염인 날씨마저 재난의 증거로 시민과 함께 출석한 듯했다. 강남은 부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곳에 한국 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포스코가 있다. 폭염과 폭우의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 보상 없이 배달노동에 내모는 쿠팡이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강남을 선택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기후정의행진에는 어린이와 젊은이가 많았다. 멸종위기종인 황새로 분장하고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멸종위기종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나는 포스코와 쿠팡 고층 건물 앞에서 청년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이윤 말고 생명을!” “물, 전기, 가스는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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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2300억 국제배상금, 박근혜·이재용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일 영국 법원에서 한 패소 판결문을 받아야만 했다. 작년 7월18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영국에 제기한 사건이다. 한 전 장관은 대한민국이 미국계 펀드 엘리엇에 약 13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제중재판정에 불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방법으로 영국 법원에 소송을 냈던 것이다. 영국 법원 판결은 1년 만에 나온 거절 답변이었다. 한 전 장관은, 작년에 불복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 사건을 수사해서 잘못을 바로잡는 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패소 판정을 내렸던 국제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를 인용하기까지 했다. ‘살면서 아끼면 안 되는 비용이 몇 가지 있다’고. 그런데도 왜 영국 법원은 한 전 장관의 신청을 기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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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주한미군은 왜 대북전단 풍선을 막지 않는가 ‘P518 한국전술지대 비행 절차’라는 규정이 있다. 유엔군 사령부, 연합사 사령부, 그리고 주한미군의 합동 규정이다. 주한미군은 이 규정에서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9.3㎞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그어 비행을 통제한다. 한국의 영공이지만 한국군이 통제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사령관들에게 인정해준 비행 인가 권한은 고도 800피트 이하의 비행이다. 대략 헬기 비행 높이이니, 헬기 작전 통제권 수준이다. 그 이상의 비행 인가권은 연합사 공군구성군사령관, 즉 미군 제7공군 사령관이 갖고 있다(규정 2-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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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대북전단 왜 막지 않는가 북한을 비판할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민족 대결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풍선의 발단이 된 대북전단은 그저 단순한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1991년에 유엔에 정식 가입한 회원국이다. 유엔헌장에 따라 북한은 모든 나라로부터 평등한 주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국제법 관점에서 보면, 대북전단은 국가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전복 활동이다. 적대적 심리전이다. 더욱이 풍선에 달러 지폐, 식품 등 물건마저 실어 보내는 것은 북한의 통화 질서와 국경 관리에 대한 직접적 침해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인 나라가 민간 단체가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것임을 알면서도 재정 지원을 하는 행위는 유엔헌장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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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네이버는 서두르면 안 된다 돈을 내고 네이버를 사용한다. ‘네이버 웍스’라는 프로그램을 사서 변호사 업무에 쓴다. 매우 도움이 된다. 업무용 문서 파일을 여러 변호사가 같이 보면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 카톡과는 다르게 메시지와 메일을 한 창에서 보고 처리한다. 그래서 한 해 100만원이 넘는 사용료를 네이버에 지불한다. 일본의 사업장들도 돈을 내고 ‘라인 웍스’를 이용한다. 한국 네이버가 일본의 일본 야후와 같이 투자한 ‘라인 야후(LY)’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 1월 기준, 46만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도입하여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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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론스타 등에 5500억 주지 않으려면 5500억원이 넘었다. 대한민국은 2022년에 사모펀드 론스타에 패소했고, 작년에 엘리엇에 지더니, 지난 11일 메이슨 캐피탈에도 패소했다. 그래서 3개 펀드사에 주어야 할 배상금 원리금 총액이 5500억원이 넘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뉴욕과 런던에서 판정 무효 절차를 밟고 있으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시간에도 이자가 붙는 중이다. 펀드는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받게 되는가? 그 열쇠는 펀드사에 대한민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특권을 준 제도에 있다. 그 안에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라는 조항이 있다. 거의 한없이 넓은 의무를 국가에 지우는 구조다. 한국이 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상명령을 얻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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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가가 범인일 때 그때 아이는 10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가슴이 미어지고 또 미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다. 2011년의 비극이 이미 일어난 뒤에야 부모는 알았다. 아이를 더 잘 돌보려는 마음에서 틀어준 가습기가 비극의 씨앗이었다. 아이의 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 더 위생적인 가습기를 만들어 준다고 신문 방송에서 홍보하고 광고하던 살균제에 유독물질이 들어 있을 줄이야! 가습기살균제에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독사의 굴인 줄 알고서, 제 아이의 손을 잡아 넣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폐질환 전문의인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도 자신도 2011년 봄까지는 가습기살균제가 급성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논문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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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반도 핵전쟁 먹구름 “왜 왔느냐? 조선을 아이스크림 야금야금 핥아먹듯 삼키려 왔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자가 2006년 개성공단에서 대한민국 관계자에게 자주 했다는 말이다. 불현듯 그 말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에서 다시 증폭되어 뼛속을 때린다. 작년 마지막 날, 북한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발표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로 평가받는 중대한 문건이다. 위 결정서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정권이 10여차례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북한의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다.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고,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