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윤정
생태문명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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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개헌이라는 시금석 시민사회의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31일 헌정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추진 단체 간담회에는 20곳이 참여했다. 비상계엄 상황은 물론 경제·기후환경·안보 등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하는 단체들이다.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 분산, 지역대표형 상원제를 통한 지방분권, 헌법개정 국민발안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과 동시에,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데 동의한 8곳(대한민국헌정회, 대화문화아카데미 등)이 먼저 ‘헌법개정추진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다른 20여개 시민단체도 오는 24일 ‘국민주도상생개헌본부’를 출범시켜 1000인 선언을 시작으로 개헌운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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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주의와 자연의 역습 모든 동료시민들에게 “안녕하시냐”고 묻고 싶다. 어떻게 해가 바뀌었는지, 새해에는 무슨 계획을 세워야 할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로 2025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12월3일 밤에 시작된 계엄 선포와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수습은 43일째인 오늘까지 지지부진한 채, 윤석열 체포라는 중간 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광장에서는 희망과 실망이 오가고 운동 차원에서는 포스트 윤석열 시대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거대 양당은 이를 관망하면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기를 지켜보는 게 어느덧 지루하면서도 터질 게 터졌고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한 상태로 가기보다는 한국 민주주의의 전화위복이 될 거라는 기대가 더 높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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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다시 시작된 민주주의 실험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윤석열은 이런 명패를 집무실 책상 위에 두고 있다고 자랑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책임하고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되었다. 이제 자신의 말처럼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시기가 왔다. 취임 이후 워낙 독선적인 태도로 비정상적인 일을 계속 벌여왔지만 그의 최후가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건희, 명태균과 얽힌 일로 말미암아 특검 수사를 받고 탄핵당할 거라는 평범한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일주일 넘게 현직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그가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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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드릴, 베이비, 드릴’ 그리고 ‘먹사니즘’ 트럼프가 취임 첫날 가장 먼저 서명할 행정명령 패키지에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포함된다고 한다. 오바마가 파리기후협약(2021년 발효)에 가입했다가 트럼프가 탈퇴한 뒤 바이든이 다시 가입했는데 돌아온 트럼프가 다시 탈퇴하는 것이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교토의정서(2005년 발효) 역시 아버지 부시는 가입을 거부했다가 클린턴이 가입했으나 아들 부시가 탈퇴했다. 아버지 부시는 말했다. “어떤 경우라도 미국인의 생활방식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은 어떻게 되는 걸까. 후퇴한다는 게 정설이지만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 더불어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와 천연가스 추출 규제 완화)을 핵심 구호로 내세웠다.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생산을 육성하고 불법 이민자를 막아 그 이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한편 값싼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해 경제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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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강과 한국문학이라는 저수지 한강 작가가 올해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역대 일곱 번째 젊은 작가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 일주일 사이 엄청난 반응이 이어졌다. 발표 몇 시간 만에 대부분 작품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더니 엿새 만에 100만권을 돌파했다. 그가 좋아했던 노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책까지 판매가 급증하는 등 수상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1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장흥, 광주, 종로구, 연세대 등 곳곳에 플래카드가 날리고 잔치가 벌어지고 문학관 건립, 석좌교수와 명예박사 제안까지 나왔다. 한국인에게 노벨 문학상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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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후국회라는 새로운 기회 낮 기온이 30도가 넘고 열대야가 계속되는 특별한 추석 연휴를 경험했다. 이파리가 여려서 강한 햇볕에 녹아버린 시금치는 한 단에 만원이 된 지 이미 오래고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 고사리와 도라지도 한 줌에 만원씩이다. 물가는 둘째치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오랜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올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듯 불길한 더위 앞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계획 헌법소원 등 네 건의 기후 헌법소원을 병합해 일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 특히 미래세대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이며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8조 제1항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시행령에서는 40%)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만을 명시했을 뿐 2031년부터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까지의 감축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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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핏자국은 지워지고 혀는 계속 남아 윤석열 정부 이후 광복절은 ‘빛을 되찾은 날’이 아니라 국민이 갈라지고 역사해석에 대한 공통기반이 흔들리는 날이 되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재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국내외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제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도 했다. 작년 경축사에서는 일본에 대한 언급을 줄이는 대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한 뒤, 바로 소련공산당 참여 이력을 들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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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새로운 세계의 전시장, 파리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부자든 가난하든, 평화롭든 전시든 전 세계 206개국이 한자리에 모여 ‘더 나은 세계의 실현’이란 정신에 따라 승부를 겨룬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갈수록 견디기 힘든 한여름에 펼쳐지는 축제는 온갖 고통과 시름을 잊게 해준다. 올해도 선수단 1만5000명의 경기를 연인원 1500만명의 관광객과 전 세계 30억명 이상의 TV 시청자가 지켜볼 예정이라 한다. 이번 올림픽은 역사상 최초의 친환경 올림픽으로 치러지며 그 전시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새로운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그 희망과 난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다.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 올림픽의 절반 이하(158만t)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설, 운송, 조달, 케이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감축 계획을 실현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담대한 발상이 필요하며 비판과 위험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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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앞으로 앞으로 가지 않는 사회 마침 6·25여서 그런지 이런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라떼는’ 이야기가 멋쩍지만 1970년대 여자아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무줄놀이를 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1950년 9·28 서울수복 직후 명동에서 마주친 작사가 유호와 작곡가 박시준이 서로 무사함을 확인하고 반가운 나머지 밤새 술을 마신 뒤 만든 노래라고 한다. 참혹한 전쟁 와중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희망이 느껴지는 이 노래를 어렸을 때 우리는 고무줄놀이의 승자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불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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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전환마을을 넘어 전환도시로 영국 여행 중 남서부 데번주에 있는 유명한 전환마을 토트네스와 인접한 다팅턴의 대안대학 슈마허 칼리지를 찾아갔다. 런던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세 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인구 800만명인 런던을 벗어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완만한 구릉 지대에 끝없이 펼쳐지는 숲과 목초지 그리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양들뿐이다. 인구나 국토 면적이 비슷한 한국의 교외 지역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삶을 지탱하는 도로, 논밭, 창고, 공장, 유원지, 송전탑 등으로 난잡하게 구성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은 기차,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처음 발명한 나라답게 대중교통망이 무척 촘촘하다. 토트네스역에 내리자 중심거리까지 걸어서 10분밖에 안 걸린다. 토트네스 안내 책자에는 1000년대 노르만족 정복 당시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성곽에 올라가서 전체 풍경을 조망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다트 강에서 카약을 타보라는 등 전형적인 관광 안내밖에 없다. 100m 남짓한 중심거리를 돌아다녀도 오래된 교회, 빵집, 잡화점, 식당 등 평범하기 그지없다. 도착하기 전에 상상했던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가 사방에 깔려있고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전환마을의 모습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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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후정치가 남긴 숙제 4·10 총선을 앞둔 지난 칼럼에서 녹색정의당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했는데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정당 득표율 2.14%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 최소기준(3%)을 채우지 못해 한 석도 못 얻었고 심상정 의원을 비롯한 지역구 도전자 17명도 모두 낙선했다. 이 결과는 2004년 민주노동당으로 처음 원내 진출했던 정의당의 역사적 후퇴로 평가되며 진보정치의 모호한 정체성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낳았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노동, 기후, 성평등 정치를 내건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으로 좌절의 원인을 정의당의 누적된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 녹색정의당이 전면에 내건 기후정치 측면에서의 복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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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후정치와 녹색정의당 5일 4·10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것이 떨어지는 지점에 따라 4년간 한국 사회의 지형도 달라진다. 정권심판론으로 점철된 이번 선거의 절정은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원색적 구호만으로 일약 제3당이 예상되는 조국혁신당의 선전이다. 불의하고 무능한 정권을 중단시키거나 무력화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선택이니 이를 섣불리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 제3당 지위에서 밀려난 녹색정의당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2월 초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으로 만들어졌다.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 위성정당과 달리 선거연합정당은 각자 당으로 돌아간다. 이념을 공유하는 소수정당이 거대양당 중심의 국회에 진출하기 위한 유럽식 선거전략으로 21대 국회에서 6석으로 제3당인 정의당이 당명을 임시로 바꿔 플랫폼을 제공한다. 두 당이 잠시라도 합치는 데 잡음도 많았다. 정의당은 비례 1번 류호정 의원의 행로가 보여주듯 하염없이 분열하는 상태였고, 창당 10년이 넘게 원외 정당에 머문 녹색당도 ‘정치공학’에 대한 내부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