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최신기사
-
세상 읽기 2300억 국제배상금, 박근혜·이재용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일 영국 법원에서 한 패소 판결문을 받아야만 했다. 작년 7월18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영국에 제기한 사건이다. 한 전 장관은 대한민국이 미국계 펀드 엘리엇에 약 13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국제중재판정에 불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방법으로 영국 법원에 소송을 냈던 것이다. 영국 법원 판결은 1년 만에 나온 거절 답변이었다. 한 전 장관은, 작년에 불복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 사건을 수사해서 잘못을 바로잡는 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패소 판정을 내렸던 국제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를 인용하기까지 했다. ‘살면서 아끼면 안 되는 비용이 몇 가지 있다’고. 그런데도 왜 영국 법원은 한 전 장관의 신청을 기각했을까.
-
세상 읽기 주한미군은 왜 대북전단 풍선을 막지 않는가 ‘P518 한국전술지대 비행 절차’라는 규정이 있다. 유엔군 사령부, 연합사 사령부, 그리고 주한미군의 합동 규정이다. 주한미군은 이 규정에서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9.3㎞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그어 비행을 통제한다. 한국의 영공이지만 한국군이 통제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사령관들에게 인정해준 비행 인가 권한은 고도 800피트 이하의 비행이다. 대략 헬기 비행 높이이니, 헬기 작전 통제권 수준이다. 그 이상의 비행 인가권은 연합사 공군구성군사령관, 즉 미군 제7공군 사령관이 갖고 있다(규정 2-2항).
-
세상 읽기 대북전단 왜 막지 않는가 북한을 비판할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민족 대결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풍선의 발단이 된 대북전단은 그저 단순한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1991년에 유엔에 정식 가입한 회원국이다. 유엔헌장에 따라 북한은 모든 나라로부터 평등한 주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국제법 관점에서 보면, 대북전단은 국가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전복 활동이다. 적대적 심리전이다. 더욱이 풍선에 달러 지폐, 식품 등 물건마저 실어 보내는 것은 북한의 통화 질서와 국경 관리에 대한 직접적 침해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인 나라가 민간 단체가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것임을 알면서도 재정 지원을 하는 행위는 유엔헌장 위반이다.
-
세상 읽기 네이버는 서두르면 안 된다 돈을 내고 네이버를 사용한다. ‘네이버 웍스’라는 프로그램을 사서 변호사 업무에 쓴다. 매우 도움이 된다. 업무용 문서 파일을 여러 변호사가 같이 보면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 카톡과는 다르게 메시지와 메일을 한 창에서 보고 처리한다. 그래서 한 해 100만원이 넘는 사용료를 네이버에 지불한다. 일본의 사업장들도 돈을 내고 ‘라인 웍스’를 이용한다. 한국 네이버가 일본의 일본 야후와 같이 투자한 ‘라인 야후(LY)’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 1월 기준, 46만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도입하여 사용 중이다.
-
세상 읽기 론스타 등에 5500억 주지 않으려면 5500억원이 넘었다. 대한민국은 2022년에 사모펀드 론스타에 패소했고, 작년에 엘리엇에 지더니, 지난 11일 메이슨 캐피탈에도 패소했다. 그래서 3개 펀드사에 주어야 할 배상금 원리금 총액이 5500억원이 넘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뉴욕과 런던에서 판정 무효 절차를 밟고 있으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시간에도 이자가 붙는 중이다. 펀드는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받게 되는가? 그 열쇠는 펀드사에 대한민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특권을 준 제도에 있다. 그 안에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라는 조항이 있다. 거의 한없이 넓은 의무를 국가에 지우는 구조다. 한국이 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상명령을 얻어 낸다.
-
정동칼럼 국가가 범인일 때 그때 아이는 10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가슴이 미어지고 또 미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다. 2011년의 비극이 이미 일어난 뒤에야 부모는 알았다. 아이를 더 잘 돌보려는 마음에서 틀어준 가습기가 비극의 씨앗이었다. 아이의 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 더 위생적인 가습기를 만들어 준다고 신문 방송에서 홍보하고 광고하던 살균제에 유독물질이 들어 있을 줄이야! 가습기살균제에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독사의 굴인 줄 알고서, 제 아이의 손을 잡아 넣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폐질환 전문의인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도 자신도 2011년 봄까지는 가습기살균제가 급성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논문에 썼다.
-
정동칼럼 한반도 핵전쟁 먹구름 “왜 왔느냐? 조선을 아이스크림 야금야금 핥아먹듯 삼키려 왔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자가 2006년 개성공단에서 대한민국 관계자에게 자주 했다는 말이다. 불현듯 그 말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에서 다시 증폭되어 뼛속을 때린다. 작년 마지막 날, 북한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발표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로 평가받는 중대한 문건이다. 위 결정서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정권이 10여차례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북한의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다.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고,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말한다.
-
정동칼럼 주민센터를 어린이집으로 통째 변해야 한다. 청년이 한국 사회를 믿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삶이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젊은이들이 생각할 때에만 인구 소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내년 봄,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는 신입생 숫자가 30만명이 되지 않는다. 6000개가 넘는 전국의 초등학교 숫자를 놓고 계산하면, 하나의 초등학교에 신입생이 평균 50명이 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겪은 콩나물 교실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 개의 교실을 채우지 못했을 숫자이다. 몇년 후면, 한 개의 초등학교 신입생 숫자를 아무리 세고 또 세더라도 30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 20명, 10명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
정동칼럼 김포는 김포 사람들의 것이다 그곳이 김포다. 김포에 이르러 한강과 임진강이 만난다. 합해진 두 물을 사람들은 ‘조강’이라고 부른다. 할아버지 강이란 뜻처럼 물길은 넓고 넉넉하다. 조강은 남녘 김포의 흙도, 북녘 개성의 땅도 함께 어루만지며 흐른다. 나는 조강을 보며 국제법을 상기한다. 비무장지대를 이곳에서 끝내고 있는 명확한 국제법을 떠올린다. 임진강과 한강에서 서해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물이 조강에 이른 순간 그곳은 국제법상 ‘한강 하구 중립수역’이다(정전협정 1조). 더 이상 비무장지대가 아니다. 자유롭게 민간 선박이 오고 갈 수 있는 곳이다.
-
정동칼럼 론스타가 한동훈에게 원하는 것 현재 약 3263억원이다. 2년 후면 약 3644억원이다. 현재의 국제법적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배상금이다. 불과 지난해 8월 법무부가 패소 판정을 받고 국민에게 알린 배상금 규모는 2800억원이었다. 한국이 론스타 판정 무효신청을 했다고 해서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가 사라지거나 중단되지 않는다. 론스타 사건 판정은 살아 있다. 판정문은 유효하다. 원리금은 계속 늘고 있다. 다만, 강제집행이 중지돼 있을 뿐이다. 만약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판정 무효신청 절차가 앞으로 3년이 걸린다면, 그리고 판정 무효가 나오지 않는다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4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애초 론스타 판정이 나오는 데 약 10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4000억원대 배상금 염려는 기우가 아니다.
-
정동칼럼 오염수 정보 아는 데 소송이 필요한가 법원에 소장을 내지 않을 수 없다. 무더웠던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이 오는 10월27일 열린다. 나는 무엇을 알기 위해 정보공개 소송을 해야만 했는가? 무슨 대단한 비밀 정보가 아니다. 나는 그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일본에 어떤 수준의 오염수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는지 점검하고 싶었다. 2021년 4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일방적으로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때였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2019년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일본의 해양 투기 문제를 제기했다. 2006년 발효한 런던의정서는 일체의 방사능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다. 그러나 원안위는 해수부와 달랐다. 일본의 공식 발표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7월이었다. 나는 원안위원장에게 일본으로부터 받은 오염수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그는 거부했다.
-
정동칼럼 해병대였던 청년의 죽음 첫 음절은 신(神)이었다. 민주공화국을 세운 1919년 최초의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시작하는 첫 어구는 ‘신인(神人)의 일치’였다. 일제강점의 처절한 고통을 끊어내려는 지극한 절규가 헌법의 맨 앞에 ‘신’이라는 소리를 벼리었다. 결코 해방을 포기한 적이 없는 민족이었다. 그러나 광복 78주년 아침, 해방 조국의 대통령이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는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시간, 서울시청 광장 앞 분향소에는 어머니가 쓴 글이 붙어 있다. ‘나의 전부인 내 아들, 영원히 사랑해.’ 어머니의 아들은 소꿉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슬프게도 친구들은 이십대 후반, 그다음에 올 눈부실 날들을 더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