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처리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송기호 변호사

일본 후쿠시마 바다는 하나이다. 그러나 바다를 둘러싼 두 개의 ‘불확실성’이 있다. 하나는 일본이 해결해야 할 원전 사고 오염수 방출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감당해야 할 수산물 수입금지이다. 먼저, 일본은 오염수 방출이 후쿠시마 바다를 방사능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바다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과학을 수립해야 한다. 일본의 국제해양법적 의무이다. 반대로 한국은 후쿠시마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계속 금지할 수 있다. 한국의 국제통상법적 의무이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일본의 대응 과학이 집적된 것이 올해 2월 개정된 ‘처리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이다. 보고서에서 일본은 오염수 방출이 후쿠시마 바다를 방사능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바다에서 측정한 방사능 농도 데이터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후쿠시마 바다는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며, 오염수 방출로 위험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중요 문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리뷰’라는 게 바로 이 보고서에 대한 검증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을 스스로 밝혔다. 평가할 만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과학이다. 핵 연료봉이 녹아내려 원전 격리 시스템을 뚫어 버리고, 자연 속 지하수에 직접 노출이 되는 끔찍한 상태는 불확실성, 그 자체이다.

일본의 최신 개정판 ‘처리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고백한 불확실성은 핵종 조성과 어류 농축계수이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핵종에 대해 ‘모른다’고 밝혔다. 보고서 122쪽에는 이렇게 기술돼 있다. “저장 중인 처리도상수(처리 중인 물)는 2차 처리 예정인데, 2차 처리 종료 후에 측정할 때까지 어떤 핵종이 조성될지는 불분명하다.”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일본은 이를 ‘핵종 조성의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보고서는 그 어디에서도 이른바 ‘처리 전’ 오염수 자체에 어떠한 방사능 물질이 들어 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1차 처리를 한 뒤에도 오염수에 어떠한 핵종이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서술했다. 일본은 2차 처리를 한 뒤 해양 방출 전에 30개 핵종에 대해서만 실제 검사를 할 뿐(보고서 16쪽)이다. 지금 일본과 IAEA의 ‘과학’은 핵 연료봉에 노출된 오염수에 어떤 핵종이 들어 있고, 모든 핵종이 실제로 어떤 상태로 바다로 방출되는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일본이 인정한 또 하나의 불확실성은 ‘어류 농축계수’이다. 일본 보고서의 안전성 결론은 방사능의 해수 중 농도와 해양 생물의 농도가 평형상태를 이룬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일본의 보고서가 설명하고 있듯이 해수의 이동 속도는 빠르지만, 어류로의 이행 프로세스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조사 시점에서 평형상태였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다.

지금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이 말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실체’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 주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이 수용할 만한 불확실성인지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후쿠시마 바다는 방사능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일본의 보고서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후쿠시마 바다의 방사능 위험성을 근거로 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와 양립할 수 없다. 오염수 방출은 동의하지만 수산물 수입금지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일본에 떼를 쓰듯이, 좀 봐 달라며, 수산물 수입금지를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출에 동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일본에 동조하려면 그 이전에 일본의 ‘처리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한글로 번역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만약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계속 금지하겠다면, 한국 정부는 일본 동조 발걸음을 당장 멈춰야 한다. 아울러 일본에 오염수 시료를 요구해 독자적으로 방사능 위험 분석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일본 정부에 ‘세슘 우럭’이 왜 나왔는지 따져 묻고, 후쿠시마 해저토와 심층수의 방사능 축적 실태 조사에 실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오염수 방출에는 동의하고, 수산물 수입은 금지해도 되는 과학은 없다. 그것은 하나의 바다에 관한 과학이 아니다. 후쿠시마 바다는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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