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화
한신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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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불능 전성시대 인간보다는 인공지능(AI)에 가까운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셜록 홈스. 최고의 두뇌와 달리 정서적 공감 능력은 제로다. 잔혹한 범죄 현장에서도 동요는커녕 감정은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사건은 복잡할수록 흥미로운 게임일 뿐이다. 스스로 소시오패스 성향임을 인정은 하지만 다행히 인지적 공감능력은 있다. 일본 추리물의 대표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탐정 갈릴레오도 비슷하다. 괴짜 천재 물리학자이기도 한 그는 비이성적인 것을 극히 싫어하는 인물이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도무지 논리가 통하지 않는 존재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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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할리우드 셀럽들의 사생활 “그것은 마치 아마겟돈의 한 장면과 같았다”고 증언할 만큼 거대한 화마가 호주 대륙을 휩쓸던 시간. LA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영화 <조커>로 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는 남다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축산업과 기후변화 문제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행사 식단을 모두 채식으로 준비해주신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감사한다.” “또한 오늘 많은 분들이 호주 산불을 걱정하는데, 위기의식과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행사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오는 행동은 하지 말자.” 방송을 본 후 기사를 찾아봤다. 오랜 시간 채식운동을 해온 그가 직접 주최 측인 HFPA에 제안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트럼프 정권에 소신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트위터를 통해 감사를 표했는데, 그 역시 2016년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수상할 때 환경문제를 언급했었다. 디캐프리오의 자동차 3대는 모두 전기차이거나 하이브리드 기종이고,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에코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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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난 김지영의 언니를 좀 안다 “술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모습을 드러낼 뿐”이라 했던가. 가족여행으로 바닷가 경치 좋은 숙소에 모여 유쾌한 저녁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 신선한 해산물에 적당한 알코올까지 더해져 행복감에 빠져들 즈음, 동생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화살처럼 심장에 박혔다. “누나는 늘 이성적인 사람이잖아.” 평소라면 웃고 넘어갈 말이었다. 동생의 성품을 알기에 비꼬거나 공격이 아니란 것도 알았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집안에서 가장 이성적인 역할을 맡아 온 구성원이고, 그로 인해 신뢰를 얻고도 있다. 한데 그날은 왜 그토록 마음이 아팠던 것인지. 가족 간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잃은 기분이었다. 괜히 서러워 혼자 울었다. 분명 술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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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미스터 션샤인’과 ‘동백꽃…’이 건네는 이야기 드라마는 가짜다. 가난한 여성의 옥탑방에 여차저차한 사연의 재벌3세가 들어와, 티격태격 싸우다 알콩달콩 연인으로 발전할 확률이란 맑은 날에 번개를 맞을 확률과 비슷할 거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동시대의 의식·무의식을 드러내며, 다양한 생각과 감정,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최근 막을 내린 <동백꽃 필 무렵>도 그랬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것은, 달콤 순박한 유기농 로맨스 속에 담긴 건강한 여성관, 아니 인간관이었다. 주인공 용식은 옹산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자란 청년이지만, 어느 고학력 도시인보다 사회적 올바름과 관계의 기본을 잘 알고 있다. 애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직진남이지만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고 기다릴 줄도 안다. 경찰 공무원인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강하지만 술집을 하는 동백의 생계형 일자리를 비웃지 않으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존경할 줄도 안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적인 사회개념을 고루 갖춘, ‘촌므파탈’이라 불릴 만한 인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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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연예계엔 있고, 정치계엔 없는 것 노장의 연기파 배우를 보며 엄마가 말씀하신다. “저분 신인 시절에 진짜 연기 어색했지.”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신체 어딘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자주 경험한다. 소위 ‘발 연기’라는 걸 하는 배우가 많고, 주연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훈련된 배우층이 두껍지 않던 시절이라 외모가 좋으면 연기력이 부족해도 주연을 시켰기 때문이다. 내공 탄탄한 주인공들뿐 아니라 재연 드라마의 무명 배우들, 떼로 달려드는 좀비 역할의 엑스트라 연기조차도 흠잡을 데 없는 요즘과는 격세지감이 크다. BTS를 비롯해 연예계가 이끄는 한류 열풍의 배경엔 전문적인 시스템이 있다. 신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수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온 준비된 인재라는 것쯤은 이제 상식이다. 예능의 위상이 올라가니 더 많은 실력자들이 몰리고, 다시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세계적 영화제가 친근해지고, 작품도 다양해지니 다소 아쉬운 외모로 조연에만 머물던 진짜 연기파들이 각광받는다. 연기 하나로 잘생김도 창조해내는 ‘신 스틸러들의 전성시대’다. 여전히 지나친 상품화, 불법, 불공정의 그늘이 있지만 발전의 속도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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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사랑하려면 외로워져야 한다 흔히 ‘누아르’라고 불리는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폭력조직에 잠입한 경찰이 어느 틈엔가 조폭 두목과 짙은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거나 그 반대의 이야기들. 단단히 정신무장을 하고 적의 내부로 들어가지만, 자신을 아끼고 챙겨주는 사람 앞에서 서서히 허물어지고 물들어가며 어느 순간 동화된다. 백색과 흑색은 대척점에 있지만, 모호한 회색지대를 거쳐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스스로 멈추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한 몸이 된다.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여서 가능한 스토리만은 아니다. 심의가 없는 현실 누아르는 자주 창작물의 세계를 앞선다. 모 언론사의 논조가 특정 조직에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내부 사정을 아는 이가 이야기한다. 그 언론사의 책임자가 특정 조직과 친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도 처음엔 충분히 성실하고 정의로운 기자였단다. 그저 취재하는 조직의 내부를 알기 위해 친분을 쌓기 시작했는데 점차 정서적 밀착으로 변질된다.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기에 중요한 자리까지 승진했지만,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며 신뢰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슬픈 결말. 한 개인이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며 축적한 신념이란 것이 연고 앞에서 봄날의 눈만큼이나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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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당신은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 부의 양극화가 교육의 기회마저 양극화하는 현실. 이에 대한 공분과 개탄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필요한 과정일 것이고, 잠시 들끓다 사라지기보다는 고민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체감하는 불공정이 단지 불완전한 제도만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직장생활 초기, 다소 실험적인 업무를 제안하여 비정규직 팀을 이끈 적이 있다. 큰 고민 없이 모교의 조교실에 추천을 의뢰했고, 몇 명의 여성 후배들을 채용했다. 대졸 여직원이 극히 드물던 시절이었다. 젊고 재능 있는 여성직원 팀에 쏟아지는 관심이 제법 컸고, 대학 타이틀이 후광을 더했다. 활기 넘치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임원 한 분이 “너도 라인 만드니?”라는 농담을 던지셨다. 대개의 임원이 특정 대학 출신이라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언가 잘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성과를 인정받아 팀원을 늘리게 된 이후로는 채용에 더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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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빌런들을 퇴치하는 유일한 방법 때로 세상은 선의로 가득해 보인다. 이번 생은 망했지만 죽어서는 천국을 누리자며 가가호호 초인종을 누르는 상냥한 자매님들. 못난 중생들이 안타까워 함께 도통 세계에 들자고 손 내미는 형제님들. 올바른 국가관과 정의를 설파하고픈 열정으로 가득한 어르신들을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달리는 택시에서 무수히 만난다. SNS는 또 어떤가. 조목조목 공정하고 지혜로운 집단지성의 숲을 거닐다 보면, 이미 천국이 가까이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이토록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는데, 어째서 안정된 삶을 위협하는 악당(빌런)들은 끝없이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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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은밀한 신체와 터부에 대한 단상 신체 부위엔 저마다의 이름이 있다. 머리, 팔, 다리처럼 덩어리로 구분된 경우도 있고, 정강이와 종아리, 엉덩이와 궁둥이처럼 섬세하게 구분된 것도 있다. 드러나는 부분만 아니라 장기와 핏줄, 근육, 뼈 등이나 뇌 속의 무수한 신경물질에도 이름이 있다.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분명 이름이 있음에도 대명사 ‘그것’ 혹은 ‘거기’나 애칭, 별칭으로만 불리는 부위가 있다. 몸속 어딘가에 묻혀 있는 것도 아니고 좀처럼 사용하지 않아 잊힌 것도 아니다. 강력한 존재감에 난도 높은 특명을 완수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그것’은 마치 007이나 MI6로 불리는 비밀 특수요원처럼 남다른 능력과 기대로 인해 오히려 은폐된 존재다. 또한 생식과 배설, 성스러움과 속됨. 창조와 권태, 노동과 휴식, 자존감과 수치감, 숭배와 터부 등 수많은 모순된 역할과 감정 사이를 부유하는 양면성의 예술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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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홍어와 반지하 ‘감각의 정치학’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향기가 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소설의 첫 문장이다. ‘그’라는 존재에 대한 아무런 정보와 서술 없이도 느껴지는 내밀한 설렘. 왠지 그는 갓 씻고 나온 듯한 말간 얼굴에 깊은 눈을 가진, 조금은 호리호리한 청년일 것 같다. 두툼한 살집의 동네 아저씨나 청결 강박증세를 가진 청년일 수도 있으련만, ‘비누 향’이라는 작은 단서가 주는 암시가 제법 강력하다. 신체와 관련된 감각적 판단은 다분히 원초적이며 보수적이다. 좋은 향기는 안전하며 나쁜 냄새는 위험하다. 썩었거나 부패한 것들이라 간주되기 때문이고, 질병이나 죽음의 예후와 가장 가까운 것이어서 그렇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정신적인 불편함이나 악을 설명하는 경우에도 ‘더럽다, 역겹다, 두드러기 날 것 같다’ 등의 물질적, 신체적 오염을 뜻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역겹다거나 토할 것 같다는 말은 역한 냄새의 다른 표현인 동시에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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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불완전한 자들이 꿈꾸는 완전한 세계 ‘문화는 당대의 세계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 명제가 옳다면, 나의 유년기와 함께했던 숱한 동화나 전설은 일찍부터 어린아이들에게 불공정한 생존법칙을 주입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은 대개 천성적으로 잘나고 고귀한 존재들이었다. 미남미녀에 영리하고 지혜로운 데다 선함과 용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무엇 하나 모자란 것이 없었다. 미운 오리마저 알고 보니 백조였다. 반면 그들을 시기하고 고난에 빠뜨리는 이들은, 어리석은 데다 성품은 교활하고 외모도 주인공을 따를 수가 없다. 주인공이 이기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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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트로트가 기가 막혀 충격적이었다. 오래전 국내 최고 가수들이 기량을 겨루던 <나는 가수다>에서 백지영씨가 나훈아씨의 ‘무시로’를 불렀을 때. 가슴에 총 맞은 느낌. 그때까지 왠지 유들유들한 ‘무시로’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곡을 알게 된 것 같았고, 한동안 참 많이 흥얼거렸다. 조관우씨의 ‘남행열차’도 그랬다. ‘그토록 구슬픈 가사였다니!’ 응원전에서 단체로 몸을 앞뒤로 접어가며 신나게 부르고, 노래방에선 춤까지 추던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가요에 대한 짧은 소견을 환기시켜 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