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얼마 전 한 과학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주제는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구온난화였는데요, 그 주된 원인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산업화에 따른 탄소배출량 증가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100년 안에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6도 이상의 기온 상승도 가능하며, 이는 인류의 멸종 또한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를 끝으로 강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몇몇 참석자들과 온난화의 다른 원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소고기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당연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깃거리였죠. 의외로 소는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방출합니다. 그리고 이는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약 3억t에 이르며, 향후 40년간 2배 이상 증가하리라 예상됩니다. 앞서 제기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의 주장처럼 육식을 멈추거나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요? 다행히도 저처럼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2가지 대안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만든 인공고기인 ‘대체육’입니다. 주로 콩이나 밀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아무래도 맛과 식감이 조금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품 정도로만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단점을 극복한 식품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체육 전문업체인 임파서블푸드에서 내놓은 제품이 있습니다.

우리 혈액에도 포함돼 있으면서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은 일종의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이 단백질은 동물뿐만 아니라 콩과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에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임파서블푸드는 이 박테리아에서 이와 관련된 유전자를 추출한 다음 맥주 효모의 DNA에 삽입했습니다. 효모는 조건만 잘 맞으면 단시간에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헤모글로빈이 대량 생산됩니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해 대체육을 만들면 실제 고기처럼 육즙이 흐르고 고기와 비슷한 풍미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클린미트라고도 불리는 ‘배양육’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진짜’ 고기를 만드는 기술인데요, 2013년 네덜란드의 모사미트는 세계 최초로 소의 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세포 단 하나로 약 1만㎏의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소 150마리 정도면 전 세계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소고기 패티 한 장의 가격은 무려 3억20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격은 점차 내려가리라 예상됩니다.

우리는 육식의 즐거움과 함께 동물복지, 환경오염, 그리고 온난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삽니다. 미래의 과학기술은 이런 걱정 없이 마음껏 미식을 즐기는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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