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최신기사
-
세상 읽기 론스타 등에 5500억 주지 않으려면 5500억원이 넘었다. 대한민국은 2022년에 사모펀드 론스타에 패소했고, 작년에 엘리엇에 지더니, 지난 11일 메이슨 캐피탈에도 패소했다. 그래서 3개 펀드사에 주어야 할 배상금 원리금 총액이 5500억원이 넘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뉴욕과 런던에서 판정 무효 절차를 밟고 있으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시간에도 이자가 붙는 중이다. 펀드는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받게 되는가? 그 열쇠는 펀드사에 대한민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특권을 준 제도에 있다. 그 안에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라는 조항이 있다. 거의 한없이 넓은 의무를 국가에 지우는 구조다. 한국이 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상명령을 얻어 낸다.
-
정동칼럼 국가가 범인일 때 그때 아이는 10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가슴이 미어지고 또 미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다. 2011년의 비극이 이미 일어난 뒤에야 부모는 알았다. 아이를 더 잘 돌보려는 마음에서 틀어준 가습기가 비극의 씨앗이었다. 아이의 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 더 위생적인 가습기를 만들어 준다고 신문 방송에서 홍보하고 광고하던 살균제에 유독물질이 들어 있을 줄이야! 가습기살균제에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독사의 굴인 줄 알고서, 제 아이의 손을 잡아 넣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폐질환 전문의인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도 자신도 2011년 봄까지는 가습기살균제가 급성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논문에 썼다.
-
정동칼럼 한반도 핵전쟁 먹구름 “왜 왔느냐? 조선을 아이스크림 야금야금 핥아먹듯 삼키려 왔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자가 2006년 개성공단에서 대한민국 관계자에게 자주 했다는 말이다. 불현듯 그 말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에서 다시 증폭되어 뼛속을 때린다. 작년 마지막 날, 북한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발표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로 평가받는 중대한 문건이다. 위 결정서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정권이 10여차례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북한의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다.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고,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말한다.
-
정동칼럼 주민센터를 어린이집으로 통째 변해야 한다. 청년이 한국 사회를 믿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삶이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젊은이들이 생각할 때에만 인구 소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내년 봄,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는 신입생 숫자가 30만명이 되지 않는다. 6000개가 넘는 전국의 초등학교 숫자를 놓고 계산하면, 하나의 초등학교에 신입생이 평균 50명이 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겪은 콩나물 교실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 개의 교실을 채우지 못했을 숫자이다. 몇년 후면, 한 개의 초등학교 신입생 숫자를 아무리 세고 또 세더라도 30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 20명, 10명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
정동칼럼 김포는 김포 사람들의 것이다 그곳이 김포다. 김포에 이르러 한강과 임진강이 만난다. 합해진 두 물을 사람들은 ‘조강’이라고 부른다. 할아버지 강이란 뜻처럼 물길은 넓고 넉넉하다. 조강은 남녘 김포의 흙도, 북녘 개성의 땅도 함께 어루만지며 흐른다. 나는 조강을 보며 국제법을 상기한다. 비무장지대를 이곳에서 끝내고 있는 명확한 국제법을 떠올린다. 임진강과 한강에서 서해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물이 조강에 이른 순간 그곳은 국제법상 ‘한강 하구 중립수역’이다(정전협정 1조). 더 이상 비무장지대가 아니다. 자유롭게 민간 선박이 오고 갈 수 있는 곳이다.
-
정동칼럼 론스타가 한동훈에게 원하는 것 현재 약 3263억원이다. 2년 후면 약 3644억원이다. 현재의 국제법적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배상금이다. 불과 지난해 8월 법무부가 패소 판정을 받고 국민에게 알린 배상금 규모는 2800억원이었다. 한국이 론스타 판정 무효신청을 했다고 해서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가 사라지거나 중단되지 않는다. 론스타 사건 판정은 살아 있다. 판정문은 유효하다. 원리금은 계속 늘고 있다. 다만, 강제집행이 중지돼 있을 뿐이다. 만약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판정 무효신청 절차가 앞으로 3년이 걸린다면, 그리고 판정 무효가 나오지 않는다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4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애초 론스타 판정이 나오는 데 약 10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4000억원대 배상금 염려는 기우가 아니다.
-
정동칼럼 오염수 정보 아는 데 소송이 필요한가 법원에 소장을 내지 않을 수 없다. 무더웠던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이 오는 10월27일 열린다. 나는 무엇을 알기 위해 정보공개 소송을 해야만 했는가? 무슨 대단한 비밀 정보가 아니다. 나는 그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일본에 어떤 수준의 오염수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는지 점검하고 싶었다. 2021년 4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일방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때였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2019년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일본의 해양 투기 문제를 제기했다. 2006년 발효한 런던의정서는 일체의 방사능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다. 그러나 원안위는 해수부와 달랐다. 일본의 공식 발표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7월이었다. 나는 원안위원장에게 일본으로부터 받은 오염수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그는 거부했다.
-
정동칼럼 해병대였던 청년의 죽음 첫 음절은 신(神)이었다. 민주공화국을 세운 1919년 최초의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시작하는 첫 어구는 ‘신인(神人)의 일치’였다. 일제강점의 처절한 고통을 끊어내려는 지극한 절규가 헌법의 맨 앞에 ‘신’이라는 소리를 벼리었다. 결코 해방을 포기한 적이 없는 민족이었다. 그러나 광복 78주년 아침, 해방 조국의 대통령이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는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시간, 서울시청 광장 앞 분향소에는 어머니가 쓴 글이 붙어 있다. ‘나의 전부인 내 아들, 영원히 사랑해.’ 어머니의 아들은 소꿉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슬프게도 친구들은 이십대 후반, 그다음에 올 눈부실 날들을 더 잇지 못했다.
-
정동칼럼 누가 일본 원자력규제청 장관인가 일본 도쿄전력은 ‘원자력 사업자’이다. 지어 붙인 낱말이 아니다. 일본법에 그렇게 돼 있다.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적용하는 일본법이 따로 있다. 긴 이름의 일본법을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핵원료 물질,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 규제에 관한 법률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한국과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실현하는 일차적 방법은 일본 국내법에 있다. 일본이 방사능 사고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맞게 일본법을 적용하면 된다. 그래서 일본법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하다.
-
정동칼럼 일본의 ‘처리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일본 후쿠시마 바다는 하나이다. 그러나 바다를 둘러싼 두 개의 ‘불확실성’이 있다. 하나는 일본이 해결해야 할 원전 사고 오염수 방출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감당해야 할 수산물 수입금지이다. 먼저, 일본은 오염수 방출이 후쿠시마 바다를 방사능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바다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과학을 수립해야 한다. 일본의 국제해양법적 의무이다. 반대로 한국은 후쿠시마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계속 금지할 수 있다. 한국의 국제통상법적 의무이다.
-
정동칼럼 원안위, 오염수 독자 평가 포기했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8월 영국 런던에 있는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에 공문서를 보냈다. 제목은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 폐수 방출 결정에 대한 우려’였다.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유엔 기구도 일본의 방사능 폐수 방출은 이웃 국가들의 안전과 해양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공표했다. 한국이 채택한 공식적 용어는 ‘방사능 폐수’였다. ‘radioactive wastewater’라는 영어 원문은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에 잘 소개되어 있다. 불과 2년 전이다. 이 유엔 기구 공문서에서, 한국은 일본의 방사능 폐수 방출은 ‘런던의정서’ 위반이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런던의정서란 폐기물 투기로 인한 해양 오염 방지협약 의정서를 말한다. 의정서는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했다. 특히 1993년 11월에 열린 런던 협약 당사국 회의에서는 저준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했다. 당시 일본은 어떻게 답변했는가?
-
정동칼럼 일본은 해양법 법정에 서야 한다 저장 탱크는 97%가 찼다. 133만t이나 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차오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12년 전에 멈추었다. 그러나 원전 주위와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는 끊임없이 방사능 오염수가 된다. 도시바 원전 설계자였던 고토 마사시 박사가 지난 21일, 서울 강연에서 강조하였듯이, 일본 정부는 탱크에 가득 찬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궁리만 할 뿐, 미래에 끝없이 새로 늘어날 오염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마찬가지다. 이 기구가 가장 최근에 낸 지난해 11월의 4차 보고서의 그 어느 페이지에도 계속 늘어날 오염수에 대한 구체적 문제 제기는 없다. 이 기구는 본디 원자력 이용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기구가 하는 오염수 평가 재검토라는 것은 2021년 7월8일에 일본 정부와 체결한 협력 약정에 따른 것이다. 유엔해양법 협약의 권위 있는 공식절차가 아니다. 게다가 이 약정을 보면, ‘어떻게 일본을 지원할 것인가’를 범위로 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더욱이 재검토 기준은 바로 국제원자력 기구 자신이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재검토라는 것이 얼마나 원자력 산업과 일본에 치우쳐 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