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화
한신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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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반여성주의자가 반남성주의자다 이상한 일이었다. 민주화 시기를 겪은 세대의 사회의식 외엔 난 그다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만으로 충분히 고달팠고, 친분 있는 이들 다수도 그러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과 촛불 정국으로 사회가 분열될 때, 서로의 생각은 비슷했다. 함께 분노했고, 울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소녀 시절 친구들도, 존경하고 친했던 직장 선배·동료들도 오랜만에 만나 같은 생각을 나눴다. 평생 서로의 정치관에 대해 물었던 적도, 알았던 적도 없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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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패싱, 내가 나일 수 없는 세계 아름답고도 처연한 영화 한 편을 봤다. 레베카 홀 감독의 <패싱(Passing)>이다. ‘할렘 르네상스’라 불리던 1920년대 흑인 문화의 부흥기. 그러나 차별만은 여전히 엄혹하던 시절의 뉴욕. 백인 행세를 할 수 있을 만한 외모를 가진 두 흑인 여성의 다른 삶이 충돌하며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을 다룬다. 관계의 빛과 그림자, 선망과 질투, 허위의식 같은 내밀하고 심층적인 서사에 인종과 계급, 젠더성 같은 무게 있는 주제가 고혹적으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늘 정치·사회적 시선의 대상으로만 그려지는 다소 투박한 흑인 여성 클리셰에서 벗어나 섬세한 지성과 관능미를 가진 여성들이 등장하는 파격 또한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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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대한민국은 IS도 변하게 한다 지역 사회 이슬람 유학생들의 사원 건설을 둘러싼 갈등 소식을 듣는다. 외로운 이국 땅에서 마음 기댈 작은 공간 마련조차 저항에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조건 이문화 혐오집단으로 질타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낯선 문화에 대한 경계는 자기보호를 위한 본능에 가깝다. 9·11을 기점으로 벌어진 무차별 테러들도 공포스러운데,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마저 경악할 뉴스투성이였다. 또한 발전한 한국의 사회적 에티켓에 못 미치는 행위 같은 현실적 고충들도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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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자넨 아직도 사람을 믿나 별다른 연고가 없는 한 무리의 인간. 출구 없이 펼쳐지는 죽음의 서바이벌. 이런 상황에서 필연코 일어나는 이전투구를 숨겨진 인간 본성의 통찰인 양 냉소하는 논리는 단조롭다. 동물계 포유강 영장목의 한 종일 뿐인 생물체가 위험 상황에서 자기 보호 행위에 몰두하는 것은, 인간만의 비열한 특징이라기보다 자연법칙에 가깝다. 극단의 상황 논리로 인간의 잔혹성과 상호불신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대척점엔 거울 논리라 할 만한 사례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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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우리 집에 벤자민 버튼이 산다 “엄마~ 도대체 왜 침대 위에 물건들을 올려놓는 거예요. 좀 깔끔하게 쓰시면 안 돼요? ”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던 엄마와 올해 합가를 했다. 독거노인의 삶이 걱정스러워 결정했는데, 한두 달은 많이 힘들었다. 이해 안 되는 생활방식들로 자주 부딪쳐서다. 방과 침대에 늘 온갖 물건이 늘어져 있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 날 “이제는 물건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어디에 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금세 잊어버리니 가까운 곳에 놓아두는 거야”라며 넋두리처럼 말씀하셨다. 기억력이 점차 쇠퇴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지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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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들의 분노는 어디에서 왔을까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작가가 있다. 내용은 흐릿해졌지만 밤새워 가슴 설레며 읽어 내려가던 20대의 추억만은 선명하다. 문단의 황제와 같았던 그가 언제부터인가 독자를 실망시키며 관심에서 멀어져 갔는데, 점차 시대착오적인 보수성이 노출되어서였다. 그의 문학에서 가족사 속 몰락한 양반 계급에 대한 짙은 향수를 느낀 이가 나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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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누구도 공정하지 못한 세계에서 남동생은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입학 며칠 후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다. “엄마, 선생님이 반장하래. 나 반장 안 하면 안 돼?” 이 얘기는 종종 소심했던 과거에 대한 농담거리였는데, 발달 공부를 하며 알게 되었다. 성장기 아이들에 있어서 연·월령 차이는 신체, 심리, 학습 등 많은 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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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타인의 고통에 기생하는 사람들 5월의 광주는 문전성시였다. 여야 지도부들이 앞다퉈 국립5·18묘지를 참배했고, 진상규명 및 학살자 처벌과 관련된 공약을 언급했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하고 어떤 이는 무릎도 꿇었다 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벌써 일백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며 사죄했다 한다. 각자의 진심을 함부로 가늠하거나 폄훼할 수는 없다. 바쁜 일상에 기념일에라도 내려가 심기일전하려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알고 있다. 중대한 선거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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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고마워요! 미스 마플, 여정, 오스카 계획보다 추억담이 많아진다. 나이 탓일 게다. 남다른 포부나 원대한 꿈을 가져본 적 없는 평범한 인생이 하루하루 저물어가지만, 그럼에도 종종 장래희망이라며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 있다. 65세쯤 되어 세상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다. 의외의 꿈에 사람들은 묻는다. 왜 65세냐고. 딱히 이유는 없다. 그저 살아온 경험 속에서 그 나이쯤 되어야 인생을 알 것 같아서다. 물론 그간에도 지식과 기술, 사회적 역할이 있었지만 쉼없이 공부해도 여전히 삶은 어렵고 생각과 행동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65세 무렵쯤엔 스스로를 조금은 인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나름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진도 범위를 체크하는 수험생 같은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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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화이트 타이거, 선의와 위선의 우화 숨겨진 수작인 인도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요즘 말로 뼈를 때리는 잔혹극이다. 피와 살점이 난무해서가 아니다. 잔혹한 기득권자, 좌파를 가장한 부패한 권력자, 비천한 자, 비겁한 지식인 모두의 추악함이 한 치의 관용 없이 날것으로 드러나서다. 은유와 풍자가 버무려진 <기생충>은 차라리 낭만적이었다고 할 만큼, 닮은 듯 다른 결을 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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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 역동적인 국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몇 년은 유난히 밝혀지는 중대사건도 많다. 주요 공직자, 권력자들의 미투 사건이 그러했고 날마다 올라오는 연예·스포츠계의 폭력 사건도 그렇다. 신의 영역으로 군림하던 재벌가나 가진 자들의 갑질, 위선적 비리 행위도 더욱 자주 도마에 오른다.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경악할 뉴스는 왜 이다지도 많은지, 묻어둔 지뢰 터지듯 연이은 사건·사고 속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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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그대 다시는 서울로 가지 못하리 신상의 변화로 새로운 집을 찾는 중인데, 소문으로 접하던 부동산시장의 살풍경을 온전히 체감하고 있다. 아파트값 10억원은 더 이상 강남이나 강북 노른자위 지역의 일이 아닌 지 오래다. 변두리의 소형 아파트도 7억~8억원이고, 교통과 생활 여건이 무난하면 10억~15억원이 되어 있다. 서울 부동산 급등의 도미노 여파로 직장 가까운 경기도의 아파트 단지도 신축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부동산 앱을 검색해가며 발품을 팔고 있지만, 온라인 정보보다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세상 탓인지, 내 탓인지 자괴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