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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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비동의간음, 이대로 잊히나 여성가족부는 얼마 전,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그로부터 9시간 후 개정 추진을 철회했다. 갑작스러운 입장 번복에 대하여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법무부 장관의 전화 한 통에 엎어진 일이라는 주장도 있던데, 지금이 무슨 왕정국가인가. 법무부가 새로운 형사 구성요건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애석하게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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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새해, 국회개혁이 절실하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소송이나 민원으로 싸우다 보면 제도의 허점들이 보인다.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법률 제정안이나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실을 통해 의원입법 발의를 하거나, 소관 정부 부처와 논의해 정부 입법안 연구에 참여해왔다. 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발의한 이후 그 법안의 국회 처리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보면, 그간 법안을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심히 허탈해질 때가 있다. 국회는 법안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안의 무덤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하는 국회’에 대한 시민의 큰 열망과 다르게 돌아가는 모습에 실망해 이제는 아예 정치에 관심 끄겠다는 사람, 먹고살기 힘들어져 국회에 관심 가질 시간이 없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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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교권과 학생 인권은 반대말이 아니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조항을 신설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 통과를 위해 교원단체는 “교단에 드러눕는 학생에게 교사가 손가락도 대지 못할 정도로 교권이 추락했다”며 백방으로 국회에 로비를 했다. 언론도 ‘날개 잃은 교권’ ‘교실 붕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반복하며 비슷한 기사를 열심히 찍어냈다. 그리고 이 법은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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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자립 이해 없는 자립지원 소용없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가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뀐 지 1년이 넘었다. 기존 용어가 다소 수동적인 표현이라는 지적과 보호종료청년, 보호종료청소년 등 비슷한 용어로 혼용되어온 점을 감안하여 새 용어로 바꾼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22일부터 보호대상아동이 본인 의사에 따라 25세에 달할 때(만 24세)까지로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에 거주하는 보호대상아동 대부분이 18세가 되면 살던 곳을 나와야 하는 것이 자립에 어려움을 준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이다. 또한 정부는 보호대상아동의 가정위탁 보호 종료 또는 아동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시·도별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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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미성년 공공후견은 아동 관점에서 동화 <소공녀>의 세라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아버지를 갑자기 여의고 큰 고난을 겪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동업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되찾는다. 동업자는 어린 세라의 후견인이 되어 함께 새 삶을 위해 떠나는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함께 살며 직접 돌보는 사람을 ‘후견인’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실상 후견인 제도는 그 기대와는 다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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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입법공백과 피해자의 생존 작년 12월23일 헌법재판소는 19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물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을 위헌이라 결정했다. 위헌 결정의 주된 이유는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로 재판을 하는 것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지난 9개월 동안 1심과 항소심에서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증언하는 일이 이어졌다. 심지어 영상녹화물로 유죄 인정을 받고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어 고등법원에 되돌아온 사례도 속출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나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은 위헌 결정의 범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법원은 이미 위헌의 취지를 넓게 고려하여 장애인과 학대 피해 아동을 법정에 증인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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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검수완박은 살아 있다 법무부는 지난주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회 입법권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법무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법은 그대로 살아 있으며, 그 시행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법무부 발표의 골자는 두 가지이다. 기존에 장황하고 복잡했던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를 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고침으로써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것과,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위에서 적극 수사하여 범죄자를 잘 기소하라는 것이다. 입법권 무력화가 아니라 잘못된 입법 정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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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우영우라는 사람 며칠 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느 신문사의 기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대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는지 물어왔다.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는 요청이었으나, 스스로 드라마를 평론할 깜냥이 못 되는 것을 잘 알기에 왜 그런 요청을 하는 건지 되물었다. “아무래도 장애인이시니까 좀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안타깝게도 질문자는 그 드라마를 잘못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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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되살려야 몇 년 전, 60대 지적장애인 동생을 한 쓰레기장에 살게 하며 10여년간 급여와 장애수당 등 8000만원 상당 금액을 가로챈 친형이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쓰레기가 가득 찬 컨테이너 박스에서 한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견뎌야 했다. 피해자는 분명히 가해자 처벌의사를 밝혔고 별도로 고소장까지 제출했지만,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서 ‘고소 의사표시가 진정한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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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형사사건이 쪼개지면 벌어지는 일 지적장애가 심한 여성이 있었다. 집과 특수학교만 쳇바퀴처럼 돌다가 성인이 되면서 집에만 머물게 된 이 여성의 유일한 낙은 스마트폰이었다. 인터넷 광고를 타고 들어간 채팅 앱에서 수많은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중 한 남성 A는 선물을 준비했으니 만나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모르는 사람이 왜 선물을 주겠다는 것인지 지적장애로 인해 그 맥락을 이해할 겨를이 없었지만, A는 계속 만나자고 졸랐다. 그렇게 처음 대면한 날, 여성은 모텔로 유인되어 성적 침해행위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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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중재안이 아니라 야합안이다 검찰개혁이라는 열망을 등에 업고 민주당이 급조했던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은 그 자체가 가진 위헌성 및 허술함을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이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민주당이 소속 의원 탈당이라는 탈법까지 감행하는 사태가 일어난 후, 지난 22일 국회는 중재안에 합의했다는 발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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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검찰 직접 보완수사, 늦출 이유 없다 “또 바뀌었어요?” 검찰 사건번호가 벌써 3번째 바뀌었다. 10년 넘게 형사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를 처음 신고한 것이 봄이었지만, 그해 겨울이 다 돼서야 사건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다. 하지만 다시 몇 개월이 지나도록 사건은 검찰에서 경찰로, 다시 경찰에서 검찰로 핑퐁을 거듭하고 있다.