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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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장애 인권 퇴보를 마주한 장애인의날 매년 4월20일 장애인의날이면 전국에서 온갖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러했다. 서울시장도 기념행사에서 장애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부터 고령 장애인의 돌봄까지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몇년간 계속되는 장애 인권의 퇴보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없앴다. 2020년 시작한 이 사업은 최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되 탈시설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고 최저시급을 지급하면서 전국적으로 각광받았다. 일자리에 사람을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일자리를 맞추는 원리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올해 갑자기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으로 대체됐고, 그 후 신체기능과 직무수행 가능성을 따지는 단순노동 연계 사업으로 축소되면서 400명에 달하는 최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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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권력자의 개혁은 왜 이리 투박한가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9년 정부와 국회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힘껏 내달린 결과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될 줄 말이다. 검찰개혁 법안 초안에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없애는 내용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다는 내용도 없었다. 이미 판은 벌였으니 뭔가는 해야겠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우려를 덮으려다 보니 개혁의 동기와 초안의 뼈대는 이리저리 휘었다. 그렇게 누더기가 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패스트트랙의 급물살을 타고 기어이 2020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생겼고 ‘불송치’라는 새로운 단어가 법에 들어왔는데, 정작 사건 처리에 바쁜 수사 현장의 경찰은 어리둥절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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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녹음으로만 증명되는 학대도 있다 이달 초, 용인 장애아동 학대 사건의 피고인 특수교사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피해아동의 부모가 유명인이라 더욱 지대한 사회적 관심을 받은 이 사건에서 떠오른 법적 쟁점은 ‘녹음의 증거능력’이었다. 스스로 녹음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 누군가가 대신 실행한 녹음 덕분에 범죄가 세상에 밝혀진 사례는 적지 않다. 사회복지재단 가정지원센터에 근무하며 한 가정에 파견된 아이돌보미가 10개월 된 아기를 돌보며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O 아니가 진짜”라고 말하는 것이 부모가 몰래 설치한 녹음기에 담겼다. 아이돌보미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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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늘봄학교 성공하려면 2023년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60개였다. 2000년도 전국 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800만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528만명으로 줄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고 있다. 세수가 늘수록 교부금의 규모도 커지고 있으나, 학생 수가 급감하며 돈이 남아돈다. 2022년 이 교부금의 규모는 76조원이었지만 다 못 쓰고 2023년으로 넘어온 예산이 7조5000억원이다. 세금의 무려 5분의 1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육에 들이붓는 이유는 교육이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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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동환 목사 출교, 예수는 기뻐하실까 세계인권주간이던 12월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는 이동환 목사가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학교로 치면 퇴학이고, 직장으로 치면 해임이다. 성소수자 앞에서 목사 가운을 입고 기도하는 것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출교의 이유였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지난 18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교리 선언문을 통해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한 축복을 집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했고, 교황은 이를 공식 승인했다. 사제의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 속 사람들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 승인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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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정신병동에 진짜 아침이 오려면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우울증, 조울증, 망상, 공황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정신질환을 매회 담아간다. 어떤 경계를 왔다 갔다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그 경계에서 왜 선뜻 치료에 나서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지 드라마 속 공황장애를 겪는 대기업 신입사원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내 정신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는 나약한 놈으로 보이잖아요.”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만큼 정신질환은 흔한 질병이다. 장애 등록된 10만명의 정신장애인에 51만명의 추계 중증정신질환자를 더하면 61만명이 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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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검찰개혁, 얻은 것이 무엇인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이 11월부터 시행된다.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및 재수사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한(3개월) 마련,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시한(1개월) 마련, 보완수사 경찰 전담원칙 폐지 및 검경의 보완수사 분담 기준 등이 담겼다. 법무부가 작년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을 개정했을 때처럼 이번 수사준칙 시행에 대하여도 정치권은 검수원복, 쿠데타, 꼼수 등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법률에 담길 내용이 왜 시행령이나 수사준칙에 담기고 있는지, 실무적으로 들여다보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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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보호출산제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세상에 와 줘서 고맙구나. 배 속에서 세상은 어떤 곳일까 설레며 열심히 자라났을 네가 대견하고 고마워. 힘들게 세상에 왔는데 왜 너를 반겨주는 엄마와 아빠가 없는지 의아하고 불안할 수 있겠지. 지금부터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차분히 설명해주려고 해. 마음이 아픈 이야기지만 한 번은 꼭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서. 너도 알겠지만 모든 아이는 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가 있고, 친생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날 권리가 있어. 부득이하게 부모와 떨어져 지내게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연락할 권리도 있단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이 권리들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뿌리를 안다는 것이 한 사람의 전체 인생을 지탱하는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야. 네가 태어난 이 대한민국은 30년 전에 이미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네게 이런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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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교육부의 엉성한 데칼코마니 지난주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발표된 학교폭력 종합대책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재판하듯 결정을 내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 정책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정책과 만나 학교폭력 소송 전면전의 시대를 열었다. 이번 교권 회복 종합방안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요청만으로 쉽게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 설치되며, 학교 내부 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외부인들이 위원으로 들어온다. 이 위원회가 내리는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이런 상황만으로도 소송이 남발되기 쉬운데, 여기에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까지 더해지면서 남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되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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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학생인권 탓하다 개혁의 적기 놓친다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하고 보름이 지났지만, 이 비극을 둘러싼 셈법이 제각각이다. 국회는 법률정합성에 위배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고, 교원을 대표한다는 단체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는다. 교육감은 민원인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고 위반 시 형사 고발하겠다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 누군가가 학생인권조례를 ‘과거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며칠 후 대통령은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를 개정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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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몰래출산 가능하면 아기 안 버릴까 냉장고에서 발견된 영아 시신들, 야산에 몰래 묻혔다는 신생아, 온라인으로 사고팔리는 아기들. 경악스러운 뉴스가 연일 쏟아지며, 출생통보제가 지난주 전격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참에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신했지만 낳아 직접 기르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흔히들 불륜관계나 미성년자 임신 등 다소 극단적인 상황 속 사람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결혼관계 안에서나 성인 이후 출산에서도 영아살해나 아동유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당장 죽고 버려지는 생명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며 익명으로라도 출산하게 하자는 논의 역시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일본도 2021년 11월 한 민간 병원에서 행해진 비밀출산으로 사회적 격론이 있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해 온 일본 시케이 병원을 찾은 한 10대 여성은 병원 상담실장에게만 학생증 등으로 신원을 밝힌 채 의료진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아기를 낳았다. 신원을 밝히지 않겠다는 친모의 뜻으로 인해 아기는 일평생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가 누구인지 알 길을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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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영 케어러 대책 제대로 마련해야 “뭐가 되고 싶니, 이런 것 좀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막 중학생이 된 아이의 이 한마디에 잔뜩 지친 삶이 묻어났다. 뇌병변장애 여성의 사건 지원을 위해 집에 찾아갔다가 만난 이 아이는 중증장애인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마저 얼마 전 돌아가시면서 사실상 모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중이었다. 거동이 어려운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엄마 돌보는 일로 옮겨와서 매일 버티고 있던 것이다. 아이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열심히 찾았으나 학교나 교육청 어디에도 돌봄노동 중인 학생을 위한 지원체계는 없었다. 담임 선생님도 가정 상황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 혹시 동사무소나 구청을 통한 지원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없었다. 지역사회 복지체계는 대개 수요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작동되는데 아이 혼자 그 신청을 잘하길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신청 기준과 재산 기준 모두 아이의 상황을 약간씩 비켜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