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최신기사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가공육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햄이나 소시지만큼 손쉬운 반찬거리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삶거나 볶아도 맛있고 다른 야채들과 함께 조리하면 제법 그럴싸한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공육에는 식품첨가제들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아질산나트륨’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지방의 산화와 유해한 세균의 번식을 막아 가공육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보존제입니다. 이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육은 유통기간이 10일 내외인 데 비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면 30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보다 안전한 식품 섭취와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죠. 그런데 다양한 종류의 식품보존제 중 굳이 아질산나트륨이 단골로 등장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주방을 책임지는 금속 연휴에 일손이 모자란다며 긴급 지원요청이 왔습니다. 부랴부랴 처가의 ‘돈카츠’ 매장에 도착해보니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고, 홀과 주방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얼른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돈카츠’를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3시. 손님이 뜸한 시간을 이용해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마치 공기가 그런 것처럼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존재,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이란 금속입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꼭 기름으로 튀겨야 하나? 튀김을 하려면 먼저 식재료를 손질하고, 튀김옷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속이 깊은 용기에 기름을 담고 고온으로 가열한 후, 튀김옷을 입힌 식재료를 투입합니다. 과정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렇게 만든 튀김을 한입 베어 물면 그간의 노고는 눈 녹듯 사라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뒷정리입니다. 특히 남은 기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항상 고민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제품이 있습니다. ‘에어프라이어’인데요, 공기를 이용하는 튀김기란 뜻이지만, 사실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리 정확한 이름은 아닙니다. 튀김은 식재료가 푹 담길 정도로 충분한 양의 기름을 이용해 고온에서 조리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이 아니라 공기를 사용하니, 정의상으론 튀김기는 아닌 것이죠.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매끈한 프라이팬의 비밀 장모님의 돈가스 매장에는 오래된 주방도구들이 많습니다. 매장은 몇번의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아직까지 용케 살아남은 것들이죠. 그중 하나가 주로 중식당에서 사용하는 웍입니다. 속이 움푹 들어간 커다란 냄비로, 간단한 튀김이나 볶음을 할 때 꽤 요긴하게 쓰입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웍은 마치 무언가로 코팅된 것처럼 반짝거립니다. 이는 적어도 수개월 이상 사용하며 기름이 표면에 흡수되어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전문 요리점에서는 인위적으로 이런 상태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를 ‘길들이기’라고 하며, 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요리의 발명 요리는 언제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요? 요리는 다른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요리도 등장했을 것입니다. 요리라는 행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의 사용’입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요리에서 불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요리를 그토록 맛있게 만드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 등은 식재료를 가열할 때 일어나는 여러 물리적·화학적 변화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요리의 등장은 아마도 불의 사용과 함께였을 것입니다. 불은 이미 태초부터 이 지구 상에 존재했습니다. 가끔씩 내리치는 번개에 의해, 때로는 다른 원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불이 나곤 했던 것이죠. 하지만 불을 발견한 것과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빈대떡이 맛있었던 이유 오늘은 갑자기 빈대떡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반죽을 만들어 기름을 두른 후 부쳐내었는데요. 분명 맛있기는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단골 전집에서 시켜먹던 빈대떡보다 풍미가 조금 약하다고나 할까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바로 한식 요리사분께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비결은 다름 아닌 기름에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튀김처럼 부침의 경우도 보통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합니다. 기름에는 식물성 기름, 동물성 기름, 그리고 석유라고도 불리는 광물성 기름이 있습니다. 기름이란 물보다 가벼우면서도 불이 잘 붙는 물질을 의미하는데, 모든 기름이 다 식용은 아닌 것이죠. 식용으로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은 한자로는 유(油)라 하는데, 옥수수유, 카놀라유, 대두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동물성 기름의 경우는 지(脂)라고 하며, 돼지에서 얻어지는 돈지(豚脂), 소기름을 의미하는 우지(牛脂)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유와 지를 합해 식용 유지(油脂)라 부릅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기름진 맛 조미료? 제가 좋아하는 튀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기름진 맛도 하나의 맛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인데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맛을 보통 5가지로 구분합니다. 19세기까지는 단맛·짠맛·신맛·쓴맛의 4가지 맛만 인정됐습니다. 이 4가지 기본맛 그리고 이들이 서로 혼합된 것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맛이라 본 것입니다. 기원전 4세기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러한 주장을 펼친 이래 거의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감칠맛이 등장한 것은 1908년 도쿄대학의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에 의해서입니다. 예전부터 일본인들이 ‘우마미’라 부르던 것을 또 다른 별개의 기본맛이라 주장하고 나선 것이죠. 그는 다시마 국물을 졸이는 과정에서 갈색의 결정체를 얻었는데, 이것이 바로 감칠맛의 원인물질인 ‘글루탐산’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이 물질이 물에 더 잘 녹도록 글루탐산나트륨(MSG)의 형태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육식의 종말? 얼마 전 한 과학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주제는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구온난화였는데요, 그 주된 원인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산업화에 따른 탄소배출량 증가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100년 안에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6도 이상의 기온 상승도 가능하며, 이는 인류의 멸종 또한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를 끝으로 강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몇몇 참석자들과 온난화의 다른 원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소고기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당연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깃거리였죠. 의외로 소는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방출합니다. 그리고 이는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 19세기 무렵 중국 이민자들이 일본에 정착하면서 곳곳에 차이나타운들이 생겨났습니다. 이곳들을 중심으로 현지화된 중화요리들이 탄생했습니다. 나가사키 중화거리의 명물인 ‘나가사끼 짬뽕’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그 기원은 중국의 ‘납면’이라 부르는 요리입니다. 이는 밀가루 반죽을 치대 뽑아낸 면 요리를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수타면’이라 부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라멘은 납면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그런데 1958년 안도 모모후쿠는 라멘을 인스턴트 식품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어묵을 튀기는 조리법을 응용해서 면을 삶지 않고 튀기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기름을 이용해 튀긴 면을 ‘유탕면’이라 하는데, 반죽에서 만들어 그대로 사용하는 생면이나 이를 건조시켜 사용하는 건면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밀가루도 힘이 있다 밀가루만큼 널리 쓰이는 식재료가 또 있을까요? 쌀, 옥수수와 함께 3대 곡물 가운데 하나로서 생산량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용도 또한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주로 빵을 만들 때 사용되지만, 다양한 면요리의 재료이기도 하고 튀김의 바삭거림 또한 이 밀가루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밀가루가 요리계의 팔방미인인 이유는 그것만의 고유한 특성 때문입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반죽상태가 갖는 특성 때문이죠. 밀가루는 물을 섞어 반죽하면 할수록 점착성과 탄력성이 점차 커집니다. 잘 달라붙는 점착성이 있으니 다른 식재료와 혼합해 요리하기에 용이합니다. 반죽에 여러 식재료들을 혼합하고 조리방식에 변화를 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죠.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넌 단단한 껍질이 있니? 튀김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설명하다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돈가스와 같은 튀김 요리뿐 아니라 강냉이나 튀밥도 튀긴다는 표현을 쓰는데, 같은 의미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튀기다’는 기름을 이용한 튀김 조리법 외에도 곡식 알갱이에 열을 가해 부풀어오르게 하는 조리법을 일컫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조리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온에서 수분 증발을 유도하여 식재료의 부피가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죠. 다만 기름을 사용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습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기체가 되면 대략 1700배 정도 부피 팽창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팽창의 효과를 요리에 담아내려면 초기에는 수분의 증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분의 배출과 증발이 동시적으로 서서히 일어나면 요리의 부피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식재료 내부에서 순간적으로 수분 증발을 통한 부피 팽창이 일어나고 그 이후 즉시 배출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튀김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튀김옷이 만들어지고, 튀밥의 경우 또한 마치 스펀지처럼 수많은 구멍들이 생겨납니다.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동물마다 서로 다른 미각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단맛을 내는 성분은 주로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데, 고양잇과 동물들은 주로 육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 측면에서 낭비이기에, 단맛을 느끼는 미각 세포가 발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반해 잡식성인 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단맛을 잘 느낍니다. 대식가인 고래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각이 아주 단순합니다. 단지 짠맛을 느낄 뿐인데,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과 함께 통째로 삼키는 식습관 때문입니다. 다양한 맛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 짠맛 이외의 맛과 관련된 세포들이 퇴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